2011년 2월 15일은 롯데 구단 역사에 기록될 만한 날이다. 이날 김해 상동구장에서 훈련하던 2군 선수단은 2007년 개소 이래 처음으로 눈을 치웠다.
전날인 14일 부산 지역에는 7cm 폭설(?)이 내렸다. 1m 가까이 눈폭탄이 떨어진 강원도와 비교는 안 되겠지만 어쨌든 부산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뒤 8번째 많은 적설량이었다. 상동구장 그라운드에도 눈이 수북히 쌓였다. 코칭스태프는 긴급 회의에 돌입했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언제 눈을 치워야 하는지부터 결정해야 했다. 박현승 수비 코치가 "눈은 이렇게 치워야 합니다"고 아는 체를 했지만 박정태 2군 감독으로부터 "치아라, 니가 언제 눈을 치워봤다고"라는 구박만 들었다. 박 코치는 경남고와 동아대를 졸업하고 1995년부터 롯데에서만 뛴 부산 사나이. 제설 작업 지휘자로는 양용모 코치가 임명됐다. 양 코치는 2006년 딱 한 시즌 LG 코치로 서울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다음 문제는 제설 장비. 부산이 워낙 눈이 드문 지역이다보니 장비라곤 철제 삽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인근 상점에서 제설용 삽을 긴급 구입했다. 또다른 문제도 있었다. 인조잔디에 쌓인 눈을 치우다 보니 잔디 밑에 깔린 칩까지 묻어나왔다. 결국 인조잔디 위에 쌓인 눈은 포기하고 흙으로 덮인 구역만 작업을 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제설 작업은 세 시간 가량 걸려 끝났다. 박 감독은 "처음엔 선수들이 좋아라하며 눈싸움까지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여기저기서 욕설이 들리더군요"라고 말했다. 왼쪽 팔꿈치 수술 뒤 재활 중이라 전지훈련에 불참한 투수 이명우는 2002년 롯데에 입단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입단 10년 만에 처음으로 훈련 중에 눈을 치워봤다.이명우는 첫 경험에 대해 "안해 본 사람은 모릅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작업이 끝날 때쯤 되니 쌓인 눈 두께는 절반 정도로 줄어 있었다. 햇볕에 녹은 것이다. 박 감독은 "그냥 놔뒀어도 눈이 저절로 녹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