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극 '싸인'이 연일 상승세다.
지난 10일 방송된 '싸인' 12회는 전국시청률 20.6%(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첫방송에서 16.1%를 기록한 후 10% 중·후반대에 머물다가 12회만에 흥행드라마의 기준선을 넘어섰다.
총 20부작으로 기획된 '싸인'이 반환점을 넘으면서 본격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대본의 힘이 크다는 평가. '싸인'은 10회부터 연출진을 전면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기존에 메가폰을 잡았던 장항준 감독이 물러나고 김형식 PD가 대신 연출을 맡았다. '싸인'의 원안자이자 초기 기획자인 장항준 감독이 메디컬 수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김은희 작가와 함께 대본 집필에 힘을 싣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 초반부터 정신없이 바쁜 촬영일정이 이어지면서 자칫 스토리가 약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20년전 벌어진 등장인물들간의 갈등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의 인과관계를 표현해내는 스토리의 몰입도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박신양과 전광렬의 갈등관계와 과거사를 풀어내는 과정도 더 촘촘하게 표현되고 있다.
반면 경쟁작인 MBC '마이 프린세스'는 하락세다. 방송 초반 '싸인'과 1% 차이를 보이다가 3회만에 20%대를 넘어서 1위에 올랐지만 곧 추락했다. 10일 방송은 14.8%를 기록했다. 김태희의 망가지는 연기로 화제를 모았지만 스토리가 진지해지면서 '재미가 떨어졌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싸인'팀이 적절한 선택을 했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계에서 시나리오를 탄탄하게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드라마 연출이 처음이라 자칫 현장진행이 느려질 수 있어 주변의 우려를 받기도 했다"며 "현장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작품 전체를 위하는 길을 적절하게 선택한 게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