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종목'들 사이에서 천덕꾸러기였던 육상은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 육상이 광저우에서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덕분에 한껏 고무돼 있다.
한국 육상은 25일까지 광저우 아시안게임 육상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 대회 전 목표했던 금 2개 목표를 이미 초과달성했다. 게다가 26일 금메달 후보 종목인 남자 세단뛰기와 창던지기가 남았고, 대회 마지막날인 27일엔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마라톤이 열린다.
광저우 대회는 기록 잔치였다. 24일 여자 100m 허들에서 13초23로 금메달을 따낸 이연경(29·안양시청)은 한국 여자 단거리 트랙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트랙 종목 전체로도 1986년 서울 대회의 임춘애 이후 24년 만의 금메달이었다.
24일 남자 멀리 뛰기에서 8m11cm로 우승한 김덕현(25·광주시청)은 86년 김종일(7m94cm) 이후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간 한국은 동메달조차 없었다. 23일 정순옥(27·안동시청)이 여자 멀리뛰기에서 6m53cm로 우승한 건 아시안게임 최초였다. 여자 도약 경기(멀리뛰기·높이뛰기·장대높이뛰기) 통틀어서도 처음이었을 만큼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단거리와 마라톤의 유망주를 조련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단거리와 마라톤에서 세계 정상권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부터는 기술의 비중이 더 큰 도약·투척 종목에도 투자를 하고 있고, 광저우 대회에서 성과를 보고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금메달을 따낸 세 명 모두 자신의 최고 기록에 미치지 못한 점이다. 한국 육상 대표팀에 궁극적인 목표는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라면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에 자만할 수는 없다.
이에 대표팀 관계자는 "시기상 어쩔 수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육상 시즌이 끝나가는 11월에 열려 기록 생산에는 상당히 나쁜 조건이다. 선수들 기록은 7·8월을 정점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기록이 아닌 순위에 의미를 둬도 좋다는 얘기였다.
금메달리스트 외에도 주목할 성과가 있었다. 남자 110m 허들에서 동메달을 딴 박태경(30·광주시청)이 좋은 모델이다. 그는 13초48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금메달을 딴 '황색탄환' 류샹(중국·13초09)을 위협할만한 성과였다.
육상 관계자는 "대표팀 내에서는 박태경의 동메달을 다른 선수의 금메달만큼 인정하는 분위기다. 내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최대한 많은 종목이 결선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광저우=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