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활승마가 승마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장애인 치료에 성과가 있다는 연구발표가 이어지면서 재활승마가 크게 각광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 재활승마는 무너지기 직전의 모래성이나 마찬가지다. 수요는 크게 증가하지만 재활승마 관련 인적자원이나 단체 등 기본 바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활승마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삼성승마단이 2001년 도입하면서부터다. 국내 재활승마의 역사는 아직 10년도 되지 않아 걸음마 수준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널려있다.
일간스포츠가 국내 재활승마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검증 받은 단체·인원은 극소수, 부실은 필연
현재 국내에서 재활승마를 시행하는 단체 중 세계재활승마연맹(FRDI)의 정회원은 삼성승마단과 KRA승마훈련원 두 곳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대학교 부설 사회교육원과 국내 재활승마 단체에서 강좌를 열고 있지만 자격증을 발급하지 못하고 있다.
재활승마와 관련한 국가 자격증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재활승마가 발달한 북미재활승마연맹(NARHA)에서 재활승마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5명(2009년 기준), 비교적 재활승마 교관 양성 교육이 체계화 된 KRA승마훈련원의 재활승마 과정을 수료한 사람도 2005~2009년 동안 60여명에 불과하다. 2009년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은 240만여 명이다. 장애인 중 25%만 재활승마를 필요로 한다고 해도 재활승마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재활승마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은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밖에 검증 받은 재활승마 프로그램이 전무한 것도 문제다.
인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재활승마는 국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재활승마 교육은 무면허 운전사가 핸들을 잡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KRA승마훈련원 관계자는 “과거의 국내 재활승마 교육은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았다. 최근 제도적인 문제를 보완하고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는 없다”고 밝혔다.
◇재활승마의 잘못된 사례
최근 재활승마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재활승마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재활승마는 뇌병변 등 장애인들이 대상이어서 자격 있는 교관과 재활승마를 도와줄 자원봉사자는 필수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요소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재활승마가 펼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한 승마장에서는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어머니(말에 대해 잘 모르는)가 직접 말을 태우고 끄는 사례가 목격됐다. 말 등에만 오르면 재활승마라고 생각하는 무지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일이다.
재활승마를 받기 위해 지불하는 강습료도 천차만별이다. 무료 강습도 있지만 많게는 회당 10만원 이상 받고 있다. 수업 방식도 문제다. 장애인은 장애 등급·성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돼야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재활승마 수업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활승마 교육의 한 축인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도 미비하다. 전문적으로 자원봉사자를 양성하는 기관은 없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은 안전과 직결된다. 말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봉사자로 나섰을 경우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없고 문제를 확대 시킬 수 있다.
김수현 KRA 승마훈련원 교관은 “잘못된 재활승마치료나 강습은 장애인에게 2차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항상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급한 전문가 양성
전문가들은 재활승마의 안정된 시행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가 양성을 첫 번째로 보고 있다.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전문가를 배출하면 비 자격자가 재활승마를 지도할 확률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 승마장에서 재활승마를 실시할 경우 정부의 정확한 감독과 합리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한편 재활승마가 국내에 뿌리 내릴 경우 말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활승마 강습에 사용되는 말은 피교육생의 안전을 위해 키가 크지 않은 한라마 등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용 말인 써러브렛과 승마선수용 말인 웜블러드는 키가 커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활승마 활성화는 새로운 말 수요를 촉진 시킬 수 있어 농림수산부와 마사회가 추진하는 말 산업 발전 방향과 맥을 같이 할 수 있다.
◇재활승마란
재활승마는 말을 이용하는 재활 치료의 한 분야로서 치료승마와 강습승마로 구분된다.
치료승마는 히포테라피(hippotherapy)라고 하는데 고대 그리스어로 히포(hippo)는 말을, 테라피(therapy)는 치료를 뜻한다. 인간의 보행과 가장 유사한 말의 움직임을 이용해 기승자의 신체적인 기능 향상에 초점을 둔다. 사람은 골반의 앞-뒤·좌-우·회전운동으로 자연스러운 보행이 가능하다.
말이 걷는 동안 기승자는 말의 움직임을 그대로 전달 받게 된다. 강습승마는 말 그대로 장애인에게 말을 타는 기승술을 가르치는 것으로 신체기능 향상 및 심리사회적인 향상에 중점을 두게 된다.
◇재활승마의 효과
신체적 효과: 근력강화·균형감각향상·협응력 발달·관절움직임 향상·자세기능향상·혈액순환 촉진 및 대사기능향상 심리적 효과: 즐거움 획득·성취감 및 자신감 향상·정서적안정·집중력 발달 사회적 효과: 의사소통능력 발달·사회적응능력 향상 감각적 효과: 감각통합기능 향상·시각반응 및 오감자극(말발굽 및 울음소리 마장냄새 등)·속도 및 움직임 향상 인지적 효과: 게임 활동(크기 색깔 모양 등)·말에 대한 지식습득(부분명칭·특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