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면 운동과 스포츠에 대한 개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승마에서도 마찬가지다. 승마교관이나 지도자들이 두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 채 이론 강의나 현장 실습 등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무딘 칼로 생선회를 자르는 무모함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생명현상을 지속한다는 것은 호흡을 통한 물질의 대사와 DNA복제에 따른 번식을 의미한다. 이를 분자생물학과 스포츠과학을 접목시켜 들여다보면 생명현상의 중심에는 '움직임'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현상은 어떤 형태로든 움직임을 뜻한다.
운동은 움직임의 총체적 개념이다. 중요한 것은 운동은 중력권내에서 움직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구상에서 모든 운동은 중력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런데 1차적 움직임에 즐거움 혹은 재미를 접목시킨 것이 놀이다. 스포츠사회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놀이는 단순히 놀이 자체로 끝나지 않고 문화를 창출해 왔다. 그래서 통상 ‘놀이문화’라는 용어가 생활속에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이런 놀이문화에는 제기차기나 줄다리기 등 일종의 전통놀이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놀이문화가 한 단계 진보한 것이 게임이다. 여기에는 규칙이 수반된다. 규칙속에는 벌칙도 포함되며 게임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나뉘게 된다. 게임에 과학과 마케팅을 접목시킨 것이 스포츠다.
정리하자면 단순한 움직임과 놀이의 경계선은 문화의 유무로 구별되며 놀이와 게임에는 규칙의 유무로 나뉘게 된다. 게임과 스포츠는 과학과 마케팅의 유무에 따라 그 경계선이 투명해진다.
스포츠는 운동의 종목으로서 전문화 혹은 세분화시킨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스포츠는 생리해부학, 심리학, 역학 등 과학이 담겨있으며 이런 과학이 접목된 스포츠를 상품화시키기위해 마케팅 전략은 필수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운동은 놀이, 게임,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모든 움직임을 포괄하는 것이며 스포츠는 운동의 전체 영역 중에서 일부를 뜻한다. 그래서 스포츠는 ‘종목별 스포츠’ 혹은 ‘운동 종목’ 등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승마는 전체 운동 가운데 한 영역에 해당되며 여러 운동 종목 중 하나다.
스포츠로서 승마의 특징을 정리하거나 설명할 때 이 개념을 놓쳐서는 안된다. 만약 이 개념을 무시하거나 빠뜨리면 비교 스포츠에 대한 자신의 연구결과는 결코 날카로울수 없고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승마의 운동효과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승마의 운동효과에 대해 설득력을 높이기위해서는 적어도 역학·심리학·해부학 등을 기초로 운동과 스포츠에 대한 경계선을 명쾌하게 꿰뚫은 후 자신의 연구결과를 전개해야 한다.
승마가 지니고 있는 역학적 특징은 무엇이며 그래서 다른 스포츠와 역학적 측면에서 어떻게 다르고 따라서 생리학적 효과가 다른 스포츠와 어떻게 구별되는지에 대해 결론을 끌어내야 설득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재활승마가 도마에 올라와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재활승마가 국내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역학·심리학·해부학 등을 기초한 명쾌한 이론을 내세우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남병곤 한국마사회 상임이사 제주본부장/승마역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