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그의 저친한 팀 동료 파트리스 에브라가 24일 맨유 연습구장에서 손을 맞잡고 활짝 웃고 있다 한국 최고의 축구스타 박지성은 '소녀시대' 9명의 멤버 이름을 다 알까. 요즘 가요계를 주름잡는 소녀시대·원더걸스·2NE1·카라·4Minutes 중 좋아하는 그룹은?
일간스포츠 IS가 창간 40주년을 맞아 박지성을 파헤쳤다. 축구에 대해, 그리고 축구가 아닌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24일 영국 맨체스터 캐링턴 연습구장에서 만난 박지성은 속시원히 털어놓았다.
경기에 입장하기 직전, 긴장감 가득한 터널 속에서 박지성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결전에 임할까. '오늘 경기장에서 내가 최고'라고 주문을 외는 박지성의 모습에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은 그의 의지가 묻어난다.
얼굴이냐 몸매냐. 그의 이상형은 무엇일까. 박지성이 밟은 최고 시속은 몇일까. 박지성의 휴대폰 단축 번호 1번은 누구와 연결될까. IS가 물은 100가지 질문에 박지성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인생편-다시 태어나면.
"음~ 어렵다.(잠시 생각 후) 축구를 하고 싶다."
-축구 말고 다른 거는 없나.
“어떤 일이든 상관없다. 단지 스포츠가 아닌 일을 해보고 싶다.”
-고교 졸업 후 불러주는 대학이 없어 한동안 방황했다. 그 때 축구를 접었다면.
“아주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다. 통닭집을 차리든지.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 직장에 다니든지.”
-존경하는 위인? 혹은 존경하는 분?
“부모님.”
-둘 중 누구?(썰렁~)
“두 분 다.”
▶축구편-경기 입장하기 전, 터널(선수 출입구) 속에서 다짐하는 말은.
“이 경기장에서는 너가 최고다.”(이런 멋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했다.)
-무서웠던 감독은.
“초등학교 때.”
-왜?
“많이 맞아서.”(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이게 박지성이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를 만드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른다. 즐겁게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곳)
-축구 그만두고 싶을 때 없었나.
“네덜란드 진출 초기. (잠시 후) 그때도 하기 싫은 정도였지 그만두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뭐가 힘들었나? 중압감? 슬럼프?
“관중 야유도 있고. 주변 환경을 너무 의식했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여러가지가 복합됐다.”
-보양식, 영양제?
“잘 안 먹는다.”
-그래도 비타민은 먹겠지.
“대표팀 가면 먹는 정도다.”
-주장을 잘해내고 있는데 경험이 있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1년간.”(알고 보니 준비된 리더십?)
-슈팅, 패스, 드리블 등 여러 축구 기술 중 자신 있는 것.
“음 음. 움직임? 전술적 움직임.”(퍼거슨이 칭찬했던 바로 그 부분. 빈 자리를 찾아가는 능력이 탁월)
-부족한 부분은.
“마무리 능력.”(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듯 단호하게.)
-어릴 적 우상.
“둥가(현 브라질 감독. 현역 땐 수비형 미드필더)와 윤정환(전 대표팀 미드필더. 뛰어난 테크니션)”
-맨유에서 제일 웃긴 사람.
“나니하고 에브라. 장난을 잘 친다.”
-이청용에게 짧은 조언 한마디 한다면.
“너 자신을 믿어라.”
-대표팀에서 최고의 경기는.
“당연히 2002 한·일 월드컵.”
-그 중에서 어떤 경기.
“포르투갈전.”
-맨유에서는.
“음, 음. (고민하며)글쎄.”
-맨유에서 경기 후 흡족했던 경기는 몇 번?
“두 세 번.”
-그 중 하나 고르면.
“음. (또 고민하다가) 바르셀로나전. 2년 전 챔피언스리그!”(준결승 1, 2차전에서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와 메시를 꽁꽁 묶었던 환상의 경기.)
▶취미편-취미는.
“취미라…(한참 머뭇대다가) 독서? 비디오 게임?(정말 자신의 취미인지 의심하는 듯 말꼬리 올리며)”
-최근에 읽은 책.
“플라이 대 플라이. 일본 소설.”
-일본어로 된 일본 소설?
"(손사래 치며) 아뇨."
-책은 얼마나 읽나. 일주일에 한 권? 한 달에 한 권?
“자주 읽을 땐 자주. 안 읽을 땐 두 세 달도 안 읽고.”
-최근에 본 책은.
“달라이라마의 '행복론'.”
-재밌게 본 영화
"영화 좋아하는데… 뭐 봤더라, 내가 뭘 봤더라. 아 맞다. 비행기에서 ‘킹콩을 들다’를 재밌게 봤다."('킹콩을 들다'는 여자 역도부의 애환을 담은 영화)
-가장 좋아하는 비디오 게임.
“축구 게임.”
-맨유로 하나.
“팀 상관없이 다 한다.”
-게임 내 박지성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 아닌가.(한 번 묻고 싶었다.)
“조정해본 적 없다.”
▶가무편-좋아하는 가수는.
“가수는 다 좋아해요.”
-최근 여성 걸그룹이 대세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트렌드다. 그런데 예전에도 SES·핑클이 있었지 않았나.”
-소녀시대·원더걸스·2NE1·카라·4Minutes 중 누가 좋은가.(사실 이게 궁금했다.)
“말 못한다. 말하면 네티즌 악플이 걱정된다.”(네티즌 여러분 악플은 삼가합시다.)
-노래방 가면 18번은.
“노래 잘 못해요. 음치에요, 음치.”(음치라고 두 번 강조했다.)
-10명이 부르면 몇 번째로 못 부르나.
“열 번째. 하하. 뒤에서 한 두 번째?”(알고봤더니 대답을 의문문으로 하는 게 특기다.)
>>2편에서 계속
맨체스터(잉글랜드)=이해준 기자 [hjlee7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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