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 나비춤, 소탈한 웃음과 콧털 그리고 축구. 김흥국(50)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는 최근 돈 버는 재미에 꽂혔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나이 오십에 10억을 벌겠다던 목표를 이뤘다. 그는 “너무 늦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만약 ‘호랑나비’가 히트쳤을 때 누군가 옆에서 재테크 코치를 해주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카카카”라고 특유의 웃음을 쏟아냈다. 생방송 ‘김흥국, 정연주의 행복합니다’가 시작되기 전 남산 교통방송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결혼 20년만에 아내 위해 집 장만
그는 재테크에 대해 말하기 전에 자신의 가난과 갑자기 쏟아졌던 ‘호랑나비’의 축복에 대해 얘기했다. “난 가난한 집안의 2남 4녀 중 막내였다. ‘호랑나비’가 뜨고 나서 정말 돈이 다발로 들어왔다. 하지만 형제들 빚 다 갚아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술과 밥 사주며 실컷 썼다. 그때 돈관리만 잘했어도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흑석동에서 전세로 살림을 시작했다 10년 만에 동부이촌동에 아파트를 샀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 팔고 강남으로 이사를 갔던 게 실책이었다. 판 집은 치솟고 강남에서는 내내 전세방을 전전해야 했다.
그가 재테크에 눈 뜬 건 2002년. ‘번칠이’로 알려진 큰 아들 동현이가 호주로 엄마랑 유학을 떠나고, 난생 처음으로 은행에 가서 관리비·신문값·도시 가스비를 냈다. 기러기 아빠가 되어 유학비를 다달이 보냈다. 주식도 몰랐고, 돈 버는 대로 밥 사고 술 사던 생활에 변화가 왔다.
2007년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경제야 놀자’에 출연하면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더 늘었다. “운도 없었고, 재테크가 뭔지도 몰랐다”던 그의 경제에 대한 관념이 확 바뀌었다. 펀드 상품을 20개 가까이 가지고 있고, 외환 정기예금에도 가입했다. 그는 그 프로에 고정 출연한 삼성증권 정복기 소장에게 지금도 도움을 받는다.
“이제 정신 차리고 돈 모으고 있다”
올해는 결혼 20주년. 그는 내년에 귀국할 아내를 위해 집을 장만했다. 지난해 전세 5억 원과 은행 대출 5억 원을 합쳐 12억 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맘먹고 구입했다. 며칠 전 잠시 귀국한 집사람과 딸에게 보여주며 뿌듯했다. 열아홉인 아들은 대학 진학할 예정이고, 아홉 살인 딸은 엄마 따라 한국에 다시 온다.
그는 가난하던 시절 “커서 1억을 벌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 그런데 1억을 벌어보니 “10억이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50세가 되는 날 “10억을 벌겠다”는 목표도 이뤄졌다. 그의 남은 목표는 “60세엔 반드시 100억을 벌겠다”는 것.
한 가지 걱정인 것은 펀드 상품이 지난해 말 마이너스로 떨어져 아직까지 만회를 못하고 있다는 것. 펀드 매니저가 “올해까지 보자”는 말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돈 된다는 밤무대에 안 선다. 결혼식 때 청첩장도 안 보냈고, 이후 경조사 때도 주변에 연락조차 안 했다. 현재 운전 기사도 매니저도 없다. 재테크에 눈을 뜬 이후 펑펑 썼던 술값도 이제 다른 사람에게 내라고 한다.
그는 “돈 버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늦깎이지만 다 목표가 있어서다. 돈 벌면 봉사하고 싶어서다. 그는 “인생 초반에는 재테크가 뭔지도 몰랐다. 이제는 정신 차리고 돈을 모으려고 한다”. 10년째 운영해온 초등학생 대상 ‘김흥국 장학재단’에 큰 보람을 느낀다. 올 9월 재단 설립 후 처음으로 장학생들을 만난다.
남들은 날더러 바보라 하지만
친구들이 그에게 바보라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산가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을 20년 모셨는데, 왜 백화점 코너 하나라도 부탁 못하느냐. 10원 한 장 달라고 안하느냐”고. 그는 “내가 왜 도움을 받느냐. 나도 돈 버는데. 아주 정말 어려워지면 그때 도와주세요 할 거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을 거다”고 응수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내가 살아온 것 다 까먹는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축구 사랑도 여전하다. 그는 거의 매일 1시간 축구를 한다. 바쁜 때라도 주말이면 꼭 운동장에 나간다. 그는 인생처럼 축구도 “어시스트와 패스가 중요하다”며 “주고 받는 것이지. 혼자만 잘하는 거 아니다. 아니 주는 게 먼저다”라며 웃었다.
최근 정년 퇴직한 PD가 그에게 “호랑나비 뜨고 2~3년이면 한 물 갈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살아있다니 미스터리다”고 했단다.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 사진 이영목 기자 [ym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