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에는 후한대 명의(名醫) 화타가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팔을 수술하는 장면이 나온다. 독이 뼛속까지 침투한 사실을 확인한 뒤 오염된 살을 도려내고 뼈를 긁어낸다.
이건목(48) 원광대 산본 한방병원장은 “화타가 한 시술이 바로 침도(針刀)”라고 했다. 이후 맥이 끊어졌던 침 수술이 부활한 건 1976년이다. 주한장이라는 중의에 의해서였다. 1980년대 중국 전역에 침도를 쓰도록 법이 정해졌고, 2004년엔 40여개국 회원의 전세계학회가 만들어졌다.
93년 첫 입문 중국 드나들며 공부
현재 국제침도학회 부회장인 이 원장이 침도를 처음 만난 건 1993년이었다. 원광대 한의대 시절 은사가 “학문도 수명이 있다. 하지만 침은 전세계로 나가고 수명도 오래 갈 것”이라고 해 택한 침구학과에서 근무 중 교환 교수로 온 중국 의사의 시술을 보고 깜짝 놀랐다.
“휘어지는 침은 자극만 주고 절개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침도는 침에다 칼날 같은 수술용 메스가 달려 간편하게 몸 안에서 특정 부위를 절개해 통증을 줄여주더라.”
이때 침도에 눈을 뜬 그는 15년 동안 중국 침도서도 보고 매년 2회 이상 현지에 가서 공부를 했다. 그가 침으로 치료한 사람만도 무려 40만 명. 그 중에서 침도요법을 쓴 환자는 750여명이 넘는다. 그 중 100여 케이스는 시술 과정과 치료 후 인터뷰가 동영상으로 꼼꼼히 저장되어 있다.
20여 년의 임상 경험은 침도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했다. 침도요법은 한방침의 경혈법과 양방의 해부학이 결합된 시술법이다. 외상이나 질병으로 다쳤을 때 MRI나 엑스레이를 찍어 침의 경혈법과 해부학적으로 관찰해 시술 부위를 확인한 후 침도로 절개하거나 절단, 느슨하게 한다.
“막힌 것을 뚫어주어 통증을 제거하는 것” 것이다. 목·허리 디스크, 오십견, 팔꿈치·무릎·손가락·발바닥 통증 등이 주 대상이다. 침도 요법의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물론 침도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마비가 있거나 고혈압·당뇨·빈혈이 있을 경우다. 또한 통증이 아주 심하거나, 2~3회 치료 해봐 효험이 없을 때는 아예 양방 외과 수술을 권한다.
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진선유 치료
이 원장의 진료는 4주 이상이 예약이 밀린다. 대개 한 다리 건너 입소문을 듣고 온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정치인이나 대기업체 사장들도 부지기수다.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에 빛나는 진선유도 5번 치료로 통증에서 벗어났다. 그에게 찾아오는 사람은 환자만이 아니다. 직접 병원으로 찾아온 한의사나 류머티스 전문의사들도 40~50명이 넘는다.
이 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한의침도학회는 100여명의 회원이 모두 한의사들이다. 침도는 2003년 보건복지부에 도침(한방 행위의료)로 등록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침도 관련 논문을 11편이나 발표했다.
그는 “통증이 있다는 것은 더 많이 고장나려는 신호다.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금 다쳤을 때 잘 관리하는 것이 통증 치료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공학에 완전한 것은 없다. 환자 치료가 잘 안 되면 답답하다. 그래서 화타나 주한장의 뜻을 떠올리며 지금도 공부 중”이다. 틈틈이 번역한 중국침도연구서도 내달 중 출간될 예정이다.
그가 일간스포츠에 ‘이건목 원장의 침 생활건강’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게 된 것도 “침도를 대중화하고, 제대로 써 전 국민들의 통증을 줄여보고 싶어서”다.
그는 “앞으로 전 세계인이 침을 쓸 수밖에 없다. 통증은 진통제만으로 해결 안 된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진통 효과가 탁월하며, 내성이 없는 침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며 “세계최고 도시이자 양방의 중심지인 뉴욕에 이건목이라는 브랜드를 걸고 침도병원을 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사진·글=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
■ 이건목 원장은?
그가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 때다. 서울서 학교 다니다 건강이 나빠져 익산으로 내려갔고, 녹용 보약을 먹고 건성피부에 기름기가 끼고 비누질을 할 정도로 좋아졌다. 이때 꼭 한의학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원광대 한의학과(81학번)에 진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