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에 관한 두 가지 기록은 믿으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범경기 홈런왕과 2군 홈런왕. 시범경기 홈런왕이 정규 시즌에서 잘한 전례가 거의 없다. 2군 홈런왕이 1군 무대에서 성공한 사례도 드물다.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일 뿐이고 1군과 2군 사이의 벽은 상당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삼성 최형우(25)가 화끈한 홈런포로 2군 홈런왕의 편견을 깨어가고 있다. 최형우는 지난 해 경찰청 소속으로 2군 홈런왕에 올랐다. 올해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박석민, 곽용섭과 나란히 23홈런을 기록해 공동 타이틀을 차지했다.
최형우는 1일 롯데전에서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을 상대로 쐐기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 12호. 이 홈런으로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2000년 이후 역대 2군 홈런왕 중 이듬해 1군 정규 시즌에서 12개 이상을 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최형우가 최초다. 종전 2군 홈런왕 중 이듬해 1군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이재주(KIA)였다. 이재주는 2002년 2군에서 홈런왕(9개)에 오른 후 2003년 1군을 거의 풀타임으로 뛰며 11홈런을 기록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ƈ군 성적은 선수를 평가하는데 믿을만한 자료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례로 2군 투수와 1군 투수는 변화구 구사 능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 벽을 최형우가 깨부수고 있는 셈이다. 4월 2개→5월 3개→6월 6개로 매달 홈런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7월에는 첫 경기부터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최형우는 "시즌 초반에 1군 투수들의 볼배합이 어려웠다. 변화구 위주로,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집요하게 던져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신인급 타자들은 리그 정상급 투수들의 변화구를 제대로 공략하기 힘들다.
최형우는 "조금씩 볼배합에 익숙해지면서 투수와의 승부에서 요령을 터득해가고 있다"며 "예전에는 공을 많이 지켜봤는데 자신감을 갖고 1~2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팅하면서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형우의 12홈런중 5개는 변화구를 공략한 것이다. 시즌 초반 2할5푼을 넘기지 못했던 타율도 자신이 목표로 잡은 2할8푼대까지 끌어올렸다.
최형우는 입단 7년차이지만 그동안 1군 경기 출장 수(2시즌 6경기)가 적어 신인왕의 자격도 된다. 2군 무대를 평정하고 1군 무대 연착륙에 성공한 최형우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홈런을 넘어 신인왕도 떼논 당상일 것이다.
대구=한용섭 기자[oran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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