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의대생 살인사건은 피해 망상증에 시달린 끝에 동생이 형을 살해한 사건이다.
동생이 오피스텔 친형 집에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찾아가 의대생인 형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이나 금품을 훔친 흔적이 없어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오던 중 오피스텔 CCTV 판독에서 얼굴을 가린 채 정문에 들어서는 동생의 모습을 확인하고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강대원 전 수사과장은 “당시 피의자인 동생이 끝내 범행을 부인했다. 그래서 꺼낸 이야기가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었다. 존속살인사건을 다룬 이 소설 속 형제들에 대해 이야기하자 감명을 받고 결국 범행을 실토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사관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는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받을 수 있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영철 사건을 담당할 때는 끔찍한 경우를 겪었다고 한다. 유영철 사건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의가 ‘사체에 내장이 하나도 없다’고 알려와 그 이유를 파헤쳤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유영철에겐 간질 증상이 약간 있었다. 그가 사체를 토막내면서 그때까지도 팔딱팔딱 뛰는 간을 보고 간이 간질에 좋을 것이라는 이상한 생각을 갖게 됐다. 간질의 간(癎)을 간(肝)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간을 먹기 시작했고, 나중엔 이 간을 먹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그래서 그가 잡히기 직전 범행간격이 더욱 짧아졌다는 것이다.
■강대원 전 수사과장은?1974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졸업. 해병대 헌병대 대위 제대. 80년 5월 경사로 경찰 입문. 99년 경정진급. 2007년 사직. 의정부서 형사반장, 서울 성북서 형사계장, 서울시경 강력계 수사지도관, 남대문 수사과장, 서울시경 기동 수사대장 역임.
이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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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경력의 수사과장 "안양 살해사건 범인, 화성 사건과도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