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포츠는 요지경] 차범근, 하키 선수 될 뻔 했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이 하키 선수가 될 뻔했다는 사실 아십니까. 반대로 두 번씩이나 한국 남자 하키를 세계 4강으로 이끈 ‘하키계의 히딩크’ 조성준 감독은 원래 축구 선수 출신이었습니다.
얼마전 조성준 하키 감독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분이 재미난 말씀을 하시더군요. 본인은 원래 축구 선수 출신이고, 차범근 감독은 하키 선수 출신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얼마 후 차감독을 만날 기회가 생겨 확인을 했습니다.
화성 출신의 차범근 감독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군 대표 달리기 선수로 나설 정도로 재능을 보였지만 정식으로 축구를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어려서부터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었고, 중학교는 축구부가 있는 영도중으로 진학했죠. 그러나 축구와의 소중한 인연은 그리 빨리 닿지 않았죠. 기막히게도 입학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축구부가 없어진 것입니다. 대신 하키부가 생겼죠.
차 감독은 기억을 더듬으며 “1학년 말부터 2학년 1학기까지 한 학기 정도 하키를 했다”며 추억에 잠기더니 “내가 축구도 잘 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빠르고 영리하고 몸을 사리지 않은 차감독이니 어련했겠습니까. 하키부에서도 소중한 존재였지만 소년 차범근은 축구에 대한 애정을 포기할 수 없었고 아버지를 졸라 경신중에서 테스트를 받고 전학을 했습니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부터인 셈이죠. 차범근은 이후 경신고로 진학해 축구를 시작한지 3년만에 청소년 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축구인생을 일찌감치 화려하게 꽃피웠습니다.
그렇다면 조성준 하키감독은 어땠을까요. 조 감독은 충북 오선초등학교에서 축구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축구하는 모습을 본 하키 감독에게 스카우트 당했습니다.
인생이 묘하게 꼬인 거죠. 두 분 모두 종목을 바꿔 자기 분야에서 대가에 올라선 것도 공통점입니다. 만일 두 사람이 종목을 바꾸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재밌습니다. 사람의 운명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 바뀐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성준 하키 감독은 하키를 선택한 것을 혹시나 후회하지는 않을까요. 조감독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그런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도 후회는 없다. 다만 하키를 하는 후배들이 앞으로 좀 더 좋은 여건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키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축구는 대중 스포츠지만 하키는 골프와 버금가는 고급 스포츠다. 고급 스포츠는 대개 개인적인 종목이지만 하키는 단체 운동이기에 규율과 협력을 배울 수 있어 영국 왕실 등 귀족이 즐기는 운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해준 기자 [hjlee@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