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파키스탄 신현석 코치 “찬호와 한판 붙고 싶었는데…”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한 24회 아시아선수권 B조 예선리그에 파키스탄 코치로 참가한 신현석(53·사진) 전 포항제철고 감독은 29일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필리핀과 태국이 12회 0-0 무승부로 끝나자 "파키스탄과 한국과의 경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웃었다.
필리핀이 2승 1무로 한국·대만·일본과의 결선리그 진출을 확정지은 것이다. 낙담한 탓인지 파키스탄은 홍콩에 6-8로 졌다. 1승 2패로 동률이 됐지만 승자승 원칙으로 파키스탄은 최하위인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신 코치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드림팀 I'의 코치로 참가해 박찬호·김동주·조인성 등을 지도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 박찬호 김동주 등이 참가해 파키스탄이 결선리그에 진출했다면 한국-파키스탄 제자들의 흐뭇한 맞대결이 펼쳐질 뻔했다. 그래도 파키스탄은 태국을 꺾는 이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7월 아시아 야구연맹 순회코치로 파키스탄에서 일주일 정도 야구 클리닉을 열었던 신 코치는 파키스탄의 사실상 감독이다. 당시 50여명의 선수를 가르쳤던 신 코치는 파키스탄의 끈질긴 초청과 야구 열정에 감동받아 9월 중순부터 거의 무보수로 두 달간 팀을 훈련시켰다.
신 코치는 "크리켓을 한 선수들은 빨리 야구에 적응하고 파키스탄인들이 신장이 크고 힘이 좋아 야구 선수에 유리하다. 발이 빠른 선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태국전에서 17삼진을 잡으며 완투한 좌완 하피즈 우스만(21)은 변화구도 좋아 1년 더 체계적으로 훈련한다면 한국 프로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칭찬했다.
야구 장비도 제대로 없어 한국야구위원회 등의 도움으로 야구공·포수 장비·방망이 등을 제공했고, 두 달 동안의 짧은 훈련에 비해 이제는 어엿한 팀으로 변신했다. 파키스탄 선수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한국어 단어도 유창하게 말했다.
크리켓과 필드 하키가 인기 스포츠인 파키스탄에 "군인팀, 경찰팀, 전기팀 등 성인 야구팀이 4개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팀은 군인팀(8명)과 경찰팀(7명)이 주축이다. 이어 "1996년부터 성인팀들이 만들어져서 파키스탄 야구 역사는 10년 정도된다. 4팀이 1년에 네 차례 정도 대회를 치른다"고 설명했다.
여자대학생 야구팀도 있어 4개주 대표팀들이 친선 대회도 열린다. 남·여 모두 야구에 대한 열정이 높아져 파키스탄의 야구 저변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타이중=한용섭 기자 [orange@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