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임 출전 선수 중 최고 맏형인 박승칠 선수는 고교 때 큐를 처음 잡았다. 세워치기(맛세)를 하며 한껏 폼을 잡는 학교 선배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주변의 우려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당구의 매력 속으로 미친듯이 빠져들어갔다.
1500점 이상의 4구실력. 젊었을 때는 ‘당구 무림’에서 명성을 떨치던 내로라하는 ‘꼬마’(국내 당구계에서 고수를 지칭하는 말)들과 2~3일간 날밤을 새우며 전설적인 대결도 여러 번 벌였다.
그러나 그에게 당구는 오락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기왕 당구에 건 인생.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그에게 다가온 것이 포켓볼. 1985년부터 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대회 출전을 위해 해외행이 잦아졌고 그에겐 의문이 생겼다. “해외에선 대부분 스누커를 즐기는데 왜 우리만 4구를 칠까” 한국 당구가 세계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유럽식 당구인 스누커가 대중화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박 선수는 이때부터 개척자 역할을 자임하게 된다.
박 선수는 이번 아시안게임엔 잉글리시빌리어드 종목에 출전한다. 스누커의 경우 세계 정상급과는 실력 차이가 많이 나 메달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박 선수의 딸인 은지(18·부천 부영고 3학년)도 아버지의 대를 이어 포켓볼 선수로 활약 중이다.
김천 전국체전엔 부녀가 동반 출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코치 겸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박 선수는 후배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매일 7~8시간의 강훈련을 한다. 당구에서 가장 중요한 하체를 단련하기 위해 매일 인천 수봉산 크로스컨트리를 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당구 아카데미 18층 계단을 오르내린다.
하체가 튼튼해야 안정된 스트로크를 할 수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빼놓지 않는다. 탄탄한 허벅지를 만들기 위해 덤벨 스쿼트를 많이 한다.
상체는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스트레칭 위주로 관리하며 대흉근이나 이두박근 등 상체 근육이 너무 발달하면 스트로크 스피드가 감소할 우려가 있어 상체 웨이트는 하지 않는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수백 번의 기본 타격 연습도 거르지 않고 한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명상과 표적지 훈련도 빼놓지 않는다. 박 선수의 딸인 여고생 은지도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 실미도 해병대 극기 캠프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러나 당구의 경우 가장 효율적인 연습은 역시 실전.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은 종목별로 서울·일산·인천에서 따로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얼마 안 남았지만 해외·국내대회 출전을 계속 하고 있다.
잦은 대회 출전으로 인한 체력소모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팽팽한 긴장감과 경기 감각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박 선수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휩쓸어 당구가 건전한 생활 체육으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