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루수 서용빈(35)과 포수 김정민(36)은 24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팬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유니폼을 반납했다. 홈페이지에 둘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댓글 이어가기를 한 LG 팬들은 이날 이들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포스터로 잠실구장 외벽을 띠모양으로 도배하는 열성을 보였다.
서용빈은 1994년 신인지명에서 꼴찌 바로 앞순위(42번)로 입단했으나 곧바로 주전을 꿰차며 '신바람'을 일으켜 주위를 놀라게했다. 새내기로서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 된 그는 데뷔 첫 해 일약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한창 주가를 드높이다 병역문제로 인해 '질곡의 나날'을 보낸 그는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한 올 시즌을 끝으로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서용빈은 "팬 여러분, 저는 비록 은퇴하지만 마음은 늘 여러분과 같이 있을 것입니다. 더 많은 질책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며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서용빈보다 1년 먼저 프로에 데뷔 해 안방살림을 도운 김정민은 "LG 트윈스 선수로 뛰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납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정삼흠 전 코치는 "현역선수로 경기를 뛰며 은퇴식을 갖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그 동안 훌륭한 선배들이 많았지만 유니폼을 벗은 뒤 간단한 은퇴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후배들이 행운아임을 강조했다.
▲우정과 사랑 새출발하는 둘을 축하하기 위해 여느 최고스타 못지 않게 많은 친구들이 발걸음을 했다. '신바람 야구 삼총사'의 한 축을 맡았던 유지현 2군 코치는 이날 특별히 1군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에 나와 꽃다발을 전달했으며, 또 한명의 주역인 김재현(SK)을 대신해 동명이인인 투수 김재현이 바람을 잡았다. 경기 도중 25분간의 은퇴식에 흔쾌하게 동참한 두산 선수단도 주장 홍성흔이 꽃다발을 전달하는 동료애를 보였다.
이날 시구를 자청한 영화배우 안재욱은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김제동·정태우·이성진 등 연예인 야구단 '재미삼아' 선수단 40명을 박수부대로 동원하는 우정을 과시했다.
서용빈의 부인 유혜정도 5회가 끝나고 열린 은퇴식 내내 울먹이며 촬영 중인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출연자들과 함께 새출발하는 남편을 지켜봤다. 개봉을 앞두고 기자회견까지 연기한 채 참석한 주연 박솔미·성지루·최주봉은 꽃다발을 전달하며 서용빈과 김정민을 격려했다.
▲구장 밖의 뜨거운 관심 서용빈의 은퇴는 방송에서도 큰 관심사였다. 케이블 방송 MBC-ESPN은 이날 예정된 인천경기(SK-삼성) 중계를 취소하고 대신 서용빈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잠실경기를 긴급편성했다. 송진우가 200승을 달성하는 날에도 생중계를 외면했던 것을 떠올리면 파격임에 틀림없다.
방송은 중계 도중 서용빈과 김정민의 활약상을 영상으로 되돌아보고 부인 유혜정을 비롯해 김재현·이덕화·최병서·박솔미 등의 영상 메시지를 띄워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서용빈 프로필 투타=좌투좌타 포지션=1루수 신체조건=183㎝ 84㎏ 생년월일=1971년 1월 2일 출신교=선린상고-단국대 주요기록 및 수상=신인 최초 사이클링 히트(1994년 4월 16일 롯데전·통산 6번째) 20경기 연속 안타(94년 5월 19일~6월 10일) 골든글러브(94년·1루수) 통산성적=827경기 타율 2할9푼(2623타수 760안타) 22홈런 350타점 307득점
잠실=박준철 기자 [pharos@ilgan.co.kr] 사진=이영목 기자 [ymlee@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