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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살인의 추억'→'열두번째 용의자', 다시 추적하는 김상경[종합]
배우 김상경이 다시 추적에 나선다. 영화 '열두번째 용의자'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열두 번째 용의자'는 한 유명 시인의 살인사건을 통해 시대의 비극을 밝히는 심리 추적극. 1953년 한국전쟁 직후, 남산에서 벌어진 한 유명 시인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오리엔타르 다방을 배경으로 시인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과 용의자들의 숨 막히는 심리 대결을 그린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첫 공개된 바 있다. 김상경, 허성태, 박선영, 김동영 등이 출연하고, 고명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상경은 극중 남산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담당 수사관 김기채를 연기한다. '살인의 추억' '살인의뢰' '사라진 밤' 등 수사물 장르에서 활약해온 그가 다시 한 번 장기를 되살린다. 김상경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흥미로운 시나리오에 빠져 출연을 선택하게 됐다고. 이에 대해 그는 "영화 '화양연화'를 좋아한다. 1940~60년대의 감성을 특히 좋아한다. 그간 올백 머리를 시도한 적이 없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올백 머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혼란의 시대였다. 혼란스러운 시대적 배경이 흥미로웠다. 고명성 감독이 내게 '올드한 것이 새로운 것'이라고 하더라. 그 말에 공감했다"면서 "멋과 기교가 많은 영화는 아니지만 시나리오가 재밌다.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작품에서 김상경은 많은 대사량을 소화한다. 그의 비유에 따르면, "대사가 랩 수준으로 많았다"고. 김상경은 "큰 아들은 제가 중얼거리며 연습하는 것을 많이 봐서 괜찮은데, 늦둥이 세 살짜리 아이가 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다"며 "왜 이렇게 대사가 많은지, 출연을 결정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아내가 용기를 줘서 할 수 있는 최면을 걸었다"고 전했다. 김상경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언제나 정의에 가까웠던 그가 악역에 가까운 얼굴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이에 대해 "내 필모그래피 중에 악역은 많지 않다. 항상 착할 역할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다"라면서 "이 역할은 악역이라고 할 수도,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인물은 당시 그런 선택을 했다"며 "지금도 양분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각만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나는 내 역할로 그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이 인물 입장에서는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역할이라 재밌었다"고 밝혔다. '열두 번째 용의자'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선 허성태는 김상경에게 공을 돌렸다. "주연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는 허성태는 "김상경 선배가 중심이다. 다른 배우들을 주연급으로 크레딧에 올려주셨다. 김상경 선배만 믿고 갔다"며 "솔직히 주연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하지 않았다. 감독님과 김상경 선배의 연기를 믿고 임했다"고 이야기했다.수사물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김상경. 최근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밝혀지며 '살인의 추억'과 김상경에게 다시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때문에 '열두 번째 용의자'는 김상경이 또 한 번 수사관으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김상경은 "용의자가 특정되고 봉준호 감독과 연락을 했다. 감독님의 첫 마디가 '끝났다'였다"며 "당시 이 영화의 의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기자에게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응징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공소시효가 끝나서 해결되지 못하는 사건들이 많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살인의 추억'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화성연쇄살인사건도 잊혀질 수 있었다"는 생각을 전했다. '열두 번째 용의자'는 오는 10월 10일 개봉한다.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사진=박세완 기자
2019.09.26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