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27일(현지시각) 스페인 언론 엘 문도와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19부터 영화 '살인의 추억' 모티브가 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검거, 그리고 인간 봉준호에 대한 내용까지 솔직한 생각들을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2019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것을 시작으로, 2020년 2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을 거머쥐며 1년 여의 '기생충' 여정을 마쳤다.
직후 거침없이 확산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영화계는 침체됐고 영화인들은 시름에 잠겼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희망의 끈을 되새기며 "때때로 내가 얼마나 낙관적일 수 있는지 놀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가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것은 과장이다.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다'고. 코로나가 곧 한발 물러설 것이라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2003)에서 소재로 삼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특정됐을 때, 어떤 마음이었냐"는 질문에 "신문에서 그의 얼굴을 접했을 때 너무나도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봉 감독은 "1986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 일대에서 잇달아 발생한 살인사건을 영화로 만들면서 사건과 관련된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정작 가장 묻고 싶은 게 많았던 범인을 인터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실제 성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수줍음이 많고 우유부단하다"고 귀띔한 봉준호 감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가 가진 이런 영구적인 난제가 내 영화 속에도 투영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고 밝혔다.
또 "밤늦은 시간까지 글을 쓰다 보면 등이 아파지는데 그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만 집에서 영화를 보면, 특히 같이 작업한 모든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엔딩크레딧을 볼 때 편안해진다"고 진심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올 한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를 꼽으며 "'자연이 인류에게 복수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꽃이 모든 것을 삼키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두려움에 빠진다"고 토로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