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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흡혈귀 영화 ‘노스페라투’가 잘 안되는 이유 [오동진 영화만사]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유니버설의 작품치고 ‘노스페라투’의 초반 흥행 수치는 다소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 15일 개봉돼 한 주간 전국 1만 6000명에 그치고 있다. 흥행 시그널이 별로다. 영화에 대한 마니아들의 찬사, 평단의 우호적 반응에 비하면 현실과 이상이 다르다는 진부한 명제가 다시 구현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노스페라투’가 인기를 모으지 못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진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위치’ ‘라이트 하우스’ 등을 연출한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이번 리메이크 판을 만들면서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시초격으로 평가받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의 1922년의 동명 원작을 그대로 구현해 냈다. 1920년대 기술력으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장면들, 특히 당시 무성영화를 최첨단 시대에 걸맞게 다시 바꿔냈다. 색채와 음향, 분장(특히 드라큘라의 외모), 의상을 보더라도 100년 전 영화의 현대적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노스페라투’는 오히려 진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클래식의 진정한 복원 같은 영화가 바로 이번 ‘노스페라투’인 셈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 그러니까 그 복고의 분위기가 오히려 흥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무르나우의 1922년작 ‘노스페라투’는 브람 스토커가 1897년에 쓴 ‘드라큘라’를 원작으로 하지만 저작권 분쟁을 의식해서 드라큘라의 이름을 흡혈귀란 뜻의 루마니아어 노스페라투로 바꾼 것이다. 당시 영화는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든 최초의 작품이자 영화 역사상 최초의 흡혈귀 영화였다. 이 ‘노스페라투’ 이후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가 만들어졌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1992년작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나 2020년 영국 넷플릭스가 만든 4시간 반짜리 3부작 ‘드라큘라’처럼 재해석이 뛰어난 작품도 있었지만 B급 호러액션인 경우가 지배적이었다. 휴 잭맨,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의 2004년작 ‘반 헬싱’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번 ‘노스페라투’는 지난 수십년간 원작의 의미를 폄훼하는 아류와 변형, ‘짝퉁’의 작품이 넘쳐났던 만큼 그렇다면 원전을 원전 그대로 구현해 내는 것이 어떠냐는, 순수 고전주의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인 셈이다. 2030의 젊은이들에게는 역설적으로 클래식이 새로운 분위기로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그런 기대와 예측은 적중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코폴라가 만든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가 워낙 뛰어난 작품이었던 탓도 있다. 코폴라의 작품은 드라큘라가 살았다는 트란실바니아의 거대하고 기괴한 성의 이미지, 그 공간을 재현해 내고 1800년대 후반 빅토리아 왕조 시대가 주는 여성 억압의 느낌. 그 정서를 제대로 살려냈다는 점에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브람 스토커의 원작은 1800년대 후반의 여성용 의복인 코르셋이 상징하는 것처럼 당시의 여성들에게 가해진 성적 억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내용이었다. 당시 이 소설을 읽었던 여성 독자들은 자신의 목이나 가슴에 드라큘라의 이빨이 박힌 채 피를 빨리는 상상으로 전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이 원작은 공포의 분위기보다 성의 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전조를 보여 준 작품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떨게 만든 작품이다.드라큘라 영화가 흥행하는 제1 조건은 흡혈귀가 비록 어둡고 흉측한 몰골이라 하더라도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폴라의 영화에서 드라큘라 역의 게리 올드만이 바로 그렇게 보였다. 거대하고 남성적이며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그를 끌어 들이게 만들 만한 대상으로 여겨지게 보인다. 모든 흡혈귀는 저쪽에서 먼저 초대를 해야만(그 유명한 영화 제목 ‘렛 미 인’처럼) 상대를 취할 수가 있다. 여성이 뱀파이어에게 ‘목을 내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끌리는 요소, (엄청나게 교양있는) 말투, 제스처, 시선, 표정 등이 있어야 한다. 이번 ‘노스페라투’에서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흡혈귀를 1922년 무르나우 감독이 형상화 하려 했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되 그걸 매우 현대적으로 재현하려 노력했고, 또 완벽에 가깝게 성공했지만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악마의 매력’을 반감시킨 요소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극중 주인공 올록 백작(빌 스카스가드)은 괴물 그 자체의 모습이다. 무섭다기보다 다소 역겹다. 주인공 여성 엘렌(릴리 로즈 뎁)이 왜 이 악마를 자기 안으로 끌어 들이려 하는지, 그 욕망을 동일화 하기가 힘이 든다. 무엇보다 ‘노스페라투’가 말하려는 악마의 시대성, 정치사회적 시의성이 다소 옅어 보인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순수한 악의 근원을 두고 논쟁하고 즐길 만큼 한가하지가 못하다. 바로 그 점이야 말로 이 영화가 초반 흥행에 고전하는 이유로 보인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5.01.23 06:05
스타

[왓IS] “폭민의 길은 절멸”…허지웅, 서부지법 난동사태에서 떠올린 나치와 괴벨스 [전문]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난동 사태 전반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허지웅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모두가 똑같은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처음에 그것은 범죄였다. 며칠이 더 지나자 흡사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인양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며 “이를 5:5의 비중으로 다루는 게 공정한 자세라는 듯 중계하고 스코어를 기록하는 언론이 늘어난다. 마침내 그것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 정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고 적었다.12.3 비상계엄을 바라보거나 보도하는 시선이 한 달 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에 대한 지적으로,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읽힌다. 이어 한나 아렌트의 저서 중 언급된 ‘폭민’에 대해 언급한 허지웅은 “극좌와 극우 양극단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대다수 중간층은 순간의 감정에 따라 선택한다”며 “폭민들이 뜨겁게 열광하고, 배우들을 섭외해 배치해 둔 연단 위에서 괴벨스가 선동하면, 나치가 보급한 라디오로 연설을 들은 중간층은 어김없이 따라갔다”고 과거 나치의 선동 정치 방법을 현 정치 상황에 빗대어 언급했다. 특히 그는 선동가로 평가받고 있는 괴벨스 관련해 “국민투표와 재선거를 반복해 의회를 장악해 가며 괴벨스는 ‘여론조사라는 건 대상을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수 과표집으로 추정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결과가 나오는 데 대한 비평이다. 또 그는 과거 접한 괴벨스의 총력전 연설에 적힌 덧글 중 ‘대한민국에는 히틀러가 필요하다. 모든 걸 통제하고 하나로 묶을 사람. 지겨운 양당체제를 벗어나고 중국인과 부동산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글을 보고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대인 음모론이 중국인으로 대체되었을 뿐 저 짧은 문장 안에 ‘한방의 해결책’을 갈망하는 폭민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있어 놀랐다”며 “저는 지금 법원의 폭도들이 본래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의 지지자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매료된 건 비상계엄 그 자체”라는 의견을 내고 여당의 행태를 지적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서울구치소에 부속됐다. 하지만 구속영장 발부 이후 일부 과격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난입해 소동를 벌이다 체포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허지웅 글 전문>모두가 똑같은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했습니다. 처음에 그것은 범죄였습니다. 며칠 후 누군가 그것이 정치의 문제라고 속삭였습니다. 며칠이 더 지나자 흡사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인양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5:5의 비중으로 다루는 게 공정한 자세라는 듯 중계하고 스코어를 기록하는 언론이 늘어납니다. 마침내 그것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 정쟁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일찍이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폭민(mob)에 대해 설명한바 있습니다. 그녀에 따르면 폭민은 절망과 증오로 가득찬 잉여 세력입니다. 나치는 그들의 소외감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불행은 유대인을 중심으로 하는 음모론적 세계관 때문이며, 우리에게는 이를 분쇄하기 위한 해결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열광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하나의 강력한 이데올로기 아래 행동하고 싶어하고 소모품이 되고 싶어하며 영광스러운 희생을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이들은 돌격대(SA)에 자원했습니다. 그리고 약탈과 폭행, 살인과 방화를 통해 사회 전체를 겁박했습니다.(실각한 마오쩌둥이 어린 홍위병을 선동해 권력을 다시 잡은 방식도 똑같았습니다. 훗날 이미 권력을 잡아 쓸모가 다했을 때 돌격대와 홍위병은 숙청되었습니다)극좌와 극우 양극단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입장을 바꾸지 않습니다. 대다수 중간층은 순간의 감정에 따라 선택합니다. 폭민들이 뜨겁게 열광하고, 배우들을 섭외해 배치해둔 연단 위에서 괴벨스가 선동하면, 나치가 보급한 라디오로 연설을 들은 중간층은 어김없이 따라갔습니다. 국민투표와 재선거를 반복해 의회를 장악해가며 괴벨스는 "여론조사라는 건 대상을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작년 여름의 일입니다. 괴벨스의 총력전 연설을 컬러로 복원한 게 있어 찾아보았습니다. 거기서 이런 덧글을 발견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히틀러가 필요하다. 모든 걸 통제하고 하나로 묶을 사람. 지겨운 양당체제를 벗어나고 중국인과 부동산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유대인 음모론이 중국인으로 대체되었을 뿐 저 짧은 문장 안에 '한방의 해결책'을 갈망하는 폭민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있어 놀랐습니다. 저는 지금 법원의 폭도들이 본래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의 지지자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매료된 건 비상계엄 그 자체입니다. 헌법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불법 비상계엄입니다. 폭민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메시아의 해결책입니다.그런 맥락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여당의 극우화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국가의 존망을 걸고 폭민의 당이 되길 자처했습니다. 당장은 쉬운 길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건 길이 아닙니다. 절멸입니다.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1.20 13:29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개는 혀?”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였습니다. 저를 비롯해 친구들은 심심했습니다. 당시 우리 젊은이들은 가난하여 관광지로 돌아다닐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친구 중에 광주 출신이 있었는데, 그 친구의 친척이 전남 신안에서 김 양식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겨울이면 일손이 많이 달린다고 했습니다. 교통비만 어떻게 마련하면 거기서 일을 도우면서 먹고 자고 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서울에서 신안 김 양식장까지 먼먼 길이었습니다. 광주까지 기차로 가서 광주 친구의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고, 다음날 신안까지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캄캄한 밤에 김 양식을 하는 마을에 도착하였는데, 그때 광주 친구가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김 양식은 도박이래. 김이 잘되면 큰돈을 벌고 안 되면 폭삭 망하고. 동네는 허름해 보여도 부자가 많아.”그 당시에 김은 상당히 비쌌습니다. 설날에 김 한 톳이 선물로 들어오면 어머니는 “아이고, 이 귀한 것을 보내시고”를 열 번은 반복했습니다. 밥상에는 1인당 1장의 김이 놓였는데 가위로 버스 승차권만하게 잘라서 아껴 아껴 먹었습니다.겨울 김 양식장은 일이 많았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배를 타고 김을 거두러 나갔습니다. 돌아와 아침 먹고 김발을 볏단 벽에 붙이고, 마르면 이를 거두었습니다. 해가 지면 저녁 먹고 김발에서 김을 떼어내어 100장씩 묶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하는 일이라 모든 게 신비로웠습니다.아침이었는지 저녁이었는지 기억이 흐릿합니다. 밖은 어두웠고 친구들은 밥상에 빙 둘러앉았습니다. 방문을 열어 몸을 반쯤 들인 친구 친척 어른이 막 숟가락을 든 우리에게 이 한마디를 툭 던졌습니다.“개는 혀?” 이게 무슨 말인지 다들 알아듣지를 못했습니다. 광주 친구가 ‘번역’을 해주었습니다. “개고기 먹냐고.”친구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개고기를 먹는다고?’ 밥상에서 고기가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음식은 된장국밖에 없었습니다. 숟가락으로 뒤적이니 바닥에 고기토막이 보였습니다. 제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겨울 된장국에 들어간 그 개고기가 아니라, 개고기는 “먹는다” 대신에 “한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이었습니다.고등학교 졸업을 할 무렵에 어른들이 가끔 제게 했던 말 중에 “술은 혀?”가 있었습니다. “술을 마실 줄 아느냐”는 뜻이었습니다. “담배는 혀?”도 있었습니다. “담배를 피울 줄 아느냐”라는 뜻이었습니다. 여성에게는 이러지 않았습니다. 성인 남성끼리 뭔가 은밀하게 일을 벌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표현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군대를 갔다 오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는 수시로 “개는 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특히 직장 상사가 동료들끼리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때 곁에 슬며시 다가와서 제3자에게 들릴 듯 말 듯 “개는 혀?” 하고 물었습니다. 이 연대에 여성을 제외돼 있었습니다.그동안에 세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개고기 먹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더 이상 “개는 혀?” 하고 묻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또 “술은 혀?”, “담배는 혀?”도 잘 듣지 않게 됐습니다. 예전보다 술을 덜 마시고 담배를 덜 피우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남성끼리 은밀하게 ‘헤쳐 먹을’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벗어났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대학 1학년 때에 신안 여행을 함께 간 친구들은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우리 과에 여성은 달랑 1명밖에 없었습니다. 여성이 대학에 가고 사회 생활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그 시대에는 동료끼리 연대를 강화하는 일이란 곧 남성끼리 연대를 강화하는 일이었습니다. 그게 옳다 그르다는 것을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그때는 그랬다는 겁니다.김 양식장을 하는 어른의 눈에는 겨울방학에 먼먼 남녘 바닷가 마을에까지 와서 일을 돕고 있는 대학 1학년생들이 대견해 보였을 것입니다. 그 겨울에 개고기를 내면서 “개는 혀?” 하고 물은 것은 아직 어린 우리에게 어른 대접을 해주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하고. 이제야 그때의 일을 꺼내어서 우리 사는 세상이 얼마나 크게 변했는지 새삼 더듬어봅니다. 2025.01.16 07:00
스타

진영, 차기작 영화 ‘1977년, 그 해 그 사진’ 크랭크업

배우 진영이 출연한 대만 오리지널 영화 ‘1977년, 그 해 그 사진’(탕성융∙정내방 연출/GrX 스튜디오 제작)이 크랭크업 했다.‘1977년, 그 해 그 사진’은 1977년 대만 중리를 배경으로 사진사 셴잉(이목)과 한국에서 온 태권도 코치 김호희(진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혼란과 희망이 공존하던 시대, 세 명의 젊은이들이 각자의 카메라 셔터와 땀으로 자신들의 꿈을 펼쳐내는 로맨스 시대극이다.진영이 연기할 ‘김호희’는 한국에서의 아픔을 딛고 대만으로 떠나는 다부지고 성숙한 캐릭터다. 70년대 느낌을 물씬 풍기는 스틸 속에는 진영이 여태 보여준 적 없는 감성이 담겨있어 궁금증을 더욱 높였다.두 달 간 대만에 체류하면서 태권도와 중국어 연습을 병행하며 대만 전역에서 촬영을 이어온 진영은 “송백위가 중국어를 많이 가르쳐줬다”며 “사전 대본 리딩을 정말 많이 했다. 언어는 다르지만 마음은 통했다”며 촬영 당시의 팀워크를 강조했다.상대 여자 배우로는 넷플릭스 드라마 ‘희생자 게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여름날의 레몬그라스’로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까지 사로잡은 라이징 스타 이목이 합류했다. 대만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진영과 이목의 연기 호흡을 확인한 현지 언론에서는 둘의 케미에 ‘2025년 가장 기대되는 감성적인 로맨스 영화’라고 보도하기도 했다.특히 정내방 감독은 “진영과 이목이 사진관 앞에서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을 촬영한 후 탕성윤 감독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며 기대감을 표했다.1월 촬영을 마치고 귀국한 진영은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만 활동에 시동을 건다. 그는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현지 매거진, 팬미팅, 음반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한편 ‘1977년, 그 해 그 사진’은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1.07 08:49
뮤직

랄랄, B급 노래는 최고... 이명화 ‘진짜배기’ 이게 되네 [줌인]

유튜버 랄랄이 부캐릭터 ‘이명화’로 가요계를 접수했다.지난달 26일 발매된 ‘진짜배기’는 랄랄의 유튜브 채널에서 큰 인기를 얻은 부캐릭터 ‘이명화’를 모티브로 해 만든 트롯이다. 발매 직후 멜론 트롯 차트에 진입하더니, 25일 기준 3위를 기록했다. 1, 2위가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와 ‘보금자리’고 그 다음이 바로 이명화의 ‘진짜배기’다. ‘진짜배기’는 그간 랄랄의 노래 작사·작곡을 담당해 오던 EDM 뮤지션 준코코가 아닌, 작곡가 장공장장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장공장장과 랄랄은 지인 사이로, 장공장장이 랄랄에게 잘 어울리겠다며 준 노래가 ‘진짜배기’다. 때마침 이명화로 트롯을 만들 생각이었던 랄랄에게 ‘진짜배기’는 큰 기회였다. 수많은 수상 경력을 보유한 작곡가 그룹 알고보니 혼수상태가 편곡을 맡아 노래 퀄리티를 높였다. ‘궁딩이가 으쯘다고 모라하나요 / 뱃살이 으쯘다고 모라하나요 / 내 살이에요 내꺼예요 진짜 진짜예요… 월세를 못받아도 따수운 마음/관리가 힘들어도 정있는 여자/ 월세내세요 찾아갑니다 진짜 502호’ 다소 난해한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명화 캐릭터에 관한 공부가 필요하다. 이명화는 랄랄이 만든 부캐릭터로, 월세가 밀리는 것에 굉장히 예민하며 목소리가 매우 큰 60대 건물주 부녀회장이다. 한껏 성나있는 갈매기 눈썹과 아이라인 문신 자국으로 파래진 눈 주변, 손목에 찬 금팔찌와 호피 무늬 옷 등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명화의 ‘진짜배기’ 데뷔 무대는 지난 15일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이었다. 그는 분홍색 프릴이 풍성하게 달린 원피스를 입고 신입답지 않은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은 물론 조회수 140만 회를 훌쩍 넘긴 상태다. 댓글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누리꾼들은 “아이고 명화야. 왜 젊은이들 노는 데 가서 그러고 있냐”, “이명화. 네가 있어야 할 곳은 ‘가요무대’와 ‘아침마당’인거슬” “맹화야 국민학교 때부터 가수 되고 싶다고 난리치더만 성공혀따” 등 이명화 말투와 어체를 따라 한 재치 있는 댓글을 남겼다.굿즈 사업도 성공적이다. 최근 랄랄은 더현대 서울과 부산 커넥트 현대에서 이명화 팝업스토어를 개최했으며, 온라인 판매로만 수수료를 제외하고 약 2000만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랄랄은 온라인 굿즈 수익을 한부모 가정에 후원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랄랄은 이명화 캐릭터 인기가 커지면서 무대를 보다 넓혀갈 계획이다. 현재 랄랄은 대학교 축제나 각종 행사 등 섭외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다. 랄랄이 가수에 도전한 건 2020년 ‘랄토바이’가 시작이다. 이후 ‘랄랄송’ ‘가자가자가자구’ ‘마트리카리아’ ‘스퀘어 아이즈’ ‘그러세요 그럼’ ‘진짜배기’까지 꾸준히 음원을 발매해 왔다. 이 중 ‘스퀘어 아이즈’, ‘그러세요 그럼’은 ‘진짜배기’처럼 자신의 부캐릭터를 모티브로 해 만든 노래다.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보인 건 ‘진짜배기’가 사실상 처음이며 이외 음원들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숏폼에서 자주 사용됐다. 특히 해외에서까지 기싸움 콘텐츠로 화제가 된 ‘스퀘어 아이즈’는 이효리, 엄정화 등 유명 연예인도 챌린지에 참여했다. 랄랄은 지난 14일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해당 곡으로 “신차가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음원 이익을 얻었다”며 “재미로 낸 건데 들어온 금액을 보고 놀랐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12.27 06:05
뮤직

이승환 구미 콘서트 취소에 뿔난 음악인들 “문화예술 검열 암흑기 상징 사례로 남을 것” 긴급성명 [공식]

가수, 연주자 프로듀서, 평론가 등 다양한 음악인 2645명이 참여한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이 가수 이승환의 구미 콘서트를 일방 취소한 구미시를 강력 비판했다.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24일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예술가의 문화예술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이라며 “그럼에도 구미시가 ‘안전’을 이유로 이승환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음악가들은 큰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미시가 제시한 '안전상의 우려'는 행정이 해결해야 할 갈등을 회피하고, 공연 취소라는 손쉬운 선택으로 책임을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한때 구미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었고, 첨단기술의 메카였으며, 젊은이들의 꿈이 영글어가는 도시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구미시는 문화예술의 자유를 억압하고,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도시가 됐다”고 덧붙였다.특히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시민의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예술 행위 자체는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라며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구미시는 주최 측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반대 의견을 이유로 공연을 취소함으로써 행정이 특정 집단의 항의에 굴복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면서 “또한 예술인의 개인적 견해를 이유로 예술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문화예술계 전반에 검열과 통제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이어 “이미 계약이 체결되고 티켓 예매가 완료된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행정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 결과, 이번 공연을 기다려 온 팬들의 마음에도 큰 실망과 상처를 줬다”고 했다.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그러면서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부끄러운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며, 문화예술 검열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 사태가 한국 문화예술계에 드리운 검열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특히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구미시가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아울러 김장호 구미시장은 예술인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 당연히 구미시는 문화예술 행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고 예술 검열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끝으로 이들은 “예술은 시민의 권리이며, 행정은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시민의 문화향유권과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오늘 음악인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노래를 막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승환은 당초 오는 25일 구미에서 35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구미시가 시민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며 취소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역 보수단체 회원들이 구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승환의 공연 취소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과 관련해 “관객과 보수 우익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 안전상 이유”라고 밝혔으나 이승환은 구미시가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약서에 사인을 강요했다며 “표현의 자유 문제”라고 강력 비판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12.24 09:26
드라마

“시니어 사랑=음습?”…‘실버벨이 울리면’ 데이팅 앱→원나잇 ‘황혼 로맨스’

황혼 청춘 로맨스 ‘실버벨이 울리면’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연출자 최병길 감독과 극본을 맡은 ‘흥행보증수표’ 홍윤정 작가가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대방출했다. 지난 18일 첫 공개된 스튜디오X+U ‘실버벨이 울리면’은 욕망과 현실이 뒤엉킨 삶에서 피어난 새로운 사랑을 깨닫는 황혼 청춘 로맨스다. 그간 방송에서는 주인공 박금연(송옥숙)이 우연히 혼자 떠난 여행에서 용기를 내 써본 ‘데이팅앱’으로 운명의 남자 성낙원(박상원)을 만나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가 그려졌다.또 금연의 언니 박수향(예수정)은 초기 중증 인지기능 장애로 스스로를 ‘20대 청년’이라고 믿게 된 남편 오석조(안석환) 때문에 졸지에 ‘하숙집 아주머니’가 돼버린 사연이 공개됐다.심은경·나문희 주연으로 8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로 마음속 숨어있던 청춘을 일깨우며 시니어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홍윤정 작가는 ‘실버벨이 울리면’에 대해 “시니어를 ‘에로스’적인 사랑의 주체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이어 “스스로에 대한 도전 같은 의미로 작품을 써나갔다”며 황혼의 사랑을 생각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화두’를 던지겠다고 예고했다. 농밀한 러브라인으로 화제가 된 금연과 낙원의 키스신을 놓고 최병길 감독은 “어른들의 키스가 자칫 보기 부담스럽지 않을까 우려했다”면서도 “오히려 청춘의 키스처럼 설레고 두근거리고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나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한편 ‘실버벨이 울리면’은 오는 21일 마지막회를 공개하며 U+tv와 U+모바일tv에서 시청할 수 있다.다음은 최병길 감독(이하 최)과 홍윤정 작가(이하 홍)와의 일문일답이다. Q1.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드라마 ‘실버벨이 울리면’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홍: 거의 평생을 ‘홀어미’로 살아오신 어머니를 보며 구상하고 집필한 ‘수상한 그녀’ 이후, 농반진반 ‘나는 노인 전문 작가’라 말하고 다녔다. 어머니에 대한 부채감이나 사랑이 확장되어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니어의 사랑과 성(性)’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의뢰받고서야 한 번도 시니어를 에로스적인 사랑의 주체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스스로 시니어의 사랑에 대한 금기나 장벽이 많았더라. 그러다 ‘왜?’라는 의문이 생겼다. ‘수상한 그녀’의 주인공 오말순이 사랑받기 위해 왜 젊은 오두리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걸까. 그냥 늙고 쇠한 오말순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없는 걸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저 스스로에 대한 도전 같은 의미로 작품을 써나갔다.Q2. 제목에 담긴 의미가 있다면?최: ‘실버벨’은 극중 시니어 데이팅앱의 이름이자 동시에 인생의 2막에서 울리는 사랑의 종소리를 의미한다. 우리 작품은 그 종소리에 응답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Q3. 시니어 ‘믿보배’들이 다 모였다. 캐스팅 일화가 있다면?홍: 이 작품처럼, 마음속에 두고 있던 분들이 그대로 캐스팅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제작진의 큰 노고에 감사드린다. 첫 리딩 때 배우분들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아버지, 시어머니, 회사 대표로 출연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이 드라마에서 내가 직접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씀이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고들 말하지만, 막상 이에 따른 드라마 소재나 주제의 발굴엔 안이했음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Q4. 중장년층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여겨지던 원나잇, 데이팅앱 등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시니어의 어떤 점 또는 어떤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나? 최: 우리 부모님 세대의 사랑을 금기시하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통념을 어느 정도 부수고 싶었다. 데이팅 앱이나 원나잇이라는 소재를 통해 시니어들의 사랑도 청춘의 그것만큼 적극적이고 열정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홍: 젊은이들의 로맨스를 다룬 콘텐츠에서 이제는 특별한 화젯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인 소재가 된 원나잇이나 데이팅앱이 시니어에 접목되는 순간, 흠칫 놀랄 서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흠칫 놀란다는 표현을 쓴 것은 일단 원나잇이나 데이팅앱이 시니어의 것이 아니라고 보는 일반적 시선을 시니어들 스스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들의 사랑엔 으레 등산동호회, 춤바람 같은 어딘지 숨겨진 우스꽝스럽고 음습한 모임 혹은 장소가 나오며 사랑을 일탈에 가깝게만 묘사한다. 어딘가 불공평하다고 느껴진다. ‘실버벨이 울리면’에서 인연이 시작되는 원나잇이나 데이팅앱이란 소재는 드라마 속 사랑이 나이와는 상관없이 그저 사랑 그 자체로 보여지길 원하는 제 마음의 표현이다.Q5. 가장 공들여 집필(촬영)한 장면이나 베스트 대사, 장면이 있다면?최: 금연과 낙원의 첫키스 장면이었다. 어른들의 키스가 자칫 보기 부담스럽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고 실제 배우분들이 연기하는 것도 껄끄러워하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촬영이 들어가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키스는 오히려 청춘의 키스처럼 설레고 두근거렸고 두 분도 노련함을 통해 어색함을 떨치고 열연해 주셨다. 이후 나오는 애정신들도 보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 사랑스러운 신들로 묘사됐다.홍: 금연과 낙원의 로맨스가 표면에 일어나는 파도라면, 수향과 석조의 사랑은 바다 심연에서 일어나는 파동에 가깝다. 잘 보이지 않지만, 배를 뒤집는 소용돌이...그것이 두 사람이 쌓아온 사랑과 아픔의 역사라 생각한다. 수향과 석조만큼은 아니지만 저 역시 30년 넘는 결혼생활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사랑이 깊어질수록, 아이들이 생기고 가족이 늘어날수록, 세상에 불쌍하게 보이는 게 많아지고 마음 아픈 일이 많아졌다. 썩어 들어가던 속은 어느 순간 발효하면서 아픔과 행복은 하나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수향이 금연에게 하는 “네가 그랬지. 사랑하니까 전에 없던 걱정에 불안에...약점이 많아지고 아파진다고. 사랑하면 아파. 징하게 아프지. 하지만 그렇게 아파야 사람이 돼. 약점이 많은 게 진짜 사람이야”란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 저의 고백이기도 하다.Q6.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재밌거나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홍: 금연&낙원 커플의 첫 키스 장면에서 손끝이나 시선 하나까지 수없이 리허설로 맞추신 박상원 선배님 덕분에 막상 촬영할 때 마음이 너무 편했노라는 송옥숙 선배님의 말씀이 있었다. 정말 자신의 분야에서 오래도록 현역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실력은 기본이고 태도와 인성까지 귀감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새삼 배워간 값진 현장이었다.Q7. ‘실버벨이 울리면’을 꼭 봐야만 하는 이유는?최: 우리 작품은 시니어의 사랑을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초기 중증 인지기능 장애라는 무거운 주제와 데이팅앱이란 가벼운 소재를 절묘하게 버무려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만들어냈다고 자부한다. 이 드라마는 부모님 세대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나이가 들어도 설렘은 계속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홍: 단 한 장면도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라 자부한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20 21:30
영화

‘언니 유정’ 기성 세대의 완벽한 부재 [오동진 영화만사]

영화 ‘언니 유정’에서 이야기의 연결 고리는 신생아, 즉 영아이다. 주인공 유정(박예영)은 3개월째 생리를 하지 않는다. 임신일 리 없다는 걸 스스로는 너무도 잘 알지만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는 동료 간호사로부터 이번 임신 차례는 자신이라며 비난 아닌 비난과 오해를 받는다. 유정이 맡은 환자는 임산부다. 이 임산부는 임신중독증을 앓고 있고 그는 늘 유정에게 자신이 낳을 아기의 상태를 걱정한다. 그런 유정의 동생 기정(이하은)이 어느 날 학교에서 아이를 낳고 화장실에 유기했다는 혐의를 받는 영아 살해범으로 체포되는 일이 발생한다. ‘언니 유정’ 이야기는 이렇게, 영아로 연결된다.‘언니 유정’은 이상한 미스터리다. 동생 기정이는 정말 아이를 화장실에서 낳았는가, 누구의 아이를 낳았는가, 왜 아이를 낳아서 버렸는가,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언니 유정은 어떻게 동생의 임신 사실을 몰랐는가, 기정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왜 경찰서에서 모든 사실을 시인하고 순순히 법의 심판을 받으려고 하는가. 언니 유정은 동생 기정에 대해서 대체 아는 것이 무엇인가, 언니는 동생에 대해 다 알아야 하는가, 사람들은 사람들에 대해 다 아는가,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언니 유정’이 궁극으로 질문하는 지점은 보통의 미스터리 영화와는 다른 궤도에 서 있다.유정과 기정 자매는 나이 차이가 8살이다. 유정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는 기정이를 낳다가 죽었다. 둘은 고모 손에서 키워졌으며 성장한 후에는 유정이 기정을 돌봤다. 유정의 근무는 보통 야간이어서 둘은 집에서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 유정이 기정의 여러 상황을 ‘캐치’하지 못한 이유는 거기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상은 엉뚱한 곳에서 밝혀진다. 기정에게는 친했던 친구 희진(김이경)이 있었으며 유정은 그 둘의 관계에 모종의 비밀이 있음을 서서히 느끼게 된다.‘언니 유정’의 특징은 기성 세대가 완벽하게 부재하다는 것이다. 유정 기정 자매에게는 부모가 없다. 영화에는 부모 세대가 등장하지 않으며 기성의 존재는 (학교나 경찰)같은 위압적이거나 기계적인 시스템만으로 드러난다. 영화 속 인물들, 젊은이들은 철저하게 버려진 세대처럼 그려진다. 그들은 고립돼 있고 사회 밖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며, 그래서인지 그들끼리도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미래 세대는 고립된 섬으로서 각자가 각자의 바다를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니 유정’은 철저하게 부유하고 방황하는 세대의 이야기로 점철된다. 영화가 시종일관 우울하고 불쌍하며 처절한 느낌으로 이어지는 건 그때문이다.중요한 것은 영화 속 사건이 해결되는 단초가 유정이 돌보는 임신중독증 환자의 상태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영아 살해의 법적 시비는, 영아가 낳아서 죽었느냐 아니면 죽은 상태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영화는 이 아이를 과연 누가 낳았느냐, 그러니까 유정의 동생 기정인가, 아니면 기정의 친구 희진인가를 의도적으로 다소 모호하게 처리한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아주 분명하게 그게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두 아이 중 누군가가 아이를 화장실에서 낳는 장면 ’따위’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건 아이를 낳는 주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어떻게 처리했고, 왜 이런 일이 있었으며, 이런 일을 우리사회는 어떻게 대하고 있고, 그런 잘잘못을 넘어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는 점이다.유정이 깨닫는 것은 자신이 기정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인생의 잘잘못, 사회적 과오란, 그 원인을 알지 못하면 고쳐지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고쳐진다 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언니 유정’은 웰메이드 독립영화다. 전체 분량 중 후반 1/3은 서사 구조를 다소 듬성듬성, 점프 컷으로 이어가느라 친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그점이 오히려 영화 전체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감독 정재일은 잠재력이 있는 연출 실력을 보여 준다. 박예영 이하은 김이경 등 성장 가능한 배우들의 면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 배우 모두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기자들이다. 요즘은 영화에서 드라마로 가는 게 아니라 드라마에서 영화로 온다. TV드라마와 저예산독립영화가 만나는 방식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언니 유정’은 그 점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12.19 06:05
영화

미세스 그린 애플 “우리가 우리인 채 국경 넘어 닿기를” [IS인터뷰]

“국경을 넘어 세계에 닿고 있는 점이 감사하고 놀라울 따름이죠.”(후지사와 료카)한국을 찾은 일본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 세 멤버는 국내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두고 감사를 표했다.제65회 일본 레코드 대상 수상에 이어 빌보드 재팬 2024 연간 아티스트 1위를 차지한 일본 3인조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오모리 모토키, 와카이 히로토, 후지사와 료카)이 지난 13일 첫 내한 행사를 가졌다. 최근 일본 가수들이 속속 내한 콘서트를 통해 한국 팬과 만난 것과 달리 공연 실황 영화 ‘미세스 그린 애플 // 더 화이트 라운지 인 시네마’ 개봉에 맞춰 영화관을 먼저 찾았다. 해외 가수가 GV(관객과의 대화)와 무대인사를 가진 건 이례적 행보다. 관객과의 대화 행사 후 일간스포츠와 만난 멤버 오모리 모토키는 “연기와 콘서트를 접목한 그룹은 일본에서 그간 없었기에 해보면 어떨까 하는 흥미와 관심에서 출발했다”며 “세트 리스트도 보는 이가 어떤 감정을 갖게 될지를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이번 실황 영화를 소개했다.지난 11일부터 국내 상영 중인 ‘미세스 그린 애플 // 더 화이트 라운지 인 시네마’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된 동명의 라이브 투어를 담았다. 일본에서 지난 9월 개봉했으며 누적 관객 53만 명을 기록해 현지 공연 실황 영화 수입 1위에 등극했다. 콘서트 영상에 제작기 다큐멘터리나 인터뷰를 실은 일반적 형식이 아닌 ‘음악극’을 채택한 것이 차별점이다.이는 이들이 추구하는 팬과의 소통 방식과 상통한다. 기획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오모리 모토키는 “콘서트를 여러 번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장면의 연결, 한 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 팬들만 좀 알 수 있는 요소들을 더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극중 무대인 백색 공간 ‘화이트 라운지’에 직접적인 설명은 덜어내 평행세계나 사후 등 저마다 관객의 해석 거리를 낳는 식이다. “청춘은 젊은이, 학생에게만 쓰는 말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몇 살이 되든 뭔가에 한창 열중해 있고 몰두해 있다면 그게 청춘이 아닌가 싶어요.”(와카이 히로토)미세스 그린 애플은 국내에선 ‘청춘과 여름’을 노래하는 밴드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 2013년 결성해 2015년 미니앨범 ‘버라이어티’(Variety)로 데뷔한 그들은 10주년을 앞두고도 풋풋하고 솔직하게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한다. ‘아오 토 나쓰’(Ao To Natsu), ‘댄스 홀’(Dance Hall), ‘케세라세라’(Que Sera Sera)가 대표적이다.전곡 작사 작곡을 한 오모리 모토키는 “청춘을 보통 부러워하거나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나’인 것 같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하는 것을 ‘청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영화는 고독과 내면의 깊은 감정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으로 이들의 폭넓은 음악 세계를 펼쳐 보였다. 세 멤버는 이날 처음으로 영화관을 가득 채운 한국 팬들과 교감했다. 국경을 넘은 인기 비결에 대해 후지사와 료카는 “미세스 그린 애플은 밴드지만, ‘밴드는 이래야 한다’는 룰에 얽매여 있지 않아서인 것 같다. 순수하게 감정에 충실하면서 여러 음악 장르를 시도하며 접하는 것도 이유인 것 같다”고 답했다.함성에 화답해 질문마다 유창한 한국어로 소통한 와카이 히로토는 한국 음악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K팝은 세계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도입하는 속도감이 빠른 것 같아요. 매번 놀랍고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짧은 내한을 마친 미세스 그린 애플은 내년 2월 15일과 16일 첫 단독 내한 콘서트 ‘MGA 라이브 in 서울, 코리아 2025’로 돌아올 예정이다. 멤버들은 “우리들은 이런 사람들이라고 전달할 수 있는 ‘명함’ 같은 곡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우리가 무언가 바뀌기 위해 해외에 가려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우리인 채 더욱 많은 분들에게 닿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분들을 만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오모리 모토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2.18 06:05
연예일반

킹받는데 웃기니?... 그럼 작전 성공 ‘예예’ [김지혜의 ★튜브]

유튜브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뭘 봐야 할지 모를 때 다들 있죠? ‘김지혜의 ★튜브’가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선별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킹받다’. ‘열 받다’를 강조하기 위해 ‘킹’을 접두어처럼 사용한 신조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킹받다’가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묘하게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을 때 ‘아 킹받네’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 현실고증 100%를 자랑하는 ‘킹받는’ 남자가 있다. ‘예예’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영상을 보다 보면 ‘도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하고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예예’(본명 정예현)는 대한민국 틱톡커 겸 유튜버다. 최근 올라온 영상들은 이렇다. ‘본인은 유머러스하다 생각하는 손님’ ‘중립 지키는 친구’ ‘남자들이 과장하면서 썰 풀 때’ ‘나보다 예쁜 알바생이 들어왔을 때’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놓았다. 쇼츠 평균 영상 길이는 1분. 여성, 남성, 교수, 어린이, 노인까지 성별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1인 다역을 하며, 중간중간 내레이션도 삽입한다. 영상 인트로마다 나오는 ‘예예’는 트레이드 마크다. 다만, 처음 예예를 접한 사람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예민한 소재도 과감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여성 인플루언서’ ‘어플로 만난 남자와 첫 데이트’가 대표적이다.그러나 대부분 누리꾼은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채널이 커지기 시작하면 예민한 소재는 잘 다루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예는 이를 정면돌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미까지 있으니 채널은 날이 갈수록 몸집이 커지고 있다. 8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36.2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16.2만 명이다. 예예는 미국 하이틴 영화 속 클리셰를 재현한 콘텐츠로 이름을 알렸다. 조회수 412만 회를 기록한 ‘미국 음악 영화 특징’이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보면 예예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악보대로 연주하는 학생에게 저명한 빅딕 교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연주를 중단시킨다. “악보대로 쳤잖아요!” 학생의 반발에 빅딕 교수는 대답한다. “네가 음표를 연주하지 말고, 음표가 널 연주하게끔 만들어.” 어디선가 본 듯한 말투와 분위기. 이처럼 예예는 허를 찌를 클리셰 재현으로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안긴다. 이외에도 ‘영화 해커 특징’ (조회수 504만 회), ‘영화 속 천재 특징’(조회수 359만 회). ‘작전 영화 속 은퇴 멤버 특징’(272만 회) 등 미국뿐 아니라 한국 영화 시리즈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콘텐츠에 진심인 예예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2023년 10월 27일에 올린 ‘영화 속 노래 실력 들킬 때 특징’에서 즉흥으로 부른 노래 ‘사랑의 반댓말은 랑사’가 반응이 좋자 실제 음원으로 발매했다. 사실 예예는 ‘음악’과 인연이 깊다. 유튜버가 되기 전 래퍼로 활동한 바 있다. 활동명은 본명인 예현이다.‘커리보이’ ‘ㄷ’ ‘23’ ‘참치캔’ ‘FLWRS’ 등이 그가 발매한 노래들이다. 귀에 쏙쏙 박히는 래핑이 특징.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들도 ‘예예’ 유튜브 채널이 사랑받으며 다시 회자되고 있다.앞으로도 예예는 ‘킹받는’ 콘텐츠들로 팬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그는 일간스포츠에 “타고난 선천적인 귀여움이라는 게 있다. 귀여운 척을 하는 게 아니라 노력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귀여운 능력”이라며 본인의 매력을 언급했다.예예는 “우리 어머니도 ‘선천적 귀여움’을 소유하고 계셨고, 그걸 저에게 물려주셨다. 제가 집에서 막내인 영향도 있겠다. 특히 옛날부터 누가 날 미워해도 잘 넘어가는 법을 터득했는데, 이 노하우가 지금의 ‘예예’를 만들었다”고 말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12.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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