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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유희열, '스케치북' 위기 속에서도 버틴 10주년 [종합]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심야 장수 음악 예능으로 10년을 지켰다. 저조한 시청률, 제작비 부족 등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비결 중심엔 유희열이 있었다.유희열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내가 그동안 26명 정도의 PD를 만났다. 10주년에 좋은 자리를 가질 수 있어 제작진 여러분들에 감사하다"면서 "1회 녹화 끝나고 대기실에서 소규모 기자간담회를 가졌던 날이 떠오른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맡게 되어 영광이라고 했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10년이 흘렀다. 이 자리가 어색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뗐다.'유희열의 스케치북'은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로 이어지는 KBS 음악 토크쇼로 현재 지상파 유일한 심야 음악 방송이다. 지금까지 950여 팀이 다녀갔으며 뮤지션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통로이자, 시청자에게는 다양한 장르를 접할 기회를 마련해왔다. 존폐 논란 속에서도 10주년을 함께 하게 된 박지영PD는 "유희열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는 것이 크다. 뮤지션을 진정으로 아끼고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유희열은 재미있게 객석을 이끄는 것은 물론이고 뮤지션과 같이 성장해나가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준다. 그 점에 담당PD로서 100% 만족한다"면서 "대중음악에 긍정적 영향을 계속 주는 프로그램으로 남길 바란다"고 했다.조준희PD는 "많은 예능PD들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연출하고 싶어하는데 내가 운좋게 맡게 됐다. 10주년 시기가 겹쳐 기쁘다. 음악으로 알게된 토이와 함께 일하는 것도 기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장수 프로그램으로 남아주길"이라면서 "'열린음악회' '전국노래자랑'처럼 이어갔으면 하는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웃었다.유희열은 '스케치북' 장수 비결이 바로 KBS 음악 토크쇼의 명맥을 잇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솔직히 제작비나 경쟁력 문제로 위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KBS 많은 감독님들이 지켜야 한다고 편을 들어줘서 살아남았다. 수익이 높은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연결고리를 끊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돈이 안 되더라도, 비지니스가 아니더라도 해야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믿어주신 것 같다. 비지니스로 돌아가는 세상이라도 누군가는 숨을 쉴 수 있는 것들이 만들어져야 괜찮은 세상이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케치북' 사전MC로 시작해 행사 전문 스타MC로 거듭난 MC딩동은 "오늘을 위해 턱시도 의상을 맞췄다. 오늘 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싶었다. 10년 전 MC딩동은 결혼도 안 했고 차도 없고 집도 없고 정말 하나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스케치북'으로 시작해 이 길만 파다보니 가정도 꾸리고 일도 많이 생겼다. '스케치북'은 평생 직장이라고 네비게이션에 등록돼 있을 정도로 애착이 크다. 사전MC로 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10주년 방송은 특집이 아닌 평소와 같이 진행된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현철이 첫 출연하고 크러쉬, 볼빨간사춘기,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가 라인업을 채웠다. 조준희PD는 "크게 기획을 하려고 했으나, 우리 본연의 음악과 소통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 출연진 라인업에 의미를 부여해서 꾸려봤다. 또 오랜만에 유희열 씨가 직접 노래를 부른다. 열심히 연습하셨다고 하니 기대가 많다"고 소개했다.하이라이트로 나서는 유희열은 MC가 아닌 뮤지션으로 등장, 10주년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유스케X뮤지션' 코너로 발표될 신곡을 부른다. 2014년 토이 7집 이후 5년만에 노래를 내게 된 유희열은 "10년 동안 녹화가 끝나고 호프집에서 회의를 해왔다. 많지 않은 제작진이지만 같이 채워나가는 기분으로 만들어나간다"면서 "제작진이 10가지 안을 주고 10주년을 크게 하고 싶어했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생일선물을 받는 것으로 10주년 의미부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생일선물로 평상시대로 해달라고 했다. 고맙게도 제작진이 그 의견을 받아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냥 넘어가진 않았고 생일빵 느낌으로 내가 마지막에 노래를 하게 됐다. 제작진은 즐겁지만 나는 후회를 하고 있다. 이걸 음원으로 내겠다고 해서 초긴장 상태"라고 농담했다.이날 행사에는 KBS 사장도 내려와 축하인사를 건넸다. "'스케치북'의 앞으로 10년을 기대한다"며 금일봉으로 격려했다. 이에 유희열은 "언제까지 프로그램을 해야하나 고민을 한 적이 있었고, 배철수 선배님께 여쭤본 적이 있다. 그 분이 아주 정답을 저에게 알려주셨다. '네가 필요 없으면 당장 다음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한다. 네가 걱정할게 아니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오만했구나 싶었다"면서 "제작진이 아주 조심스럽게 그만하자고 말할 때가 오지 않겠느냐. 그때 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2019.04.23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