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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송대남 “유도에 있는 패자부활전, 한국 체육에도 생기길” [김식의 히든 챔피언]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유도 선수 출신 송대남(46)을 지도자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90㎏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유도 남자 대표팀 코치, 2018~2020년 중국 유도 대표팀 총감독을 지냈으며 현재는 KH그룹 필룩스 유도단 감독을 맡고 있다.앞서 지난 3월 취임한 유승민 체육회장은 “현 체육계의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삼겠다”며 “선수들이 훈련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지도자들이 전문성과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대한체육회는 송대남 감독을 지도자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국가대표팀 지도자 출신이자 현장형 지도자인 송 감독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직 운영을 바탕으로 한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고 기대했다.송대남 감독은 “체육인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부상을 입거나 은퇴 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비인기 종목 선수와 지도자들을 위한 지원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불운·부상과 싸운 ‘투지의 화신’대한체육회 지도자위원회 위원장은 상근직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직책을 맡기 전부터 송대남 감독은 체육계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필룩스 유도단 사령탑으로서 선수들과 몸을 맞대며 알펜시아 빙상팀 등 KH그룹의 스포츠 계열의 행정 업무를 맡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촌 복리후생 강화, 스포츠 꿈나무 장학생 선정 등이 최근 그가 기획하고 실행한 사업이다.송대남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가 사회에 주는 가치를 생각하면, 체육인들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내 작은 힘과 아이디어가 체육인의 성장을 돕기를 소망한다. 그들이 선수 은퇴 후에도 어깨를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한국 유도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13년 전 송대남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 만 33세. 현재까지도 올림픽 개인 종목 금메달리스트 중 최고령 선수다. 투기 종목에서, 게다가 두 차례나 체급을 올려 올림픽 챔피언에 오른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송대남 감독은 “선수 생활 마지막을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난 항상 도전자였고, 언더독이었다. 파벌싸움의 희생양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인기 종목이나 스타 선수보다 응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유도 유망주였던 그는 경민고 2학년 때부터 슬럼프에 빠진 끝에 유도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했다. 1998년 가까스로 청주대에 입학한 그는 국내 정상급 선수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번번이 부상과 불운에 발목 잡혔다. 그러는 사이 그의 체급(73㎏)에서 이원희·왕기춘 등 후배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후배들보다 키가 큰 송대남은 부득불 체급을 81㎏급으로 올렸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 선발전 결승에서 후배 김재범에게 졌다. 부상으로 전성기를 날린 송대남에겐 뼈아픈 패배였다. ‘업어치기의 달인’이라는 그가 무너지고 있었다.송대남 감독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누굴 원망할 수는 더욱 없었다. 그러자 ‘끝까지, 죽을힘을 다해보자’는 악다구니밖에 남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유도 선수로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그는 체급을 또 올린 끝에 기어이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남들이 감량 고통에 시달리는 동안, 그는 하루 다섯 끼씩 억지로 고기를 먹어가며 근육을 키운 결과였다. 런던에서 송대남은 세계 최강의 선수들을 연달아 꺾으며 포디움 맨 위에 올랐다. 한 체급 아래 김재범이 금메달을 딴 직후 송대남이 올림픽을 제패했다. 유도 팬들 가슴에 아직도 짜릿하게 남아있는 경기였다.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딴 송대남은 정훈 대표팀 감독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러자 정 감독도 맞절해서 큰 화제가 됐다. 매트 위에선 선수-감독의 위계가 있지만, 둘은 동서지간이다. 송대남의 인격과 성실성을 눈여겨 본 정 감독이 처제를 소개했다고 한다.당시 현장에서 취재했던 기자는 송대남과 김재범, 정훈 감독을 함께 인터뷰했다. 후배이자 라이벌이었던 김재범이 선배를 어떻게 대하는지, 후배이자 동서를 정 감독이 얼마나 아끼는지 느낄 수 있었다. 송대남은 “모두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며 이들과 어깨를 걸었다. 온화한 지도자·행정가로 변신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뜨겁게 태운 송대남은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유도복을 벗었다. 그는 “정말 행복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덕분에 선수로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었다. 선수로는 은퇴하지만, 체육인으로서 삶은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후배들을 돕고, 유도를 알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그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남자 유도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안창림·조구함·안바울 등이 이 기간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송대남의 지도력을 눈여겨본 중국 유도 대표팀이 2018년 그를 스카우트 했고, 총감독으로까지 승격시켰다. 고난 속에서 단련한 송대남의 기술과 지도력이 언어와 문화가 다른 무대에서도 통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송대남은 한국 대표팀 코치직을 다시 맡았다. 이후 필룩스 유도단을 지휘하면서 시야를 더 넓혔다. 2016년 용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무도체육학)를 취득한 뒤로 체육 행정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는 “한국 체육은 승자독식 구조다. 스포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한국은 선수 인권과 스포츠 복지 측면에서 아직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선수 시절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와 맞섰던 송대남은 감독이자 행정가가 된 지금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선후배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스포츠는 스타의 무대만이 아니다. 약자도, 패자도, 심지어 생활체육인도 함께 어울리는 곳”이라며 “유도에 패자부활전이 있는 것처럼 한국 체육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스포츠에 더 큰 희망을 줘야 한다. 선후배 체육인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김식 기자◆ 송대남은…생년: 1979년 4월 5일출생: 경기도 용인출신교: 금오초-경민중-경민고-청주대(학사)-용인대(석사·박사)좌우명: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자경력: 2012년 런던 올림픽 유도 남자 90㎏ 금메달2012~16년 한국 유도 남자 대표팀 코치2017년 체육훈장(최고장) 청룡장 수상2018~20년 중국 유도 남자 대표팀 코치→감독 2021년 한국 유도 남자 대표팀 코치2022년~ KH그룹 필룩스 유도단 감독2025년~ 대한체육회 지도자위원회 위원장 2025.06.25 16:54
스포츠일반

'활·총·검' 코리아? 좀비보다 끈질긴 투혼의 유도, 미래가 보인다 [2024 파리]

금메달의 영광은 없었다. 그래도 독하게 버텼다. 내일이 보였다.한국 유도대표팀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과 재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하고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생긴 단체전에서 한국이 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투지의 승리였다. 한국은 6명이 나선 단체전에서 3승 3패를 기록했다. 최종 승리 팀을 가리기 위해 무작위로 체급을 결정해 재경기(7차전)를 치렀는데, 베테랑 안바울(30·남양주시청)이 나가는 73㎏급이 뽑혔다.단체전 규정상 73㎏ 선수로 출전했으나, 안바울의 개인전 체급은 66㎏급이었다. 맞상대 이고어 반트크는 한 체급 위인 데다, 불과 몇 분 전 정규 경기에서 만나 절반패한 상대였다.안바울은 반트크를 상대로 그저 버텨냈다. 힘과 공격에서 우위일 순 없었으나, 그렇다고 쓰러지지도 않았다. 결국 5분 25초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기술을 제대로 걸지 못한 반트크는 지도(반칙)를 하나둘 받더니 반칙패(지도 3개)를 당했다.안바울의 투지가 빛났던 건 재경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는 앞서 반트크를 상대할 때 총 9분 38초 동안 온힘을 소진하며 싸웠다. 그보다 앞서 16강(튀르키예) 8강(프랑스) 패자부활전(우즈베키스탄)전까지 합치면 총 35분 49초 동안 사력을 다했다. 유도 한 경기 정규 시간이 4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는 상대보다 두 배 이상을 뛴 셈이다.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은메달, 2020 도쿄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던 안바울은 파리 대회 혼성 단체전 동메달로 올림픽 3회 연속 수상 기록을 세웠다. 한국 유도 역사상 첫 기록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안바울은 "체력에는 문제없다"라고 웃으며 "우리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베테랑답게 팀 전체도 생각했다. 혼성 단체전은 출전 선수 6명 외에도 후보 선수 5명도 메달을 받는다. 남자 60㎏ 개인전 탈락 후 은퇴를 선언한 맏형 김원진(32)도 올림픽 첫 메달을 목에 걸고 떠날 수 있게 됐다. 안바울은 "여기 있는 선수 말고도 후보 멤버로 함께한 선수들이 정말 많이 생각났다. 그래서 더 힘을 내야 하고, 무조건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동고동락하면서 보낸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혼성 단체전을 마지막으로 한국 유도는 파리 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따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이번에도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양궁, 펜싱, 사격 등 '병장기 종목'들이 금밭이 된 것과 대조적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3회 연속 한국 유도의 '노골드'가 이어졌다. 김민종(24) 허미미(22) 등 기대주에게 바랐던 금메달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결승에 올랐지만, 테디 리네르(프랑스)와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 등 세계 정상급 강자들에게 각각 패했다.그동안 한국 유도는 이원희(73㎏급) 최민호(60㎏급) 왕기춘(73㎏급) 등 경량급 선수들이 주도했다. 힘의 열세를 스피드와 기술로 극복한 것이다. 파리 올림픽 경량급 메달리스트는 허미미(57㎏급)뿐이다. 81㎏급에서 이준환(22)이 동메달을 땄고, 김민종과 김하윤(24)이 최중량급에서 보여준 존재감이 더 컸다.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허미미는 일본에서 성장했지만, 한국 국적을 선택한 '선물'이다. 김민종과 김하윤은 뛰어난 체격을 타고난 선수들이다. 한국 유도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했다고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그러나 파리 대회를 통해 가능성만큼은 분명히 확인했다는 게 유도계의 시선이다. 안바울을 제외하면 20대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으로 올라섰다. 김민종, 허미미, 김하윤, 이준환은 2028년 LA 올림픽 때도 20대다. 한국 유도에서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최중량급에서 메달이 2개나 나온 것도 값진 성과다.지금까지 올림픽 유도 메달은 주로 남자 선수들의 몫이었다. 최근에는 여성부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남녀 개인전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씩을 땄고, 고루 잘해야 이길 수 있는 혼성 단체전에서 치열한 패자 부활전과 동메달 결정전을 통과했다.이들은 벌써 LA를 바라본다. 김민종은 "(금메달을 따려면) 하늘을 감동하게 해야 하는데, (나는) 부모님만 감동시킨 것 같다"며 "결승전 패배가 LA 올림픽까지 가는 4년 동안 큰 힘이 될 것 같다. 다음엔 하늘을 감동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하윤은 "첫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지만, 동메달이라 조금 아쉽다. 다음 대회에서 더 올라갈 곳이 있으니 열심히 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 아직은 내가 부족하니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전했다.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8.05 06:03
경제

‘미성년 성폭행’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1심서 징역 6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왕기춘(32) 전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 이진관)는 20일 여성 제자를 성폭행한 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기소 된 왕기춘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과 8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으면서 합의를 종용하기까지 했고, 피해자들이 대인기피 증세 등 고통을 겪고 있어 이에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성범죄를 포함해 다른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범행 때 행사한 위력의 정도가 크지 않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 양선순)는 지난 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왕씨에게 징역 9년과 신상정보 공개, 10년간의 취업제한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왕씨는 2017년 2월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 제자인 A양(17)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2월 같은 체육관 제자인 B양(16)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다. 지난해 8월부터 2월까지 자신의 집이나 차량에서 B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해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왕씨는 재판 과정에서 “연애 감정이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앞서 왕씨의 변호인은 지난 7월 10일 “피고인과 피해자는 연애 감정이 있었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또 “성관계 과정에서 폭행 등은 없었고, 성 착취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당초 왕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왕씨가 아동 성범죄적 관점에서 전형적인 ‘그루밍(grooming) 과정’을 거쳐 B양에게 성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봤다. 그루밍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앞서 대한유도회는 지난 5월 12일 왕기춘을 영구제명하고, 중징계인 삭단(단급 삭제) 조처를 내렸다. 왕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이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2020.11.20 11:17
스포츠일반

檢, ‘미성년자 성폭행’ 왕기춘에 징역 9년 구형

검찰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왕기춘(32) 전 유도 국가대표 선수에게 징역 9년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일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왕씨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왕씨에 징역 9년과 신상정보 공개, 10년간의 취업제한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구형했다. 왕씨는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2월 같은 체육관에서 또 다른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뒤, 같은 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이 제자를 수차례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 등도 있다. 왕씨 사건의 선고 공판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2020.11.02 22:09
경제

대법 끌고갔지만 좌절…왕기춘, 국민참여재판 그토록 원한 이유

미성년 여제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왕기춘(32) 전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제기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에 대한 재항고가 지난 8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도 대구고법이 왕기춘씨의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기각했었다. 왕씨는 결국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일반 재판으로 심판을 받게 됐다.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유무죄와 형량에 대한 평결을 내리는 제도다. 배심원들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6월 26일 처음 열린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밝혔던 왕씨. 그가 항고에 재항고까지 제기하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했던 이유는 뭘까. 법조계는 국민참여재판이 일반 재판보다 무죄율이 훨씬 높다는 점이 고려됐을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일반 재판보다 엄벌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국민참여재판 시행 10년차 평가와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의 성범죄 무죄율은 2008~2017년 평균 18%에 달했다. 반면 일반 재판의 성범죄 무죄율은 평균 2.4% 수준이었다. 이는 살인 등 주요 4대 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무죄율(8%)과 일반 재판 무죄율(1.4%)이 보이는 차이보다도 격차가 크다. 왕씨가 받는 혐의가 ‘그루밍(grooming) 성폭력’ 형태여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이뤄지는데,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왕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에 응하는 배심원들이 다양한 성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만큼 무죄를 받거나 형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왕씨의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면서 피해자와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왕씨가 처음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한 직후 대구지법은 7월 10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 등을 논의했다. 당시 검사 측은 “피해자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배심원단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왕씨는 미성년 여성 제자를 성폭행한 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난 5월 2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왕씨는 2017년 2월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의 제자인 A양(17)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2월 같은 체육관 제자인 B양(16)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다. 지난해 8월부터 2월까지 자신의 집이나 차량에서 B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해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한유도회는 6월 12일 왕씨를 영구제명하고 삭단(단급을 삭제하는 조치) 중징계를 내렸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2020.09.15 11:08
스포츠일반

성폭행 혐의 왕기춘, 국민참여재판 그토록 원했지만 끝내 무산…무죄율 고려했나

미성년 여제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왕기춘(32) 전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제기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에 대한 재항고가 지난 8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도 대구고법이 왕기춘씨의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기각했었다. 왕씨는 결국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일반 재판으로 심판을 받게 됐다.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유무죄와 형량에 대한 평결을 내리는 제도다. 배심원들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6월 26일 처음 열린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밝혔던 왕씨. 그가 항고에 재항고까지 제기하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했던 이유는 뭘까. 법조계는 국민참여재판이 일반 재판보다 무죄율이 훨씬 높다는 점이 고려됐을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일반 재판보다 엄벌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국민참여재판 시행 10년차 평가와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의 성범죄 무죄율은 2008~2017년 평균 18%에 달했다. 반면 일반 재판의 성범죄 무죄율은 평균 2.4% 수준이었다. 이는 살인 등 주요 4대 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무죄율(8%)과 일반 재판 무죄율(1.4%)이 보이는 차이보다도 격차가 크다. 왕씨가 받는 혐의가 ‘그루밍(grooming) 성폭력’ 형태여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이뤄지는데,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왕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에 응하는 배심원들이 다양한 성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만큼 무죄를 받거나 형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왕씨의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면서 피해자와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왕씨가 처음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고 한 직후 대구지법은 7월 10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 등을 논의했다. 당시 검사 측은 “피해자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배심원단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왕씨는 미성년 여성 제자를 성폭행한 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난 5월 2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왕씨는 2017년 2월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의 제자인 A양(17)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2월 같은 체육관 제자인 B양(16)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다. 지난해 8월부터 2월까지 자신의 집이나 차량에서 B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해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한유도회는 6월 12일 왕씨를 영구제명하고 삭단(단급을 삭제하는 조치) 중징계를 내렸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2020.09.15 10:38
스포츠일반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 왕기춘, 영구제명 중징계 확정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의 영구제명 징계가 확정됐다. 20일 대한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왕기춘 측은 재심 신청 마감 시한까지 대한유도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영구제명 중징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재심 신청 마감 시한은 이날까지였다. 왕기춘은 12일 유도회 공정위에서 결정한 영구제명 징계가 확정됐다. 앞으로 유도계에서 선수,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없다. 왕기춘은 지난 1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왕기춘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 세계선수권 은메달 획득 등으로 받는 체육연금도 끊길 것으로 보인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0.05.21 08:52
스포츠일반

잇딴 일탈 끝 범죄로 추락, 유도계도 왕기춘 지웠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이 대한유도회에서 영구제명됐다. 유도회는 12일 서울 방이동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 삭단(단을 모두 박탈당하는 것) 절차도 밟게 된다. 김혜은 위원장은 "성폭행 여부와 상관없이, 왕기춘이 미성년자와 부적절하게 성관계한 사실이 인정된다. 유도인의 사회적 지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해 최고 중징계인 영구제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유도인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왕기춘은 1일 구속돼 이날 공정위에 출석하지 못하고, 서면으로 해명했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및 두 차례(2007, 09년) 세계선수권 금메달 등으로 받는 체육연금(월 100만원)도 반납 및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체육인 복지사업 운영 규정(제24조)에 따르면 다른 선수에게 폭력이나 성폭력 행위와 관련해 가맹단체나 체육회로부터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으면 연금 지급이 중지한다"고 설명했다. 왕기춘은 7일 이내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왕기춘은 2000년대 혜성같이 나타난 '유도 천재'였다. 용인대 1학년이던 2007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 73㎏급에서 우승했다. 한국 유도 최연소(만 19세3일) 챔피언 기록이다. 이듬해인 2008년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39·은퇴)를 꺾고 73㎏급 국가대표가 됐다. 왕기춘을 용인대에 스카우트한 정훈(51) 전 대표팀 감독은 당시 "당대 최고 재능"이라고 극찬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8강전에서 갈비뼈를 심하게 다치고도 투혼을 발휘해 은메달을 따냈다. 주특기인 빗당겨치기와 업어치기는 종주국 일본 선수마저 두려워했을 정도였다. 매트에서는 최고였지만, 도복만 벗으면 말썽을 일으켰다. 왕기춘은 2009년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여성과 술을 마시다 여성의 친구와 시비가 붙었다. 서로 "뺨을 맞았다"고 주장하다가 합의하고 끝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부상으로 공동 5위에 그친 뒤 일탈 행위가 잦아졌다. 2013년 12월 병역특례에 따른 4주 군사기초훈련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하면서 휴대전화를 몰래 반입하다 걸렸다. 8일간 영창에서 지내다 강제 퇴소당했다. 2014년 5월엔 용인대 유도부의 체벌 문제가 불거지자 소셜미디어에 "나도 후배 시절 많이 맞아봤다"며 체벌을 옹호하다가 구설에 올랐다. 왕기춘은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뒤 은퇴했다. 같은 해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은퇴 후에는 대구에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건 '왕기춘 간지 유도관'을 열었다. 유튜버 활동을 병행하며 스포츠 사업가로 활동했다. 왕기춘의 은퇴 직전 소속팀(양주시청) 감독이었던 장문경(38) 여자 유도대표팀 코치는 "10여년에 걸쳐 쌓아 올린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왕기춘을 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뽑았던 금호연(60) 남자 유도대표팀 감독은 "한때 한국을 대표했던 선수인데 영구제명과 삭단이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0.05.12 16:55
스포츠일반

대한유도회,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 왕기춘 영구제명

대한유도회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2008 베이징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을 영구제명했다. 유도회는 12일 서울 방이동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끝에 이와 같은 징계를 내렸다.. 공정위 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영구제명을 결정했다. 김혜은 스포츠공정위원장은 "성폭행 여부와 상관없이 왕기춘이 미성년자와 부적절하게 성관계한 사실이 인정되고, 유도인의 사회적 지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해 가장 중징계에 해당하는 영구제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왕기춘이 영구제명되면 유도인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왕기춘은 공정위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해명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유도회는 왕기춘에게 결정 내용을 통보할 예정이다. 왕기춘은 7일 이내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왕기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73㎏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스타 선수 출신이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0.05.12 15:27
스포츠일반

대한유도회, 12일 왕기춘 공정위원회 개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32)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된다. 대한유도회는 "12일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피의자 징계 여부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73㎏급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은 지난 1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뒤 수사를 받고 있다. 왕기춘은 영구제명 및 삭단(유도 단급을 삭제)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도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24조(우선 징계처분)엔 '위원회는 징계혐의자에게 징계 사유가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에 관계된 형사사건이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거나,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 중에 있다 해도 제31조 제2항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왕기춘의 경우 아직 법정 선고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행위 자체가 인정되고 있어서 징계 사유가 된다는 판단이다. 유도회 위반행위별 징계 기준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는 최대 영구 제명 및 삭단 조처다. 유도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징계가 의결되면, 해당 피의자에게 징계결정서가 통보될 예정"이라며 "피의자는 제34조(재심의 신청 등)에 따라 징계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대한체육회에 재심의를 신청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유도회는 같은 날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여자대표팀 국가대표 선수에 관한 징계도 내릴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17일 만취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후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0.05.0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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