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393건
영화

[IS리뷰] ‘검은 수녀들’ K오컬트에 녹인 여성 연대의 힘 [무비로그①]

예상치 못한 변주와 확장이다. ‘검은 수녀들’이 ‘검은 사제들’과 같은 듯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흡인한다. 송혜교라는 배우의 힘과 연대라는 메시지가 새로운 동력이 됐다.‘검은 수녀’로 불리는 유니아(송혜교)는 소년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잡귀가 아닌 12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당장 올 수 없는 구마 사제만을 기다리다가는 부마자가 희생될 상황. 이에 유니아는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기로 한다.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모두의 만류 속 구마를 부정하는 희준의 담당의 바오로(이진욱) 신부까지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희준을 병원에서 빼내기 위해 방법을 찾던 유니아는 바오로의 제자 미카엘라(전여빈) 수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는 고민 끝에 힘을 보태기로 하고, 두 수녀는 소년을 살리기 위한 위험한 의식을 시작한다.‘검은 수녀들’은 지난 2015년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과 연결된 이야기다. ‘검은 사제들’은 장르의 문법을 착실히 구현하며 오컬트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544만 관객을 동원, 한국 상업영화의 지평을 넓혔다.‘검은 수녀들’은 전편의 핵심 소재였던 구마(사령을 쫓아내는 일), 부마자(사령이 깃든 사람), 12형상(장미십자회에서 일련번호를 붙여 분류한 사령) 등으로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이어간다. 메가폰을 잡은 권혁재 감독은 소년의 몸에 깃든 악령 퇴치를 위해 구마 의식을 행하는 수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릴과 공포를 쌓아나간다. 전편과의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극을 이끄는 두 인물이 신부에서 수녀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플롯 자체는 세상의 어둠마저 체화한 이와 삶의 혼란기에 있는 이가 갈등하다 교감하는 버디 무비 구조를 동일하게 따른다. 하지만 성별의 전환이 금기를 깬다는 설정으로 연결되면서 전에 없던 극적 긴장과 재미를 챙겼다. 물론 단순 재미를 좇는 데 그치는 작품은 아니다. 극중 두 수녀는 매 순간 자신의 파멸을 각오하고 악령에 맞선다. 오직 소년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드는 두 수녀의 집요하고 대담한 모습은 일견 숭고하기까지 하다.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엔딩은 오컬트 영화에서 기대하기 힘든 묵직한 여운을 안긴다.천주교의 구마를 영화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무속신앙이란 또 다른 종교를 적극 침투시켰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가톨릭을 기반으로 하지만 여기에 깊이 천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년을 살리고자 제 발로 무녀를 찾아가고 굿까지 응하는 수녀들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연대를 그린다. 이러한 방식은 종장의 구마 예식에서도 활용되며 중요한 것은 진실된 마음과 믿음이란 메시지를 전달한다.송혜교란 배우의 스타성을 활용했다는 것 역시 ‘검은 수녀들’만의 강점이다. 카메라는 약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꽤 자주 송혜교 얼굴 가까이에 머문다. 오프닝부터 시작되는 잦은 클로즈업은 주인공의 심경 변화를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동시에 그 자체로서 특별한 볼거리를 만든다. 압권은 엔딩, 불과 맞서는 송혜교다.작품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인 미카엘라 수녀, 전여빈의 호연도 눈에 띈다. 전여빈은 미카엘라의 찰나의 감정 변화까지 포착해 내며 서사의 틈을 메운다. 선배 송혜교와 함께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도 좋다. 다만 유니아 외 캐릭터들에 부여한 다양한 사연이 밀도 높은 드라마로 연결되지 못한 채 표류하는 건 아쉽다. 또 종교 문외한에게는 친절하지 못한 설명이 진입 장벽이 되고, 오컬트 마니아에게는 사령이란 존재에서 나오는 시청각적 섬뜩함의 부재가 한계로 남는다.영화 ‘해결사’, ‘카운트’ 등을 연출한 권혁재 감독의 신작으로 ‘검은 사제들’을 만든 영화사 집에서 제작했다.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22 06:00
영화

금기 깨는 송혜교 “애만 살리면”…‘검은 수녀들’ 4인4색 캐릭터

송혜교 첫 오컬트 영화 ‘검은 수녀들’이 4인 4색 캐릭터를 예고했다.9일 배급사 NEW는 영화 ‘검은 수녀들’이 독보적인 개성을 담은 캐릭터 포스터와 캐릭터 영상을 공개했다. 영화는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는 각 인물들의 강렬한 아우라를 고스란히 담아내 눈길을 끈다. 먼저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니아 수녀의 포스터는 “금기를 깨는 수녀”라는 카피와 함께 송혜교의 묵직한 카리스마로 기대감을 높인다. 여기에 “비밀을 품은 수녀”라는 카피가 더해진 미카엘라 수녀의 포스터는 호기심과 의심이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가늠케 하는 가운데, 구마 의식을 준비하는 전여빈의 모습이 담겨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어 바오로 신부 역 이진욱의 포스터는 “의학을 신뢰하는 신부”라는 카피와 확고한 신념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극에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더할 것을 예고하며, “고통받는 부마자” 카피의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 희준 역 문우진의 포스터는 서늘한 눈빛과 강렬한 존재감으로 활약을 기대케 한다.함께 공개된 캐릭터 영상은 오랜 시간 악령에 시달리며 고통받은 희준을 구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유니아 수녀 역으로 분한 송혜교의 연기 변신이 시선을 사로잡는 한편, 소년을 살리겠다는 간절한 진심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니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여기에 전여빈은 섬세한 연기력으로 거침없는 유니아에 호기심과 의심을 품으면서도 점차 마음을 열고 소년을 살리기 위한 의식에 동참하는 미카엘라 수녀를 완성해 궁금증을 높인다. 한편 의학을 신뢰하는 바오로 신부 역 이진욱은 구마에 반대하며 두 수녀와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년을 구할 것을 예고해 극에 영화적 긴장감을 더한다.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지만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하는 부마자 희준을 연기 한 문우진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소화해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이처럼 강렬한 개성의 캐릭터 포스터와 캐릭터 영상을 공개하며 공개 전부터 흥미를 끌어올리는 ‘검은 수녀들’은 새로운 설정과 배우들의 빈틈없는 시너지로 새해 극장가를 매료할 것이다.한편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09 08:42
영화

[무비로그①] ‘하얼빈’ 애국 영화 울림에 첩보 영화 스릴까지 [IS리뷰]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이나 업적을 조명하는 작품은 많다. 그러나 이를 오락영화로 제대로 변주시킨 작품은 많지 않다. ‘하얼빈’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해낸 작품이다. 영화는 안중근의 일대기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첩보 영화로서도 온전히 기능한다.이야기의 시작점은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이다.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진공 작전을 통해 일대 일본군 수비대를 공격한다. 이들은 기습 공격을 통해 일본군을 격파하고 생포하는 성과를 거둔다. 하지만 안중근은 “사로잡힌 적병이라도 죽이는 법이 없으며 또 어떤 곳에서 사로잡혔다 해도 뒷날 돌려보내게 돼 있다”는 만국공법에 따라 일본군 포로를 석방한다. 이 일로 안중근은 내부의 불만을 사고 급기야 의병부대 위치가 노출되며 수많은 동지를 잃는다.이후 영화의 시점은 1년 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간다. 안중근의 곁에는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이 함께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동지들과 다시 한번 뜻을 모은다.‘하얼빈’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다만 그간의 안중근 콘텐츠가 그의 거사(이토 히로부미 저격) 준비, 사건 당일, 순국의 순간 등에 집중했다면, ‘하얼빈’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쏘기까지 독립투사들의 긴 분투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얼개 자체는 역사에 기반한다. ‘하얼빈’은 단지동맹, 이토 히로부미 저격 등 안중근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나열되는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차례로 짚고 넘어간다. 그렇지만 역사적 고증을 최우선으로 둔,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웅담은 아니다. 안중근, 우덕순, 최재형을 제외한 주요 캐릭터들은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일부에 영화적 상상을 더한 허구의 인물이다.우민호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이들 캐릭터를 서로 얽히고설키게 하며 짙은 밀도의 관계성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우 감독이 꾀한 건 첩보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다. 특히 영화는 안중근이 예기치 않은 일을 겪으면서 혼란에 빠지는 순간을 기점으로 첩보 영화로서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독립군 사이 밀정이 있다는 사실을 관객과 공유한 후, 후보군을 하나둘 추리며 긴장감을 구축하는 식이다. 호불호가 갈릴 지점은 생각보다 낮은 끓는 점이다. 장르적 재미를 위함인지 ‘국뽕’ 혹은 신파 경계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하얼빈’은 조금 더 가도 좋을 곳에서 멈춰서기를 반복하며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독립군들의 고뇌와 활약은 충분히 느껴지지만, 더 큰 절정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다. 반면 독립군들의 외로운 길을 광활한 자연 풍광으로 묘사했다는 점은 호불호가 나뉠 수 없는 이 영화의 강점이다. 우 감독은 몽골, 라트비아를 오가며 담은 드넓은 얼음 호수, 설원, 사막 등에 독립군들을 세워놓는다. 자연이 주는 황량함 속에서 이들의 쓸쓸함은 더욱 극적으로, 절절하게 다가온다.광활한 풍경을 압도하는 것도 있다. 바로 배우들의 연기다. 극을 이끄는 현빈은 분노, 슬픔,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을 안중근의 얼굴에 시시각각 실어 나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안중근의 표정은 후반부 다소 엉성해진 신과 신 사이를 단단하게 조이는 역할까지 해낸다.현빈을 둘러싼 인물들,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등도 빈틈없는 열연으로 서사에 깊이를 불어넣는다.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와 이동욱은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 주연 못지않은 인상을 남긴다. 다만 특별 출연으로 힘을 보탠 정우성은 악수다. 최근 불거진 사생활 잡음은 차치한 평가다. 외모도 연기도 홀로 겉돈다.영화의 소재가 소재이고,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대사도 여럿 있다. 주로 현빈의 몫인데, 정작 귀에 꽂히는 건 다름 아닌 이토 히로부미를 맡은 릴리 프랭키의 입에서 나온다. “조선이란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20 06:00
영화

“12년 세월, 세 번의 변화 표현” 농익은 송중기표 범죄 누아르 ‘보고타’ [종합]

“그냥 커피의 나라”, 그 이상의 콜롬비아에서 노련한 송중기의 연기가 빛난다. 지구 반대편, 한인 청년의 성장을 대차게 그린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다.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김종수, 박지환이 참석했다.‘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수의견’으로 국가권력과 변호팀의 진실공방을 섬세히 그린 김성제 감독이 이번엔 지구 반대편에 꾸려진 한인 세계를 범죄 누아르 색채로 담았다. 이날 김 감독은 “서울이 범죄도시가 아닌 것처럼 보고타도 그런 도시는 아니다. 다만 머나먼 곳으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넓은 세계로 나간 줄 알았더니 훨씬 더 작은 공동체에 속해 욕망과 갈등, 우정, 배신을 다루다 보니 영화적으로 극화하면서 좀더 익스트림해졌다”며 “콜롬비아나 한국인의 문제가 아닌, 떠난 사람들의 감정, 그리고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청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 장르를 택했다”고 설명했다.최근에는 보기 드문 연대기를 시도한 것에는 “연대기는 근사해 보이지만 재미를 갖기 쉽지 않다. 두 시간 안에 캐릭터들의 긴 변화를 담아낸다는 게 제게는 제법 흥미롭고 아주 괴로웠던 도전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영화 속 인물들이 입장할 때와 죄다 다른 얼굴과 감정을 갖고 퇴장하는 것을 보며 제게도 공부가 많이 됐고 배우들을 더 존경하게 됐다. 그런 점이 관객들에게 잘 다가갔으면 한다”고 설명했다.주인공 국희의 10대 마지막부터 30대까지의 12년 세월을 송중기는 전부 소화한다. 이날 송중기는 “세 단계로 서사를 나눠 접근했다. 처음 보고타에 도착했을 때, 이곳에서 완전 적응해서 살고 있을 때, 그리고 후반부 3년 후 한인상인회 회장을 맡은 다음이다”라며 “그 세 개의 변화를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 해본 걸 하는 걸 좋아해서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 해보지 않은 문화권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호기심이 컸다. ‘빈센조’에서 이탈리아에 도전했듯 스페인어 대사에 대한 호기심이 자극이 강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배경인 콜롬비아는 송중기의 아내 케이티와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도시기도 하다. 그는 “제 장모님이 콜롬비아 분이시다. 와이프 가족들과 살고 교류하다 보니 알게 됐는데 예전엔 범죄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현지 분들이 부끄러워하거나 걷어내고 싶어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며 “제가 지낸 콜롬비아는 굉장히 흥 많고 정 많고, 음식이 미쳤다, 너무 맛있다. 저는 굉장히 즐겁게 지낸 기억이 많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요새는 여행 유튜버도 많고 그런 (범죄) 이미지들이 많이 지워진 것 같다. 영화 때문에 콜롬비아 현지가 안 좋게 보이겠다는 생각은 사실 덜하고 있다”고 소신을 전했다. 국희와 관계를 맺는 현지 인연들과의 동맹과 적대, 애정과 배신은 작품의 핵심이다. 현지에서 만나 친분을 쌓는 수영 역으로 애증의 버디 호흡을 맞춘 건 이희준이다. 이희준은 “왜 수영이 국희를 마음에 들어할까를 중점에 뒀다. 시나리오에 나온 부분이 아니라서 고민했다”며 “저도 누군가 좋아하고, 어떤 동생을 아끼게 될 때 특별한 부분이 좋다기보단 직감적인 거 같다. 국희를 만나면서 왠지 끌리고 가르쳐주고 싶은게 아닐까 고민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신뢰를 할 듯 말 듯 줄다기리를 한 박병장 역 권해효와 그의 조카 역 박지환, 국희의 아버지 역을 소화한 김종수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끝으로 김 감독은 “12년 동안의 연대기지만 관객들이 지치지 않고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게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송중기는 “올해 마지막 개봉작이다. 2025년 첫 영화이기도 하다. 오래 걸려있으면 좋겠다”며 “극장에서 보는 맛이 따로 있으니까 맛있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한편 ‘보고타’는 오는 31일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2.19 17:35
영화

“혼란의 시대, 자긍심 빛나는 영화되길” 안중근 된 현빈, 숭고히 빚은 ‘하얼빈’ [종합]

안중근 의사, 그리고 기억되지 못한 독립군의 얼굴들을 처절하고 숭고하게 빚었다. 연말연시, 가슴 뜨거워지는 웰메이드 시대극 ‘하얼빈’이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하얼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우민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현빈,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이동욱이 참석했다.‘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남산의 부장들’로 한국 근현대사를 영화적으로 재조명한 우민호 감독이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사건을 다시 빚었다.이날 우 감독은 “실화면서 누구나 잘 아는 안중근 장군의 이야기를 하는데 제목이 ‘하얼빈’이다.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인 우리 독립군들의 그 여정을 저는 숭고하게 그 마음과 정신을 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이어 “힘들지만 실제 로케이션 대자연을 찾아다니며 그분들이 하얼빈을 가는 여정을 스펙터클하고 숭고하게 담고 싶었다”며 “영화를 클래식 하게 찍었다. 한국 영화계가 쉽지 않은데 OTT와는 다른 차별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찍은 작품이다.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주안점을 밝혔다. 개봉전부터 기대를 모은 것은 역사적 위인인 안중근 참모중장을 연기하는 주연 현빈이다. 실존인물인 위인을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한번 고사했다고 밝힌 현빈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안중군 장군의 자료나 기념관을 찾아가 연구하고 생각하고 상상했다”며 “과거의 거사를 치르시기 전까지의 모습을 사진이나 글을 통해 매일 같이 상상하며 감독님과 상의하고 만드는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독립투사 안중근의 모습도 담겨있지만, 여정 속 인간관계에서 오는 괴로움, 고통, 즐거움, 슬픔 등 인간적인 모습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춰 연기하고자 했다”고 기존 매체 속 안중근 캐릭터와 차별점을 덧붙였다. 안중근과 함께 황량한 타국에서 독립군의 목숨 건 여정을 조우진, 박정민, 전여빈, 유재명 등 선 굵직한 배우들이 앙상블을 펼친다. 홍일점인 공부인 역 전여빈은 “영웅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국란에서 함께 뜻을 모았을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연기했다”며 “영화적으로는 시기가 백년 전이지만,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 국민의 마음은 상이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동지의 마음으로 함께하고자 했다”고 각오를 밝혔다.안중근과 신념적으로 대립하는 이창섭 역으로 특별출연한 이동욱은 “이 영화를 선택하면서 제 분량과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 최고의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하는게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독립투사의 표적인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가, 독립군을 끈질기게 가로막는 일본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는 박훈이 소화했다. 이날 박훈은 “이 작품에서 악역은 어떤 의미로 접근해야하는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고민했다”며 “대부분은 전형성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는데 저는 외려 전형적이어야 한다, 그런 느낌을 관객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한국영화 최초 IMAX 포맷에 맞춰 담아낸 광활한 몽골-라트비아-한국 3개국 로케이션도 단연 볼거리다.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우 감독은 “IMAX, 와이낫(Why Not, 안 할 이유 없다), 즐기시길 바랍니다”라고 짧고 굵게 답했다. 그러면서 “회화 또는 명화 보는 느낌으로 찍었다. 촬영, 미술감독들이 모여 숭고하게 독립군들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부연했다.엔딩으로 향할수록 현재 우리나라의 시국을 비추어 보게 되는 것도 미덕이다. 우 감독은 “이 영화를 3년 전부터 기획했다. 제 전작은 주로 악인들을 다루고, 한국 근현대사를 비판했다. 처음으로 이 나라를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 헌신하신 분들을 다뤘다”며 “안중근 장군은 당시 30세였다. 독립군에 4~50대도 있었지만 대부분 2~30대였다. 그 젊은 분들이 헌신할 수 있던 게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보신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 비록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 낼 거라고 믿고, 자긍심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하얼빈’은 오는 24일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2.18 17:40
영화

비상계엄 재조명 ‘서울의 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작품상

비상계엄으로 재조명 받고있는 영화 ‘서울의 봄’이 한국영화제작가협상 작품상을 받는다. 여기에 감독상 등을 더해 5관왕에 등극했다.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5일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상(제협상) 수상작(자)을 발표했다. 제협상 시상은 한 해 동안 한국 영화계를 빛낸 주역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는 데에 있다. 올해에도 많은 영화인들과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그 의의를 더할 예정이다.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작은 ‘서울의 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이다. ‘서울의 봄’은 1970년대 말,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흔든 이른바 10·26과 12.12를 영화적으로 재조명,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보통의 가족’ ‘핸섬가이즈’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곤지암’ ‘덕혜옹주’ ‘내부자들’ 등의 필모를 자랑한다.감독상을 받는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 극본을 쓰고 연출도 했다. 치열했던 그날의 상황을 극적으로 재구성 영화적 재미와 진한 여운을 선사했다. 대표작으로 ‘비트’, ‘태양은 없다’, ‘아수라’ 등이 있다. 각본상은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소재로 오컬트 장르를 흥미롭게 구성한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수상한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는 물론 이전에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의 각본·감독을 맡았다.남우주연상은 ‘파일럿’의 조정석이 수상한다. 여장남자로 변신하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전매특허 ‘조정석표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다. 여우주연상은 무당 화림으로 변신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파묘’ 김고은이 받는다. 남우조연상은 복잡한 내면을 지닌 캐릭터를 완성하여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리볼버’의 지창욱, 여우조연상은 뛰어난 중국어 실력을 선보이며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은 ‘시민덕희’ 염혜란이 수상한다.촬영·조명상 수상자는 ‘서울의 봄’, ‘파묘’의 이모개·이성환이다. 미술상은 ‘파묘’와 ‘원더랜드’의 서성경, 편집상은 ‘길위에 김대중’의 김선민·조유경이 수상한다. 음악상은 ‘서울의 봄’ 이재진, 음향상은 ‘파묘’의 김병인이 받는다. 기술상 수상자는 ‘베테랑2’ 무술을 맡은 유상섭·장한승이다. 신인감독상은 ‘장손’의 오정민, ‘정순’ 정지혜 감독, 신인배우상은 ‘대도시의 사랑법’의 노상현이 수상의 영광을 안는다.올해 특별상 수상자는 하하필름스 대표이자,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이하영 운영위원이다. 지난 7월 ‘영화산업 불공정 문제 해결과 독립·예술영화의 가치 확산, 표현의 자유와 영화인의 직업적 권리 보장, 그리고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성평등한 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가 발족되었다. 이하영 대표는 영화인연대 중심에서 극장의 투명한 정산과 불공정한 분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국회와 산업 주체들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며 건강한 영화 생태계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협회 회원들의 투표를 통한 예심과 운영위원들의 본심을 거쳐 수상작(자)을 선정하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은 오는 17일 오후 7시부터 인디스페이스에서 개최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 맥스무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사회는 배우 김규리가 맡는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2.05 15:16
영화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하얼빈’ IMAX 개봉 확정 [공식]

현빈 주연 ‘하얼빈’이 독립군의 긴박한 여정을 웅장한 스크린으로 전달한다. 29일 배급사 CJ ENM은 ‘하얼빈’의 메인 예고편과 메인 포스터 2종을 공개함과 동시에 IMAX 개봉을 확정했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 공개된 메인 예고편에서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글로벌 로케이션은 물론, 살아 숨쉬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예고편 속 안중근(현빈),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은 대한독립을 위협하는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처단하기 위한 하나의 목표를 지닌 채 하얼빈으로 향하는 절박하고도 긴박한 상황을 그려낸다. 여기에 안중근을 집요하게 쫓는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박훈)까지 등장해 이들의 여정이 더욱 고된 길이 될 것을 암시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이토 히로부미의 조선에 대한 언급으로 분노를 자아내며 시작되는 메인 예고편은 이전에 공개된 영상들보다 안중근 장군의 선택과 이에 대한 독립군들의 진심과 의심이 자세히 드러나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함께 공개된 메인 포스터 2종 중 작전 포스터에서는 각자 어딘가를 바라보는 독립군들의 순간을 담고 있어 남다른 비장함을 지니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추측할 수 있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듯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비주얼은 예측 불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예고해 기대감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결의 포스터는 거사를 앞둔 독립군들의 비장한 모습과 함께 긴박한 순간에 놓인 모습을 담았다. 늙은 늑대를 처단하겠다는 결연의 의지를 담아 단지 동맹에 함께 한 독립군들이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은 하얼빈으로 향하는 단 하나의 목표로 뭉친 이들의 투지를 고스란히 전한다. 이처럼 ‘하얼빈’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탄탄한 배우들의 조합과 이들의 완벽한 연기호흡으로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광활한 스케일을 압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IMAX 개봉 확정 소식도 전해 영화적 경험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한편 ‘하얼빈’은 우민호 감독과 ‘내부자들’부터 모든 영화를 제작해온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오는 12월 25일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29 08:35
영화

‘1승’ 재벌2세 구단주 박정민 vs ‘하얼빈’ 독립운동가 박정민

배우 박정민이 영화 ‘1승’과 ‘하얼빈’을 나란히 내놓으며 겨울 극장가 점령을 예고했다. 장르부터 소재까지 접점이 없는 작품들로, 양극단에 놓인 박정민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먼저 베일을 벗는 건 송강호와 호흡한 ‘1승’이다. 오는 12월 4일 개봉하는 ‘1승’은 국내 최초 배구 소재 영화로,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이 1승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박정민은 마음 먹은 건 일단 하고 보는 재벌 2세 프로 ‘관종러’ 강정원 역을 맡았다. 극중 강정원은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을 헐값에 인수하고 승률 10% 미만의 감독을 영입, 1승에 20억원을 주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건다.이어 크리스마스에는 현빈과 함께한 ‘하얼빈’으로 컴백한다. 1909년을 배경으로, 조국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독립운동가들과 이를 쫓는 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정민은 이 영화에서 우덕순을 연기한다. 조국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독립운동가이자 안중근(현빈)의 결정을 지지하는 충직한 동지로, 동명의 실존 인물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대 빚어낸 캐릭터다.박정민은 “‘1승’에서는 외형부터 본 적 없는 유형의 구단주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저나 지인들이 가진 재밌는 부분, 매체에서 본 것들을 가져왔다. 반면 ‘하얼빈’에서는 다양한 사료에 등장하는 우덕순 선생님의 모습을 조금씩 참고했다”며 “영화에 맞는 모습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배우 쏠림 현상이 뚜렷한 한국 영화 시장에서 한 배우의 동시기 작품 개봉은 더러 있는 일이다. 몰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정적 시선도 존재하지만, 박정민만큼은 우려보다 기대가 앞선다. 배우로서 보여준 능력치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다. 그간 박정민이 써 내려간 페이지 자체가 방증이다.독립영화 ‘파수꾼’, ‘들개’ 등을 통해 업계에 존재감을 드러낸 박정민은 2016년 이준익 감독의 ‘동주’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박정민은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열연, 그해 신인남우상 6관왕을 석권했다. 이후로는 종잡을 수 없는 선택을 이어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매진했다. 출발점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었다. 극중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피아니스트로 분한 박정민은 이병헌, 윤여정을 능가하는 연기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앗아갔다. 이어 신흥종교를 추종하는 미스터리한 정비공(‘사바하’)이 된 그는 어설픈 반항아(‘시동’), 트렌스젠더(‘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4차원 수학 천재(‘기적’)를 거쳐 야망을 품은 밀수꾼(‘밀수’)으로 관객을 찾았다.박정민은 매 작품 새로운 얼굴, 한계를 깨부수는 연기로 자신이 여전히 과소평가 된 배우임을 증명했다. 세밀하면서도 간결하고, 건조하면서도 폭발적인,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 단어들을 기어이 나열하게 하는 그의 연기는 매 순간 관객의 만족도를 충족시켰다.‘1승’과 ‘하얼빈’에서 보여줄 연기 역시 그 연장선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와 ‘1승’을 함께 찍은 송강호는 “박정민은 아주 유명한 배우이자 스타다. 개인적으로 ‘파수꾼’이란 작품부터 광팬이었다. 늘 같이하고 싶었다”며 “함께 해보니까 역시나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표현해내는 재능이 탁월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박정민은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로 캐릭터를 창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보통 각기 다른 인물로 미션을 수행할 때 미묘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장애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 충분히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 캐릭터를 자기 몸에 맞게 새롭게, 매력적으로 창조하는 배우들이 있다. 박정민이 그렇다”고 말했다.이어 “작가의 의도, 캐릭터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다른 배우가 연기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낸다. 동시기 작품을 내놓아도 걱정이 되지 않는 이유도 그래서다”라며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는 상태에서 툭 찌르면 그 사람이 돼 나오는 거다. 각 프로젝트와 프로젝트에 의해 해야 할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는 배우”라고 덧붙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29 06:11
영화

[29th BIFF]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장르영화, 판타지보단 현실감 추구…韓이면 가능할까”

“현실 공간에서 시작해, 점점 영화의 세계로 이어지는 걸 추구합니다. 지금은 ‘닫힌 공간’이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살아가는 열린 곳에서 장르적인 무언가가 벌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의 주인공, 일본 장르영화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자신의 철학에 대해 이처럼 밝혔다. 구로사와 감독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구로사와 기요시: 장르영화의 최전선’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구로사와 감독은 “젊은 분들이 많이 모여서 감격스럽다”며 “영화를 찍기 시작한 지 45년 정도 됐다. 일본에서는 행사를 보러오는 연령층이 높아진 분위기지만 부산에는 젊은 분들이 미래의 영화를 목표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하다. 늘 새로운 관객과 만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구로사와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장르영화’에 대해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제게 있어서는 그것이 곧 ‘영화’다”라며 “작품을 만들 때는 제 안에서 샘 솟기보단 바깥의 역사 등 세상의 많은 것에서 발견한다. 영화 너머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영화’라는 큰 덩어리 중 하나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장르영화’를 만든다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는 신작 ‘클라우드’와 ‘뱀의 길’을 두 편을 선보였다. 먼저 ‘클라우드’의 탄생 배경에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처음에는 액션영화를 찍고 싶단 단순한 욕망이 있었고, 프로듀서의 요청도 있었다”며 “일본 대부분의 액션영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처럼 야쿠나와 경찰, 킬러 등이 등장한다. 그런 편리한 방식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고 짚었다.70년대 미국 액션영화 중 평범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이야기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현대 일본 이야기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해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리셀러 청년 요시이(스다 마사키)가 구매자의 타깃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구로사와 감독은 화려한 액션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며 “평범한 이들이 등장해 문제에 부딪히는 모습”이라고 주안점을 밝혔다.구로사와 감독의 작업 과정은 일견 간단하다. 그는 “제가 찍기 위한 시나리오라서 최소한의 내용만을 적는다. 스스로 모르는 부분을 적어도 소용없기에 나머지는 촬영 현장에서 고민하고, 설명도 많지 않다”라며 “대사도 대체로 어떤 감정으로 말할지 배우에게 맡긴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장소가 아닌 ‘어떤 곳’ 정도로 쓰는 식인데, 감독인 자신이 스스로 소화하지 않은 부분을 미리 행하지 않는 주의인 셈이다.그래서 주연 스다 마사키의 공이 컸다며 구로사와 감독은 “대본엔 캐릭터 설명이 거의 쓰여있지 않음에도 단번에 제 의도를 완벽히 이해했다. 연기를 보며 ‘이 인물이 이런 사람이구나’ 처음으로 실감했다”고 칭찬했다. 일례로 극 중 연인이 그에게 돈만 있으면 사도 되냐고 물을 때 “좋아”라고 말하는 대사를 들며 감독조차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몰랐던 그 대사를 긍정과 난처함, 그 중간을 표현한 점을 치켜세웠다. ‘클라우드’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그는 영화 전반부에서 주인공 요시이가 사는 아파트 창 밖으로 그가 그만둔 공장 사장이 찾아온 것을 보게되는 장면을 꼽았다. 컷을 나눠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어서 처리했기에 촬영 품도 많이 들었다. 그런 방식을 택한 이유를 밝히며 구로사와 감독은 “장면을 이어서 보여주면 일상의 공포로 와닿게 된다”며 “공포의 순간을 시간의 경과 속에서 느끼게 되기에 흐름이 중요하다”고 주안점을 밝혔다.‘뱀의 길’도 마찬가지로 평범한 이가 극한으로 치닫는, 어딘가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감각으로 풀어낸다. 어린 딸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기자 알베르(다미엔 보나드)가 일본인 의사 사요코(시바사키 코우)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시작하는 이야기의 영화다. 이 같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일반 사회와 매우 멀지 않더라도 통용되는 규칙에서 벗어난 상황을 그려내고 싶어 그런 폐쇄적인 장소를 설정하게 된다”면서도 “일본에서는 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찍으려면 엄청난 자금도 들고, 촬영 자체도 금지됐다”는 제작 현실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에서 열린 공간을 찍으려면 거대한 세트에 수많은 엑스트라가 필요한데 한국에선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일상 공간 안에서 영화적이고 장르적인 요소가 들끓는 촬영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한편 구로사와 감독은 ‘간다천 음란전쟁’(1983)으로 상업 영화 데뷔한 후 ‘큐어’, ‘회로’, ‘절규’ 등을 통해 장르의 대가로 입지를 굳혔다. 2008년에는 ‘도쿄 소나타’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이후 로카르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 유수영화제 초청·수상했다.부산=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06 14:22
영화

러블리함 끝판왕…‘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노상현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종합]

사랑스러움으로 중무장한 두 청춘의 이야기가 가을 극장가에 펼쳐진다.9일 오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이언희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고은, 노상현이 참석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고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작품.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에 실린 ‘재희’를 원작으로 한 퀴어 영화다.이날 이언희 감독은 “단편 소설을 장편 영화화하는 것이라 분량적으로 많은 게 필요했다. 또 제가 책을 재밌게 봐서 소설 속 주인공들과 더 친해지고 알고 싶었다”며 “기본적으로 소설을 기반으로 하되 서사를 나름대로 채워가려고 노력했다”고 짚었다.이 감독이 언급한 추가된 서사는 데이트폭력 이슈 등이다. 그는 “두 인물이 겪는 게 특별한 사건은 아니지만, 누구나 어떤 순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어떻게 대처하지는 보여주고자 했다.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배우들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재희를 연기한 김고은은 “동갑 캐릭터를 처음 맡아봐서 반가웠다”면서도 “나는 저 때 왜 저렇게 놀지 못했나 부럽기도 했다. 대리 만족을 하면서 연기했다”며 웃었다. 이어 “재희 자체가 시나리오상에서도 톡톡 튀고 상대를 사로잡는 성격의 인물이었다. 최대한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재희가 미움과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그것이 일차원적으로 보이지 않게, 이면의 것이 와닿을 수 있게끔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흥수로 분한 노상현은 “본인만의 비밀로 인한 아픔이 있는데 재희를 통해서 힘을 내고 성장해 가는 모습이 좋았고 마음이 갔다”며 “연기하면서는 성장 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렸을 때 답답함, 고립, 수치스러움 등 억눌린 감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노상현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 성소수자분들도 만났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고될 만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도움이 많이 됐다”며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가는 모습, 노력하는 모습을 최대한 이해하고 섬세하게 연기해 보려고 했다”고 밝혔다.이에 이 감독은 “흥수에 대해서는 제가 첨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소설 속 캐릭터는 자조적으로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농담을 한다. 그때 상상되는 표정이 있었는데 그걸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디테일한 에피소드가 생겼다”고 부연했다.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인 소감도 언급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지난 15일 폐막한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김고은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신마다 반응해 주셔서 콘서트 보듯 같이 봤다.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추억했다.이 감독 또한 “토론토영화제에서 다들 너무 좋은 반응을 해주셔서 감사했다”며 “한국에서도 그런 반응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며 국내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대도시의 사랑법’은 오는 10월 1일 개봉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9.23 17:05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