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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강정호의 지각 사과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이지만…”

강정호는 복귀 이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야구 할 자격이 있는지 수없이 생각했다. 정말 변화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구단이 받아준다면 첫해 연봉을 전액 기부하겠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음주운전 피해자들과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내가 생각해도 (야구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성숙한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정호는 4년간 자발적으로 금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진 건 3년 반 전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돌아와야 하자 그제야 사과하는 모양새다. 그는 “사과가 늦어진 점, 정말 죄송하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다. 구단에서 추가징계를 내리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비난에 대해선 “많은 질타와 비난을 감수하겠다. 더 성숙해지려고 한다. 노력과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용서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강정호는 ‘유소년’과 ‘음주운전 피해자’를 언급했다. 그들을 위한 봉사를 언급했지만, 야구를 다시 해야 할 근거로 제시하기 위해 그 둘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강정호는 야구를 다시 하겠다는 게 자신의 욕심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도 이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범법 행위 뒤에 “야구로 속죄하겠다”며 현장에 복귀해온 야구계 관행이 계속될지, 이번 강정호 사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밖에 없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0.06.24 07:45
야구

[롯데 파격②]롯데의 파격 인사, 그 결과는?

롯데는 위기마다 파격적인 인사를 시도했다.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던 2007년 11월에는 강병철 전 감독의 후임으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67)을 선임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 밀워키에서 감독을 맡았고, 샌디에이고 인스트럭터,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에서도 사령탑을 맡으며 지도력을 검증받았다. 롯데의 13대 현장 수장이자 사상 첫 외인 감독으로 남았다. 그전까지 선수·코칭 스태프와의 소통 문제, 문화 차이 등을 이유로 기피하던 인사였다. 그러나 스스로 개혁을 실현하지 못하는 구단를 오너가가 믿지 않고 직접 개입했다. 모범적인 의사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팬들의 기대는 높았다. 가을 야구에 목이 말랐던 롯데팬은 최초라는 의미가 담긴 '제일호'라는 별명을 붙여 기대감을 드러냈다. 의사 결정만으로 분위기 전환은 해냈다. 롯데는 이전에도 정석에서 벗어나는 인사를 했다. 2대 송정규(67) 전 단장은 야구인 출신이 아니다. 롯데팬이었다. 1990년에 '필승전략-롯데 자이언츠 탑 시크리트'라는 책을 냈고 민재영 당시 롯데 야구단 사장과 신준호 구단주의 시선을 끌었다. 1991시즌을 앞두고 단장 제안을 받아 수락 했다. 당시에도 파격이었다. 외인 지도자 선임은 1986년에도 시도했다. 시즌 뒤 2대 감독이던 강병철 감독이 물러난 상황에서 당시 수석 코치던 일본인 도이 쇼스케(한국명 도위창)를 사령탑에 앉히려고 했다. 국민 정서를 의식한 KBO 등 야구계 다수가 반대한 탓에 그해 12월 1일부터 40일 동안 대행만 맡겼다. 롯데는 1987시즌을 앞두고 성기영 감독을 선임했다. 도위창은 5대 김진영 감독이 시즌 중 물러난 뒤에도 대행을 맡았다. 송정규 전 단장, 로이스터 감독 모두 야구인에게 좋은 시선을 받지는 못했다. 기존 질서와 굳혀진 문화에 반하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성과에 프런트, 현장 수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송 전 단장은 1992시즌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때 자리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2008~2010시즌은 롯데 야구의 황금기였다. 내홍이 없지 않았고, 이별도 잡음이 있었다. 그러나 관행을 벗어난 선택 때 분위기 전환은 해냈다. 롯데는 2019년에도 다시 한 번 파격 인사를 노린다. 공석인 단장 자리에 해외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37)가 선임됐다. 기존 프런트를 향한 불신이 워낙 크다 보니 롯데팬은 이 가능성에 대해 적지 않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려도 있다. 한 야구인은 "로이스터 감독처럼 큰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을 보여준 인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정상적인 단장 업무를 수행한다면 문제가 많을 것이다. 변화를 너무 의식한 탓에 이상만 좇은 것 같다"고 했다. 수 차례 파격 인사를 했지만 일시적인 변화만 있었다. 체질은 바뀌지 않았다. 롯데는 성적이 문제가 아니다.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방식과 의지가 달라져야 한다. 개혁을 한다는 미명 아래 껍데기만 바꾸면 안 된다. 포스트 이대호 시대를 준비하는 상황. 이번 단장 인사의 결과에 관심이 더 모이는 이유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19.09.03 20:22
야구

심판을 바꿔달라? 뉴미디어 입찰 마감 전날 있었던 방송사 마지막 횡포

지상파 3개 사 스포츠 채널과 SPOTV, 방송 4개 사가 간신히 합의에 이른 판을 흔들었다. 몽니를 넘어 억지라는 것이 야구계의 평가다. 뉴미디어 입찰과 관련해 긴 시간 동안 진통을 겪으며 합의한 사항을 놓고 방송 4개 사, 즉 지상파 3개 사 스포츠 채널과 SPOTV 컨소시엄이 제안서 서류 접수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KBOP에 입찰 심사 위원 일부를 교체해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KT 그리고 SK와 LG 소속 KBOP 이사진이 심사에 참여한다면 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야구단과 모그룹의 관계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억지 주장에 가깝다. 입찰 참여자가 갑자기 프레젠테이션(PT)을 며칠 안 남겨 놓은 상황에서 심판을 바꿔 달라고 하는 셈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야구인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은 프로야구 산업화 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발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입찰 방식을 두고 KBOP와 10개 구단 마케팅 실무진 그리고 업계 관계자의 릴레이 회의가 이어졌다. 그간 특정 업체가 장악해 온 대행사 독점 구조를 바꾸고, 산업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합리적인 이해관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3개월간 협상 끝에 1월 28일에서야 첫 번째 합의에 이르렀다. KBO는 "'클린베이스볼' 실천의 일환으로 기존의 수의계약 관행에서 탈피해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 평가 방식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했다. 닷새 이후인 2월 1일에는 세부 평가 기준도 발표했다. 기술 평가(40점) 비중을 높인 것이 골자다. 산업 발전 의지에 기여하려는 의지와 능력 없이 자금력만 앞세운 업체는 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었다. KBOP는 "다양한 형태의 컨소시엄이 구성될 수 있다. 이해관계자 스스로 더 나은 발전 방향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KBOP 소속 인원은 심사에서 빠지기로 했다. 오로지 10개 구단의 의사로만 새 사업자가 선정된다. 방송 4개 사 컨소시엄, 황당한 심판 교체 요구 21일 오전 11시30분에 마감된 서류 접수에는 SK텔레콤·LG U+· KT 통신 3개 사와 포털 2개 사(네이버·카카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쪽은 방송 4개 사(KBS N·MBC SPORTS+·SBS Sports·SPOTV) 컨소시엄이다. 다른 업체 또는 컨소시엄의 입찰은 없다. 그동안 각자 노선을 가던 통신 3개 사가 손잡은 것 자체가 매우 파격적이다.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 사업이 갖는 함의를 엿볼 수 있다. 적극적이지 않던 포털이 입찰에 뛰어든 배경도 주목된다. 어떤 권리도 취득하지 못하면 최장 5년(2+3년)에 이르는 사업 기간에 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음을 감지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계 관계자는 "초반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포털이 이번 입찰에 들어온 이유는 명백하다. 갈수록 커지는 해외 사업자, 즉 유튜브·넷플릭스 등이 국내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추세다. 권리를 취득한 새 사업자가 포털에 불리한 조건을 내세우거나 해외 사업자와 계약 체결 시 유리한 거래를 한다면 야구 콘텐트 관련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미디어 관계자는 "역대 어느 입찰에서도 통신 3개 사가 목소리를 같이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결국 한국 프로야구로 상징된 뉴미디어 권리의 중대성에 대해 이해를 같이한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통신사와 포털의 연합은 이해관계가 맞다. 애초에 통신사는 자사 OTT(Over The Top) 서비스 제공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포털의 영역을 굳이 넘보지 않았다.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내부 권리 분배를 두고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수의계약 대상자에서 벗어나 이제 공개 입찰에 들어간 포털은 기존 권리를 지키면서 출자 규모를 두고 통신사와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포털과 통신사는 그간 기존 대행사인 에이클라가 가진 재판매 권리에 휘둘렸다. 기존 체제에서 문제점을 절실히 느낀 '동병상련' 입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순풍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통신 3개 사와 포털 연합은 경쟁하는 방송 4개 사에 위협적이다. 실제로 낙찰 기준에 40%를 차지하는 기술 평가 경쟁력에서 크게 밀린다는 평가다. 통신사는 5G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처음부터 더 나은 서비스 질을 제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포털은 이미 뉴미디어 분야에 견고한 입지를 다진 상태다. 현재 판도에서는 방송 4개 사가 가격 평가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3개 구단을 향해 방송사들이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결국 어설픈 견제에 불과하다. 서류 접수 마감 하루 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통신사와 포털의 연합을 뒤늦게 파악하고 취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방송 4개 사의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송 4개 사 컨소시엄은 입찰 방식이 공개 입찰로 정해지기 전후 이미 통신사와 연합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력을 보완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문제는 제시한 협상 내용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자금 부담은 상당 부분 자사가 안고, 권리 주도는 방송사가 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자사 O·T·T에 중계하거나 콘텐트를 활용하는 데 대해서도 기존 대행사가 요구한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봤다. 결국 에이클라가 독점하던 권리를 방송 4개 사가 나눠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통신사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 방송 4개 사는 포털과 연합 시도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협상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통신사와 협업 가능성이 있을 때는 통신 3개 사를 모기업으로 둔 구단 KBOP 이사진이 심사위원으로 있는 데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에 통신사가 방송사와 연합했다면 그런 공문을 보냈겠나. 결국 한 배를 타려다 실패하고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라는 일침을 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 결정 기구의 의결 사항을 무시한 것이다. 10개 구단 사장단이 실무 능력을 갖춘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힘을 실어 줬고, 기존에 단장만으로 구성된 KBOP 이사진도 구성원이 달라졌다. 그 과정에서 방식과 세부 평가 기준이 정해졌다. 3개월 넘게 걸린 장기전이었다. 그런 과정을 알면서도 심사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요구를 했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A구단 관계자는 "야구단은 엄연히 독립 법인이다. 야구단이 통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구단의 수입 증대를 위해 이사회에 들어가 있는데, 모기업이 통신시라는 이유로 평가에서 빠져야 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두지 않은 구단도 입장은 같다. B구단 관계자는 "야구단과 모그룹 관계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했다고 본다. 무례한 조치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C구단 관계자는 "그동안 에이클라나 케이블 3개 사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룰로 변경되는 행태가 이어졌고, 이를 막기 위해 선수 출신 단장에서 마케팅 실무자로 KBOP 이사진을 재구성한 것이다. 기존 사업자의 횡포에 끌려다니지 않고 구단의 재산권을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막판에 심사위원까지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할 줄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 발전을 좌우할 KBOP와 7개 구단의 대처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세 구단은 KBO와 나머지 7개 구단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25일 진행되는 기술 평가 PT와 심사에 앞서 방송 4개 사의 요구에 대한 대응이 결정된다. 세 구단은 적극적으로 반발할 생각이 없다. 자회사가 모기업 사업에 유리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프로야구 사업이 아니어서도 그렇다. 한 구단 이사는 "KBOP가 방송사의 요구에 대응할 논리가 있고 다른 구단이 납득한다면 심사에 참여할 것이다. 우려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심사에) 빠질 것이다. 이 문제가 곡해돼 그동안 구단의 수익 증대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들인 노력이 폄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달 31일 대전 모 처에서 열린 KBOP 이사회에서 이미 언급된 바 있다. 한 이사가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세 구단 이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업체(컨소시엄)가 등장할 가능성을 꺼냈다. 당시 KBOP 인원과 다른 구단 이사는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미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뉴미디어는 올드미디어 영향력이 줄어드는 환경 변화와 맞물려 매년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KBOP에 의뢰받은 모 광고기획사는 "2년 안에 157억원에서 2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0개 구단의 수익 향상에 기여하며 리그 전체의 상생을 촉진할 수 있는 영역으로 기대받고 있다. 무엇보다 야구팬에게 전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야구라는 콘텐트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심사에는 KBOP 인원 2명이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세 구단 이사가 심사에서 빠진다면 7개 구단 이사만으로 사업자가 선정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향후 5년 동안 뉴미디어 산업 발전 여부가 달려 있다. 스포츠취재팀 2019.02.22 06:00
야구

[뉴미디어 권리①] '끼리끼리' 할 경우 문제 소지 있어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 쟁점 중 하나는 프로야구 중계권 중 하나인 뉴미디어(인터넷·모바일·DMB 등) 권리의 재계약이다. 뉴미디어 권리는 2014년 체결된 뒤 그동안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이하 에이클라)가 독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뉴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세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뉴미디어 권리를 에이클라에 일임한 탓에 '수익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는 지난 1월 취임사에서 "가치 평가와 합리적 계약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수익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곧바로 KBO는 4월 고강도의 외부 감사를 진행했고, 이어 8월 '모든 사업은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해 입찰 경쟁을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행이란 사실상 수의계약이나 다름없이 사업자를 선정한, 이전의 일처리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이제 뉴미디어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에이클라와 5년 계약이 만료되는 뉴미디어 권리는 정 총재가 KBO 수장이 된 뒤 진행하는, 사실상의 첫 번째 중계권 관련 입찰이다. 취재 결과, 지상파 스포츠 케이블 3개 사와 통신 3개 사, 에이클라 등이 이번 입찰에 들어갈 확률이 높은 가운데 케이블 3개 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간스포츠가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한 결과, 이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KBO와 KBOP가 공히 중계권 입찰 시 자격 조건을 놓고 좀 더 신중해야 할 이유다. 뉴미디어 중계권 '끼리끼리' 할 경우 문제 소지 있어 "한 배를 탄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과 관련한 법조계의 시선이다. 지상파 3개 사의 스포츠 케이블(KBS N SPORTS·MBC SPORTS+·SBS Sports)은 이른바 컨소시엄을 앞세워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3개 사(kt·LG U+·SKT) 역시 이에 맞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분위기나 케이블 3개 사 연합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이와 관련해 본지의 질의를 받은 해당 법무법인은 우선 지상파 케이블 3개 사의 동종 컨소시엄 구성 자체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 행위(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당한 공동 행위란 사업자 또는 사업자 단체가 계약·협정·결의 기타 등 어떤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법무법인은 "프로야구 시청 점유율, 신규 진입에 허가를 요하는 방송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지상파 케이블 3개 사는 (프로야구 중계권 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다"며 "동종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컨소시엄은 이번 중계권 입찰의 경쟁을 감소시키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만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시장지배적 사업자란 관련 시장의 공급자나 수요자로서 단독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수량·품질 등의 거래 조건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사업자를 뜻한다. 즉, 법조계에서는 지상파 케이블 3개 사가 프로야구 중계권 시장에서 중계권료나 중계 방식 등의 거래 조건에서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도 있다는 견해다. 관건은 공정거래법상 지상파 케이블 3개 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할지 여부다. 이는 곧 지상파 케이블 3개 사가 뉴미디어 권리를 가져간다 해도 위법 소지가 있는 만큼, 향후 경쟁사 또는 입찰 참가자의 이의제기 등이 있을 경우 법정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얘기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상파 케이블 3개 사의 컨소시엄 구성이 결국 국내 프로야구 중계권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로펌의 한 변호사는 "지상파 케이블 3개 사가 뉴미디어 중계권을 가져갈 경우, 관련 콘텐트의 제작 및 유통·광고 등의 인접 시장에 시장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다"며 "특히 중계권 콘텐트 제작과 유통의 절대 권한이 생겨 제작비 전가, 재판매 폭리 등이 예상돼 시장 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지상파·케이블 중계권(2019년 만료)을 가진 '올드 미디어'가 모바일과 온라인이 중심인 '뉴미디어' 권리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취재팀 [뉴미디어 권리①] '끼리끼리' 할 경우 문제 소지 있어 [뉴미디어 권리②] 공개 입찰을 둘러싼 복마전 [뉴미디어 권리③] 18일 사장들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 [뉴미디어 권리④] KBO와 야구계가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주요 사항 2018.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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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권리④] KBO와 야구계가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주요 사항

2019년부터 뉴미디어 중계권은 새로운 사업자 또는 형태를 맞이한다. 그동안 KBOP와 각 구단 마케팅 실무자, 이사진 그리고 방송사가 협의를 이어 왔다. 아직 선정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개 입찰과 수의계약을 두고 저마다 입장이 다르다. 18일 열리는 KBOP 이사간담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연히 목표는 상생이다. 명확한 노선이 나오기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공개 입찰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 탓이다. 단독(컨소시엄 포함) 사업체가 나오면 기존 대행사 체제의 병폐가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2020년까지 계약된 IPTV는 빠져 있지만, 유무선 권리만으로도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2의 '김선달'이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사업은 야구팬에게 발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업 발전을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 답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한 업계 관계자 A는 "입찰액으로 사업자가 선정되는 통상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콘텐트 개발 능력이 없는 업체가 권리를 얻을 수 있다.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다른 업체가 있는데도 말이다"고 말했다.B는 "아무래도 KBO가 과거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집착이 있을 수 있다. 유착 관계에서 의심을 벗어나기 위해 공정 경쟁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산업 발전을 위한 측면에서는 최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구단 관계자도 "800만 관중 시대다. 팬들이 원하는 뉴미디어 서비스가 있다. 최소한 발전을 막는 사업자가 선정되는 상황이 나와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새 사업자가 재판매 권리를 기존처럼 제약 없이 갖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관계자 B는 "다수 업체가 대체로 그동안 손해를 봤다. 특히 방송사가 중계와 유통까지 모두 장악할 경우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업권을 갖게 된 뒤 이를 충당하려는 움직임을 할까 봐 우려된다. 콘텐트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재판매에만 매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고 내다봤다. A는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야구팬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뉴미디어를 그저 돈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생각을 전했다. 플랫폼 기반(유무선)에 따라 콘텐트의 개발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다수의 사업자가 나오면 다양한 콘텐트도 나올 수 있다. 안 그래도 IT 산업의 발전 정도에 비해 프로야구 중계의 질이 낮다는 평가가 있다. KBOP가 각 사업자의 강점과 발전 방향, 미래가치 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발로 뛰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 발전은 어느 한쪽에 권리를 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몇천만원대 상품 계약은 직접 하면서 규모가 훨씬 큰 중계권 관련 사업은 대행사를 두던 KBOP다. 뉴미디어의 가치는 과거와 다르다. 개별 협상을 왜 안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정 권리를 갖고 있는 쪽이 생기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발자취가 그랬다. 그래서 상생의 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통신 업계는 5G 시대 도래를 앞두고 양방향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자신한다. 한 모바일 스포츠 중계 전용 플랫폼은 올해만 순 사용자 150만 명, 누적 이용자 200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3개 사 가입자 수를 합치면 4000만 명이 넘는다.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에 유의미한 수치다. 방송도 기존보다 향상된 콘텐트 제작에 투자할 수 있다. 시청률 경쟁이 동반되는 만큼 서비스 향상도 기대된다. 물론 이해관계자 모두가 같은 입장은 아니다. 10개 구단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구단과 나머지, 인기 정도에 따라서도 제각각이다. 이익 향상과 팬서비스 확대라는 기조는 추구하지만 입찰 방식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구단도 있다. 공개 입찰과 수의계약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C구단 관계자는 "합리적인 중계권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면 입찰 방식도 문제가 없다. 또 KBOP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수의계약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병폐가 반복된다면 입찰이 무의미하고, 협상을 제대로 못 하고 그저 맞춰 주는 계약을 하면 수의계약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수의 구단은 사업자 선정 방식보다 향후 구단이 뉴미디어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주시, 감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하는 구단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KBOP의 역할을 강조한다. D구단 관계자는 "시장경쟁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고 상식적인 결정을 바란다. 무엇이 문제인지, 각 구단과 이해관계자의 바람은 KBOP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협상 주체 역할을 잘해 내야 할 때다"고 전했다. 스포츠취재팀 [뉴미디어 권리①] '끼리끼리' 할 경우 문제 소지 있어 [뉴미디어 권리②] 공개 입찰을 둘러싼 복마전 [뉴미디어 권리③] 18일 사장들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 [뉴미디어 권리④] KBO와 야구계가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주요 사항 2018.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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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도박·성범죄·뒷돈 거래 … “이게 야구냐”

승부조작과 도박에 이어 성범죄, 현금 뒷거래까지…. 조폭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프로야구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역대 최다 관중을 향해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 흥행에도 악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과거 넥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29일 밝혔다. KBO 조사 결과 넥센은 지난해 NC, KT 구단과 선수를 트레이드하면서 KBO 사무국에 제출한 양도·양수 협정서와 달리 현금 6억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KBO는 트레이드 과정에서 챙긴 ‘뒷돈’을 야구발전기금으로 환수하는 한편 특조위를 통해 전 구단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조사위원회는 KBO 외부 전문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필요하다면 법률·수사 분야의 전문가를 추가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장 총장은 또 “수사권은 없지만 리그 전체의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문제이기에 구단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트레이드엔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현재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장 총장은 “이장석 대표의 증언을 듣기 어렵겠지만 구단에 대해선 엄격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프로야구 팬들의 반응은 실망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 이장석 대표의 영구제명은 물론 넥센 경영진의 구단 운영 권리를 박탈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는 크게 성장했다. 2개 구단이 생겨났고, 관중이 늘면서 중계권료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FA(자유계약) 선수들의 몸값은 100억원대까지 뛰었다. 큰 인기를 누리는 만큼 사회적인 책임도 뒤따른다. 하지만 야구계 전반의 윤리의식은 프로야구가 탄생한 1980년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승부조작·불법 인터넷 도박·음주운전에 이어 금지약물 복용·사생활 추문·성범죄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가 일어났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실을 은폐하거나 이번 넥센 사태처럼 구단 차원에서 일어나는 잘못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KBO 자문위원인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예전엔 야구만 잘 하면 다 용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일탈을 이끌어낸 것”이라며 “정운찬 KBO 총재도 강한 징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프로야구 인기 유지에도 좋지 않은 요인”이라고 했다. 뉴욕 메츠 등에서 일했던 대니얼김 KBSN 해설위원은 “미국에선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선 강력한 처벌을 한다. 특히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은 예외없이 제명시켰다. 지난해 배지환이 연루됐던 애틀랜타의 선수 스카우트 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해선 존 코포렐라 전 단장이 영구제명됐다. 리그의 신뢰도와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엔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야구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훈기 위원은 “한국 학원 스포츠는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사회적인 책임의식이 떨어진다. 교육계와 협력해 학생 선수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주장했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야구계를 포함한 체육계는 대한민국에서 ‘관행’이 가장 많이 통용되는 사회다. 탈법이나 편법과 같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일침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18.05.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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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계권 파행④-구단들은 왜 방관했나

불만은 많았다. 하지만 입은 꾹 다물었다. "어차피 얘기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잃어 온 수익이 매년 수십 억원이다. 중계권 협상 대행사에 모든 걸 맡겨 놓은 사이 프로야구단들의 적자 폭은 더 커졌다. 구단이 받아야 할 중계권료가 절대적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구단의 마케팅 수익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데 있어 이제 대행사에 맡겨 두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몸값 인플레이션 시대까지 도래해 더 그렇다. 2016년 말 프리에이전트(FA) 최형우가 삼성에서 KIA로 이적하면서 상징적인 몸값 '100억원' 선을 공식적으로 넘어섰다. 얼마 뒤 이대호가 일본과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고향팀 롯데와 4년 150억원에 계약했다. 올해는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를 떠나 LG와 4년 115억원에 사인했다. 롯데 손아섭(4년 98억원) NC 박석민(4년 96억원) LG 차우찬(4년 95억원)처럼 100억원에 근접한 몸값을 받는 선수도 많아졌다. 안 그래도 수백 억원에 달하는 구단 운영비에서 인건비 투입 비중이 크게 늘었다. 물론 구단들의 영업이익도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다. 최근 2~3년 사이 대구와 광주, 고척에 새 야구장이 생기면서 KBO 리그 관중이 2년 연속 800만 명을 돌파했다. 뉴미디어의 발달로 중계권 수입도 구단별로 50억원 중반대를 넘어섰다.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로서 위상도 굳건하다. 하지만 여전히 몸값 상승 그래프의 가파른 곡선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관중 수익만으로 적자를 메워 가려면 최소한 1000만 관중 시대는 열려야 가능하다"며 "인프라 차이를 고려해 계산하더라도, 중계권료와 마케팅 수익은 아직 미국이나 일본 구단에 한참 못 미친다"고 했다. 여전히 야구단의 '흑자 경영'은 멀고도 멀다. 한국보다 저변이 넓고 야구 입지가 탄탄한 일본에도 흑자 구단은 많지 않다. 그래도 매년 수백 억원씩 적자를 내는 프로야구단들이 모기업의 의존도를 최소화할 필요는 있다.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해결책이 중계권료를 '제대로' 받는 것이다. 그동안 각 구단은 철저히 방관자에 머물렀다. 그 어떤 팀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 A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계권 문제에 대해 대부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최근 수익 창출에 구단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B구단 관계자도 "(중계권 에이전트사의 폭리는) 이제 관행처럼 굳어져 누구도 문제로 삼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개선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계약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누군가 앞장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계권 계약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직원도 많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은 중계권과 관련된 취재를 하면서 매우 우려스러웠던 부분이다. 어떤 구단은 마케팅 파트에서 중계권 관련 파악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팀은 홍보 파트에서 주관하기도 했다. 어느 부서가 하든 일관된 대응책만 있으면 상관없다. 취재 도중 모구단은 아예 중계권과 관련된 물음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실무자가 없었다. 경악스러운 지경이다. 애초에 상세한 계약 상황을 알기가 어렵다는 게 구단 대부분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C구단 관계자는 "구단은 '을'의 입장이다. KBO와 에이클라 간 계약을 구단에 아예 공개하지 않아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사회에 참석하는 각 구단 사장이나 실행위원회를 구성하는 각 구단 단장들도 매너리즘에 젖었다. D구단 관계자는 "실무자가 아무리 문제를 느껴도 위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중계권료의 정당한 증가와 배분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건 어쩌면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다. 초창기 KBOP의 시작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야구인은 "2002년에 시작된 스포츠 통합 마케팅의 주체, KBOP가 16년 넘게 제 모양새를 만들어 내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구단들이 원치 않았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KBOP가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 2000년대 초반에 KBO가 '정치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실무진을 배제한 채 2~3년에 한 차례씩 바뀌는 각 구단의 사장단들만 챙기기에 급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다른 원인은 구단들의 이기주의 탓으로 돌렸다. 이 관계자는 이어 "LG와 두산, 롯데, KIA가 왜 나머지 구단과 똑같은 파이를 나누려 하겠는가. 매년 순증하는 중계권료가 뉴미디어 발달로 더욱 커질 것 같다고 여겨지니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면 '진짜' 통합 마케팅을 구현하는 데 중계권과 관련한 주도적인 자세는 오히려 다행"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운찬 KBO 신임 총재는 임기 3년 내 리그의 산업화를 주요 목표로 내걸었다. 밖에서 본 KBO 리그의 문제점에 대해선 "각 구단들끼리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단합이 잘 안 된다고 들었다. 그런 부분은 고쳐 나가야 할 점"이라고 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한 구단이 불만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개선 의지를 보여도, 다른 한 구단이 한발 물러서면 일을 추진하기 어렵다. 10개 구단은 프로야구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다. 구단들은 정당한 권리를 잃어버렸고, 너무 빨리 체념했다. 그 결과로 매년 수십 억원의 귀중한 수입을 허공에 날렸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해답이다. 스포츠취재팀(김성원·배영은·배중현·이형석·김희선·안희수·피주영 기자) [단독] 중계권 파행①-중계권 대행사 어쩌다 십년 넘게 한 곳이 [단독] 중계권 파행②-KBO와 사실상 한 몸인 에이클라 [단독] 중계권 파행③- 구단의 목소리, 주요 구단 마케팅 홍보팀 Q&A [단독] 중계권 파행④-구단들은 왜 방관했나 [단독] 중계권 파행⑤- 야구단 주요 수익은 어디서? [단독] 중계권 파행⑥- 인적쇄신이 개혁이다 [중계권 기획①] '독점' 대행 체제, 부술 때가 됐다[중계권 기획②] 제 돈 못 챙기는 야구단, 돈줄 새는 대행사 체제[중계권 기획③] 대행사 낀 KBOP,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중계권 기획④-1] KBO 중계권 수익 따져보니[중계권 기획④-2] 구단보다 2배 넘게 버는 에이클라[중계권 기획⑤] 연도별 중계권료 상승 추이와 의미 2018.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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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계권 파행⑥- 인적쇄신이 개혁이다

정운찬 총재가 새롭게 취임한 KBO의 개혁은 인적 쇄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KBO 리그는 지난해 수차례 홍역을 치렀다. 최근 몇 년간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논란이 계속 불거졌다. 백번 양보해서 이건 개별 구단의 문제로 치부한다고 치자. 전직 심판위원의 금품 수수 논란, 승부조작과 도박, 입찰 비리 등 안팎으로 터진 사건 사고는 구단을 대표하는 리그의 연합, 한국야구위원회의 업무 태만과 관리 부재로 봐야 한다. 특히 내부에서 곪을 대로 곪은 문제들이 속속 터졌다. 지난해 말 임기 만료된 양해영 전 사무총장은 불명예 퇴진했다. 그는 2017년 10월 구본능 전 총재와 함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대 및 국립대병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셀프 총재 특보' 논란을 낳았다. 전임자의 예를 들어 신임 총재를 보좌하겠다고 슬그머니 나선 것이다. 한 관계자는 "구본능 전 총재의 결재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정운찬 총재는 이에 대해 구본능 전 총재로부터 어떠한 부탁 또는 통보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찰 비리 의혹에도 휩싸였다. KBO가 2016년 4월과 10월에 실시한 중국 시장 진출과 관련한 2건의 입찰에서 모두 'KBO 담당 직원의 가족이 운영했던 업체가 낙찰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두 건의 낙찰가를 합치면 8억원이 넘는다. 당시 KBO는 "해당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한 게 없다'고 주장하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2017년 6월 인수인계를 하게 한 뒤 업무에서 배제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심판 금품 수수 논란은 검찰에 고발했고, 입찰 비리와 관련해선 KBO로부터 자료를 받아 회계 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지난해 중반에는 심판 금품 수수 논란이 야구판을 휩쓸고 지나갔다. 당시 KBO는 프로야구단 사장과 심판 간의 금전 거래 사실을 사전에 확인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많은 비난에 직면했다. KBO 내부에서 많은 의혹과 논란이 발생하자 '쇄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 출신으로는 최초로 KBO 총재에 오른 정운찬 전 총리와 새롭게 손발을 맞출 사무총장으로 어떤 인사가 임명될지 야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구인부터 시작해 전임 구단 대표이사와 전임 단장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최근 일련의 의혹과 논란에 문제의식을 느낀 정운찬 총재는 지난 3일 취임식에서 '클린 베이스볼'을 중요한 기치로 내세웠다. 정 신임 총재가 선언한 '클린 베이스볼'은 승부에서뿐 아니라 KBO 내부의 인적 쇄신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 KBO 리그를 관장하는 조직이 먼저 '깨끗한 행정'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KBO 사무총장은 총재가 제청하면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이다. 사무총장은 말 그대로 총재를 '보좌'하는 자리다. 최종 결정권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임 총재 취임 뒤 새롭게 맡게 될 사무총장 자리에 초미의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예전과 다르게 늘어난 관중에, 늘어난 구단(8개 구단→10개 구단)으로 리그 살림살이가 그만큼 커졌고, 사무총장이 임명해야 하거나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 매우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론 양해영 전 사무총장이 그 정도로 조직을 망가뜨렸다는 방증이 아닐까. 새 인물을 통해 묵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야구계의 바람이 아닐까. 사무총장은 10개 구단 사장단 모임인 KBO 이사회의 일원이자 10개 구단 단장 모임인 KBO 실행위원회의 위원장이다. 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 대표이사직도 맡는다. 최종 결정권은 모두 총재에게 있지만, 행정 실무는 사무총장이 총괄한다. 내부 승진 케이스를 통해 리그를 관장했던 양해영 전 총장 체제는 사실상 실패라는 결론이 났다. 또 다른 내부 승진으로 사무총장의 후임을 결정하려고 했으면 아마도 1월 총재 취임과 동시에 발표가 났을 것이라는 게 야구인들의 전언이다. 감독 출신인 모 야구인은 "이참에 KBOP의 완전 독립 체제를 꾀하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면서 "야구계 현안을 잘 알아, 행정 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야구단 사장 또는 단장 출신을 사무총장으로 선임하고, KBOP는 독립하는 것이다"며 사무총장-KBOP 이사 이원화 체제를 제언했다. 즉, KBOP 수장은 KBO 사람이 아니라 외부 스카우트를 통해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자는 것이다. 이는 정 총재의 취임식 때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정 총재는 "한국은 여전히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않아 안타깝다. 내가 잘하면 연봉도 받고, 인센티브도 받고 싶다고 한 것은 한국 프로야구 산업화에 대한 기초적인 행동이 아닐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물며 10개 구단 마케팅을 통합·총괄하는 KBOP 수장을 마케팅 업계 전문가를 인센티브제를 통해 '모셔 오는' 방안도 충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야구계 자리 싸움으로 비치고 있는 모양새를 불식시키는 방안이기도 하다. 새 총재와 함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나가야 할 사무총장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외부와 내부라는 '프레임'에 얽매이기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판단하고 추진할 수 있는 새 적임자를 찾아내야 한다. 인적 쇄신과 새로운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스포츠취재팀(김성원·배영은·배중현·이형석·김희선·안희수·피주영 기자) [단독] 중계권 파행①-중계권 대행사 어쩌다 십년 넘게 한 곳이 [단독] 중계권 파행②-KBO와 사실상 한 몸인 에이클라 [단독] 중계권 파행③- 구단의 목소리, 주요 구단 마케팅 홍보팀 Q&A [단독] 중계권 파행④-구단들은 왜 방관했나 [단독] 중계권 파행⑤- 야구단 주요 수익은 어디서? [단독] 중계권 파행⑥- 인적쇄신이 개혁이다 [중계권 기획①] '독점' 대행 체제, 부술 때가 됐다[중계권 기획②] 제 돈 못 챙기는 야구단, 돈줄 새는 대행사 체제[중계권 기획③] 대행사 낀 KBOP,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중계권 기획④-1] KBO 중계권 수익 따져보니[중계권 기획④-2] 구단보다 2배 넘게 버는 에이클라[중계권 기획⑤] 연도별 중계권료 상승 추이와 의미 2018.01.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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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신임 총재의 '클린 베이스볼', 사무총장 인선이 중요하다

정운찬(70) KBO 신임 총재가 오늘(3일) 제22대 KBO 총재로 공식 취임한다. 동시에 정 총재의 '오른팔'이 될 KBO 차기 사무총장의 얼굴도 윤곽이 드러난다. 그동안 전례 없이 많은 소문과 추측이 쏟아진 자리다. 전직 프로야구단 사장과 단장, 감독부터 내부 인사까지 수많은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다. 새 총재가 오는데 '사무총장은 누가 될까'를 놓고 관심이 모이는 것도,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기도 하지만, 전임자들의 업무 수행 능력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BO 사무총장직은 총재만큼 중요한 직책이 따른다. 임무가 많다. 10개 구단 사장단 모임인 KBO 이사회의 일원이자 10개 구단 단장 모임인 KBO 실행위원회 위원장이다. 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 대표이사도 맡는다. 최종 결정권은 모두 총재에게 있지만, 행정 실무는 사무총장이 총괄한다. KBO 리그의 규모가 커지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무총장의 조직 내 비중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정 총재는 외부 영입과 내부 승진을 놓고 고민해 왔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내부 승진은 신임 총재 체제의 행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안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KBO의 크고 작은 사업들을 별다른 혼란 없이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외부 인사를 수혈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 이유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동안 KBO 내부에서 곪아 왔던 숙제가 너무 많아서다. 지난해 KBO는 전직 심판위원의 금품 수수 논란으로 홍역을 겪었다. 승부 조작과 도박·입찰 비리 등 안팎으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십수 년간 누적돼 온 문제라 더 자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KBO의 '밀실 행정'을 타파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정 총재는 지난 1일에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깨끗하고 공정한 프로야구로 성장해 나가는 길에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KBO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부지런히 움직이겠다"며 "팬 중심의 경기, 공정한 야구, 동반 성장하는 리그를 만들기 위한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과감히 변화하겠다고 했다. 도전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꺼내 든 키워드를 일간스포츠는 주목하고자 한다. 바로 '클린 베이스볼'이다. 정 신임 총재는 "지난해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냉정히 돌아보고, 상벌 제도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해 시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그라운드에서 '깨끗한 야구'를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KBO 리그를 관장하는 조직이 먼저 '깨끗한 행정'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새 총재와 함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나가야 할 사무총장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외부와 내부라는 '프레임'에 얽매이기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판단하고 추진할 수 있는 새 적임자를 찾아내야 한다. 인적 쇄신과 새로운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KBO의 새 총재가 향후 더 밝고 환한 길로 리그를 이끌지, 혹은 허울뿐인 리더로 남을지는 상당 부분 사무총장 인선에 달려 있다. 정 총재의 임기 3년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선택에 야구계가 시선을 모으는 이유다. 배영은 기자 2018.0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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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할 일이 더 많은 김선웅 선수협회 사무총장

프로야구 선수협는 지난 2일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새 사무총장을 선출했다. 주인공은 김선웅(45) 변호사.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선수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야구 규약개정과 선수 초상권 계약, 에이전트 제도 도입 등을 추진했다. 특히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 간 불공정 개약 관행 4가지를 시정하는 데에도 큰 힘을 썼다. 과거 참여연대 소속으로 재벌개혁 활동을 했던 그는, 이제 대기업 산하 프로야구단 선수 권익보호와 KBO리그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선수협회 사무실을 방문해 김 사무총장을 만났다. - 사무총장 업무를 본격 시작했는데, 달라진 점이 있는가."달라진 건 크게 없다. 앞으로도 불합리한 규약 개정을 목표로 일할 것이다. 더불어 선수가 팬 서비스를 더 열심히 하고, 프로야구가 산업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선수 뿐만 아니라 구단, 관계자 모두 야구 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 선수협회 일을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어떻게 연을 맺게 됐는가. 혹시 야구계 인맥이 있었는지."인맥은 전혀 없었다. 평소 야구를 좋아했다. OB와 해태·삼미까지 3개 구단 원년 어린이 회원을 가입했을 정도니까. 변호사 시절에는 재벌 개혁 운동과 컨설팅·연구 관련 일을 주로 했다. 국민연금 감시도 했다. 10년 정도 일을 하고 2011년 안식년을 받았는데, 우연히 SNS에서 선수협회 법률자문 위원 구인 광고를 봤다. 야구를 좋아하고, 선수협회에 관심이 있어서 지원을 했다. 2012년 1월 선수협회 총회에 처음 참석했고, 2012년 9월 상근 계약을 하고, 사무국장 일을 시작했다." - 이전까지 선수협회는 '주먹구구식 운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려운 점이 크게 없었다. 정말 아는 것이 없는 '백지상태' 였으니까. 과거 큰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과 제도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했다. 선수협회 실무를 처음 시작할 때 초상권 권리 규약에 관련한 대응을 했다. 이전까지 법과 제도를 이해하지 못해 그냥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처리했더라. 법을 활용할 수 있는 인적 구성과 제도, 인프라 구축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법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사무총장으로 변호사를 선택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 지난 3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10구단의 탄생이 가장 큰 일이었다. 힘든 부분이 많았다. 여러 제약이 발생하면서 10구단 창단이 지지부진했다. 9구단 체제에서 여러 부작용이 나오니까 '8개 구단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협회는 10구단 창단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선수와 감독·코치·프런트까지 모두의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나. 실제 10구단이 창단되면서 선수의 은퇴 시기가 2~3년 더 늦춰졌다. 선수 최저 연봉이 2400만원에서 2700만원으로 올랐고, 외국인 타자 제도가 생긴 것도 큰 일 중 하나로 본다." - 비활동 기간 보장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는데."2012~2013년 비활동 기간 보장에 대해 구단 차원의 의식변화가 감지됐다. 선수협회 역시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 이런 주장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특정 감독님을 언급해서 죄송한데, 2014년 김성근 감독님이 한화에 부임하시면서 자율적으로 맡기는 분위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다시 노력을 한 끝에 올해 10개 구단이 모두 2월 1일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 선수들의 12월 야구장 출입금지를 결의했는데, 비판 의견도 있다."전국 20개 스포츠 센터와 제휴를 맺고, 운동할 수 있는 장소를 준비했다. 대안을 마련했지만, 솔직히 부족한 건 사실이다. 많은 곳과 제휴를 해 편의를 제공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율 훈련 보장이라는 주목적에 위배된다. 선수협회가 겨울 개인훈련을 강요, 강조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저연자 저연봉 선수 대다수는 11월까지 진행되는 마무리캠프에 참가한다. 마무리캠프에 앞서 해외 교육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도 있다. 이를 더하면 두 달 가량 훈련을 한다. 젊은 선수에게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12월은 휴식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 1월부터 야구장에서 훈련을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 선수들이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야구는 단체 운동이지만, 개인 운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각 포지션이 있고, 개인의 멘탈과 체력이 중요하다. 개인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걸 선수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불거진 일탈 행위는 자기 관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구단에 속해있으니 '알아서 해주겠지'하는 의식이 있다. 이제는 팀에서 막아줄 수 없는 상황이 더 많다. 자기 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프로 선수로서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 선수들이 팬 서비스 의식이 모자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인정한다. 선수들이 처음부터 구단에 끌려다니며 하다보니 실제 교육에 한계가 있었다. 팬으로부터 연봉이 나온다는 걸 인식하도록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신인 선수 교육 프로그램에도 포함돼 있다. 구단을 설득할 예정이다. 룰을 정했으면 좋겠다. 연봉 세부 조건으로 사인회·미팅 등 팬 서비스 등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으면 한다. 구단이 협의에 응하고, 결정을 해주면 규약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런트의 고충도 물론 알고 있다. 그러나 얼굴 붉히는 일이 더 있어서는 안된다. 선수가 팬 서비스를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노력하겠다." - FA(프리에이전트) 등급제와 계약금 상한이 최근 이슈인데."FA 시장의 전체적인 금액 규모를 줄이겠다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구단마다 사정이 다르다. 선수를 충원하고 싶다면, 보상제도를 완화해 선수 수급을 늘리면 된다. 다른 제도를 만들어 덧씌우는 건 비용구조가 높아질 뿐이다. FA 계약금 분할 지급은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 계약금 상한선 제한도 적절하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대신 우리는 연봉 감액 규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처럼 부상자명단(DL) 제도를 도입하는 게 어렵다면, 일본처럼 한 시즌 최다 60일까지 부상으로 인한 결장은 인정해줘야 한다." - 에이전트 제도 도입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다음달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KBO리그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격을 줄 것이다. 변호사와 미·일 공인 에이전트도 해당된다. 자격보다 중요한 건 결격 사유인데, 파산 또는 재정적 문제, 전과 경력이 있으면 신청자격을 제한한다. 현역 선수와 감독·구단 임직원도 겸직을 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규약과 에이전트 규정의 이해를 위한 소양 시험도 치른다." - 저연봉 선수의 수수료 문제 해결이 중요한데."미국은 최저 연봉자에게 에이전트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돼 있다. 비슷하게 도입하려고 한다. 1억원 이하 연봉자에게는 수수료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초안에 들어가 있다. 연차수에 따른 수수료 차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선수가 음주사고, 승부조작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가 되면 에이전트는 업무 정지, 자격 박탈 등 포괄적인 징계를 받게 된다. 연대책임이라고 보면 된다." - 지금까지 한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 보인다."선수들이 나에게 맡긴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과 제도적 문제를 파고 들 것이다. 따질 수 밖에 없다. KBO가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 야구단은 모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생해야 한다. 그것이 공생하는 길이다. 현재의 제도적 장치에 의존하면 발전은 없다. 선수협회는 투명성을 유지하며 선수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 유병민 기자 2016.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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