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암흑기를 보내던 2007년 11월에는 강병철 전 감독의 후임으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67)을 선임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 밀워키에서 감독을 맡았고, 샌디에이고 인스트럭터,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에서도 사령탑을 맡으며 지도력을 검증받았다. 롯데의 13대 현장 수장이자 사상 첫 외인 감독으로 남았다.
그전까지 선수·코칭 스태프와의 소통 문제, 문화 차이 등을 이유로 기피하던 인사였다. 그러나 스스로 개혁을 실현하지 못하는 구단를 오너가가 믿지 않고 직접 개입했다. 모범적인 의사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팬들의 기대는 높았다. 가을 야구에 목이 말랐던 롯데팬은 최초라는 의미가 담긴 '제일호'라는 별명을 붙여 기대감을 드러냈다. 의사 결정만으로 분위기 전환은 해냈다.
롯데는 이전에도 정석에서 벗어나는 인사를 했다. 2대 송정규(67) 전 단장은 야구인 출신이 아니다. 롯데팬이었다. 1990년에 '필승전략-롯데 자이언츠 탑 시크리트'라는 책을 냈고 민재영 당시 롯데 야구단 사장과 신준호 구단주의 시선을 끌었다. 1991시즌을 앞두고 단장 제안을 받아 수락 했다. 당시에도 파격이었다.
외인 지도자 선임은 1986년에도 시도했다. 시즌 뒤 2대 감독이던 강병철 감독이 물러난 상황에서 당시 수석 코치던 일본인 도이 쇼스케(한국명 도위창)를 사령탑에 앉히려고 했다. 국민 정서를 의식한 KBO 등 야구계 다수가 반대한 탓에 그해 12월 1일부터 40일 동안 대행만 맡겼다. 롯데는 1987시즌을 앞두고 성기영 감독을 선임했다. 도위창은 5대 김진영 감독이 시즌 중 물러난 뒤에도 대행을 맡았다.
송정규 전 단장, 로이스터 감독 모두 야구인에게 좋은 시선을 받지는 못했다. 기존 질서와 굳혀진 문화에 반하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성과에 프런트, 현장 수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송 전 단장은 1992시즌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때 자리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2008~2010시즌은 롯데 야구의 황금기였다. 내홍이 없지 않았고, 이별도 잡음이 있었다. 그러나 관행을 벗어난 선택 때 분위기 전환은 해냈다.
롯데는 2019년에도 다시 한 번 파격 인사를 노린다. 공석인 단장 자리에 해외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37)가 선임됐다. 기존 프런트를 향한 불신이 워낙 크다 보니 롯데팬은 이 가능성에 대해 적지 않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려도 있다. 한 야구인은 "로이스터 감독처럼 큰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을 보여준 인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정상적인 단장 업무를 수행한다면 문제가 많을 것이다. 변화를 너무 의식한 탓에 이상만 좇은 것 같다"고 했다.
수 차례 파격 인사를 했지만 일시적인 변화만 있었다. 체질은 바뀌지 않았다. 롯데는 성적이 문제가 아니다.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방식과 의지가 달라져야 한다. 개혁을 한다는 미명 아래 껍데기만 바꾸면 안 된다. 포스트 이대호 시대를 준비하는 상황. 이번 단장 인사의 결과에 관심이 더 모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