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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칸영화제 ‘초청작 0편’에 쏟아지는 우려들, 호들갑 아닌 이유는[IS포커스]

한국영화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자취를 감췄다. 경쟁 부문은 물론, 단골 초청 섹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단순 굴욕, 부진 등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 산업을 다시 돌아보고 진단해야 할 때란 지적이 나온다.제78회 칸국제영화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개막작을 비롯해 경쟁 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칸 프리미어, 스페셜 스크리닝 등을 공개했다. 총 7개 부문, 53편의 초청작이 발표됐는데, 한국영화는 단 한 편도 호명되지 않았다.한국영화가 칸영화제 주요 부문 초청장을 받지 못한 건 2013년(단편 경쟁 부문 제외) 이후 12년 만이다. 경쟁 부문 노미네이트는 2022년 감독상 수상작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마지막이지만, 타 섹션에서 꾸준히 부름을 받으며 명맥을 유지해 왔다.2023년에는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감독 김지운)이 비경쟁 부문에 올랐고, 송중기 주연의 ‘화란’(감독 김창훈)이 주목할만한 시선, 이선균 주연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대됐다. 지난해에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이름을 올렸다.물론 아직 초청작이 0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단편 섹션과 시네파운데이션, 병행 섹션인 감독 주간, 비평가 주간의 초청작이 발표되지 않은 데다 간혹 추가 초청작도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남은 부문은 사실상 영화제의 비주류 섹션이고, 추가로 초대될 만한 작품도 아직 편집 중인 ‘어쩔수가없다’ 한 편이란 점을 고려하면 암담하기는 매한가지다. 영화계에서는 그간 우려했던 한국영화산업 위기를 재확인시켜준 결과라고 진단했다. 한국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꾸준히 위기설에 휩싸여왔다. 팬데믹 시절을 거치며 OTT 시장 확대, 관객 감소, 산업 위축이란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졌고, 작품 제작 시 우선 조건은 리스크 최소화가 됐다. 즉, 톱배우 출연작이나 대중적 소재, 원작이 있는 작품에만 투자가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영화적 실험 부재, 대중성과 예술성의 불균형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오랜 시간 쌓아온 글로벌 시장 내 위상마저 무너뜨렸다.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지금 한국영화 시장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팬데믹 이후 창고로 가는 한국영화가 많아지면서 투자도 힘들어졌다. 영화 제작이 많아져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 텐데 이미 투자 자체가 경색됐다”며 “그러다 보니 기존의 성공만 답습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게 됐다. 그 결과가 이번 칸영화제에서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재능 있는 영화인 발굴에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문제는 일본영화 시장의 현재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르누아르’의 하야카와 치에 감독이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 ‘8번 출구’를 연출한 가와무라 겐키 감독 등은 모두 1970년대 중후반생이다. 반면 한국은 10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감독 등에게 기대는 실정이다. 올해 유력 초청작으로 거론된, 그리고 현재 유일한 희망인 ‘어쩔수가없다’ 역시 박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러한 흐름이 계속 간다면 결국 한국영화에 다음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 제작은 대형 회사 중심의 제작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정체된 상황”이라며 “한국영화는 새로운 물결이 필요해 보인다. 다양성이 강조된 중소 영화제작사의 영화 제작 및 신인 감독 발굴, 신선한 소재 및 주제의 영화들이 필요할 때다. 새로운 감독, 제작자가 발굴돼야만 한국영화 전체 브랜드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정지욱 영화평론가 또한 “코로나 이후에 영화 제작,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다. 그렇게 5년 정도가 지나다 보니까 올해 칸영화제에 한 편도 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젊은 감독을 발굴하고 과감한 투자, 제작이 이뤄져야만 한다. 영화 산업 부진에 지난해 12·3 계엄사태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상황이 쉽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제작사들이 과감한 선택을 해준다면 새로운 씨앗은 더욱 빨리 자랄 것”이라고 덧붙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4.15 05:50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송강호 “나도 25년 전엔 이병헌 외모 부럽지 않았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관객과의 대화)에서 과거 젊었던 시절을 떠올렸다.4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GV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 배우와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이 참석했다.이날 송강호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두 가지를 느꼈는데 첫 번째는 나도 이병헌이 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내 눈에는 (내가)너무 젊고 잘생겼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이어 송강호는 “두 번째는 우리 박찬욱 감독님이 JSA 이후 지금까지 주옥같은 작품을 만들면서 공통점인데 참 기품 있다. 참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기품이 느껴진다. 본인이 그걸 아는 것 같다”며 박 감독의 차기작 ‘어쩔 수가 없다’를 언급하며 극찬했다.2000년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이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분단의 현실을 감성적으로 풀어내 남북 관계에 대한 대중 인식 변화에 기여한 한국 영화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2.04 23:14
영화

“광팬→나의 꿈”…‘1승’ 송강호X박정민, 필승 조합 온다 [종합]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송강호와 박정민이 올겨울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1승’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가 참석했다. ‘1승’은 국내 최초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을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하나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신연식 감독은 이날 ‘1승’의 시작점에 대해 “결혼하고 아이가 유치원에 갔을 때쯤 온 가족이 극장에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주’를 쓸 때였다. 그즈음부터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포츠 영화만의 숭고함이 좋았다. 배구였던 이유는 아무도 안 해서였다. 그만큼 배구가 어렵고 다이나믹한 스포츠다. 볼 컨트롤이 굉장히 힘들다. 하지만 기술적인 발달로 영화화할 수 있을 거 같았고, 그렇다면 내가 해보자 싶었다”고 부연했다.‘1승’의 최고 관전포인트인 두 배우 송강호, 박정민을 놓고는 연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앞서 신 감독은 박정민과는 ‘동주’를, 송강호와의 ‘거미집’, ‘삼식이 삼촌’을 함께했다. 특히 신 감독은 송강호에 얽힌 캐스팅 비하인드도 들려줬다. 그는 “원래 연배가 지금보다 낮은 캐릭터였다. 근데 송강호가 이야기를 듣더니 나이를 올리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조언해 줬고, 그렇게 고치면서 송강호에게 제안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가 김우진이다. 지도자 생활 통산 승률 10% 미만, 파면, 파직, 파산, 퇴출 그리고 이혼까지 인생도, 커리어도 백전백패인 배구선수 출신 감독. 근근이 운영하던 어린이 배구교실마저 폐업 수순을 밟던 중, 한 시즌 통틀어 1승만 하면 된다는 구단주의 제안을 덥석 물어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게 된다. 송강호는 “소박하고 단순할 수 있지만 그 속에 용기나 즐거움, 행복을 줄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릴 때 ‘1승’ 이야기를 들었고 솔깃했다”며 “원래 제가 배구를 좋아하기도 한다. 지금 한창 시즌 중이라 중계방송도 보고 있다. 영화 찍을 때는 시합, 감독님을 많이 관찰했다. 다만 특정 감독을 모티브로 삼지는 않고 전체 분위기를 많이 참조했다”고 짚었다.이번 작품은 모처럼 송강호의 가벼운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구미를 당긴다. 송강호는 “최근 ‘비상선언’, ‘거미집’, ‘삼식이 삼촌’까지 작품과 캐릭터가 무겁고 진지했다. ‘1승’ 속 모습이 오랜만이라 신나기도 했다”며 “결과를 떠나 배우에게는 새로운 실험, 관객과 소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런 지점에서도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박정민은 마음먹은 건 일단 하고 보는 재벌 2세 강정원 역을 맡았다. 배구 지식은 전무하지만,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을 싸다는 이유로 인수한 캐릭터로, 승률 10% 미만의 김우진을 감독으로 영입하고 시즌 ‘1승’에 상금 20억원을 주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운다.박정민은 “10년이 지나서야 감독님들이 저의 고급진 모습을 알아보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강정원은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난 캐릭터다. 영화에서는 우스꽝스럽고 괴짜처럼 나오지만, 선수와 감독에게 많이 이입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관종의 면모도 있다”고 설명했다.서로에 대한 무한한 애정도 드러냈다. 송강호는 “박정민은 아주 유명한 배우이자 스타다. 개인적으로 ‘파수꾼’이란 작품부터 광팬이었다. 늘 같이하고 싶었다”고 치켜세웠다. 박정민 역시 “선배님과 촬영하는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너무 선명하다. 학창 시절부터 품고 있던 꿈같은 분이다.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는 게 행복이었다. 정말 달성하고 싶었던 1승을 달성한 느낌”이라며 “현장에서도 너무 편하게 해주셨다. 애드리브를 받아서 하는 재미도 있었다”고 회상했다.아울러 박정민은 “우리 직업이 응원을 받는 직업인데 이번에는 응원할 수 있을 거 같다. 관객들이 많은 응원을 받아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송강호 역시 “‘1승’이란 단어는 상징적이다. 중요한 건 나와의 싸움인데 우리 영화가 그걸 경쾌하고 밝게 그렸다. 희망이 가득 찬 드라마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한편 ‘1승’은 오는 12월 개봉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8 12:53
예능

조우진 “과거 알바 닥치는 대로... 이병헌이 뒤에서 칭찬, 감동” (쏘는형)

배우 조우진이 16년이란 긴 무명 생활을 버틴 후 처음 찍은 작품이 ‘내부자들’이라고 밝혔다.24일 유튜브 채널 ‘쏘는형’에는 배우 조우진과 허윤경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두 사람은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에 출연한다.조우진은 “무명 시절에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다. 데뷔한 이래로 ‘내부자들’ 개봉할 때까지 그랬던 것 같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에 신동엽은 “‘내부자들’ 정말 대박이었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보면 희열을 느끼는데 조우진을 봤을 때 딱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조우진은 “이병헌 선배가 굉장히 인상적인 배우라고 해주신 게 감동이었다. 송강호 선배님께서 ‘병헌이가 ‘내부자들’ 찍다가 ‘밀정’ 현장에 와서 촬영했는 데 그때 네 얘기를 하더라’고 하셨다. 정말 기뻤다”고 감사함을 전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10.24 20:41
영화

NCT 재현부터 박지훈까지, 연기돌 스크린 데뷔 공식이 달라졌다 [독립영화路②]

NCT 재현, 워너원 출신 박지훈이 나란히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첫 영화는 수백억원대 상업영화가 아닌 중저예산 영화로, 단순 인기 아이돌의 도전을 넘어 ‘연기돌’의 달라진 스크린 데뷔 공식이 엿보인다.선두에 서는 건 재현이다. 재현이 출연한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16일 개봉한다. 일본 추리소설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준우가 우연히 만난 정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극중 재현은 첫 번째 주인공 준우를 연기했다. 누군가의 죽는 미래를 보게 되는 이른바 ‘죽음 예언자’로, 정윤의 정해진 운명을 막기 위해 6시간 동안 숨 가쁘게 달린다. 재현은 무대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분위기와 눈빛,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준우를 빚어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박지훈은 일주일 후인 24일 영화 데뷔작 ‘세상 참 예쁜 오드리’를 선보인다. 엄마의 알츠하이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박지훈은 이 영화에서 엄마 미연(김정난)과 국숫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청년 기훈 역을 맡았다. 어느 날 발견된 엄마의 병, 연락이 끊겼던 여동생 지은(김보영)과의 재회 등으로 급격한 삶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로, 박지훈은 그간 드라마로 쌓아 온 연기 내공을 발휘하며 극을 힘 있게 이끈다.이들 영화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연기돌을 주연으로 내세운 중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이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재현과 박지훈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인기 아이돌이 첫 영화로 중소 규모의 작품을 선택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2, 3세대 아이돌이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 때만 해도 이들의 첫 무대는 대규모 상업 영화 혹은 스타 배우와 감독이 대거 포진한 화제작이었다. 두세 번째 타이틀롤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감초 역할로 기능했다. 일례로 수지는 미쓰에이 멤버로 활동했던 2012년 ‘건축학개론’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당시 그가 맡은 역할은 여주인공 서연(한가인)의 어린 시절 캐릭터였다. 이제는 충무로 대표 배우로 성장한 임시완 역시 제국의 아이틀 타이틀이 유효했던 2013년 양우석 감독과 송강호가 의기투합한 ‘변호인’으로 영화를 시작했다. AOA 설현과 소녀시대 윤아는 100억원 규모의 대작으로 처음 관객 앞에 섰다. 설현의 스크린 데뷔작은 이민호, 김래원 주연 ‘강남 1970’(2015), 윤아의 첫 영화는 현빈, 유해진 주연의 ‘공조’(2017)다. 혜리는 걸스데이 시절 김명민 주연의 125억원 대작 ‘물괴’(2018)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2PM 이준호, 비스트(현 하이라이트) 윤두준, 엑소 시우민도 비슷한 길을 따라 영화 배우가 됐다.달라진 연기돌의 스크린 데뷔 공식이 비단 재현과 박지훈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최근 개봉을 앞둔 다른 영화를 봐도 흐름은 금방 읽힌다. 골든차일드 출신 보민은 ‘괴기열차’, SF9 찬희는 ‘메소드 연기’로 처음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트와이스 다현 역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첫 영화로 선택했다. 모두 중저예산 영화다.이 같은 변화는 연기돌의 달라진 인식에 기인한다. 본업의 인기를 무기로 대형 상업 영화에 편승, 대중에게 반짝 눈도장을 찍는 것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독립영화는 장르, 상업영화 대비 다양한 성격과 배경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내면의 깊이를 보여주는 서사가 많아서 연기력을 확실히 각인시키기에 좋다. 데뷔하는 아이돌에게는 연기 내공을 보여줘야 해서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실력을 쌓기에 부담이 적고 연기력을 보여주기에 좋은 장점도 있다”고 분석했다.엑소 도경수, f(x) 출신 크리스탈 등 선례도 다수 있다. 특히 과거의 좋은 사례는 연기돌을 넘어 중저예산 영화 제작사들의 편견도 깨부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2, 3세대 아이돌 중 배우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영화 관계자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실제로 중저예산 영화 제작사들의 캐스팅 니즈가 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에게는 전체 촬영 회차 자체가 많지 않으니 준비 시간이 많고 첫 연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결국 서로에 대한 진입 장벽이 동시에 낮아진 셈”이라고 부연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6 05:50
영화

진기주, 격동의 근현대사 속 현장의 얼굴 [RE스타]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은 세인들의 기억에 남겠지만, 조용히 같은 시간을 살아온 이들도 있다. 배우 진기주는 올해 두 편의 시대물에서 근현대사 현장 속 그런 소시민을 묵묵히 표현했다.진기주의 이번 무대는 1979년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행복의 나라’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군사 반란, 그 사이에 실제 벌어진 부정 재판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상관인 중앙정보부장 명령으로 사건에 연루된 육군 대령 박태주(고 이선균)의 불리한 재판을 변호사 정인후(조정석)가 맡으며 벌어진 일을 추창민 감독이 영화적 상상력을 덧대어 역사의 뒷이야기로 조명했다. 진기주는 정인후의 여자친구 조순정 역으로 출연했다.극 중 조순정은 훗날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될 정인후가 남들처럼 그저 잘 살고 싶었을 뿐인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정인후의 사법고시 생활을 함께하며 그 자신도 꿈을 키워온 조순정은 박태주의 변호를 맡겠다는 그에게 “대통령 암살 사건? 출세하려고?”라고 꿰뚫어 본다. 결코 크다고 할 순 없는 분량이지만, 진기주는 역사의 무대에 분명 존재했던 한 사람의 얼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특히 진기주와 조정석과의 티키타카 장면은 진중한 톤의 작품에서 소중한 웃음 포인트를 빚어내 눈길을 끈다. 진기주 캐스팅에 대해 ‘행복의 나라’ 제작사 측은 “조정석과의 케미스트리를 최우선으로 삼았다”며 “재판을 맡은 전후로 크게 변화하는 정인후와의 호흡을 위해선 긍정적인 이미지부터 심리적 조력자이자 안식처 같은 속 깊은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았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선보인 진기주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등장 캐릭터 간 밸런스를 맞춰주는 상당히 중요한 캐스팅이라는 설명이다. 진기주의 직전 무대가 1960년대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현장이었기에 ‘행복의 나라’ 속 그를 보기가 자연스러웠다는 평도 나온다. 지난 5월 최종회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서 진기주는 국회의원의 딸이자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의 여자친구 주여진을 열연했다. 정치깡패인 ‘삼식이’ 박두칠(송강호)과 그와 손잡고 세상을 바꿔보려 했던 김산의 계획에는 반대 진영에 놓인 인물로서 극의 한 축이기도 했다. 극 중 주여진은 올곧은 품성으로 자신만의 소신을 관철하려는 인물이다. 아버지 주인태(오광록) 의원이 삼식이의 계획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한 시점부터는 직접 애민일보 기자가 되어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진기주는 혼란한 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주여진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호흡을 맞춘 변요한은 진기주에 대해 “과묵함에서 오는 힘이 있다. 연기할 때 갑자기 임팩트 있게 변하는 순간들이 굉장히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진기주는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2023)를 통해 1980년대의 인물을 소화해 낸 바 있다. 평범한 출판사 편집자이지만, 어머니가 살해당한 뒤 우연히 시간여행을 하게 되며 연쇄 살인범을 쫓게 된다.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에서 진기주는 단아하면서 발랄한 모습으로 시대극에 녹아드는 자신의 무기를 펼쳐냈다.여기에는 실제 여러 삶의 현장에 자리했던 진기주의 이력도 한몫한다. 그는 2015년 드라마 데뷔 전 대기업 직원 출신이자 방송사 수습기자를 거쳤다. 특히 기자 경험은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에 이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진기주는 “주변 캐릭터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 했다. 내가 그 시절 시위가 벌어지는 순간 속 사람이었다면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와는 시선이 달랐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주여진 역을 돌아보기도 했다.이처럼 시대물에서 인상을 남긴 진기주는 이제 현대극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오는 2025년 방영을 목표로 한 MBC 새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가제)’을 통해 보여줄 연기 변신에도 기대가 모인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27 06:05
연예일반

[IS인터뷰] ‘삼식이 삼촌’ 진기주 “이제 내 마음속엔 오직 배우의 길 뿐”

“뭔가 뭉클했어요. 촬영 회차가 그리 많진 않았는데, 굉장히 진하게 찍었죠. 촬영 당시 농도가 되게 짙은 느낌이었는데, 마무리까지 그랬어요.”최근 대단원의 막을 내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의 배우 진기주는 담담하면서도 짙은 여운 가득한 종영 소감을 내놨다. ‘삼식이 삼촌’은 1960년대를 무대로 가족들의 하루 세끼는 굶기지 않아 ‘삼식이 삼촌’이라 불리는 박두칠(송강호)과 ‘국민 모두가 배불리 먹는 나라’를 꿈꾸는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을 중심으로 각자의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진기주에게선 드라마 속 강인했던 주여진의 카리스마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어느 질문에도 정성껏 진솔하게 답하는 사랑스럽고 꿈 많은 소녀 같은 모습이었는데, 작품 속 캐릭터나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때면 동그란 눈이 유난히 빛났다. 진기주가 극중 열연한 주여진은 국문과를 수석 졸업한 엘리트이자, 국회의원인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일을 돕는 인물이다. 올곧은 품성과 현명함을 겸비한 그는 연인 김산이 삼식이 삼촌을 만나고 새로운 길을 마주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다 애민일보 기자가 돼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기 시작한다. 진기주는 배우가 되기 전 실제 기자로도 활약했다. 작품에서 기자 역을 맡은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여진이가 내레이션 하면서 기사 쓰는 장면이 대본에 있었는데, 그 내레이션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과는 결이 많이 다른 시절의 기자지만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스터디하던 시절도 떠올랐다”고 말했다. 극중 박두칠이나 김산, 강성민(이규형 분), 안기철(오승훈 분), 정한민(서현우 분) 등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야망을 품은 입체적 캐릭터인데 반해, 주여진은 단선화된 캐릭터인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이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두려운 지점이었다”고 했다. 진기주는 “감독님과 농담처럼 ‘우리 드라마에서 제일 정상인 사람 한 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 유일하게 선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의 성격을 잡아가는 데 고민이 많았다”며 “그래도 감독님을 믿고 내가 생각하는 주여진을 그려보자는 마음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삼식이 삼촌’의 타이틀롤 송강호와 그의 영혼의 단짝 김산 역의 변요한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특히 ‘삼식이 삼촌’ 출연 결정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송강호에 대해선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이 없어 아쉬웠는데 선배님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모니터 안의 선배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고, 선배님이 박수 한 번 쳐주시면 많은 걸 얻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변요한에 대해선 “온몸을 바친다는 표현이 그대로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오로지 머리 속엔 김산뿐일 정도로 너무나 열정적이었고,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진기주. 기자, 아나운서, 대기업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늦깎이 배우의 길로 뛰어든 그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배우’가 되어 가는 듯 느낀다고 했다. “과거엔 내 마음 속에 늘 다른 게 있어서 여러 도전을 했던 것 같은데, 연기를 시작한 뒤로 9년 정도 됐는데 다른 게 들어온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죠. 며칠 전 우연히 든 생각인데, 이젠 조금은 나와 연기가 한 몸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삶과 연기자의 삶이 이제 하나가 돼 단추가 꿰어져가기 시작한 느낌이죠.”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07.03 06:22
연예일반

[인터뷰①] ‘삼식이 삼촌’ 진기주 “그 시절 기자 역, 가슴 뜨거워지는 느낌”

배우 진기주가 ‘삼식이 삼촌’에 대해 농도 짙은 촬영이었다고 돌아봤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진기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마지막 공개된 14~16화를 단체관람으로 시청했다는 진기주는 “집에서 보던 것보다 큰 화면으로 보니 동료 선배 배우분들의 연기가 디테일하게 보이더라. 감독님, 강호선배님, 오승훈배우가 옆에 앉아 있었는데 그날따라 멋있어 보이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진기주는 “조금 뭉클하더라. 나중에 알았는데, 회차는 그리 많지 않았다더라. 그런데 그 짧은 회차동안 굉장히 진하게 찍었다. 촬영할 때 농도는 되게 짙은 느낌이었는데 마무리까지 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진기주가 극중 열연한 주여진은 국문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이자, 국회의원인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일을 돕는 인물이다. 올곧은 품성과 현명함을 겸비한 그는 자신의 연인인 김산(변요한 분)을 항상 응원하고 걱정한다. 삼식이 삼촌(송강호 분)을 만나고 새로운 길을 마주한 김산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그는 애민일보의 기자가 돼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기 시작한다.실제 기자 출신으로 기자 역할을 맡은 데 대해 진기주는 “내가 대본 받을 때까지는 여진이가 내레이션 하면서 기사 쓰는 장면이었다. 그 내레이션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도 있었고 한창 원서 쓰고 스터디 하던 친구들도 떠오르고 했다. 결이 많이 다른 시절의 기자지만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진기주는 “여진의 캐릭터로서 보면 주변 캐릭터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했다. 짧게 스쳐 지나간 신이지만 이런 테이블에서 아침에 아이템 회의 하는 신도 있었는데 각종 시위들에 대해 스크랩해서 주부들의 시위, 학생들의 시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바라봤을 때는 되게 치열하고 격렬했던 사람이 되어 바라보는데, 내가 정말 그 시절 그 순간 시위가 벌어지는 순간 사람이었다면 역사처럼 바라보는 우리와 시선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객관적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여진의 꿈과 야망은 무엇이라 생각했을까. 진기주는 “여진이도 되게 큰 야망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아버지를 옆에서 도왔던 것도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고, 극중 어린 동생이 살아갈 세상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보다 훨씬 풍요롭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하고자 하는 나라이길 바랬기 때문에 아버지 옆에서 도울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김산과 정서적 교류가 깊게 돼 연인까지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여진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야망을 이루려 하지 않는다. 그걸 지키는 것도 야망이라 본다. 주변 협잡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도 여진의 야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편 ‘삼식이 삼촌’은 1960년대를 무대로 가족들의 하루 세끼는 굶기지 않아 ‘삼식이 삼촌’이라 불리는 박두칠과 ‘국민 모두가 배불리 먹는 나라’를 꿈꾸는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을 중심으로 각자의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06.25 16:49
OTT

[정덕현 요즘 뭐 봐?]‘삼식이 삼촌’, 송강호여서 가능한 한국적인 ‘대부’의 맛

“야, 삼식이 삼촌이라고 한번 불러 봐. 삼식이 삼촌이라고 한번 불러 보라구.” 미군 물건을 빼돌리다 붙잡혀 특무대에 끌려간 부하들을 꺼내달라는 부탁을 하러 온 서대문파 한수(노재원)에게 박두칠(송강호)은 대뜸 자신을 ‘삼식이 삼촌’이라 불러 보라고 한다. 황당해 하는 한수가 왜 그래야 하냐고 되묻자 박두칠은 그렇게 부르면 자신이 그들에게 밥을 주겠다고 말한다. 그 밥은 먹는 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먹고 살게 해주겠다는 뜻이다. 삼식이 삼촌은 엉뚱하게도 이들에게 동대문파의 영역을 넘겨주겠다면서 동대문파 우두머리인 윤팔봉의 다리를 하나 부러뜨리고 오라고 명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 처음 박두칠이 등장하는 이 장면은 여러모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첫 장면을 연상시킨다. 울면서 폭행당한 딸의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가 대부에게 가해자들을 처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삼식이 삼촌’은 1950년대말부터 60년대까지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마치 대부 같은 존재다. 뭐든 안되는 게 없는 인물. 물론 느낌은 좀 다르다. ‘대부’에서는 보다 어둡고 살벌한 느낌이지만 ‘삼식이 삼촌’은 훨씬 친근하다. 엄한 아버지와 친근한 삼촌 정도의 차이랄까. 이 차이는 ‘삼식이 삼촌’만의 한국적인 정서를 담는다. 게다가 ‘삼식이’라는 별명은 그가 누군가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오라고 말하는데도 이 인물을 빌런처럼 보이지 않게 만든다.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 다 먹였다고, 자기 식구 친구 친척 그 누구도 굶기지 않는다고’ 붙은 별명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 접근하니 삼식이 삼촌이 하는 모든 행위들은 마치 ‘생존’의 선택처럼 여겨진다.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삼식이 삼촌은 필요하면 살인도 하는 인물이고, 유리하다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걸 밥 먹듯이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또 정재계부터 군인, 미군, 깡패들까지 연결되지 않는 곳이 없다. 사태 파악이 빠르고,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싶으면 먼저 적을 무너뜨리는 민첩한 행동력도 갖고 있다. 물론 제 손을 직접 쓰기보다는 저마다 갖고 있는 욕망들을 툭툭 건드려 대신 피를 보게 만드는 게 그의 방식이다. 삼식이 삼촌은 친근해 보이지만 섬뜩한 실체를 갖고 있고, 젠틀해 보이지만 잔혹하며, 신의를 지킬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거짓과 배신이 일상이다. 그런데 이 삼식이 삼촌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그를 많은 이들이 따르게 된 데는 그 별명에 담겨 있는 것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서다. 삼식이 삼촌은 청우회라는 재계 모임에서 공단 건립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피자이야기를 꺼낸다. “미국 사람들은 매일 그런 빵을 먹어. 심지어 먹다가 남겨. 우리도 공단만 완성이 되면 그런 빵을 먹다가 남기고 버릴 거야.” 실제로 세 끼를 챙겨 먹는 일이 쉽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삼식이 삼촌의 이런 접근이 강력한 욕망을 불러 일으켰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삼식이 삼촌’은 바로 이 문제적 인물이 국가 재건을 위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는 김산(변요한)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2년 간이나 공들여 준비한 국가 재건 사업계획이지만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고 당장의 권력에만 관심이 있는 관리와 정치인들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던 김산은, 삼식이 삼촌의 끈질긴 구애와 설득 끝에 결국 정치의 세계로 뛰어든다. 삼식이 삼촌은 김산에게 삼시 세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나라라는 ‘같은 꿈’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김산의 이런 욕망을 이용해 돈과 권력을 쥐려는 노림수를 숨기고 있다. 또한 김산 역시 처음에는 대의를 갖고 정치에 뛰어들지만, 권력을 쥐어야 실현 가능한 현실 앞에서 그 대의를 끝까지 지켜낼지는 의문이다. 이미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에만 골몰했던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그림자를 잘 알고 있다. 그 빛은 ‘압축성장’이라 표현되는 경제적 발전이지만, 거기에는 독재로 인한 무수한 희생이 남긴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삼식이 삼촌’은 이 격동기에 ‘원대한 계획’을 꿈꾸고 실행해나간 한 인물을 누아르적인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송강호여서 가능한 지극히 한국적인 ‘대부’의 맛이 감칠맛을 더해주는 드라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5.27 05:49
영화

송강호가 펼칠 원대한 계획은…‘삼식이 삼촌’ 2차 스틸 공개

‘삼식이 삼촌’ 송강호의 예리한 눈빛이 포착됐다.13일 디즈니플러스는 ‘삼식이 삼촌’의 2차 보도 스틸을 공개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공개된 2차 보도스틸은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캐릭터들의 치열한 모습이 담겨 있다. 먼저 차가운 표정의 국회의원 강성민(이규형)과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삼식이 삼촌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걸림돌은 가차 없이 제거하고 짓밟는 강성민은 어린 시절부터 삼식이 삼촌에게 의지했지만, 점점 야망이 커지면서 점차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증을 높여낸다. 반면 김산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세우는 삼식이 삼촌의 심각한 표정은 두 사람 앞에 닥친 일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김산과 강성민은 삼식이 삼촌을 둘러싼 채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담으며, 세 사람이 격동하고 부딪힐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여낸다. 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감산을 바라보고 있는 애민일보 기자 주여진(진기주), 삼식이 삼촌의 앞에서 물러섬이 없는 안기철(오승훈), 예리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장군 장두식(유재명)의 모습은 각자의 욕망을 위해 얽히고 설킨 이들의 관계를 예고한다. 한편 ‘삼식이 삼촌’은 총 16개의 에피소드로 오는 15일 5개를 공개한 후 매주 2개, 마지막 주 3개를 공개한다. 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5.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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