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 모으기처럼 우리도 해보자"…한진 직원들, '10주 사기 운동' 나서
한진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까지 등장했다. 최근 대한항공 사내 익명게시판 ‘소통광장’에 ‘나도주주다’라는 작성자가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작성자는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우호지분과 3자 연합의 지분 비율이 38.26%대 37.08%다. 적당히 차익이나 챙겨서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려는 투기꾼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런 정도가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직원들도 한진칼 주식을 단 10주씩이라도 사서 보탬이 되자. 우리 국민이 IMF 당시에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 구하기에 동참했던 것처럼 우리도 한 번 해보자”라고 제안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이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포함한 3자 연합 측의 지분율 상승을 의식해 작성한 글로 보인다. 지난 20일 3자 연합을 대변하는 그레이스홀딩스의 한진칼지분율이 32.06%에서 37.08%로 증가했다고 공시됐다. 이에 ‘나도주주다’의 게시글에 동참하겠다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직원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투기 야합세력이 우리의 터전을 뒤흔들려는 작태를 눈 뜨고 당할 수는 없다”며 공감을 보냈다. 이 같은 ‘10주 사기 운동’으로 인해 24일 코스피의 폭락장 속에도 한진칼의 주가는 0.98% 상승했다.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 모으기에 맞서 조 회장 측도 반격하고 있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인 델타항공은 24일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델타항공이 지분 매입으로 쓴 금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델타항공의 지분율은 11%로 올라갔다. 다만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이후 사들인 지분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조 회장 측 33.45%, 3자 연합 측 31.98%로 1.5% 내다. 하지만 정기 주주총회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이 계속될 여지가 있다. 다음 임시 주총에서는 추가 확보 지분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양측이 계속해서 지분을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내부에서는 조 회장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한진그룹 노조 3곳은 지난 1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조 회장의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3자 연합은 "현 경영권이 낸 누적 적자 3467억원(2014~2019년), 부채율 861.9%(세계항공사 중 부채율 1위)"라고 비판하며 책임을 묻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2.24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