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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th BIFF] “작품성 높이고 다양성 넓혔다”…넷플릭스, 영화시장도 흔들까 [종합]

넷플릭스가 새 오리지널 영화 라인업을 공개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예고했다.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파크하얏트부산에서는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 미디어 행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와 김병우, 김태준, 남궁선, 변성현, 연상호, 이태성, 한지원 감독이 참석했다.이날 김태원 디렉터는 “넷플릭스는 2020년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전,란’까지 총 23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이에 대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7편의 한국 영화 작품을 내년도에 선보이게 됐다”며 “이제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영화의 넥스트를 기대해 봐도 좋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선정 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딱 두 가지다. 작품성을 높이고 다양성을 넓히는 것”이라며 “이미 극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관객을 만났던 감독님을 통해 작품성을 높이고, 신진 창작자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라인업도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액션,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 SF, 애니메이션까지 다채롭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넷플릭스가 이날 공개한 신작 7편은 강하늘 주연의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 설경구, 홍경 주연의 ‘굿뉴스’(감독 변성현), 임시완 주연의 ‘사마귀’(감독 이태성), 김다미, 박해수 주연의 ‘대홍수’(감독 김병우), 공명 주연의 ‘고백의 역사’(감독 남궁선), 류준열, 신현빈 주연의 ‘계시록’(감독 연상호)와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감독 한지원) 등이다.먼저 ‘84제곱미터’는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스릴러다. 김태준 감독은 “84제곱미터는 우리나라 수많은 아파트를 대표하는 ‘국민평형’”이라며 “배경인 아파트 구현이 중요했다. 최대한 현실적인 톤을 놓치지 않으면서 다채롭게 표현을 해보려고 스태프들과 많이 연구했다”고 밝혔다.‘굿뉴스’는 1970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다. 변성현 감독은 “여객기 납치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라며 “공군 중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 국가 조직에 수반된 사람까지 세 명이 모여서 비밀스럽고 수상한 작전을 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짚었다. ‘사마귀’는 변 감독의 ‘길복순’ 스핀오프로, 모든 룰이 무너진 살인청부업계에 긴 휴가 후 컴백한 A급 킬러 사마귀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액션물이다. 이태성 감독은 “‘길복순’에서 길복순을 제외하고 다 죽는다. 사마귀는 대사로 등장한 이름이다. 휴가 후 새 회사를 차리는데 포부처럼 되지 않는다. 여러 장애물을 이겨내는 청년들의 성장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홍수’는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SF 재난 블록버스터물이다. 김병우 감독은 “스포일러가 될까 봐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재난 영화지만 재난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아주 복잡할 수도 아주 심플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재난이란 장르를 통해 해보고자 했고 지금 후반 작업 중”이라고 알렸다.‘고백의 역사’는 1998년 열아홉 소녀가 일생일대의 고백을 앞두고 평생의 콤플렉스인 악성 곱슬머리를 펴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며 시작되는 청춘 로맨스다. 남궁선 감독은 “다들 지치는 일도, 서로 믿지 못하는 일도 많을 거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순수하고 좋은 게 남아있다는 감각을 사랑의 뉴웨이브로 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계시록’은 ‘송곳’ 최규석 작가와 연상호 감독이 선보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작품이다. 연 감독은 “실종 사건 범인을 단죄하는 게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류준열, 신현빈이 출연하는데 거의 노메이크업이다. 리얼한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귀띔했다.마지막 ‘이 별에 필요한’은 넷플릭스 첫 K애니메이션 영화로,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 제이의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의 롱디 로맨스를 그린다. 한지원 감독은 “약간의 미래인 2050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김태리, 홍경이 목소리 연기를 해줬다”고 말했다.끝으로 김태원 디렉터는 “결국 첫 번째는 재미와 시청자다. 보편적 재미를 가지고 톡톡 튀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를 선정하고 투자해서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건 ‘과연 우리 시청자가 좋아할까’”라며 “이것에 늘 주안을 두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철학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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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유령’ 속 밉상 일본인 누구? 김중희, 신스틸러 존재감 발산

배우 김중희가 영화 ‘유령’과 ‘영웅’에서 신스틸러 활약을 톡톡히 했다.김중희는 최근 개봉한 영화 ‘유령’에서 쥰지(설경구 분)의 수하이자 후배였으나 쥰지의 좌천 이후 카이토(박해수 분)의 수하가 되어 유령 색출 작전에 나서는 타다시 역을, 앞서 개봉한 영화 ‘영웅’에서는 안중근(정성화 분)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일본인 형사 와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김중희는 ‘유령’에서 쥰지와 카이토 사이에서 갈등하는 타다시 캐릭터에 스며들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영웅’에서는 묵직한 연기력으로 정성화와 쉴 틈 없는 신경전을 드러내며 스토리에 풍성함을 더했다. 김중희는 또 영화에서 일본어를 매끄럽게 구사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촘촘히 그려내며 신스틸러로 떠오르는 데 성공했다.일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김중희는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특기를 살려 ‘군함도’의 야마다, ‘유령’의 타다시, ‘영웅’의 와다 등 여러 일본인 캐릭터를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2.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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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줌]'유령' 이하늬-이솜 우산 장면..韓 레즈 스파이물의 탄생 알렸다

이해영 감독의 독특한 스파이 영화 '유령'이 한국 상업영화 첫 레즈 스파이물 탄생을 알렸다. 30일 CJ ENM은 '유령' 명장면을 소개했다. '유령'은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작전을 그린 영화. '독전'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하늬와 박소담 설경구 박해수 등이 호흡을 맞췄다.CJ ENM이 명장면이라며 소개한 담뱃불을 붙여준 차경과 난영의 모습은,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의미가 한층 깊을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그간 드러내놓고 밝힐 수는 없었던 '유령'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명장면이기 때문이다. 항일조직 흑색단의 행동대원이자 또 다른 유령인 난영(이솜 분)은 황금관 앞에서 지령을 확인 후 차경(이하늬 분)의 담뱃불을 빌려간다.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스파이이기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하지만 신임 총독을 암살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 전, 어쩌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어 차경과 난영의 짧지만 강렬한 감정이 드러난 장면에 영화를 본 관객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두 사람의 모습과 대비되는 화려한 황금관 조명과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등 이해영 감독의 특기가 가감없이 드러난 아름다운 미장센은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이인 두 사람이 어쩌면 현생에서 만나는 마지막일 수도 있기에, 영화를 끝까지 관람한 관객들에겐 되새길수록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다.사실 '유령'은 한국 상업영화에선 처음으로 시도된 레즈 스파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적인 한국 상업영화계에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명징하게 레즈 스파이물이라고 표방하지는 않고 '워-맨스'라고 표방하지만, '유령' 정체성은 명확하다. 친일파 명문가인 차경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난영) 때문이란 대사까지 극 중 소개된다. 이는 '바람의 소리' 리메이크인 '유령'이 원작과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하다. 이해영 감독은 '유령'의 색깔을 여성 스파이물이며, 여성들의 스파이물이며, 레즈 스파이물로 방향을 잡았다. '유령' 마지막 장면은 이 같은 정체성의 인장이다. 극 중 차경과 쥰지(설경구 분)가 맞붙는 강력한 액션 장면도 이런 정체성의 연장이다. 남녀 성별 차이가 느껴지자 않는 비등하고 격렬한 액션으로 여성 스파이물의 카타르시스를 전한다.'유령'은 우산 장면 같이 오묘한 분위기를 전하는 여러 장면들이 등장해 팬들의 관람욕구를 자극한다.일찌감치 '유령'의 이런 포인트를 짚은 관객들은 SNS를 통해 "이하늬와 이솜이 사랑하는 사이라니" "맛집 추천" 등등으로 자발적인 입소문을 내고 있다. 반면 이런 정체성을 불편해하는 일부 관객들이 악평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눈여겨볼 건 '유령'이 한국 최대 메이저투자배급사인 CJ ENM에서 투자, 배급했다는 점이다. 앞서 CJ ENM은 한국 최초 레즈비언 상업영화라 할 수 있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도 선보였다. 당시에도 '아가씨'를 레즈비언 영화라고 표방하지는 않았다. 보수적인 한국 상업영화계에서 이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유령'의 의미라 할 만하다. 의미가 또 다른 재미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1.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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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령’ 이해영 감독,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는 사람? 아니다, 다시 할게요.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써 주세요.”영화 ‘유령’으로 돌아온 이해영 감독은 ‘감독 이해영을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 같이 대답이었다.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다.영화 ‘독전’(2018)으로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꼼꼼한 연출 감각을 보여줬던 이해영 감독은 약 5년 만에 공개한 신작 ‘유령’에서도 예리한 감각을 펼쳐보였다. 밀리미터(mm) 단위까지 신경쓰는 이해영 감독의 섬세함은 주연 배우 설경구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유령’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이해영이 이해영했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독전’을 통해서 처음으로 관객들과 밀접한 소통을 했어요. 그게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 돼서 ‘유령’도 그렇게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길 바라요. ‘유령’에 호감이 가신다면 얼마든지 다가와주세요. 영화와 함께해주시는 관객 분들의 마음에 합당한 답을 드릴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유령’은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 ’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사람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작전을 그린 영화다. 정통 추리극의 형식에 충실했던 원작 소설과 달리 영화 ‘유령’은 진짜 ‘유령’이 누군지 추리가 끝난 이후 내달리는 액션이 또한 볼거리다. 이 과정에서 설경구와 이하늬의 맨몸 액션도 등장한다. 두 사람이 성별, 나이 등의 장벽을 뛰어넘어 액션으로 엉겨드는 장면은 ‘유령’의 백미 가운데 하나다. 이해영 감독은 “처음에는 이하늬가 걱정됐는데 막상 촬영에 돌입하니 설경구가 걱정됐다. 이하늬의 타격감이 세더라”며 웃음을 보였다.“두 분이 싸우는 장면에선 어떤 순간에도 성별이 느껴지지 않길 바랐어요. 남녀가 싸운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게 말이죠. 두 사람의 기세와 감정이 보이길 바랐고, 동물적으로 맞붙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두 분 모두 너무 힘들었을 텐데 좋은 장면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두 배우 너무 잘해주신 덕에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설경구는 특히 이해영 감독의 꼼꼼함 때문에 고달픈 일이 많았다. 이 감독이 설경구가 극에서 쓴 모자의 각도를 밀리미터 단위로까지 점검한 탓에 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다시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설경구는 이 때문에 “나중에 나오는 연설 장면에서는 내가 모자를 안 쓰겠다고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이해영 감독은 이에 대해 “설경구 선배의 멋짐을 담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디테일하게 신경을 쓴 덕에 설경구의 멋진 외모가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스크린에 담겼다는 것. 이해영 감독은 “설경구 선배가 피곤했을 수는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사실 촬영할 당시에는 선배가 짜증났다는 걸 몰랐거든요. 분위기 자체는 화기애애했어서요. (웃음) 선배가 연기한 쥰지는 경무국에서 좌천돼 있다가 복귀하는 게 원대한 목표인 인물이잖아요. 우여곡절을 겪고 마침내 복귀하는 그런 장면이기 때문에 제복과 모자가 칼같이 나오길 바랐어요. 한 번에 딱 그 각도가 나와야 멋있지 이미 쓴 모자를 여러 번 고쳐 쓰면 멋이 없잖아요. 특별출연 해준 금새록 배우가 마침 그 장면을 찍는 걸 봤는데, 저더러 ‘감독님 여전하시네요’ 하더라고요. 웃었죠, 뭐.” 이해영 감독에게 멋지게 다가온 건 물론 설경구 뿐만이 아니다. 특히 카이토 역의 박해수에게는 촬영 때마다 “우리 영화를 구원해줄 수호천사”라며 이 감독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을 정도로 감사함이 크다.당초 이 인물은 실제 일본인 배우가 연기하기로 돼 있었다. 인물 설정 자체가 한국인의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일본인인데다 영화에서 소화해야 할 일본어의 양도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일이 늘 그렇게 마음먹은 것처럼 되지는 않는 법. 미리 섭외를 다 해놓고 그 배우의 일정에 맞춰 세트까지 지어올리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일본과 한국 사이엔 무비자 협정이 사라졌다. 누구도 오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그때가 ‘유령’을 하면서 가장 고통받았던 시기인 것 같아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비즈니스 비자를 신청하면 받을 수는 있었지만, 기간이 3개월 이상 소요됐어요. 사실상 촬영이 어려운 상황이었죠. 거의 패닉에 빠져 있다가 우연히 박해수의 출연작들을 보게 됐어요. ‘이 정도 에너지와 연기력이라면 영화를 완전히 압도하는 위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성실하다는 소문도 들었으니까 뭔가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잘해줄 것 같다는 믿음이 들었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냈죠.”한 번에 출연 결정이 난 건 아니다. 촬영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고 박해수가 소화해야 할 일본어 대사는 너무 많았다. 부담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절을 할 결심을 하고 나온 박해수의 마음을 돌린 건 이해영 감독의 “우린 할 수 있다. 내가 당신이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한 마디였다. 이해영 감독은 “사실 말은 그렇게 하고 ‘이제부터 일본어 연습해’ 하고 배우에게 떠넘긴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고백했다. “세트 시공 순서 때문에 가장 많은 일본어를 구사해야 하는 장면을 앞에 찍게 됐어요. 정말 까다로운 장면이었는데, 그걸 표정까지 살려서 표현해내더라고요. 박해수 배우가 자기 대사와 상대방 일본어 대사를 다 외우고, 또 양쪽의 일본어 대사의 한국어 뜻까지 다 외운 상태로 촬영에 임한 거예요. 정말 괴물같은 성실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거의 매번 박해수와 촬영을 할 때마다 ‘당신이 우리 영화를 구원해줄 수호천사’k고 이야기했어요. 박해수는 싫었을 거예요. 얼마나 부담되고 질척거린다는 생각이 들었겠어요. (웃음)”이런 배우들의 열연과 빛나는 존재감으로 ‘유령’은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난 하나의 거대한 캐릭터 영화가 됐다. 이해영 감독은 자신이 탐닉하는 것은 언제나 ‘캐릭터’라고 했다.“캐릭터가 제겐 이야기에 접근하는 통로인 것 같아요. 영화를 찍으면서도 제가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배우들을 통해서 하는 것 같고요. 제 생각과 모든 의도를 담는 것은 캐릭터예요. ‘유령’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 영화로 뭘 하고 싶었느냐고 묻는다면 캐릭터라고 답하겠어요. 훌륭하고 분에 넘치는 좋은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배우들의 매력을 ‘유령’을 통해서 잔뜩 자랑했으니 극장에 와서 만나주세요.” 2023.01.27 08:17
스타

[인터뷰] ‘유령’ 서현우 “한예종의 연기 천재? 기분 좋지만 부담이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연기 천재’. 배우 서현우를 수식하는 배우 박소담의 말이다. 서현우는 거장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화교 출신의 전과2범 철썩이로 분했다가, 이번에는 이해영 감독의 영화 ‘유령’에서 코믹한 포지션의 천계장으로 변신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는 탄성이 나온다.“연기 천재란 별명은 한예종 후배들이 지어준 별명인데요. 사실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은 ‘서박사’라고 불렀어요. 제가 인문고를 다니다가 한예종으로 들어오니까, 예술고 출신 동기들을 따라잡으려면 열심히 필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어느새인가 ‘서박사’가 되고 나중에는 ‘연기 천재’ ‘연기의 신’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소담이가 그렇게 말해주는건 고마운데, 기분좋지만 부담이 돼요.”서현우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과정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배우 설경구의 작품을 보며 자랐고, 그를 보며 ‘나도 배우가 하고 싶다’고 연기를 꿈꾸게 됐다. 고등학교 때는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에 다닐 정도로 성적이 좋았지만, 입시 경쟁 속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숨통’이 트인 게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서현우는 “대학에 진학했는데도 연기가 계속 생각났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연극 선생님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한예종을 알려주셨다”며 “부모님 몰래 오디션에서 합격하고 ‘연극과 교수를 하겠다’고 속여서 입학했다”고 밝혔다. 이후 서현우는 4년 내내 ‘과 톱’을 놓치지 않았고, 졸업식에서는 연기상을 받았다고 한다.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이후 무명 생활이 시작됐다. 지치기는 했지만 후회한 적은 없었다는 게 서현우의 고백이다. 서현우는 “힘들 때는 돈가스 하나 시켜놓고 동기와 나눠먹으며 부둥켜 안고 울기도 했다”며 “한예종 후배들이 나보다 더 빨리 데뷔하고 주연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자격지심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성장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주변에서 ‘현우는 잘 해낼거야’라고 믿어주는 분들이 많아져서 그 힘으로 연기를 해내고 있다”며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여러 이미지와 톤앤 매너를 갖고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올해 개봉한 영화 ‘유령’에서 서현우가 연기한 천계장은 총독과 암호 해독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한예종 선후배 사이인 박소담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 이하늬, 박해수 등 굵직한 배우도 함께 했다. 이에 대해 서현우는 “나의 역할은 ‘신 스틸러’가 아닌 ‘신 보탬러’다”라며 “작품 속에서 내가 보이기보단, 어떻게 하면 내 캐릭터가 이 작품에 진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이어 “영화는 120분 이상의 긴 호흡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끌고 나가는 작업”이라며 “배우 선배님들을 관찰하고 제 안을 채워나가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특히 설경구 선배와 작업이 든든했어요. 제가 선배님에게 ‘누가 유령 같은데?’라고 반말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직접 마주하니 눈이 고요하시더라고요. 마치 ‘난 준비가 돼 있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긴장을 많이 했는데 푸근하고 든든해서 감사하기도 하고, 편안하게 연기했던 기억이 납니다.”앞으로 서현우의 필모그래피는 어떻게 쌓일까. 그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도 잘 할 자신 있다”고 어필했다. 서현우는 “사랑이라는 주제만큼 공감하기 좋은 주제도 없지 않나. 현실적인 연애나, 가슴 아픈 연애같이 뜨거운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부연했다.“연기적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철썩이와 ‘유령’의 천계장이 동일인물이라는 걸 몰랐다는 평가만큼 기분좋은 게 없더라고요.”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1.25 18:40
영화

독립운동 다룬 논픽션 ‘영웅’ vs 픽션 ‘유령’ 전격 비교

영화관을 점령하고 있던 ‘아바타: 물의 길’을 누르고 한국 영화가 올해 설 연휴 극장가 탈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중 독립운동을 소재로 영화 ‘영웅’과 ‘유령’의 대결이 주목된다.두 영화는 독립운동이라는 소재만 같을 뿐 장르부터 분위기, 연출 등 모든 면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그린 실화 기반의 영화고, ‘유령’은 중국 작가 마이자의 추리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한 픽션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두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이야기를 끌고 가는 ‘노래’와 ‘인물’영화 ‘영웅’은 뮤지컬 ‘영웅’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스크린 속으로 옮겨왔다. 뮤지컬이 노래 가사를 통해 극 중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처럼, ‘영웅’ 역시 대부분의 이야기가 노래 속에 담긴 가사로 진행된다.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도 뮤지컬 주연 배우를 그대로 차용했다.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노래 ‘단지동맹’은 안중근을 비롯한 11명의 독립군들이 손가락을 끊으며 독립운동을 맹세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 ‘이토의 야망’,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등 노래는 각 등장인물에 담긴 서사를 깊이 있게 그려낸다. 영화의 정점인 법정 장면은 ‘누가 죄인인가’를 열창하며 웅장한 사운드로 독립운동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잘 그려냈다.영화 ‘유령’은 매력적인 6명의 배우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추리소설을 기반으로 했지만, 영화는 새로운 해석을 덧붙여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극 중에서는 ‘유령’을 추리하는 과정이 아닌 각 배우들이 표현하는 독특한 캐릭터성이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냉철하고 우울한 암호 기록담당 박차경(이하늬 분), 좌천된 직위를 되찾고 싶어하는 감독관 쥰지(설경구 분), 일제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분), 암호 해독 담당 천계장(서현우 분), 통신과 직원 백호(김동희 분) 5명은 호텔에 갇혀 각자 매력을 뽐낸다. 냉혹하고 잔인한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 분)도 마찬가지다.△숨겨진 매력포인트, 고증과 미장센관람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이후 영화 내용을 되돌아볼 때 느끼는 매력포인트도 다르다. 영화 ‘영웅’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세세한 고증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관객으로 하여금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특히 안중근 의사와 함께 하얼빈에서 의거를 준비하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고증이 돋보인다. 극 중에서 명사수로 등장하는 조도선(배정남 분)은 실제로 현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독립운동가였다. 거사를 위한 무기를 준비하는 최재형(장기용 분)은 연해주에서 독립운동가들의 ‘대부’ 역할을 하며 군자금을 지원한 인물이다. 법정 장면에서 네 명의 독립운동가가 앉은 순서도 철저히 고증에 따랐다.이토 히로부미 저격에 쓰인 권총도 당시 사용된 것으로 똑같이 제작됐다. 안중근이 거사에 사용한 권총은 ‘FN M1900’으로, 총 7발의 총알이 들어간다. 영화에서는 이토를 저격하며 총성이 6벌 울리는데 실제로 안중근 의사가 체포된 후 총에는 1발의 총알이 남아있었다.영화 ‘유령’은 각 장면에 치밀하게 배치된 미장센이 아름답다. 이해영 감독의 완벽을 향한 집착은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배우 설경구는 쥰지가 쓴 모자가 ‘완벽히 대칭’을 이뤄야 한다는 감독의 요구에 수십번이나 모자를 고쳐 써야 했다고 토로했고, 박소담 배우는 치마를 찢는 각도까지 세세하게 요청받았다고 한다.화면에 표현된 생생한 색감도 매력적이다. 1930년대 경성의 거리를 강렬한 색채로 표현했고, 배우들의 의상과 소품도 색을 과감하게 풀어 사용한 것이 매력적이다. 각 배우들이 사용하는 소품도 디테일한 설정에 따라 결정됐다. 극 중 천계장이 사용하는 짧은 총신의 권총은 ‘사거리가 짧아 잘 안 맞는다’는 설정까지 있었다고 한다.이 밖에도 영화 ‘영웅’은 고전적인 남성 중심의 서사를, ‘유령’은 여성 서사를 비중 있게 그렸다. ‘영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화려한 액션보다는 현실적인 묘사가 더 많고, ‘유령’은 ‘스파이 액션’이라는 장르답게 시원한 액션과 화려한 폭발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올해 설날에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독립운동 영화를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1.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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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IS] ‘교섭’ ‘유령’ 박스오피스 1·2위… 설연휴 본격 관객몰이

영화 ‘교섭’과 ‘유령’이 설 연휴(21~24일)를 맞아 관객몰이에 본격 돌입했다.2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8일 나란히 개봉한 ‘교섭’과 ‘유령’이 박스오피스의 불을 밝히고 있다.‘교섭’은 전날 6만7000명의 관객을 모으며 이틀 동안 17만3000여 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이 영화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있었던 '샘물교회 피랍사태'를 소재로 만들었다. 인질을 무사히 살려내기 위한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숨 가쁜 활동을 담았다.‘유령’은 같은 날 2만9000여 명을 동원해 3위에 자리했다. 설경구, 이하늬, 박해수, 박소담 등 화려한 출연진과 일제강점기 항일 조직의 비밀 스타이 유령의 사투를 그렸다.1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일에만 3만4000여 명이 관람하며 2위로 교섭을 추격했다.‘교섭’과 ‘유령’의 공세로 개봉 36일 만에 1위를 내준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4위였다. 누적관객 수는 956만 여명으로 설 연휴 기간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바타2’의 예매율은 22.7%(20일 오후 2시 기준)로 전체 1위다. 이미 11만7000여 명이 관람 티켓을 구매했다. 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 2023.01.20 14:45
영화

같은 날 개봉 ‘교섭’ ‘유령’… 박스오피스 1‧2위에

같은 날 나란히 개봉한 한국 영화 두 편이 박스오피스 1, 2위에 올랐다.1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전날인 18일 개봉한 ‘교섭’이 10만4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유령’은 4만10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2위에 올라, 흥행을 독주하던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을 끌어내렸다.지난달 14일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유지해온 ‘아바타2’는 36일 만에 순위가 하락해 4위에 그쳤다. ‘아바타2’는 개봉 2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도 밀렸다. 박스오피스 1위로 나선 ‘교섭’은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숨가쁜 활동을 그렸다. 지난 2007년 개신교 신도 23명이 선교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다가 탈레반에 납치됐던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황정민, 현빈, 강기영 등이 출연했다. 같은 날 맞붙은 ‘유령’은 항일 액션 첩보물로, 일제 강점기인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항일조직이 조선총독부에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작전을 그린 영화다. 설경구, 이하늬, 박해수, 박소담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 모았다.한편 안중근 의사의 의거와 순국 과정을 담은 ‘영웅’은 5위에 그쳤다.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 2023.01.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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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의 B컷] ‘유령’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질문할 수 없었던 이유

질문하고 싶은 게 한가득인데 질문을 할 수 없는 아이러니. 기자고 배우고 입만 열면 스포일러가 되는 상황 속에 입을 선뜻 떼지 못 하고 서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풍경이 영화 ‘유령’ 현장 곳곳에서 벌어졌다.1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유령’의 언론 시사회. 영화 상영이 끝나면 통상 감독과 배우들이 자리한 가운데 취재진과 질의응답이 펼쳐지는데, 이날 간담회의 시작을 장식한 말은 “이런 말씀으로 시작하게 돼 죄송하지만, 대화는 자유롭게 나누시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은 기사에 쓰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해서 관객들을 팍 식게 만드는 일을 누가 하고 싶을까. 하지만 도저히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서는 특정 배우의 활약상에 주목하는 질문을 할 수 없으니 이만저만 답답한 상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령’은 항일조직이 조선총독부에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이 중심이 된 영화. ‘유령’으로 의심받는 사람들이 호텔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안에서 누군가는 진짜 ‘유령’이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색출 작업에 나서고,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치밀하게 숨어들어간다.추리극의 특성은 ‘누가 범인인가’뿐만 아니라 ‘누가 범인이 아닌가’까지 스포일러가 된다는 점. 때문에 그 어떤 배우에게도 마음 편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물을 수 없었다. 그나마 영화의 중후반부부터는 액션이 중심이라 배우들 간 액션 합을 물을 수 있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아마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제작진이 포스터 속 이름 순서에까지 얼마나 예민하게 신경을 썼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역시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통상 영화는 개봉을 하기 전에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 기사를 통해 예비 관객들에게 작품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령’은 달랐다. 인터뷰 자리에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동안 내내 ‘이건 영화 개봉 전에 내보낼 내용’, ‘이건 영화 개봉 후에 쓸 내용’을 머릿속으로 분류해야 했다. 이하늬, 설경구, 박소담 등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이러이러한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 달라”는 당부가 여지없이 뒤따랐다.이쯤 되면 영화를 홍보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속이 갑갑할 듯하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 홍보 과정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이다. 대놓고 ‘유령’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시작하는 듯한 영화지만, 러닝타임 중반부에 들어서면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이해영 감독이 ‘유령’에서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다. 출연진과 취재진이 합심해 한마음으로 숨겨둔 ‘유령’의 진짜 하이라이트를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2023.01.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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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IS] ‘유령’ 찾기가 끝 아니다, 진짜는 그 후부터

영화 ‘유령’이 스파이인 ‘유령’을 찾기 위한 추리극에 그친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전형적인 밀실 추리극의 분위기를 내는 초반부를 지났을 때 비로소 이해영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진짜가 나타나니까.‘유령’은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항일조직이 조선총독부에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작전을 그린 영화다. ‘유령’의 원작은 이지아 작가의 중국 소설 ‘풍성’이다. 추리물의 전형인 이 작품은 ‘유령’이 누구인지가 밝혀지면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해영 감독은 처음 원작을 보고는 “추리에서 끝난다면 연출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한다.‘독전’(2018)에서 센스 있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보여줬던 이해영 감독의 장기는 여기에서 드러났다. ‘유령’을 추리물에서 그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이해영 감독은 처음부터 유령의 정체를 드러내며 오히려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정말 이 사람이 유령이 맞나’, ‘유령은 단 한 명뿐인 걸까’, ‘조력자는 없을까’, ‘반전은 없을까’ 하는 호기심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 스파이 ‘유령’과 항일단체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부터 ‘유령’은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한다. 항일단체의 작전을 저지하려는 세력과 독립군의 대립이 폭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대 상황상 총격 액션 장면이 다수 등장하는데, 배우들은 최소 4kg 이상 되는 총을 들고 유려한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수개월 간 훈련하며 준비했다.남성 캐릭터가 주로 부각됐던 ‘독전’과 달리 여성들의 연대와 서사가 집중도 있게 표현된 점은 ‘유령’의 차별점이다. 영화의 시작을 여성 캐릭터로 연 이해영 감독은 이후 줄곧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곳곳에서 활약하게 하며 이제껏 한국 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캐릭터와 장면을 탄생시킨다. 특히 이하늬와 설경구가 생사의 기로에서 맨몸으로 맞붙어 싸우는 장면은 ‘유령’ 이전에는 찾기 어려웠던 성별을 넘어선 맨몸 액션이라 할만하다. 추리극의 특성은 캐릭터에서 살아난다. ‘유령’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 때까지 관객들을 계속 의심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에 미스터리한 요소와 독창적인 개성이 녹아 들어있다. 특히 호텔에 모인 인물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초중반까지는 ‘캐릭터 쇼’를 방불케 할 정도라 보는 재미가 다양하다. 기존에 여러 작품에서 뜨거운 연기를 보여줬던 이하늬는 ‘유령’에서는 쿨톤으로 연기 변신에 나섰고, 박소담은 당시 갑상선 유두암으로 투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이내믹한 활약을 보여준다. 약 2주 만에 모든 일본어 대사를 암기했다는 박해수와 그와 대척점에서 긴장감을 형성하는 설경구, 데뷔 이래 가장 캐릭터성이 강한 연기를 보여주는 서현우의 활약도 볼거리다. 15세 관람가. 18일 개봉. 133분. 2023.01.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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