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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꽁꽁 숨긴 비밀병기? "입대 한 달 전, 몸 사릴 때 아닙니다"

“저는 몸 사릴 때가 아니죠.”아직 가을 마운드를 밟지 못한 KT 위즈 투수 배제성의 표정은 결연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입대(12월 18일), 팀의 우승을 위해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있다는 얼굴이었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T 위즈는 돌풍의 팀 NC 다이노스를 3승 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이 각각 3·4일 휴식 후 선발 등판해 팀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고영표도 3차전, 엄상백은 1차전과 4차전 불펜으로 나서 가을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배제성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 5선발 중책을 맡았던 그는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몸도 풀지 않았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선발 자리가 꽉 차 기회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배제성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입대 전) 마지막인데 몸 사릴 때가 아니다. 준비는 돼있다”라며 웃었다. 한국시리즈엔 등판할 수 있을까. 마침 배제성은 올 시즌 LG 트윈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2경기에 나와 무승 1패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4⅔이닝으로 표본은 작지만 좋은 기억이 있다. 배제성은 7일 1차전을 앞두고 불펜 피칭도 했다. 배제성의 공을 받은 불펜포수도 “컨디션이 더 좋아진 것 같다”라며 그의 공을 감탄했다. 다만 배제성은 9월 27일 LG와의 더블헤더 2차전 선발로 나와 2회 도중 타구에 정강이 뼈를 맞고 교체됐다. 그는 “타구 한 번 맞고 나서 밸런스가 무너지더라. 한창 올라오던 시기에 다쳐서 아쉬웠다”라면서 “하지만 그 뒤로 쉬면서 컨디션도 끌어올리고 밸런스도 잡았다. 그때보다 컨디션은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경기에서 한 번 붙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직 이강철 KT 감독에게 직접 전달받은 이야기는 없지만, 배제성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나갈 준비는 돼있다”라며 웃어 보였다. 배제성에게 '비밀병기 아니냐'라고 너스레를 떨자, 그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후 진행한 감독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배제성을 4차전 ‘두 번째 투수’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부상 여파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없는 엄상백 뒤로 배제성을 붙이겠다는 계획을 말했다. “내가 안 던져도 팀이 우승만 하면 된다”라고 웃은 배제성은 “그래도 입대 전 마지막인데 후회 없이 던지고 싶다. 사실 제대로 된 공을 던진 게 올 시즌 얼마 없었는데, 이번 KS에서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3.1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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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수다 꿀케미' 고영표 배제성 소형준 "올 가을도 작년처럼"

배제성(26)과 소형준(21)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티격태격한다. 특유의 엷은 미소를 띠며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고영표(31)가 이내 수다에 가세한다. 많게는 10살 차이가 나는 선·후배. 그러나 허물없다. KT 위즈가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선발진이다. 다른 팀 사령탑조차 부러움을 감추지 않는다. 특히 최근 3년 국내 선발진을 맡은 고영표·배제성·소형준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고영표는 최근 2년 동안 40번이 넘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해내며 '꾸준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배제성은 최근 3년(2019~2021) 동안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승리(29승)를 거뒀다. 2020년 신인왕 소형준도 데뷔 3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됐다. KT는 이들을 앞세워 지난해(2021년) 통합 우승을 해냈다. 일간스포츠는 창간 53주년을 맞이해 KT를 강팀으로 이끈 세 투수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서로의 장단점은 물론, 음료 취향과 잠버릇까지 꿰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끈끈한 팀워크를 엿볼 수 있었다. 배제성은 현재 전반기 막판 부침으로 구원 임무를 맡고 있다. KT도 1위가 아닌 3위 경쟁 중이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와 다른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는 올해도 같다. 가장 마지막 경기에서 웃는 것이다. Q : KT 선발진 사이 시너지 효과를 꼽는다면. 소형준(이하 소)=데뷔 2년(2020~2021) 차까지는 그저 실점을 막는 투구만 신경 썼다. 그러나 작년 영표 형이 많은 이닝(166과 3분의 2)을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점수를 좀 주더라도 이닝을 더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투구 지향점이 달라진 덕분에 올 시즌 경기당 이닝(6과 3분의 1이닝)이 늘어난 것 같다. 고영표(이하 고)=나는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합류했다.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이 자극제가 됐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밀린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선발 투수로서 가장 중요한 건 이닝 소화라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나도 항상 후배들에게서 배운다. 배제성(이하 배)=KT 투수진의 가장 큰 강점은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이 그 무대다. 너 나 할 것 없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눈다.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좋은 기운이 생긴다. Q :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고=요즘 어때? 어제(등판 경기) 괜찮았어? 등 안부를 묻는 것부터 대화가 시작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수다로 이어진다. 다들 프로다.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잘하고 있다. 어설픈 배려나 조언은 하지 않는 편이다. 배=안 좋은 상황에 있는 선수에겐 오히려 말을 아끼는 것 같다. 말을 하더라도 내 생각을 전하는 정도다. 지시가 오갔다면, 트레이닝장에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가 생기기 어려울 것이다. 고=아마 이런 자리(인터뷰)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난 이제 데뷔 3년 차이고, 다른 팀에서 뛰어보지 못했다. 그래도 내부에 조성된 경쟁심이 딱 이상적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위기가 좋다'는 표현으로는 다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데뷔 첫 시즌부터 1군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배=같은 생각이다. 어떤 집단에서나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이 있다. 프로 선수에게 위기감과 경쟁심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남의 불행을 바란다고 내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팀 경쟁 분위기는 딱 좋은 것 같다. Q : 서로에게 탐나는 능력이 있다면. 고=직구 평균 구속이 130㎞대인 나는 당연히 두 후배의 빠른 공이 탐난다. 때로는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고 싶다. (배)제성이의 슬라이더나 (소)형준이의 컷 패스트볼처럼 꺾이는 각도가 크지 않는 구종도 탐난다. (포수) 장성우 선배도 '그런 공 하나만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배=영표 형한텐 당연히 체인지업이다. 최고의 구종 아닌가. 형준이한테 부러운 건 명확하다. 긍정적인 마인드다. 나는 솔직히 화(火)가 좀 있다. 형준이는 대량 실점하며 부진한 날에도 정말 잘 잔다. 소=나도 못 잘 때가 있다(웃음). 배=거짓말이다. 내가 형준이의 룸메이트였다. 한 번도 침대에서 뒤척이는 걸 보지 못했다. 소=솔직히 못 던졌다고 잠을 못 이루진 않는다. 작년에 한창 털릴 때(부진할 때)도 잠은 잘 잤다. 길게 봐야 한다. 당장 다음 등판을 위해서라도 잘 자야 한다. 배=모든 사람이 그러고 싶다. 그게 어렵다는 걸 형준이는 모른다. 소=난 영표 형의 회복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얼마 전에도 느꼈다. 100구 넘게 던진 경기 다음 날 전력으로 캐치볼을 한다. 몸도 너무 가벼워 보인다. 다른 동료들도 '파머(farmer·농부)의 아들'이라며 강인한 신체에 놀란다. 배=(선발) 등판 다음 날 골골대는 투수도 있다. 영표 형은 마치 일주일을 쉬고 나선 투수 같아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신체 능력이 부럽다. 고=나는 구위형 투수가 아니지 않나. 엔진을 100% 가동하지 않는다. 그래도 신체 회복력은 좋은 편 같다. 등판 다음 날에도 높은 강도로 운동하는 이유는 경험을 통해 정립한 루틴이다.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 빵빵 때리며 던지는 게 낫더라. Q : 2021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고영표는 헐거워진 KT 허리진을 보강하기 위해 불펜 투수로 나섰다. 소형준은 2차전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배제성은 4차전에서 5이닝 3실점 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해 KS를 돌아본다면. 고=군 복무 전까지 KT는 하위권이었다. 복귀하니 강팀이 됐고, 정규시즌 1위까지 하더라. KS 기간 내내 얼떨떨한 마음이었다. 배=2020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에선 컨디션이 정말 좋았지만, 벤치에 신뢰를 주지 못해 좌타자 타석 때 교체됐다. 2021년 KS(두산전)에서 만회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다시 기회를 주셨고, 우승을 확정하는 경기(4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돼 기뻤다. 소=정규시즌 내내 좋지 않았다.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2차전을 맡겨주셨다. 운이 좋아서 실점 없이 6이닝을 막았다. 데뷔 2년 차에 우승을 경험할 수 있어 행복했다. Q : 올해 포스트시즌(PS)에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또는 준PO부터 치러야 할 거다. 고=나는 지난해 KS에서 불펜 대기했다. 정규시즌 선발로 잘했기 때문에 이강철 감독님의 선택에 서운했다. 그러나 KS를 치르며 내가 중책을 맡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런 마음을 가진 나를 자책했다. 올해 PS에서 내 임무를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 물론 선발로 나가고 싶지만, 롱릴리버든 셋업맨이든 다 좋다. 작년보다 더 잘할 수 있다. 배=나는 올 시즌 후반기 선발에서 밀렸다. 어떤 상황에 등판하든 자신감을 갖고 무조건 점수를 안 주는 투구를 하겠다. 소=탈락한 2020년 PO, 우승한 2021년 KS 모두 두산 한 팀만 상대했다. 이번 PS에선 여러 팀을 상대하고 싶다. 무엇보다 홈인 수원KT위즈파크에서 첫 가을야구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다. 영표 형이 먼저 등판해서 상대 타선 기를 죽이고, 분위기를 KT로 가져오길 바란다. 배=형준이가 잘 던져서 KT가 PS에서 치러야 할 경기가 많아지면, 나도 선발로 나설 기회가 오지 않을까. 형준이가 제발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 고=제성이는 지난해 KT가 통합 우승을 확정한 경기(4차전) 승리 투수였다. 나는 제성이가 다시 한번 그 모습을 재연했으면 좋겠다. 배=단기전은 변수가 많다. 정규시즌에서 KT의 순위가 작년보다 떨어졌지만, 더 높은 무대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소=모든 선수가 마지막에 웃기 위해 그라운드에 설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Q : 20년 뒤 KT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고=한 시즌에 만원 관중이 여러 번 기록될 만큼 넓고 깊은 팬덤을 보유한 팀이 돼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우승 트로피 7개 정도는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메이저리그는 경기장에 초청된 팀 레전드가 올드팬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레전드와 팬이 많은 팀이 되길 바란다. 배=지금 같은 팀 문화가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고교 야구 선수들이 오고 싶은 팀이 될 것이다. 소=내 꿈은 KT에서 영구결번(30번)이 되는 것이다. 양현종·김광현 선배처럼 150승 이상 해내고 싶다. 배=형준이는 야망이 크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만족할 줄 모른다. 소=1번과 19번(각각 고영표와 배제성 등 번호)도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외야석에 새겨졌으면 좋겠다. 수원=안희수 기자 2022.09.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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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난 이제 유망주가 아니다"...엄상백이 말하는 자존감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몇 주 전부터 2연전 체제에 맞춰 '6선발' 운영을 고려했다. 투수진 체력이 크게 떨어진 시점이다. 이동이 잦아지는 향후 일정을 소화하며 그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가용 자원을 100% 활용해 부상과 컨디션을 관리할 생각이다. 6선발 운영의 핵심은 우완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6)이다. 그는 그동안 스윙맨 임무를 수행했다. 시즌 초반엔 부상으로 이탈한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공백을 메웠고, 전반기 막판엔 컨디션 난조로 충전할 시간을 부여받은 배제성의 순번을 채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엄상백은 최근 등판한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서도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3실점 이하로 막아냈다. 이강철 감독은 엄상백을 활용하면서, 투수진 체력 안배까지 도모하기 그동안 심중에만 있던 6선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재 소형준은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고,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약 한 달 만에 복귀전을 치른 배제성은 아직 컨디션이 안 좋다. 6선발 가동도 8월 말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분명한 건 엄상백이 팀 마운드 핵심 투수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그는 박세웅(현재 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가장 기대받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명확한 보직을 받지 못했고,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엄상백의 야구 인생 터닝 포인트는 복무 시절이다. 상무 야구단에서 그동안 자신이 누볐던 그라운드의 소중함과 프로야구 선수라는 신분의 의미를 깨달았다. 엄상백은 한창 마운드 마당쇠 역할을 하던 지난달 "군대에서도 야구단에 있었지만, 이전과 다른 조직 생활을 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야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고 돌아봤다. 입대 전에는 소홀했던 웨이트 트레이닝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엄상백은 소속팀 복귀 뒤 이전보다 힘 있는 투구를 하고 있는 점도 웨이트 트레이닝 효과를 꼽았다. 이제 엄상백은 연차에 맞는 역할을 자각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간 올 시즌은 만족할만한 개인 기록을 남기기 어렵다. 엄상백도 "올 시즌 개인 기록은 어차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이 부분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엄상백은 보직과 상관없이 좋은 결과를 노린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팀 기여도를 더 중시하겠다는 얘기다. 어느덧 프로팀 입단 8년 차, 나이도 20대 후반이다. 그는 "나는 이제 유망주가 아니다. 이제는 좋은 성적과 결과로 말해야 하는 연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분명한 보직 탓은 이제 하지 않는다. 남은 시즌 선발 등판 기회가 더 많을 게 확실한 상황. 엄상백은 "6·7회 집중력이 경기 초반보다 떨어지는 점을 고쳐야 할 것 같다. 더 다양한 공 배합도 필요한 것 같다"며 부족한 점을 더 신경 쓰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2.08.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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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엄상백은 선발 체질...배제성과 공존 가능할까

KT 마운드 '만능키' 엄상백(26)이 대체 선발 등판으로 나서 또 잘 던졌다. 다음 등판도 로테이션을 소화한다. 엄상백은 지난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3연전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 6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호투했다.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한 탓에 시즌 7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선발 체질을 증명했다. 엄상백은 1회 초 실점 위기를 잘 넘겼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혜성에게 좌전 안타, 이정후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그러나 송성문을 좌익수 뜬공, 김휘집을 삼진 처리하며 1회를 넘겼다. 이후 4회까지 큰 위기가 없었다. 피안타는 있었지만 산발로 막았다. 5회는 선두 타자 야시엘 푸이그에게 사구, 후속 김준완에게 희생번트를 내줬지만, 이용규와의 7구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고, 김혜성도 풀카운트 승부에서 1루 땅볼로 잡아냈다. 타선은 4회까지 키움 선발 투수 정찬헌으로부터 1점도 뽑지 못했다. 엄상백은 6회 초 선두 타자로 상대한 이정후에게 체인지업이 통타당해 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추가 실점은 막았다. 송성문·김휘집·박찬혁을 모두 잡아냈다. 엄상백의 임무는 6회까지였다. KT는 7회 초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이 이용규와 이정후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2-4로 역전당했지만, 7회 말 1점을 만회한 뒤 9회 말 2사 1루에서 나선 박병호가 끝내기 투런 홈런을 치며 승리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시즌 30호포이자 끝내기 홈런을 친 박병호에게 쏟아졌지만, 이날 경기 수훈 선수는 키움 타선을 1점을 막은 엄상백이었다. 엄상백의 보직은 롱 릴리버와 대체 선발을 모두 소화하는 '스윙맨'이다. 시즌 초반엔 윌리엄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메웠고, 웨스 벤자민이 영입된 뒤엔 불펜 투수로 나섰다. 최근엔 선발 투수 배제성이 컨디션 관리 차 2군으로 내려가며 생긴 로테이션 결번을 막았다. 배제성은 전반기 막판 주 무기 슬라이더가 흔들리며 고전했다. 허리에 통증도 안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은 금주 2군에서 실전 경기에 나서며, 투구 수를 60구 이상 끌어올린 뒤 1군 콜업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엄상백이 (선발로) 나선다"고 밝혔다. 배제성은 지난 시즌 KT의 통합 우승을 이끈 주축 선발 투수다. 그러나 현재 엄상백의 페이스가 너무 좋다. 특히 키움전 4경기에서 1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4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잠재적 순위 경쟁팀을 상대로 강세를 보였다.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이 1군에 복귀해도 가용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복안을 마련한 것 같다. 그는 28일 키움전을 앞두고 "생각해둔 게 있다"라고 했다. 명확한 건 KT 마운드 운영에 엄상백이 키플레이어라는 것이다. 그는 남은 시즌 4승을 추가하면 대체 선발로 10승을 거두는 투수로 남을 수도 있다. 안희수 기자 2022.07.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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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엄상백 "입대 뒤 자존감 떨어져, 자세가 달라졌다"

엄상백(26)이 없는 KT 위즈 마운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투수다. 엄상백은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고 있다. 불펜에서 개막을 맞이했지만,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선발진 공백을 메웠다. 대체 외국이 투수 웨스벤자민이 합류한 뒤 잠시 불펜으로 갔지만, 벤자민이 팔 통증으로 이탈한 뒤 다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엄상백은 올 시즌 등판한 16경기(11선발)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했다. 보직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KT도 엄상백 덕분에 외국인 투수 한 명 없이도 잘 버텨낼 수 있었다. 엄상백은 '선발 알바'는 당분간 접는다. 벤자민이 26일 LG 트윈스전에서 복귀하기 때문이다. 선발로 잘 던지고 있던 엄상백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엄상백은 "컨디션과 심리 관리에 어려움도 있지만, 이제는 좋은 성적으로 말해야 할 연차다. 어떤 임무를 맡든 집중력 있는 투구를 보여줄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엄상백은 멀리 보고 있다. 올 시즌 남은 레이스에선 구원 임무를 맡더라도, 언젠가 선발진에 합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실제로 소형준과 배제성은 아직 군 복무 전이다. 엄상백은 상무 야구단(2020~2021년)에서 자신의 야구 인생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그는 "야구선수가 아닌 내 모습에 자존감이 떨어지더라.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그저 야구를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전까지는 소위 '쇠질'에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한 단계 나아지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를 높였다. 마침 상무 야구단 내 개인 훈련 시절이 잘 갖춰져 있었다. 엄상백은 "입대 전에도 힘이 있을 때 더 좋은 투구를 하더라. 비로소 몸 관리법을 습득했다"고 전했다. 엄상백은 소속팀에 복귀한 뒤 근력 강화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선발진 다섯 자리에 공석은 없었지만, 대체 선발로 등한팔 때마다 존재감을 보여줬다. 현재 KT 국내 선발진은 리그 최고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영표·배제성·소형준과 소통하고 경쟁하며 시너지 효과까지 얻고 있다. 엄상백의 남은 시즌 목표는 KT의 2년 연속 통합 우승 달성이다. 스윙맨 역할을 하다 보니 승리와 홀드, 그 어느 기록도 많이 채우기 어렵다. 그래서 개인 목표는 버렸다. 엄상백은 "그저 등판했을 때 잘 던지는 게 목표다. 팀이 올해도 우승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수원=안희수 기자 2022.06.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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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했던 타선에도 고전...KT 국내 선발진이 수상하다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가 2022시즌 개막 초반 고전하고 있다.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던 국내 선발진이 흔들렸다. KT는 개막 7경기에서 5패(2승)를 당했다. 팀 득점(22점)은 8위, 득점권 타율(0.189)은 9위에 그쳤다. 주포 강백호가 개막 전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공격력이 저하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7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투·타 엇박자가 있지만, 투수진은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곧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앞선 4경기에서 KT 선발 투수들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7일 SSG전에 나선 선발 투수 소형준이 부진했다. 6이닝을 버텼지만, 10안타를 맞고 4점을 내줬다. KT는 3-4로 패했다. 소형준은 통산 9번 등판한 SSG전에서 7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1.72. 피안타율은 0.202를 기록했다. SSG전에 매우 강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소형준의 등판 일정을 의도적으로 SSG전에 맞출 정도였다. KT의 정규시즌 1위, SSG의 5강 진출권이 걸려 있던 지난해 10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도 소형준은 호투(5이닝 2실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 소형준이 SSG 타선에 고전했다. 특히 추신수와 최지훈, 테이블세터를 막지 못했다. 최지훈은 이전 23번 승부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던 상대다. 이날(7일 SSG전)은 주 무기 투심 패스트볼이 통하지 않았고,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는 안타를 허용했다. 소형준은 시범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속이 크게 향상된 투구를 보여줬다. 최고 스피드는 시속 151㎞. 투심도 147~8㎞까지 찍혔다. 그러나 시즌 첫 등판에서는 직구와 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모두 구속이 크게 떨어졌다. 컨디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선발 배제성도 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부진했다. 4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 하며 조기강판됐다. 배제성은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하며 호투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한껏 활용했고,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전에서는 가운데로 몰린 공이 많았다. 임종찬과 김태연, 한화 '거포' 기대주 두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다. 배제성이 2홈런 이상 허용한 건 2020년 8월 27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40경기 만이다. 배제성은 지난 3시즌(2019~2021) 10번 등판한 한화전에서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94. 40이닝 이상 소화한 상대 5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런 배제성도 일격을 당했다. 제구 난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한화 타선에 자신감을 심어준 건 꽤 큰 손실이다. 리그 전반적으로 개막 초반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마운드의 힘이 초반 순위 경쟁을 좌우할 전망이다. KT는 믿었던 국내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다. 소형준, 배제성이 빨리 정상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4.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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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퀄스? 특급 셋업맨으로 빛난 고영표

고영표(30·KT 위즈)는 정규시즌 막판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선발 등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KT는 삼성과 1위 경쟁 중이었고, KS 직행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고영표는 올 시즌 내내 KT 선발진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그가 9월 한 달 동안 나선 4경기에서 3승·평균자책점 0.27를 기록하며 좋은 컨디션을 보이자, 이강철 KT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1선발로 내세우지 않으면 내가 욕을 먹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퀄리티스타트와 내 성(고)를 합쳐 '고퀄스'라는 별명을 팬분들이 붙여주셨다. KS에서도 그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고영표는 KS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불펜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며 헐거워진 6~8회를 막기 위해 고영표를 불펜 투수로 활용했다. 다른 국내 투수 소형준은 두산전에 매우 강했고, 배제성은 구원 등판 경험이 적었다. 우려가 있었다. 일단 순리를 벗어난 마운드 운영이 상대와의 기 싸움에서 불리하기 작용할 수 있었다.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구원 등판한 고영표가 부진하면,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을 게 뻔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읜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고영표는 KS에 등판한 3경기에서 임무를 잘 수행했다. 15일 2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서 1과 3분의 2이닝 1실점, 17일 3차전은 7회 등판해 2이닝을 막아내며 마무리 투수 김재윤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다. KT는 1~3차전을 모두 이기며 통합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고영표는 18일 4차전까지 나섰다. 팀이 6-3으로 앞선 7회 말 마운드에 올라, 상대 주축 타자 허경민·박세혁을 범타 처리했다. 안재석에게는 2루타를 맞았지만, 정수빈의 안타성 타구를 KT 중견수 정수빈이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 경기는 1이닝 무실점. KT는 6-3으로 앞선 8회 초 공격에서 제라드 호잉이 우월 투런 홈런을 치며 점수 차를 벌렸다. KT는 리드를 지켜내며 8-4로 승리, 창단 첫 KS 우승과 통합 우승을 해냈다. 이강철 감독의 의도대로 KT의 6~8회는 견고했다. 고영표는 비록 선발로 나서진 못했지만, 팀 우승에 기여하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강철 감독이 선택이 선수를 빛나게 만들었다. 고척=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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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성 8승, KT는 24일째 선두

프로야구 KT 위즈가 선발 투수 배제성(25)의 호투로 3연승을 달렸다.KT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서 11-0 대승을 거뒀다. KT(59승 1무 38패)는 2위 LG(53승 2무 40패)와 승차를 4경기로 벌렸다. KT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24일 동안 선두를 지키고 있다.배제성은 5이닝 동안 안타 2개, 볼넷 2개만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시즌 8승(5패)째를 올렸다. 최고 시속 149㎞에 달하는 직구(38개)와 슬라이더(26개), 체인지업(6개)을 섞어 LG 타선을 틀어막았다. 3회 말까지 LG 홍창기에만 볼넷 2개를 허용했을 뿐 배제성은 다른 타자에겐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4회 말 LG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첫 안타를 내준 뒤에도 김현수와 채은성을 뜬공, 이재원은 삼진으로 잡았다. 5회 말 2사에서 김민성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홍창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무리했다.KT 타선은 3회 초 황재균, 박경수, 심우준 등이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대거 8점을 뽑았다. 4회 초에도 3을 추가한 KT는 선발 타자 전원 득점을 기록했다. LG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가 등 근육 통증으로 이탈하자 대체 선발로 나온 좌완 투수 김윤식이 2와 3분의 1이닝 동안 7실점(6자책점) 하며 무너졌다.배제성은 올 시즌 LG에게 약했다. 앞서 LG전에 네 차례 선발로 나서 1승 1패를 거뒀는데, 평균자책점은 5.82로 9개 팀 중 가장 높았다. 최근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지난 5월 3승 1패 평균자책점 1.86을 거두더니 6월에는 1승 1패 평균자책점은 5.56에 그쳤다. 도쿄올림픽 휴식기에 컨디션을 끌어올린 배제성은 최근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1로 호투했다. 그리고 후반기 최대 승부처였던 LG전에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배제성은 이강철 KT 감독이 직접 선발 요원으로 낙점한 투수다. 2018년 가을 마무리 캠프에서 배제성을 관찰한 이 감독이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프로 4년 차였던 배제성은 1군 경기에 거의 나오지 않았던 무명이었다. 배제성은 2019년 10승(10패), 2020년 10승(7패) 등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면서 비상했다. 그의 슬라이더는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구종 중 하나로 꼽힌다.올해도 10승을 향해 달리는 배제성은 “지난 5월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잘 안 되더라. 그래도 오늘은 1회를 잘 넘기면서 호투할 수 있었다”면서 “3년 연속 10승을 정말 하고 싶다. 매 경기 최소 실점으로 최다 이닝을 던지도록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두산 베어스는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경기에서 양석환의 홈런 두 방에 힘입어 6-5로 승리, 4연패를 탈출했다. 양석환은 삼성 백정현을 상대로 호쾌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1-0으로 앞선 1회 초 2사 주자 1루에서 백정현의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포를 날렸다. 3-4로 뒤진 3회 초 1사 주자 1루에서는 커브를 공략해 역전 2점포를 쏘아 올렸다. 그는 지난 4일 삼성전 마지막 타석이었던 8회 초에도 3점 홈런을 때렸다. 이틀에 걸쳐 3연타석 홈런을 날린 양석환은 양의지(NC 다이노스)와 함께 홈런 공동 4위(23개)에 올랐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2021.09.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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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배제성 "3년 연속 10승 꼭 하고 싶다"

"3년 연속 10승 꼭 하고 싶어요." 프로야구 KT 우완 투수 배제성(25)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도전한다. KT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원정경기에서 11-0으로 대승을 거뒀다. 1위 KT(59승 1무 38패)는 2위 LG(53승 2무 40패)와 승차를 4경기 차로 벌렸다. 선발투수 배제성이 5이닝 동안 안타 2개, 볼넷 2개만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시즌 8승(5패)째를 올렸다. 배제성은 최고 시속 149㎞에 달하는 직구(38개)에 슬라이더(26개)와 체인지업(6개)을 섞어 LG 타선을 틀어막았다. 3회까지는 선구안이 좋은 LG 홍창기에만 볼넷 2개를 허용하고 다른 타자에겐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4회 말 LG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이날 첫 안타를 내줬지만, 김현수와 채은성을 뜬공, 이재원은 삼진으로 잡았다. 5회 말 2사에선 김민성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홍창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배제성은 올 시즌 LG에게 약한 모습이었다. 이날 전까지 LG전에만 4경기에 선발로 나서 1승 1패를 거뒀는데, 평균자책점은 5.82로 9개 팀 중 가장 높았다. 아울러 3승 1패 평균자책점 1.86으로 아주 잘했던 지난 5월에 비해 최근에는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6월에 1승 1패, 평균자책점은 5.56으로 치솟았다. 배제성은 올림픽 휴식기 한 달 동안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최근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1로 나아졌다. 그리고 이날 후반기 들어 첫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배제성은 2019년 10승(10패), 2020년 10승(7패) 등 2년 연속 두 자릿 수 승수를 올리면서 비상했다. 올해도 10승까지 2승 남았다. 그는 "컨디션이 계속 안 좋았다. 지난 5월 좋았을 때처럼 안 되더라. 그래도 오늘은 1회를 잘 넘기면서 호투할 수 있었다"면서 "3년 연속 10승 정말 하고 싶다. 매 경기 최소 실점으로 최다 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했다. 잠실=박소영 기자 2021.09.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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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김병희·김태훈...KT의 신기한 '지니 야구'

KT에서는 올해도 위기에서 새 얼굴이 등장해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는 전력과 선수층의 강화로 이어졌다. 막내 구단 KT가 어느덧 가장 탄탄한 내실을 갖춘 팀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수원 KT위즈파크. 롯데전을 앞둔 이강철 KT 감독은 언론 인터뷰 내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주장이자 주전 3루수 황재균이 전날 수비를 하다 코뼈 골절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개막 첫 7경기에서 5패(2승)를 당하며 주춤했던 KT는 이후 10경기에서 7승(3패)을 거두며 반격하고 있던 터였다. 상승세 국면에서 주축 선수가 이탈한 것이다. 시즌 첫 위기에서 새 얼굴이 황재균의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창단 멤버' 김병희가 그 주인공. 1군 콜업 뒤 출전한 첫 경기(4월 25일 롯데전)에서 대주자로 나선 그는 5-5였던 9회 말 2사 만루에서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쳤다. 선발로 출전한 27일 SSG전에서는 5차례 출루를 기록하며 KT의 14-5 대승을 이끌었다. 김병희는 이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었다. 지난주까지 출전한 33경기에서 타율 0.294, 5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은 팀 내 5위. KT는 황재균 부재 속에 치른 26경기에서 16승(11패)을 거두며 선전했고, 6월 16경기에서도 10승(6패)을 챙기며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그사이 새 얼굴이 한 명 더 등장했다. 외야수 김태훈이다. 2015년 2차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 선수로, 올 시즌 퓨처스리그(남부) 타율 1위(0.379)를 지키며 주목받았다. 주전급 외야수 김민혁이 헤드샷 후유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오르며 생긴 빈자리를 메웠다. 김태훈은 8일 SSG전에서 데뷔 첫 멀티히트(2안타)를 기록했고, 11일 한화전 연장 11회 말에는 대타로 나서 3루타를 치며 장성우의 끝내기 안타 발판을 만들었다. 12일 한화전에서도 대타로 나서 신정락으로부터 스리런포를 때려냈다. 이강철 감독은 "병희는 유인구를 참아낼 줄 안다. 이전에는 직구 이외의 공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태훈이도 16일 NC전에서 포크볼을 참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더라. 타구 속도가 워낙 빠른 선수다. 중·장거리형 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키워보고 싶다"고 평가했다. 타격 코치로 두 선수를 지도한 이숭용 KT 단장도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다.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희와 김태훈의 등장은 KT 육성 시스템이 만든 성과다.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이 나란히 부임한 2018년 겨울부터 KT의 육성 기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숭용 단장은 "2군 선수들 입장에서는 1군에서 써주니까 '나도 잘하면 기회가 온다'는 동기가 생겼다. 그 영향이 크다"고 소견을 전했다. 이숭용 단장은 시스템을 강조했다. 거창한 게 아니다. 원칙 준수와 쌍방향 소통이다. 이숭용 단장은 "2군 선수를 1군에 올릴 때, 이름값이나 커리어에 연연하지 않는다. 특정 선수를 콕 집어 '이 선수는 컨디션이 어떠냐'고 확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백이 생긴 포지션에 적합한 선수를 2군 코칭스태프가 회의를 거쳐 추천한다. 구성원 모두 납득할 만한 선수가 기회를 얻는다. 그래야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이를 위해 1군과 2군, 그리고 프런트는 꾸준히 소통한다"고 밝혔다. 이숭용 단장이 아울러 당부하는 가치가 창의성이다. 매뉴얼만 따르면 선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승리와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각자의 목표에 따라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숭용 단장은 "2군은 더 많이 실패하고, 그 실패를 줄이면서 자신감을 얻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새 얼굴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2019년에는 투수 배제성과 김민수가 유망주 딱지를 뗐다. 이강철 감독은 2018년 말 마무리캠프에서 두 투수를 선발 후보로 점찍었다. 당시 선발 투수였던 금민철과 이대은이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하자, 2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두 투수에게 바로 기회를 줬다. 배제성은 10승 투수로 성장했고, 김민수는 전천후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졌던 외야수 배정대는 지난해 '반쪽 선수' 오명을 털어냈다. 스윙과 타구 속도가 괄목한 만큼 향상된 그를 주전으로 활용하기 위해 KT는 간판타자 강백호를 외야수에서 1루수로 전향시키는 선택을 감행했다. 2군에서 성장세를 보여준 좌완 투수 조현우도 꾸준히 기회를 줘 1군 셋업맨으로 만들었다. 이제 남부럽지 않은 인프라도 갖췄다. KT는 22일 퓨처스팀이 쓰고 있는 익산 야구장 내 실내훈련장과 생활관 준공 소식을 알렸다. 퓨처스팀 선수들도 최신식 훈련 시절과 숙소를 쓰며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다. 2군 인프라 개선은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이 부임 직후 그룹에 건의한 내용이다. 스카우트부터 육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생각처럼 쉽게 만들기 어렵다.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이 KBO리그에서 이 시스템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 '막내 구단' KT의 육성 시스템이 뿌리를 내렸다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매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숭용 단장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나중에라도) '육성을 잘하는 팀'이라는 말은 꼭 듣고 싶다"며 "선수들, 그리고 1·2군 지도자들의 노력 덕분에 한 발씩 그 목표에 다가서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KT 그룹은 몇몇 사업·제품군에 지니(Genie)를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음원 서비스, 인공지능(AI) 제품, 콘텐트 전문 기업 등이 해당한다. 지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 등장하는 램프의 요정이다. 동화 속 마법은 현실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AI다. KT가 꿈꾸는 '지니 야구'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1.06.24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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