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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IS] 워너원이 일으킨 진통…가요계 vs 방송사, '상생의 길' 찾을 때
'공룡 그룹' 워너원이 탄생으로 가요계가 진통을 앓고 있다.워너원은 CJ E&M의 거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탄생한 비정상적인 그룹이다. 게다가 2018년 12월까지 활동하는 시한부 그룹이다. 방송사의 사업적 목적이 분명하고, 이익을 채우기 위해 탄생한 비지니스 그룹이다.일반적으로 아이돌은 각 기획사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을 치르고 연습생 생활을 한 뒤 컨셉트에 맞게 선별돼 데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각 기획사들의 특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순조롭게 흘러가던 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산업은 거대 방송사가 끼어들면서 생태계에 혼란이 빚어졌다. 한 아이돌 제작자는 "지난해 아이오아이 때까지만 해도 '시대의 흐름'으로 생각했다. 순기능이 많은 것으로 착각했다. 이제는 아니다. 거대 방송 미디어가 매니지먼트를 장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제작사들의 말을 귀기울인 방송사들은 가요계와 제 3의 길을 찾고자 한다. 가요계와 방송사가 상생을 도모해야할 시점이다. ▶ 중소 제작사들 집단 반발한국매니지먼트연합(이하 한매연)은 지난 9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며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가 심해질 것으로 방송 미디어간의 경쟁으로 인해 매니지먼트 산업의 문제점이 쏟아 질 것"이라고 문제점을 제기했다.한매연이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는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 둘째는 방송 미디어들간의 경쟁으로 인한 변칙 매니지먼트의 문제점 발생 셋째는 중소 기획사들의 위상 전락의 이유다.대기업및 방송 미디어는 이미 음원 유통화 판매, 음원 제작, 공연을 아우르는 수직 구조를 갖췄다. 매니지먼트 영역까지 팔을 뻗으며, 자체 제작한 아이돌을 유통까지 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게다가 1~2년이라는 단기 계약을 맺고 단타형 매니지먼트가 현실이 됐다. 아이오아이가 대표적인 예다. 아이오아이는 약 10개월 활동동안 100억 가량의 수익을 창출한 CJ E&M의 대표 수익원이었다. 멤버들과 멤버들의 원 소속사, 매니지먼트 대행을 담당한 YMC엔터테인먼트, 그리고 CJ E&M이 각각 25%씩 수익을 분배해, 실제 각자가 손에 쥐는 수익은 현저히 줄어들지만,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와 비교했을 때 들이는 초기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오아이는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황금알' 그룹으로 사옹됐다. 아이오아이 멤버들만 소비된 꼴이다. 아이오아이 멤버 중 계약이 끝나고 본 소속사로 돌아와 이른바 '대박'을 친 멤버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가 매니지먼트를 깊숙히 덮칠수록 중소 기획사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가요계를 살리겠다'는 달콤한 사탕 같지만, 알고보면 중소 제작사에게 썩은 동앗줄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중소 기획사는 대기업에 연습생을 단순 소개하는 에이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오디션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냐"그렇다고 제작자들이 아이돌 오디션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아이돌 오디션은 기회이자 희망이다. 홍보의 장이 '바늘 구멍'과 같은 업계에 등용문이 될 수 있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오디션 반대가 아닌 오디션을 통해 방송 미디어가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일례로 KBS에서는 '실패'한 아이돌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기획 의도로 아이돌 재기 오디션 제작을 확정 했다.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하 '더 유닛')'은 오는 10월 방송을 준비 중이며 토요일 오후 10시 대에 16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더 유닛'은 전현직 아이돌 전체를 대상으로 그들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대한민국 대표 유닛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KBS뿐만 아니라 MBC, SBS, JTBC에서도 이 같은 기획의 프로그램을 론칭하려고 준비 중이다. 특히 YG엔터테인먼트에서도 한동철 PD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준비 중이라는 건 본지를 통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고 신인'을 발굴하자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버젓이 활동하는 그룹의 멤버도 내놓으라고 해 공분을 사고 있다. 단지 그룹 내에서 인기가 없다는 이유였다"며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우리 컨텐츠를 방송사 또는 다른 기획사에 맡겨야하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 가요계와 방송 미디어간의 상생 필요잡음이 계속 이어지면서 가요계와 방송 미디어간에 상생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로의 잇속만 차리기 보다는 상생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아이돌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한 방송 기획자는 "최근 여러 제작자들을 만나 그들이 원하는 점들을 들었다. 그리고 제작자들이 원하는 대로 이행하겠다고 약속을 한 상태"라며 "전속 계약 1년 강제 조항도 없앴다. 제작자들과 상생하고 가요계 전체 파이를 늘리는 차원으로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가 중소 기획사의 먹을 거리를 뺐는 구조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가요계 관계자는 "제작사들은 방송 미디어의 영원한 '을'일 수밖에 없다. 방송은 엄청난 홍보 수단이며 홍보 효과가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음악방송 한 번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보도자료를 한 번 내기 위해, 포털에 홍보를 하기 위해선 수많은 비용과 힘이 든다"며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2017.08.10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