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측은 23일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공식화, 오는 4월 10일 190개 국에 선보여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 해외 세일즈를 담당한 콘텐츠판다 측은 "'사냥의 시간' 측으로 부터 일방적 계약해지를 통보 당했다"며 '사냥의 시간'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측에 반기를 들었다.
지난 2월 개봉을 준비 중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화제성이 치솟은 시기 논의해야만 했던 불가피한 선택은 제작진에게 치명타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사냥의 시간' 측은 고심 끝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했고, 넷플릭스 측으로부터 섭섭하지 않은 판매 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냥의 시간' 측은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한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넷플릭스 단독 공개로 인해 앞서 '사냥의 시간' 판권을 사간 해외 30여 국에서도 '사냥의 시간'을 극장에 걸 수 없게 됐다는 것. 무엇보다 이를 해결하는 합의와 조율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불씨가 커졌다.
콘텐츠판다 측은 "콘텐츠판다는 이미 '사냥의 시간' 베를린영화제 초청까지 메이드했고, 해외 30여개국 세일즈 및 계약을 완료한 상황에서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를 당하게 돼 매우 당황스럽다. 국제적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입장을 통해 밝히겠다"고 전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사냥의 시간'은 제작 과정에서 기존에 책정된 제작비보다 몇 십억이 늘어났다. 홍보 비용까지 총제 100억 대(약 115억 원)가 넘어가면서 무조건 흥행을 해내야만 했던 상황.
익히 잘 알려졌다시피 '사냥의 시간'은 오랜 후반작업으로 몇 년째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표류 중이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영화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았다. 겨우 잡은 개봉일에는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쳤다. 넷플릭스는 '사냥의 시간'에게는 마지막 동앗줄이었을 수 있다.
넷플릭스가 중심에 있지만 결국 집안 싸움이 됐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합법적으로 적당한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산 것이 전부다. 심지어 '사냥의 시간' 측이 먼저 넷플릭스에 판매를 제안했다. 그렇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이유가 무엇이든 관계된 모든 이들과의 합의는 분명 필요했다.
이해관계를 따진다면 모두 내가 억울할 일이다. 결과적으로 '사냥의 시간' 측은 "최선의 선택"이라 변명하지만 '최악의 대처'로 불명예를 안았다. 결국 돈을 얻고 신뢰를 잃은 꼴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영화계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극장은 문을 닫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할 정도로 극소수의 관객과 함께 하고 있고, 수 십편의 영화들이 손가락을 빨며 개봉을 준비만 하고 있다.
누구도 해답을 내려줄 수 없는, 안개같은 분위기 속 미개봉작들의 OTT행 자체가 나쁜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좋은 대안 중 하나로 노려볼만 하다. 다만 현재 '사냥의 시간'이 보여주고 있는 과정은 절대 아니어야 마땅하다. 오매불망 극장 개봉을 기다리던 관객들도 맥이 빠지긴 마찬가지다.
한편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로 이제훈, 박정민,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