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세심한 남자' 김주찬, 방망이 1g까지 체크하는 이유
'913·878·908·891·894·882…' KIA와 kt의 맞대결이 열린 지난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KIA의 3루 더그아웃 펜스에 숫자가 적힌 방망이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방망이에 새겨진 이름을 통해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KIA 베테랑 김주찬(35)의 방망이었다. 그는 숫자가 새겨진 새 방망이 10자루를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숫자의 의미를 묻자 김주찬은 "방망이 무게를 표시했다"고 답했다. 그는 왜 방망이 무게를 1g 단위까지 표시했을까. 방망이 무게는 통상 10g 단위로 끊어서 표기된다. 선수들은 방망이 무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10g 단위로 답을 한다. 그러나 김주찬은 10g 단위가 아닌 1g 단위로 방망이를 분류했다. 10자루 가운데 가장 가벼운 방망이는 878g이었고, 무거운 건 913g이었다. 무게 차이가 가장 적은 방망이는 882g과 884g 짜리로 2g 밖에 나지 않았다.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무게감이지만, "타석에서 2g의 차이는 크다"는 것이 김주찬의 설명이다. 김주찬은 "1g의 무게 차이도 느낌이 다르다"며 "시즌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방망이 무게에 신경을 쓴다. 같은 880g대 방망이지만, 휘두를 때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새 방망이를 받는 날이면 곧바로 전자 저울에 올려서 무게를 체크한다. 구단 사무실에 저울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찬의 곁을 지나다 설명을 들은 김호령은 "나는 1g의 무게 차이는 생각지도 못했다. 선배님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눈을 번뜩였다. 1g의 방망이 무게까지 세심하게 관리한 덕분일까. 김주찬은 올해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에서 커리어하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시즌 9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1(370타수 126안타)·17홈런·77타점·72득점을 올렸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개를 남겨뒀고, 타점은 이미 시즌 최다 기록(66개)를 넘어섰다. 최다 안타(138개) 기록은 12개 남았다. 도루 숫자는 줄었지만, 한 방 능력을 과시하면서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김주찬은 7월22일 NC전에서 사구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나섰다. 부상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아 보름 휴식을 취한 뒤 복귀했다. 휴식은 보약이 됐다. 김주찬은 복귀 후 8경기(8월17일까지)에서 5홈런을 날리며 불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건강한 몸과 철저한 관리를 앞세운 김주찬이 올 시즌 어떤 성적을 얻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유병민 기자
2016.08.1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