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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평가전 맹타' 한동희, 조바심 지우고 재기 예고

심신을 정비한 롯데 자이언츠 주전 3루수 한동희(25)가 스프링캠프 실전 경기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소속팀 2차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한동희는 지난달 25일 출전한 일본야구기구(NPB) 소속 지바 롯데와의 평가전 2회 타석에서 상대 투수 가라카와 유키를 상대로 중월 솔로 홈런을 쳤다. 27일에는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외국인 투수 데니 레예스로부터 스리런홈런을 쏘아 올렸다. 한동희는 지난 2년(2022~2023)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2시즌엔 타율 0.307·14홈런을 기록하며 팀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은퇴)의 뒤를 잇는 타자로 성장할 잠재력을 드러냈지만, 2023시즌은 타율 0.223·5홈런에 그치며 부진했다. 한동희는 지난겨울 7㎏ 체중 감량을 하며 재기를 노렸다. 이대호의 주선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이에서 타격 메커니즘을 조정하고, 멘털 조언을 받기도 했다. 한동희에게 2024시즌은 짧다. 지난해 말 상무 야구단에 지원했고,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리면 6월 10일 입대한다. 프로 선수 생활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상황. 한동희는 "어디서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미국에서 강정호 선배님과 훈련을 소화한 것"이라며 "만약 정규시즌 중 입대하더라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일단 평가전 홈런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증명했다. 한동희가 평가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건 사령탑 조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방송사 해설위원 시절이었던 지난해(2023), 연습을 할 때도 공을 배트 중심에 맞히지 못하는 한동희의 타격을 주목했고, 롯데 감독이 된 뒤 "심적으로 조바심이 있기 때문에 배트가 공을 쫓아나가게 된다. 여유를 갖고 (공을) 기다린 뒤 스윙해도 된다"라는 조언을 남겼다고 한다. 김주찬 롯데 타격코치가 한동희에게 전한 주문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면 장타 생산에 유리한 게 일반적이지만, 지난해 한동희처럼 메커니즘이 무너져 있는 상태에선 변화구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힘이 좋은 한동희는 공을 중심축 안으로 끌어들여서 배트를 돌리더라도, 투수의 공을 이겨내고 장타를 만들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지도자들은 한동희가 자신의 강점을 믿고, 공을 조금 더 기다린 뒤 치길 바라고 있다. 지도자들의 조언을 새긴 한동희는 멘털과 기술 모두 변화를 줬고, 이후 좋은 타격 컨디션을 보여줬다. 그는 "이전보다 주저하는 승부가 줄었다. 현재 몸 안에서 스윙을 하면서도 힘을 온전히 쓸 수 있는 자세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가장 편안하게 스윙이 나올 수 있는 톱 포지션(배트를 잡은 두 손의 위치)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김태형 감독은 캠프 종료를 앞둔 지난 1일 "한동희가 자신감도 찾았고 기술적으로도 안정감이 생긴 것 같다"라고 평가하며 "좋은(유리한) 볼카운트 과감하게 치게 하면, 홈런 20개도 충분히 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동희가 입대 전까지 세운 목표가 홈런 20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3.05 06:29
프로야구

이·맛·현 증명? 2017 최형우 VS 2022 나성범

2016년 11월, 한국 프로야구에 '몸값 100억원' 시대가 열렸다. KIA 타이거즈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외야수 최형우(39)와 4년 100억원에 계약한 것. 최형우는 2016시즌 타격 3관왕(타율·안타·타점)에 오른 KBO리그 최고 타자였다. 당시 '100억원 시대'에 대한 우려가 컸다. 리그 규모와 매출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이 흐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KIA는 주머니를 열었다. 최형우 영입 효과가 명가 재건, 나아가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했다. 실제로 호랑이는 날개를 달았다. 최형우는 계약 첫 시즌(2017)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KIA는 정규시즌 1위에 올랐고, 두산 베어스와의 KS에서도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최형우의 이름 앞에는 '우승 청부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큰돈을 투자해 영입한 선수가 맹활약하면 팬들은 '이 맛에 현질(현금을 내고 구매)한다'며 열광한다. 화끈한 투자를 결정한 구단을 칭찬한다. KIA의 최형우 영입이 대표 사례다. KIA는 올해도 '이·맛·현'이라는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다. 3년(2019~2021)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는 지난겨울 스토브리그에서 150억원(기간 6년)을 투자해 '거포' 나성범을 영입했다. 나성범은 마치 5년 전 최형우처럼 타선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고, KIA의 상위권 진입을 이끌었다. 2021시즌 팀 타율 9위(0.265) 홈런 10위(66개)에 그쳤던 KIA는 올 시즌 타율 0.269 54홈런을 기록하며 두 부문 모두 1위(14일 기준)에 올라 있다. 최형우와 나성범 모두 계약 첫 시즌 초반부터 몸값을 해냈다. 최형우는 2017시즌 첫 60경기에서 타율 0.341 14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인 RC/27은 무려 11.03이었다. 단연 팀 내 1위. 이 기간 결승타도 6개를 쳤다. 그중 3번은 8회 이후 1~2점 차 박빙 승부에서 나왔다. 나성범은 KIA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올 시즌 첫 60경기에서 주로 3번 타자로 타율 0.304 9홈런 39타점 RC/27 8.21을 기록했다. 결승타는 3개. 대비 승리 기여도(2.98·WAR)는 리그 8위에 올라 있다. 타고투저였던 2017시즌 최형우가 남긴 성적과 직접 비교하는 건 어렵다. 그래도 분명한 건 나성범의 공격 기여도도 최형우 못지않게 높다는 점이다. 나성범은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던 4월,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계) 0.941을 기록하며 KIA의 득점 기회를 열었다. 다른 타자들이 살아난 5월에는 시너지 효과를 보여줬다. 2번 타자로 나서는 김선빈은 "나성범이 뒤에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콘택트 위주의 스윙을 한다"고 했다. 4번 타자 황대인은 "(나)성범 선배님이 타점을 올릴 기회를 많이 열어줘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범호·김주찬·나지완 등 베테랑 타자들로 구성됐던 2017년 타선과 달리, 올 시즌 KIA 라인업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적생' 나성범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상대 팀 타자로 본 나성범은 실점 위기에서 피해야 할 선수였다. 같은 팀이 되니까 든든하다. 리더와 해결사 역할도 잘해주고 있다"며 웃었다. 안희수 기자 2022.06.16 05:59
야구

충암고 송승엽 "롤모델은 근성 넘치는 김주찬 선배님"

충암고 리드오프 송승엽(18·3학년)이 100% 출루로 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충암고는 16일 충남 공주시립야구장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청담고와 16강전에서 9-2,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충암고는 18일 마산용마고와 8강에서 맞붙는다. 충암고는 이날 장단 14안타를 뽑았다. 4번 이건희가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1타점을 올렸다. 2번 양서준은 안타는 한 개뿐이었지만, 타점은 4개나 쓸어 담았다. 송승엽이 5타석 3타수 3안타 2볼넷 3득점으로 100% 출루로 이들의 활약과 팀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송승엽은 1회 초 첫 타석부터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1사 1, 2루에서 4번타자 이건희의 선제 1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2-1로 앞선 2회에는 1사 2루에선 송승엽이 내야 안타를 만들자, 후속 양서준이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5-1로 앞선 3회 1사 1, 3루에선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연결했고 충암고는 두 점을 더 뽑았다. 송승엽은 선두타자로 나선 5회 초 3루타를 치고 나가 후속 양서준의 희생 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충암고는 9-2로 달아났다. 송승엽은 "타격감이 좋다. 출루에 초점을 두고 볼카운트 싸움을 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의 롤모델은 김주찬(현 두산 코치)이다. 송승엽은 "부모님이 부산 출신으로 롯데팬이다. 김주찬 선배님이 롯데에서 65도루(2010년)를 기록할 때 정말 멋있어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슬라이딩을 하고 포효할 때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송승엽을 자신을 두고 "남들보다 발이 빠르거나, 수비가 뛰어나가나, 힘이 좋은 것도 아니다"며 겸손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근성만큼은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겨울까지 몸이 약했는데, 김태우 수석코치의 도움 속에 비시즌 체중을 15㎏ 더 불렸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엄청나게 했고, 식단 관리도 신경 썼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KBO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송승엽은 "서울에서 훈련이 어려워 강원도 태백에서 힘들게 구슬땀을 쏟았다"며 "친구들과 무조건 우승을 달성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주=이형석 기자 2021.08.16 20:15
야구

'세심한 남자' 김주찬, 방망이 1g까지 체크하는 이유

'913·878·908·891·894·882…' KIA와 kt의 맞대결이 열린 지난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KIA의 3루 더그아웃 펜스에 숫자가 적힌 방망이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방망이에 새겨진 이름을 통해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KIA 베테랑 김주찬(35)의 방망이었다. 그는 숫자가 새겨진 새 방망이 10자루를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숫자의 의미를 묻자 김주찬은 "방망이 무게를 표시했다"고 답했다. 그는 왜 방망이 무게를 1g 단위까지 표시했을까. 방망이 무게는 통상 10g 단위로 끊어서 표기된다. 선수들은 방망이 무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10g 단위로 답을 한다. 그러나 김주찬은 10g 단위가 아닌 1g 단위로 방망이를 분류했다. 10자루 가운데 가장 가벼운 방망이는 878g이었고, 무거운 건 913g이었다. 무게 차이가 가장 적은 방망이는 882g과 884g 짜리로 2g 밖에 나지 않았다.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무게감이지만, "타석에서 2g의 차이는 크다"는 것이 김주찬의 설명이다. 김주찬은 "1g의 무게 차이도 느낌이 다르다"며 "시즌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방망이 무게에 신경을 쓴다. 같은 880g대 방망이지만, 휘두를 때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새 방망이를 받는 날이면 곧바로 전자 저울에 올려서 무게를 체크한다. 구단 사무실에 저울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찬의 곁을 지나다 설명을 들은 김호령은 "나는 1g의 무게 차이는 생각지도 못했다. 선배님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눈을 번뜩였다. 1g의 방망이 무게까지 세심하게 관리한 덕분일까. 김주찬은 올해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에서 커리어하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시즌 9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1(370타수 126안타)·17홈런·77타점·72득점을 올렸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개를 남겨뒀고, 타점은 이미 시즌 최다 기록(66개)를 넘어섰다. 최다 안타(138개) 기록은 12개 남았다. 도루 숫자는 줄었지만, 한 방 능력을 과시하면서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김주찬은 7월22일 NC전에서 사구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나섰다. 부상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아 보름 휴식을 취한 뒤 복귀했다. 휴식은 보약이 됐다. 김주찬은 복귀 후 8경기(8월17일까지)에서 5홈런을 날리며 불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건강한 몸과 철저한 관리를 앞세운 김주찬이 올 시즌 어떤 성적을 얻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유병민 기자 2016.08.18 06:00
야구

서건창 8월 인터뷰 다시 보니 "200안타 어렵다"

넥센 서건창(25)이 마침내 한국프로야구에 한 시즌 200안타의 신기원을 열었다. 빛나는 오늘이 있기까지 서건창은 굴곡진 그라운드 인생을 살았다.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그는 첫해 단 1경기에 대타로 나선 뒤 방출됐다. 이후 경찰야구단에 지원해 야구 인생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경쟁자들에게 밀려 탈락하고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을 마쳤다.2011년 군 제대 후 넥센의 입단 테스트를 거쳐 다시 신고선수 신분이 된 그는 2012년 개막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수비와 재치있는 주루플레이, 좋은 공격력으로 그해 삼성 이지영, KIA 박지훈, LG 최성훈과의 경쟁에서 총 91표 중 79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신인왕을 차지했다. 서건창은 넥센 창단 이래 첫 신인왕을 수상했으며, 2루수 골든 글러브도 손에 넣으면서 프로야구 사상 8번째로 신인왕과 골든 글러브를 동시에 받은 선수가 됐다.베이스볼긱은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초 목동구장에서 이뤄진 정수근 베이스볼긱 위원과 서건창의 인터뷰를 되돌아본다. 그의 사연 많은 야구 인생과 뜨거운 열정, 그리고 200안타에 대한 두 달 전 생각 등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온다. 정수근 베이스볼긱 위원(이하 정)=“야구는 언제 시작했어.”서건창(이하 서)=“어려서부터 워낙 야구를 좋아했어요. 제가 광주 출신인데, 광주 하면 해태(KIA 전신)잖아요. 그때는 정말 광주에 야구밖에 없었거든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야구라면 다들 좋아했으니까. 학교 끝나면 친구들하고 야구장에서 구경하고, 동네 공터에서 매일 야구 하고 놀았거든요. 그러다가 어느날 아버지가 ‘야구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 본격적으로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습니다.” 정=“2008년 LG에 입단한 후 1경기만 뛰고 방출됐다.”서=“그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요. 웃긴 게 그 1경기 1타석에 들어섰던 게 넥센전이었는데, 상대투수가 송신영(넥센) 선배였어요. 그때는 정말 정신도 없었고,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가만히 서서 공 3개만 보고 스탠딩 삼진을 먹었어요. 너무 긴장해서 방망이 휘두르는 법도 잠시 잊었던 것 같아요.(웃음)” 정=“기회도 제대로 못 얻고 방출당해서 아쉬움도 있었겠지만, 프로의 벽을 실감했을 것도 같다.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안했나.”서=“LG에서 방출됐을 때 나이가 21살이었거든요. 나이가 어려서 그랬는지 방출 후에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부모님도 계속 프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믿어주셨고요. 그래도 한 번 실패했으니까 당장은 다시 시작해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군 복무를 선택했어요. 군대에 가서 운동 열심히 해서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거든요. 군 복무 후에도 나이는 24살이니 충분히 야구선수로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정=“자신감이 있었네. 군대는 어디로 간 거야.”서=“네. 열심히 노력해서 야구 할 수 있는 몸만 만들어 온다면 전역 후에 충분히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 경찰야구단에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현역으로 31사단에 입대했습니다. 물론 군대에서 야구를 하는 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야구에 대해서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특별히 연습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정=“그럼 전역하고 나서 운동은 어디서 한 거야.”서=“모교인 광주일고에서 운동했습니다. 제가 제대할 때 NC가 생겨서 거기 트라이 아웃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 ‘네가 무조건 NC에 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일단 넥센에 가서 테스트를 한 번 받아봐라’라고 말씀해주셔서 넥센에서 테스트를 먼저 봤죠.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바로 신고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습니다.” 정=“넥센 입단 첫해에 신인왕을 차지했다."서=“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만큼이나 부모님도 상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행복했죠. 그간 마음고생했던 것도 생각나고 그랬어요. 상을 받는데, 이게 진짜 꿈인가 생시인가 했습니다.” 정=“2013년에 부상 때문에 주춤했다가 올해 정말 무섭게 잘 친다. 따로 변화를 준 부분이 있나. 네 타격 자세가 사실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데.” 서=“타격폼을 일부러 이렇게 만들려고 해서 만든 것은 아닌데, 편하게 힘 빼고 치는 데 집중하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저한테는 딱 맞는 타격폼입니다. 그리고 따로 변화를 준 건 아닌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좀 열심히 했던 것이 빛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타격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껐던 것이 당겨치는 포인트가 하나라는 거였는데, 허문회 타격코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이제는 다양한 저만의 때려내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또 코치님이 제가 조금 급해하거나 안 맞아서 전전긍긍해 하면,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주시면서 멀리 보지 못한 것들을 조언해 주세요. 늘 감사드리죠.” 정=“타격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뭐야.”서=“타석에 들어서서 힘을 빼고 욕심을 버리자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정=“따로 노려서 치니.”저=“아니요. 저는 따로 구종을 노려서 치지는 않고, 제가 생각하는 타격 존에 공이 들어오면 무조건 칩니다. 상대 투수나 상황에 따라 존에 변화는 있습니다.” 정=“도루는 그린라이트니? 아니면 벤치 사인에 의존해? 도루왕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서=“도루는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사인도 있고, 제가 타이밍을 봐서 뛰기도 해요. 도루왕 타이틀은 시즌 막바지에 가야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지금은 거기에 욕심내지 않고 제 할 일만 하려고요. 되려 타이틀 욕심내면서 막 하려고 하면, 될 일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이 비법 좀 알려주세요.(웃음)” 정=“일단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확정됐으니, 시즌 막판 10경기는 버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10경기를 남겨두고는 그때부터 포스트시즌 생각하면서 체력이나 몸 관리를 해야 된다. 만약 도루 잘못했다가 부상 당해서 포스트시즌 못 나가면 억울하잖아. 미리 뛰어놓고, 그때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대신 웬만하면 다리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지금 타이밍 잘 잡고 뛰어 둬. 그나저나 역대 최소 경기 한 시즌 100안타 기록은 욕심이 있었나.”서=“솔직히 욕심이 나지는 않았지만, 의식은 되더라고요. LG 이병규(등번호 9) 선배님과 타이 기록을 세우고 나서 훌륭한 분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스스로 대견스럽게 여겨지더라고요. 결국 김주찬(KIA) 선배님이 깨시긴 했지만, 잠시 거론됐다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정="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서 빠졌어. 나도 그랬지만, 프로선수라면 대표팀에 욕심이 나잖아. 프로야구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나가는 자리니까. 떨어졌을 때 실망도 하고, 자존심도 상했을 것 같은데. ‘내가 경쟁자들보다 못하는 게 뭔가’ 싶기도 할 테고.”서=“아니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의 실망감이 들더라고요. 기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내가 갈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기 때문에 마음이 빨리 추슬러지긴 했습니다. 다음 번에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정=“최종 엔트리 발표한 날 경기(7월28일 SK전)에서 4타수 3안타를 치던데, 분노의 안타였던 거지.(웃음)”서=“그날은 그냥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웃음) 이제는 다 잊어버렸고요. 시즌도 남았고, 팀의 포스트시즌이라는 중요한 일도 남았으니까 앞으로 더 잘해야죠.” 정=“뭣 때문에 떨어진 것 같니. 그런 건 생각해봤을 텐데.”서=“(오)재원(두산)이 형과 비교해 수비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는 단기전이라 무엇보다 수비가 중요하잖아요.” 정=“나도 네가 수비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해. 가끔 수비에서 어이 없는 플레이들을 하니까. 그런 게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거든. 그리고 네가 볼 수 있는 포지션도 2루수로 거의 한정적이니까. 공격이나 주루에서는 월등하지만, 수비에서만큼은 앞으로 네 스스로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서=“그러고 보면 정말 재원이 형은 대단한 것 같아요. 일단은 1루와 2루, 3루까지 다 보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걸 다 해내잖아요. 저도 1루에 한 번 나가서 수비를 해봤지만, 수비하는 방법이 다 달라서 힘든데 어떻게 하나 싶어요. 더욱이 누상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저보다 한 수 위에요. 뭔가 알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항상 받아요. 평소에 진짜 공부도 많이 하고, 고민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배울 점입니다.” 정=“그래, 너는 군대를 갔다 왔잖아. 건창이 넌 이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2017년)를 목표로 삼고 해. 기회는 있다. 야구는 재미 있어?”서=“네, 저도 재미있게 하려고 합니다. 해보니까 야구는 진짜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정=“지난해 가을 야구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은데.”서=“선수들 모두 일단 중요한 것은 시즌이니까 지금은 시즌을 잘 치르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형들이 항상 ‘위를 봐야지. 아래를 보지 말자. 위를 봐야 (팀 순위가) 안 떨어진다’고 말해요. 지난해와는 달리 다들 자신감도 있어요.” 정=“욕심이 나는 기록이 있나. 한 시즌 200안타, 이런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서=“200안타면 앞으로 적어도 1경기당 2개씩은 쳐야 하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인터뷰 당시 서건창은 135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넥센의 남은 36경기에서 65안타를 쳐야 200안타를 채울 수 있었다). 기록에 대한 욕심은 따로 없어요. 제가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는 옵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록보다는 안 아프고 풀 타임 뛰는 것이 목표예요. 작년에 크게 다치면서 경기에 많이 결장하고 나니까, 안 아픈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프면 아무 것도 못하니까요. 올 시즌 마칠 때까지 다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정=“신경 쓰이는 라이벌은 있나.”서=“라이벌이기보다 부러운 선수는 있어요. 저는 NC랑 경기할 때도 그렇지만, 영상으로 나성범(NC)이 치는 것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정말 잘 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평범한 선수들과 달리 뭔가 특별한 것을 타고난 사람 같아요. 부러운 마음이 크죠.” 정=“앞으로 어떤 선수이고 싶어.”서=“한결같은 선수, 변하지 않는 선수,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모습이 일치하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정근우(한화) 선배나 이종욱(NC) 선배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존재감을 가진 선수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정리=김유정 기자 2014.10.19 07:00
야구

서건창 “수비 못해서 AG 못 갔다”

올 시즌 넥센 서건창(25)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5일 현재 시즌 성적은 92경기 출장에 타율 0.352·5홈런·47타점으로 안타(135개)와 득점(90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도루는 34개로 3위를 기록 중이다. 부문 1위 김상수(삼성·38개)와는 4개 차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서)건창이가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기특해했다.빛나는 오늘이 있기까지 서건창은 굴곡진 그라운드 인생을 살았다.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그는 첫해 단 1경기에 대타로 나선 뒤 방출됐다. 이후 경찰야구단에 지원해 야구 인생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경쟁자들에게 밀려 탈락하고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을 마쳤다.2011년 군 제대 후 넥센의 입단 테스트를 거쳐 다시 신고선수 신분이 된 그는 2012년 개막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수비와 재치있는 주루플레이, 좋은 공격력으로 그해 삼성 이지영과 KIA 박지훈, LG 최성훈과의 경쟁에서 총 91표 중 79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신인왕을 차지했다. 서건창은 넥센 창단 이래 첫 신인왕을 수상했으며, 2루수 골든 글러브도 손에 넣으면서 프로야구 사상 8번째로 신인왕과 골든 글러브를 동시에 받은 선수가 됐다.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그의 인생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서건창은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의 대표팀 합류를 노렸지만, 오재원(두산)에게 밀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큰 기대를 안 했지만, 태극 마크를 달고 싶었기 때문에 실망감은 있었다"고 했다. 정수근 베이스볼긱 위원이 목동구장에서 서건창을 만났다. 서건창은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실패'에 흔들리지 않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정수근 베이스볼긱 위원(이하 정)=“야구는 언제 시작했어.”서건창(이하 서)=“어려서부터 워낙 야구를 좋아했어요. 제가 광주 출신인데, 광주 하면 해태(KIA 전신)잖아요. 그때는 정말 광주에 야구밖에 없었거든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야구라면 다들 좋아했으니까. 학교 끝나면 친구들하고 야구장에서 구경하고, 동네 공터에서 매일 야구 하고 놀았거든요. 그러다가 어느날 아버지가 ‘야구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 본격적으로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습니다.” 정=“2008년 LG에 입단한 후 1경기만 뛰고 방출됐다.”서=“그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요. 웃긴 게 그 1경기 1타석에 들어섰던 게 넥센전이었는데, 상대투수가 송신영(넥센) 선배였어요. 그때는 정말 정신도 없었고,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가만히 서서 공 3개만 보고 스탠딩 삼진을 먹었어요. 너무 긴장해서 방망이 휘두르는 법도 잠시 잊었던 것 같아요.(웃음)” 정=“기회도 제대로 못 얻고 방출당해서 아쉬움도 있었겠지만, 프로의 벽을 실감했을 것도 같다.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안했나.”서=“LG에서 방출됐을 때 나이가 21살이었거든요. 나이가 어려서 그랬는지 방출 후에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부모님도 계속 프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믿어주셨고요. 그래도 한 번 실패했으니까 당장은 다시 시작해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군 복무를 선택했어요. 군대에 가서 운동 열심히 해서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거든요. 군 복무 후에도 나이는 24살이니 충분히 야구선수로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정=“자신감이 있었네. 군대는 어디로 간 거야.”서=“네, 열심히 노력해서 야구 할 수 있는 몸만 만들어 온다면 전역 후에 충분히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 경찰야구단에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현역으로 31사단에 입대했습니다. 물론 군대에서 야구를 하는 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야구에 대해서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특별히 연습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정=“그럼 전역하고 나서 운동은 어디서 한 거야.”서=“모교인 광주일고에서 운동했습니다. 제가 제대할 때 NC가 생겨서 거기 트라이아웃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 ‘네가 무조건 NC에 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일단 넥센에 가서 테스트를 한 번 받아봐라’라고 말씀해주셔서 넥센에서 테스트를 먼저 봤죠.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바로 신고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습니다.” 정=“넥센 입단 첫해에 신인왕을 차지했다."서=“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만큼이나 부모님도 상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행복했죠. 그간 마음고생했던 것도 생각나고 그랬어요. 상을 받는데, 이게 진짜 꿈인가 생시인가 했습니다.” 정=“2013년에 부상 때문에 주춤했다가 올해 정말 무섭게 잘 친다. 따로 변화를 준 부분이 있나. 네 타격 자세가 사실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데.” 서=“타격폼을 일부로 이렇게 만들려고 해서 만든 것은 아닌데, 편하게 힘 빼고 치는 데 집중하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저한테는 딱 맞는 타격폼입니다. 그리고 따로 변화를 준 건 아닌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좀 열심히 했던 것이 빛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타격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껐던 것이 당겨치는 포인트가 하나라는 거였는데, 허문회 타격코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이제는 다양한 저만의 때려내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또 코치님이 제가 조금 급해하거나 안 맞아서 전전긍긍해하면,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주시면서 멀리 보지 못한 것들을 조언해 주세요. 늘 감사드리죠.” 정=“타격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뭐야.”서=“타석에 들어서서 힘을 빼고 욕심을 버리자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정=“따로 노려서 치니.”저=“아니요. 저는 따로 구종을 노려서 치지는 않고, 제가 생각하는 타격 존에 공이 들어오면 무조건 칩니다. 상대 투수나 상황에 따라 존에 변화는 있습니다.” 정=“도루가 올 시즌 34개인데, 11번이나 죽었어. 도루는 그린라이트니? 아니면 벤치 사인에 의존해? 도루왕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서=“도루는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사인도 있고, 제가 타이밍을 봐서 뛰기도 해요. 도루왕 타이틀은 시즌 막바지에 가야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지금은 거기에 욕심내지 않고 제 할 일만 하려고요. 되려 타이틀 욕심내면서 막 하려고 하면, 될 일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이 비법 좀 알려주세요.(웃음)” 정=“일단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확정됐으니, 시즌 막판 10경기는 버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10경기를 남겨두고는 그때부터 포스트시즌 생각하면서 체력이나 몸 관리를 해야 된다. 만약 도루 잘못했다가 부상 당해서 포스트시즌 못 나가면 억울하잖아. 미리 뛰어놓고, 그때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대신 웬만하면 다리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지금 타이밍 잘 잡고 뛰어 둬. 그나저나 역대 최소 경기 한 시즌 100안타 기록은 욕심이 있었나.”서=“솔직히 욕심이 나지는 않았지만, 의식은 되더라고요. LG 이병규(등번호 9) 선배님과 타이 기록을 세우고 나서 훌륭한 분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스스로 대견스럽게 여겨지더라고요. 결국 김주찬(KIA) 선배님이 깨시긴 했지만, 잠시 거론됐다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정=“요즘은 마음이 어때? 나도 그랬지만, 프로선수라면 대표팀에 욕심이 나잖아. 프로야구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나가는 자리니까. 떨어졌을 때 실망도 하고, 자존심도 상했을 것 같은데. ‘내가 경쟁자들보다 못하는 게 뭔가’ 싶기도 할 테고.”서=“아니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의 실망감이 들더라고요. 기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내가 갈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기 때문에 마음이 빨리 추슬러지긴 했습니다. 다음 번에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정=“최종 엔트리 발표한 날 경기(7월28일 SK전)에서 4타수 3안타를 치던데, 분노의 안타였던 거지.(웃음)”서=“그날은 그냥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웃음) 이제는 다 잊어버렸고요. 시즌도 남았고, 팀의 포스트시즌이라는 중요한 일도 남았으니까 앞으로 더 잘해야죠.” 정=“뭣 때문에 떨어진 것 같니. 그런 건 생각해봤을 텐데.”서=“(오)재원이 형과 비교해 수비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는 단기전이라 무엇보다 수비가 중요하잖아요.” 정=“나도 네가 수비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해. 가끔 수비에서 어이 없는 플레이들을 하니까. 그런 게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거든. 그리고 네가 볼 수 있는 포지션도 2루수로 거의 한정적이니까. 공격이나 주루에서도 월등하지만, 수비에서 만큼은 앞으로 네 스스로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서=“그러고 보면 정말 재원이 형은 대단한 것 같아요. 일단은 1루와 2루, 3루까지 다 보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걸 다 해내잖아요. 저도 1루에 한 번 나가서 수비를 해봤지만, 수비하는 방법이 다 달라서 힘든데 어떻게 하나 싶어요. 더욱이 누상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저보다 한 수 위에요. 뭔가 알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항상 받아요. 평소에 진짜 공부도 많이 하고, 고민도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배울 점입니다.” 정=“그래, 너는 군대를 갔다 왔잖아. 건창이 넌 이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2017년)를 목표로 삼고 해. 기회는 있다. 야구는 재미 있어?”서=“네, 저도 재미있게 하려고 합니다. 해보니까 야구는 진짜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정=“지난해 가을 야구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은데.”서=“선수들 모두 일단 중요한 것은 시즌이니까 지금은 시즌을 잘 치르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형들이 항상 ‘위를 봐야지. 아래를 보지 말자. 위를 봐야 (팀 순위가) 안 떨어진다’고 말해요. 지난해와는 달리 다들 자신감도 있어요.” 정=“욕심이 나는 기록이 있나. 한 시즌 200안타, 이런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서=“200안타면 앞으로 적어도 1경기당 2개씩은 쳐야 하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5일 현재 넥센의 남은 경기는 36경기). 기록에 대한 욕심은 따로 없어요. 제가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는 옵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록보다는 안 아프고 풀 타임 뛰는 것이 목표예요. 작년에 크게 다치면서 경기에 많이 결장하고 나니까, 안 아픈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프면 아무 것도 못하니까요. 올 시즌 마칠 때까지 다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정=“신경 쓰이는 라이벌은 있나.”서=“라이벌이기보다 부러운 선수는 있어요. 저는 NC랑 경기할 때도 그렇지만, 영상으로 나성범(NC)이 치는 것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정말 잘 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평범한 선수들과 달리 뭔가 특별한 것을 타고난 사람 같아요. 부러운 마음이 크죠.” 정=“앞으로 어떤 선수이고 싶어.”서=“한결같은 선수, 변하지 않는 선수,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모습이 일치하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정근우(한화) 선배나 이종욱(NC) 선배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존재감을 가진 선수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2014.08.07 17:49
야구

KIA 안치홍 “같은 포지션 경쟁자들은 자극제”

안치홍(24·KIA)은 지난해 초반 극심한 타격난조에 빠지며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장타력 향상을 위해 타격폼을 교체했지만 실패로 돌아가며 5월까지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실패 없이 질주하던 안치홍의 첫 시련이었다. 이번 시즌 명예 회복을 노린 그는 자신의 타격 밸런스를 회복하기 위해 뜨거운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올해 역시 KIA의 2루를 굳건히 지키며 조용하지만 강인한 모습으로 타선에 활력이 되고 있다. 안치홍은 19일 현재 타율 0.292, 3홈런, 21타점, 8도루를 기록 중이다. 화려한 성적은 아닐 수 있지만 팀 내 공헌도는 높다. 타점은 중심타선인 필(30)과 나지완(29)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도루는 김주찬(33) 다음으로 많이 했다. 장타력도 좋아졌다. 시즌 전 안치홍은 "내 스윙만 할 수 있다면 강하고 좋은 타구를 생산할 것이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말대로 지난달 19·20일 문학 SK전에서 연이틀 홈런포를 가동했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루타(11개)를 기록하며 향상된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지만 본인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평가했을 때 경기마다 편차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안치홍은 "한 경기에서 멀티 안타를 치면 그 다음 경기에서도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현재도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좋은 감각을 되찾기 위해 많은 생각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보완하려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다그치며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시즌 각 팀의 2루수들이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안치홍에겐 자극제다. 서건창(25·넥센)과 오재원(29·두산) 그리고 박민우(21·NC)까지 모두 자신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안치홍은 "다른 팀의 2루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다그치지 않을 수 없다"며 "예년에 비해 나아진 부분도 있겠지만 같은 포지션에서의 경쟁을 생각하면 더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KIA는 지난 주말 삼성과의 3연전을 모두 내주며 팀 분위기가 침체된 상태다. 그러나 안치홍은 팀이 반드시 반등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배님들이 더 끈끈하게 뭉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계셔서 믿고 따라가고 있다"며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팀의 반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전했다. 안희수 기자 naheasu@joongang.co.kr 2014.05.20 16:20
야구

프로 중의 프로 손아섭, ‘3할 5푼 쳐도 답답하다’

“둘 다 '재수 안타'잖아요. 그런 안타는 실력보다 행운이 곁들여져 치고도 찜찜해요.”롯데 손아섭(25)은 지난달 31일 사직 LG전 5타수2안타가 성에 차지 않았다. "하나는 내야 안타이고, 다른 하나는 빗맞은 안타였다. 내가 원하는 타격이 안돼 답답하다"고 아쉬워했다. 내용과 결과가 일치하는 완벽함을 그는 추구하고 있었다. 손아섭은 올 시즌 타율 0.355를 치고 있다. 부문 2위 LG 박용택(0.323)을 3푼2리 차로 따돌린 채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LG 주장 이병규(등번호 9)가 0.366를 기록 중이지만 규정타석을 채울지 미지수다. 데뷔 후 첫 타격왕 타이틀이 점점 그의 손 안에 다가오고 있다. 안타 부문에서도 143개로 1위를 달리며 2년 연속 수상을 노리고 있다. "타율 1위가 굳어지고 있다"고 하자 그가 보인 반응은 의외였다. 외부 요인 덕분으로 공을 돌렸다. 손아섭은 "그게 다 내야 안타와 고의 4구, 볼넷이 많아서이지 내 스윙을 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과 올해를 비교했다. 2011년은 그가 타율 0.326에 15홈런 83타점을 올린 해다. 그는 "타율은 올해가 높지만 타격 밸런스는 그때가 좋았다. 장타도 많고 안타 하나를 쳐도 질이 좋았다. 올해(7홈런 55타점)는 그나마 작년(타율 0.314, 5홈런 58타점)보다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2년 전에는 이대호와 홍성흔이 뒤에 있어 도움을 받았을 것 같다"고 하자 "물론 좋은 타자가 있으면 유리한 건 확실하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스윙을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은 그게 안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타격왕 경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이병규, 이진영(LG·타율 0.348·규정타석 6타석 미달) 선배님을 인정하지만 두 분이 잘 치고 못 치고를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 치셔도 내 스윙만 하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격왕은) 그 두 분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누구보다 엄격한 손아섭의 타격 페이스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6월 0.278으로 바닥을 친 뒤 7월 0.356으로 뛰어올랐고, 8월에는 0.451의 불꽃타를 휘둘렀다. 현재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을 때 '이보다 더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한다'고 다짐한 결과이다.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손아섭에게 별다른 지도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잘 치는데 손댈 게 있나"라고 할 정도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홍성흔(두산)과 김주찬(KIA)을 잡지 못해 타선이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롯데가 5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투는 것은 손아섭의 존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평가다. 주포 강민호와 베테랑 장성호가 부진하고, 전준우 황재균이 정체하고 있어 손아섭은 더 돋보인다. ‘아섭 자이언츠’, ‘손아섭과 아이들’이라는 웃지 못할 말도 생겼다. 그는 이런 평가에 대해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렇게 불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만족을 몰랐다. "지금보다 더 높은 타율을 치는 게 목표다. 3할5푼을 치면 3할6푼을 쳐야 하고 3할6푼을 치면 3할7푼을 치기 위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더 나은 내일을 욕심냈다. "욕심이 없는 선수는 프로의 자격이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2013.09.02 12:44
야구

[주목 이선수] “김광현이 등판하면 승리” 믿음이 확신으로…

김광현(24·SK)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타구와 공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안타다"라고 생각했을 법한 타구. 그러나 2루수 정근우(30)가 손쉽게 처리했다. 3회초 1사 2루서 완만한 곡선을 그린 전준우(26·롯데)의 타구를 잡은 SK 2루수 정근우는 여유있게 2루를 밟았다. 3루쪽으로 몸을 기울인 2루주자 정훈(25·롯데)은 멍하니 서 있었다. 더블 아웃. 김광현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수비 귀신'이라 불리는 SK 야수진이 있었다. 경기 뒤 김광현은 "'안타다'라고 생각했던 타구도 잡히더라. 선배들께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지난해 5월 27일 대구 삼성전 이후 390일 만에 스승과도 같은 박경완이 김광현을 리드했다. 김광현은 "박경완 선배님이 미트를 내밀면 '저기에만 넣자'라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했다. 김광현은 SK 동료들을 믿었다. 야수진은 그라운드 가장 높은 곳, 마운드에 서 있는 에이스 김광현을 신뢰했다. 김광현이 20일 문학 롯데전에서 5⅔이닝 5피안타 1실점 6탈삼진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해 10월 한국시리즈 종료와 함께 시작된 왼 어깨 재활치료를 마치고 6월 2일 문학 KIA전에서 복귀한 김광현은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김광현이 등판하는 날에는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다. 김광현은 힘이 넘치는 1회초 전준우와 김주찬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손아섭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강민호를 삼진으로 잡고 첫 이닝을 무사히 마쳤다. 삼진을 잡은 공은 모두 주무기인 슬라이더였다. 2회에는 삼자범퇴. 3회부터는 수비진의 도움을 받았다. 1사 뒤 정훈에게 우익수쪽 2루타를 내주며 찾아온 위기에서 전준우가 2루수쪽으로 가는 타구를 날렸다. 안타를 기대하고 3루로 뛰던 정훈은 더블아웃의 희생양이 됐다.김광현은 2-0으로 앞선 4회초 김주찬에게 좌전안타와 도루, 손아섭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3루에 몰리자 139㎞짜리 슬라이더로 강민호를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아웃카운트 1개와 1실점을 맞바꾼 만족스러운 승부였다.5회에도 SK의 놀라운 수비가 김광현에게 힘을 실어줬다. 선두타자 황재균의 안타성 타구를 중견수 김강민이 걷어냈고, 2사 뒤 정훈의 빠른 타구를 3루수 최정이 점프 캐치로 잡았다. 김광현은 선배들과 손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6회 2사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이재영이 강민호를 3루 땅볼로 처리해 김광현의 실점은 '1'에 그쳤다. 박경완은 "오늘 광현이가 아주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고 했다. 김광현은 앞선 3경기서 요긴하게 썼던 투심이 좋지 않았다. 박경완은 "그래서 슬라이더 사인을 주로 냈다"고 말했다. 이날 김광현은 단 2개의 투심을 던졌다. 김광현은 "박경완 선배도 재활훈련을 마치고 돌아오셨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졌다. 정말 감사 드린다"고 했다. 인천=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2012.06.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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