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25)은 지난달 31일 사직 LG전 5타수2안타가 성에 차지 않았다. "하나는 내야 안타이고, 다른 하나는 빗맞은 안타였다. 내가 원하는 타격이 안돼 답답하다"고 아쉬워했다. 내용과 결과가 일치하는 완벽함을 그는 추구하고 있었다.
손아섭은 올 시즌 타율 0.355를 치고 있다. 부문 2위 LG 박용택(0.323)을 3푼2리 차로 따돌린 채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LG 주장 이병규(등번호 9)가 0.366를 기록 중이지만 규정타석을 채울지 미지수다. 데뷔 후 첫 타격왕 타이틀이 점점 그의 손 안에 다가오고 있다. 안타 부문에서도 143개로 1위를 달리며 2년 연속 수상을 노리고 있다.
"타율 1위가 굳어지고 있다"고 하자 그가 보인 반응은 의외였다. 외부 요인 덕분으로 공을 돌렸다. 손아섭은 "그게 다 내야 안타와 고의 4구, 볼넷이 많아서이지 내 스윙을 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과 올해를 비교했다. 2011년은 그가 타율 0.326에 15홈런 83타점을 올린 해다. 그는 "타율은 올해가 높지만 타격 밸런스는 그때가 좋았다. 장타도 많고 안타 하나를 쳐도 질이 좋았다. 올해(7홈런 55타점)는 그나마 작년(타율 0.314, 5홈런 58타점)보다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2년 전에는 이대호와 홍성흔이 뒤에 있어 도움을 받았을 것 같다"고 하자 "물론 좋은 타자가 있으면 유리한 건 확실하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스윙을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은 그게 안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타격왕 경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이병규, 이진영(LG·타율 0.348·규정타석 6타석 미달) 선배님을 인정하지만 두 분이 잘 치고 못 치고를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 치셔도 내 스윙만 하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격왕은) 그 두 분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누구보다 엄격한 손아섭의 타격 페이스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6월 0.278으로 바닥을 친 뒤 7월 0.356으로 뛰어올랐고, 8월에는 0.451의 불꽃타를 휘둘렀다. 현재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을 때 '이보다 더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한다'고 다짐한 결과이다.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손아섭에게 별다른 지도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잘 치는데 손댈 게 있나"라고 할 정도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홍성흔(두산)과 김주찬(KIA)을 잡지 못해 타선이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롯데가 5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투는 것은 손아섭의 존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평가다. 주포 강민호와 베테랑 장성호가 부진하고, 전준우 황재균이 정체하고 있어 손아섭은 더 돋보인다. ‘아섭 자이언츠’, ‘손아섭과 아이들’이라는 웃지 못할 말도 생겼다.
그는 이런 평가에 대해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렇게 불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만족을 몰랐다. "지금보다 더 높은 타율을 치는 게 목표다. 3할5푼을 치면 3할6푼을 쳐야 하고 3할6푼을 치면 3할7푼을 치기 위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더 나은 내일을 욕심냈다. "욕심이 없는 선수는 프로의 자격이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