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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설 연휴엔 웃자…정주행하기 ‘딱’, OTT 韓코미디 모음.ZIP

무려 6일, 을사년 설연휴는 그야말로 ‘황금연휴’다. 어수선한 시국에 좀처럼 웃을 일이 없는 요새, 참견처럼 들리는 잔소리나 세상 돌아가는 화제가 싫다면 OTT로 잠시 재미를 찾아보면 어떨까. 일간스포츠가 긴 연휴 동안 도파민 도피처가 되어줄 OTT 정주행 콘텐츠를 선별했다. ◇다 같이 추억 여행…쿠팡플레이 ‘소년시대’세대 불문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시대극만 한 게 없다. 80년대를 몰라도 웃기고 알면 더 재밌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시대’와 함께라면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보따리 해제는 확실하다.‘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병태(임시완)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청춘을 보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일 고증들은 물론, 학원물의 미덕을 살려낸 성장 서사가 진입장벽을 낮춘다. 최근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코인 유튜버 명기 역을 소화한 임시완이 ‘꽃미모’를 내려놓고 처음 선보인 지질하고 코믹한 캐릭터다. 중독성 있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부터 코믹한 박남정의 ‘ㄱㄴ춤’까지 따라 웃지 않고 배길 순 없다. ◇조카도 ‘엄지 척’…넷플릭스 ‘좀비버스2’오랜만에 봐서 서먹한 조카에겐 요새 ‘핫’한 스타로 슬그머니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 넷플릭스 리얼 버라이어티 ‘좀비버스2’ 하나면 시간 순삭 금방이다.‘좀비버스2’는 좀비 세계로 변해버린 서울 일대를 다룬 시즌1에 이어 강력해진 좀비의 위협 속 생존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는 좀비 코미디 예능이다. 예능 터줏대감부터 인기 유튜버까지 출연 스타도 신구세대 대통합이다. ‘시즌1 경력직’ 이시영, 딘딘, 덱스, 츠키, 파트리샤, 노홍철은 물론, ‘신입’으로 조세호, 데프콘, 태연, 육성재, 코드 쿤스트, 권은비, 충주맨, 안드레 러시가 출연했다. 한국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했다는 드라마틱한 설정 속 실감 나게 구현된 전국구 세트장에서 출연진들이 마치 게임의 스토리 모드와 퀘스트 모드를 번갈아 가듯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볼거리도 다양하지만 세계관 설정을 실제처럼 믿으면서 주고받는 콩트 티키타카가 상당히 웃음 타율이 높다. 제목의 ‘뉴 블러드’를 상징하는 ‘좀반인’(좀비+일반인) 노홍철의 활약이 MVP급이다. ◇혼자라면? 아찔하게… 티빙 ‘LTNS’ 긴 연휴가 따분한 ‘집콕’ 족이라면 원초적 소재로 말초신경을 한번 자극해 줄 필요가 있다. 19금을 곁들인 블랙 코미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가 적당하다.제목부터 ‘Long Time No Sex(롱 타임 노 섹스)’의 앞머리를 딴 ‘LTNS’는 삶에 치여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과 사무엘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을 협박하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다. 19금 수위를 감칠맛 나게 조리한 대사들과 ‘내로남불’ 전개로 가속하는데 현실을 찌르는 블랙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까지, 어질어질한 재미가 준비돼있다.7년 차 극사실적인 부부 호흡은 전혀 안어울릴 듯한 두 배우, 안재홍과 이솜이 맞췄다. 앞서 ‘마스크걸’의 변태 주오남 역으로 유행어 “아이시떼룻!”을 남긴 안재홍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은퇴설을 부를 만큼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비롯해 코믹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이솜의 매콤한 대사들까지 더해지니 ‘오히려 혼자 봐서 다행’을 되뇌게 될 것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25 07:00
영화

최승현 “타노스 약물 연기 부끄러워…정신연령 ‘짱구’ 수준” [인터뷰②]

빅뱅 출신 배우 최승현(탑)이 타노스 캐릭터 연기 주안점을 밝혔다.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에 출연한 최승현 인터뷰가 진행됐다.이날 최승현은 “수백 명의 스태프와 배우들 앞에서 타노스가 약물을 하는 장면을 찍을 때 너무나도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해서 힘들었던건 사실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극중 최승현은 전 재산을 코인으로 잃고 게임에 참가한 래퍼 타노스를 연기했다.이어 그는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상의를 나누고 친밀하게 디자인한 캐릭터다. 타노스는 절대 화려하거나 멋있는 캐릭터가 아닌 실패한 인생, 힙합 루저 설정이고, 약물에 의존하다 보니 좀더 우스꽝스럽고 덜 떨어져보이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강한 호불호를 부른 랩 연기에 관련해서는 “시나리오에도 있었다. 원래 글자 수가 더 많았는데 그 신 자체가 굉장히 생뚱맞은 타이밍에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이어서, 저도 표현할 때 최대한 오그라드는걸 강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노스가 정신연령은 짱구 수준이다. 저도 30대 후반인데 짱구의 정신연령으로 랩을 하기가 민망했지만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약물 복용 연기는 자료를 통해 고증했다고 밝혔다. 최승현은 “치아손상도 많이 돼 있고, 약물이 없을 때는 굉장히 초조하고 극도의 불안감과, 무기력함, ADHD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 특징을 반영해 약물 투약 전과 후를 다르게 연기했다”며 “보통 사람 감정선과도 다르고, 발음도 미국 남부 힙합 중 ‘멈블’ 랩이 있어 그것처럼 흘리면서 처리했다”고 말했다.연기력 논란에 관련해서는 “당연히 평가 받아야하고 감내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외 혹평과 호평을 찾아보고 발판 삼아 더 성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2’는 지난 2021년 공개된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의 속편으로, 성기훈(이정재)이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16 08:00
영화

‘오겜2’ 박성훈이 그린 ‘트젠 군인’…엇갈린 시선은 ‘여전’ [IS포커스]

“포기하면 넌 천지신명이 아니라, 내 손에 먼저 죽어.” (‘오징어 게임2’ 중 현주)실패하면 목숨을 잃는 5인 6각 게임 중 연이은 실수로 패닉에 빠진 무당 선녀에게 같은 팀의 현주는 이렇게 말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탓하기보단 거칠게나마 북돋는 현주는 확실히 특별한 트랜스젠더 캐릭터다. ‘오징어 게임2’에 등장한 이 본 적 없던 신선한 캐릭터에 호감과 아쉬움 등 다양한 시선이 따르고 있다.‘오징어 게임2’에서 처음 등장한 현주는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자신을 정체화한 MTF 트랜스젠더로, 성확정 수술 비용을 마련하고 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게 됐다. 이는 전편에서 신용불량자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와 탈북민 등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아울러 다뤄온 황동혁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 황 감독은 “현주란 인물이 가진 인간에 대한 믿음,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좋은 시선으로 보여주면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보는 관점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했다”고 밝혔다. 현주 역은 배우 박성훈 캐스팅 소식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트랜스젠더라는 설정이 알려지자, 국내외 일각에선 성소수자 역에 성소수자를 캐스팅하지 않은 것에 관한 지적도 일었다. 미국 NBC뉴스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트랜스젠더 역할에 이성애자 남성을 캐스팅하는 것은 다양한 인종의 성소수자를 모욕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지난달 26일 전편 공개 후에도 과장된 ‘여성스러움’을 수행하기보단 담백한 톤을 가진 현주를 두고 스테레오 타입을 지양한 현실적인 트랜스젠더의 모습이라는 호평과 긴 머리와 가슴 분장, 조금 높인 목소리 톤이 단지 ‘여장’에 가깝다는 지적이 동시에 관측됐다. 이에 대해 박성훈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현주가 절대 희화화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참가자 중 가장 이타적이고 배려심 강한 인격적 측면에 집중해 연기했다”며 “과도한 목소리 변조와 과장된 제스처를 가장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주의 게임 참여 동기는 성전환이지만, 게임 중엔 성정체성보다 이타심이 돋보인다. 특히 생존경쟁에서 후 순위로 밀린 노모와 그의 아들, 약해 보이는 소녀, 무당과 팀을 이뤄 마이너의 승리를 보여줘 응원 받았다. 트랜스젠더에 선입견이 있는 기성세대 금자(강애심)가 “난 (현주가) 이쁜 거까진 모르겠고, 이래 보니깐 괜찮아요”라며 이해를 뛰어넘은 유대를 보이는 장면은 감동적이다.또 특전사 중사 출신인 현주는 ‘오징어 게임2’ 하이라이트에서 능숙한 사격 실력으로 감시카메라를 백발백중 부숴 통쾌함을 안긴다. 그러나 이런 군인 설정은 지난 2021년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강제 전역을 당한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를 참조했기에 현실과의 괴리가 안타깝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출입 장면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박성훈이 자신의 SNS에 일본 음란물 표지를 실수로 잘못 게시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비판에 배우에 대한 비난까지 더해졌다. 그 결과 박성훈이 차기작인 ‘폭군의 셰프’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현실과 픽션 사이,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대중 작품에 넣었다는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다루는 드라마는 국내에서 거의 없었다”며 “실제 당사자성을 가진 배우가 연기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국내 여건상은 앞서간 이야기다. 또한 박성훈의 해프닝 역시 캐릭터와는 분리해서 볼 문제”라고 짚었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또한 “특히 서구시장에선 성소수자 문제가 주요한 이슈이다.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해 글로벌 흥행 기록을 새로 쓰는데도 뒷받침이 됐을 것”이라며 “픽션이 현실과 다르다고 기만적이라는 건 지나친 비판일 것이다. 그보단 고 변희수 하사 사례를 참조하는 등 고증을 높인 점을 의의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이 같은 평들에 대해 박성훈은 “성소수자에 사회적 편견을 가진 분들의 시각이 현주를 통해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진다면 뿌듯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16 06:00
영화

반지의 제왕 VS 퇴마록, ‘판타지 대작’ 한미 대전…블록버스터 애니 통할까 [IS신작]

판타지 대작 소설이 애니메이션을 입고 스크린에 돌아온다. 할리우드 대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한국 대표 오컬트 ‘퇴마록’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해 11월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2’가 10대와 가족 관객층에서 성공을 거두며 지난해 여름을 강타한 디즈니 픽사 ‘인사이드 아웃2’를 이어받아 애니메이션 흥행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개봉한 ‘무파사: 라이온 킹’과 새해 첫날 개봉한 ‘수퍼 소닉3’는 한국 대작 ‘하얼빈’에 밀려 더딘 관객 유입을 보이면서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이 가운데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과 ‘퇴마록’이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으로 개봉을 결정,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지 기대를 모은다. 두 작품 모두 12세 이상 관람가로, 방학을 맞은 청소년은 물론 원작 IP를 추억하는 3040 관객까지 사로잡을 지 관심이 쏠린다. CGV 서지명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두 작품 모두 원작이 역사가 깊은 작품들이다 보니 앞서 2023년 큰 흥행을 거둔 ‘슬램덩크’처럼 과거 향수가 있는 관객들은 물론, 자녀와 함께 보는 새로운 작품으로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오는 25일 개봉하는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이하 ‘로히림의 전쟁’)은 J.R.R 톨킨 원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해 전 세계적 흥행을 거둔 실사 영화 3부작에서 다뤄진 ‘반지 전쟁’의 200년 전을 그린다. 특히 영화 두 번째 시리즈인 ‘두 개의 탑’ 속 헬름 협곡 전투가 벌어진 로한을 배경으로, 새로운 인물인 로한의 왕 헬름과 공주의 헤라, 그들과 대립하는 침입자 울프가 등장해 시리즈 팬들에게 반가운 ‘새 떡밥’으로 다가갈 작품이다. 수입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에 따르면 ‘로히림의 전쟁’은 당초 설 연휴 시작인 28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개봉일을 앞당겨 황금연휴 첫날부터 시리즈 팬들과 만나게 됐다. 개봉에 열흘 앞서 15일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도 재개봉을 하면서 기대를 예열한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은 CGV 무비차트에서 13일 오전 기준 예매율 9.8%로 4위에 등극했다. 재개봉작 중 가장 높은 순위다.믿고 보는 제작진이 완성도도 보장한다. 피터 잭슨과 영화 각본을 맡은 필리파 보엔스가 스토리와 제작에 참여했으며,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로 북미에서 주목받는 카미야마 켄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카미야마 감독이 배경 작가 출신인 만큼 실사 영화 못지않은 장대한 판타지 세계관이 섬세한 미장센으로 구현된 점도 기대 요소다.한국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퇴마록’은 내달 21일 개봉한다. 1993년 연재되어 누적 판매량 1000만부, 온라인 조회수 2억 3000만 뷰를 돌파한 이우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앞서 실사 영화와 웹툰으로 미디어믹스를 선보인 바 있으나 애니메이션은 첫 시도다. ‘퇴마록’은 일찍이 ‘K오컬트 바이블’로 칭해질 정도로 한국 판타지 장르에 한획을 그은 작품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들이 절대 악에 맞서는 대서사의 시작을 담은 이야기로, 지난해 영화계에서 ‘파묘’로 K오컬트를 성공시킨 쇼박스 배급작이다. 국내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커스가 3D 카툰 렌더링 기술로 실사 영화 못지않은 실감 나는 작화를 선보일 예정이다.이우혁 작가가 기획 단계부터 캐릭터 가이드 등 직접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원작의 에피소드와 메시지, 숨은 설정까지 디테일하게 고증했다는 전언이다. 이 작가는 “한국적인 특성을 강하게 녹여낸 작화들이 인상적이었고 캐릭터 비주얼 또한 원작자로서 보기에 충분히 잘 표현되었다”고 만족을 표했다.다만 두 작품 모두 상대적으로 친숙한 요소가 덜한 판타지 장르이기에 원작 팬덤을 넘어 대중적 관심을 불러올지가 관건이다. 서 팀장은 “두 작품이 지브리나 디즈니 작품과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최근 관객은 스토리 매력도를 우선하기에 장르물의 선입견은 덜 한 편”이라며 “‘퇴마록’의 경우 쇼박스 작품이기에 입소문을 탄다면 관객 유입은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먼저 개봉하는 ‘로히림의 전쟁’이 좋은 분위기를 만든다면 다음 달 이어지는 ‘퇴마록’까지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15 06:05
영화

故송재림, 마지막 인생 연기 남긴 ‘폭락’ [IS리뷰]

“기대에 부응해야지.”대사처럼 고(故) 배우 송재림의 분명한 재발견이 이뤄질 터였다. 지난해 11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그의 유작이 된 영화 ‘폭락’은 묵직하고도 날렵하게 관객의 폐부를 찌른다. 현해리 감독은 송재림이 가진 무기, 차가운 마스크를 적재적소로 활용했다.현대사회 필수 불가결한 ‘돈’은 좋은 이야깃거리다. 상금을 건 살육전을 펼치기도, 남의 곳간을 갈취하는 범죄 액션 스릴러로 풀어내기도 한다. ‘폭락’은 이와 같은 결의 오락 영화는 아니지만 한 청년이 어떻게 한탕을 꿈꾸는 괴물로 자라나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영화는 지난 2022년 발생한 루나코인 대폭락 사태를 허구로 재구성했다. 송재림이 분한 주인공 양도현의 모티브는 28만 명의 피해자와 50조 원의 증발을 야기한 코인 개발자다. 이야기는 양도현의 이미 벌어진 실패와 그 시작점인 강남 8학군 입성을 차례로 보여주며 출발한다.큰돈을 만지려던 아버지는 곁을 떠나고, 어머니 옥자는 홀로 아들 도현만큼은 번듯하게 키우기 위해 대치동에 위장 전입시킨다. 도현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어머니 말보다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명문고의 성과 지향적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경쟁은 공정하지 않고, 편법은 쓰기 나름이라는 것을 느낀 그는 명문대 진학 후엔 창업 투자 동아리에 가입해 청년 창업지원금 부정수급으로 ‘눈먼 돈’을 쉽게 만지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더 큰 한탕, 코인 상장과 ‘떡상’을 향해 질주한다.양도현을 담는 카메라의 시선은 이성적이다. 현해리 감독은 사실 소액이나마 루나코인 사태의 피해자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은 관계자들에 대한 분노를 투영해 악마화시키기보단, 시사교양 PD 출신답게 오히려 그런 가해자를 양산하는 구조를 함께 짚고 문제를 제기하는 톤이다.그들 역시 구조적 피해자일 뿐이라고 두둔할 수 없도록 완성한 건 송재림의 해석과 연기다. 쌍꺼풀 없이 가는 눈매에 안광을 지운 눈빛으로 10대부터 30대를 전부 소화했다. ‘금수저’라는 주변의 오해를 점점 진실로 믿고 행동하면서 그의 동료 강지우(안우연), 나아가 온 세상을 가볍게 여기는 도현을 현실에 있을 법한 톤으로 빚었다. 특히 영향력 있는 사업가 케빈 킴(민성욱)의 투자를 받아 암호화폐 벤처를 창업해 ‘마미 코인’을 개발한 후 ‘갓도현’이라는 칭송 속 폭주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은 송재림의 연기력을 다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락을 앞두고도 인정하지 않는 자기확신과 자조, 상반된 감정을 격양될 듯 말 듯한 선을 타며 표현했다. 이는 현 감독의 절제된 연출과 함께 모순과 역설을 부각했다.실제 사건을 인물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며 리듬감으로 완급을 준 점이 돋보인다. 도현을 향해 쏟아지는 반응들을 마치 타자 치듯 빠른 피아노 건반 소리 위주로 표현한 음악이 긴장감을 높인다. 도현의 회상 장면은 흑백으로 감각적으로 연출했으나 스토리를 이해하기엔 추상적이다. 이 밖에도 도현과 지우의 갈등 등 서사 곁가지가 다소 불친절하게 퇴장하는 점도 호불호는 예상된다.그러나 취재와 자문을 통해 높인 고증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아직 루나코인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해외로 도주했던 개발자 권도형 씨는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 돼 8일(현지시간) 첫 본 재판을 가졌다. 미국 검찰이 제기한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최대 130년 형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영화 속 도현도 그렇다. 반성보단 그를 찾아온 변호사에게 자신이 사기꾼이 아닌 사업가라고 항변하며 미련이 남은 듯 마지막 허무맹랑한 목표 ‘달’을 눈에 담는다. 사이다 대리만족은 없지만, 시대를 점검하게 하는 현 감독의 물음과 송재림의 건조한 눈빛이 긴 여운을 남긴다. 오는 15일 개봉. 101분. 15세 관람가.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14 06:25
e스포츠(게임)

위메이드, 부진 터널 끝에 '레전드 오브 이미르' 있다

위메이드가 올해를 기점으로 기나긴 적자 터널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실적 개선 특명을 받은 여러 신작 중에서도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레전드 오브 이미르'(이하 이미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6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지난달 12일 사전예약에 돌입한 '이미르'의 올 1분기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5년 동안 공들인 대작인 만큼 신중한 마케팅 전략을 취하고 있다. 통상 신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홍보하는 타사와 달리 사전예약 수치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그런데도 '이미르'의 사전예약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되자 게임 팬들은 "정성으로 만든 것이 느껴진다"거나 "세계관과 아트의 퀄리티가 놀랍다"는 등 출시를 손꼽아 기다린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선 굵고 강인한 이미지의 캐릭터들이 펼치는 화끈한 액션에 북유럽 신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라인이 액션 어드밴처 명작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를 떠올리게 한다.신작은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인 '라그나로크'(세상의 종말)가 일어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북유럽의 거친 감성과 신화의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80%의 고증과 20%의 판타지를 적절하게 섞어 신비로운 아트로 연출했다.게임의 마스코트나 다름없는 캐릭터 '그나'의 경우 복장과 무기의 화려함을 최대한 자제했다.대신 180여 대의 카메라로 실제 모델의 얼굴을 캐릭터에 접목하는 페이스 스캔 기술로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영화 '어벤져스'로도 친숙한 캐릭터 토르와 로키도 등장하는데, 대중에 각인된 이미지를 벗어나 '이미르'만의 색깔을 넣는 데 힘을 쏟았다. 차세대 그래픽 언리얼5 엔진으로 구현한 깔끔한 그래픽도 인상적이지만 '이미르'의 독창적인 경제시스템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MMORPG와 달리 한정된 주화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게임의 수명과 함께 움직이는 아이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블록체인 문법과 기술을 도입했다. 다만 국내 규제에 맞춰 블록체인 개념만 넣고 코인 등 가상자산을 직접 연결하지는 않는다. 향후 국내에서의 운영 경험을 발판 삼아 해외에 실물 경제시스템을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박관호 위메이드 대표는 최근 신년사에서 "게임과 블록체인 사업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겠다"며 "새로운 장르와 시장을 겨냥한 신작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자신했다.이처럼 '이미르'는 위메이드의 장수 IP(지식재산권) '미르'를 잇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간 적자가 유력한 회사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2024년 1분기 40%에서 3분기 22%까지 매출 비중이 떨어진 국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주력 MMORPG '나이트 크로우'의 개발사 매드엔진의 자회사 편입 효과에 따른 비용 개선 효과는 이런 위메이드의 행보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위메이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르4'와 '나이트 크로우'를 성공시킨 경험과 노하우를 '이미르'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며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이미르'만의 차별화된 시스템과 콘텐츠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5.01.07 07:00
e스포츠(게임)

넥슨·넷마블도 신작 '돌격 앞으로'…콧대 높은 해외 노린다

국내 게임사를 대표하는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이 내년 신작을 쏟아낸다. 흥행이 보증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히트작을 내겠다는 목표다.25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내년 3월 28일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을 글로벌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카잔은 넥슨의 인기 IP ‘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액션 RPG(역할수행게임)다. 강렬한 액션의 하드코어를 지향하며 스토리텔링에 힘을 준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세계관 중심의 서사 구조를 플레이로 체험하게 된다. 게임은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5 등 PC·콘솔로 출시된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전사적으로 카잔을 밀고 있다고 본다. 향후 해외 시장 진출과 플랫폼 확장의 주요 기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를 활용한 오픈월드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아라드’도 개발 중이다. 이 게임은 기존 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을 3D 오픈월드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넥슨은 이 게임을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넥슨 관계자는 “중국에서 흥행한 던파 모바일 비롯해 ‘FC’ 시리즈, ‘메이플스토리’ 등 3대 핵심 IP로 안정적 실적을 유지하면서 던파 세계관 확장 속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IP를 활용한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를 새해에 선보인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이 게임은 오픈월드 RPG 장르로, 드라마의 기존 팬층을 비롯한 글로벌 팬들의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는 기사, 용병, 암살자 등의 클래스를 선택해 100% 수동 전투 기반의 스킬 콤보와 분노 게이지 활용 등을 통해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 있다.넷마블 관계자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 등을 고퀄리티로 구현해 극대화된 몰입감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와 함께 넷마블은 자체 개발한 신작 ‘몬길: 스타 다이브’도 준비 중이다. 독특한 세계관과 게임 플레이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엔씨소프트도 내년 신작을 잇따라 출시, 실적 반등에 나선다.내년 상반기엔 ‘택탄: 나이츠 오브 더 가츠’, 하반기엔 ‘아이온2’와 ‘프로젝트 LLL’이 각각 출격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370억원을 투자해 판권을 획득한 빅게임스튜디오의 서브컬처 수집형 RPG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 출시도 예정돼 있다. 한편 3N에 맞서 크래프톤은 내년 3월 28일 라이프 시뮬레이션 장르의 ‘인조이’를 선보인다. 이 게임은 사실적인 그래픽과 깊이 있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다. 소형 언어 모델(SLM)을 활용한 챗봇 기능과 3D 프린터 기술 등 크래프톤의 AI 기술을 집약해 새로운 게임 경험도 선보인다.크래프톤은 인조이를 시작으로 내년 ‘다크앤다커 모바일’, ‘서브노티카 2’ 등의 신작도 출시할 계획이다.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이 내년 흥행이 보증된 IP를 활용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의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며 “콧대 높은 글로벌 시장 장악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2.26 07:00
영화

[무비로그①] ‘하얼빈’ 애국 영화 울림에 첩보 영화 스릴까지 [IS리뷰]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이나 업적을 조명하는 작품은 많다. 그러나 이를 오락영화로 제대로 변주시킨 작품은 많지 않다. ‘하얼빈’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해낸 작품이다. 영화는 안중근의 일대기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첩보 영화로서도 온전히 기능한다.이야기의 시작점은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이다.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진공 작전을 통해 일대 일본군 수비대를 공격한다. 이들은 기습 공격을 통해 일본군을 격파하고 생포하는 성과를 거둔다. 하지만 안중근은 “사로잡힌 적병이라도 죽이는 법이 없으며 또 어떤 곳에서 사로잡혔다 해도 뒷날 돌려보내게 돼 있다”는 만국공법에 따라 일본군 포로를 석방한다. 이 일로 안중근은 내부의 불만을 사고 급기야 의병부대 위치가 노출되며 수많은 동지를 잃는다.이후 영화의 시점은 1년 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간다. 안중근의 곁에는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이 함께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동지들과 다시 한번 뜻을 모은다.‘하얼빈’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다만 그간의 안중근 콘텐츠가 그의 거사(이토 히로부미 저격) 준비, 사건 당일, 순국의 순간 등에 집중했다면, ‘하얼빈’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쏘기까지 독립투사들의 긴 분투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얼개 자체는 역사에 기반한다. ‘하얼빈’은 단지동맹, 이토 히로부미 저격 등 안중근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나열되는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차례로 짚고 넘어간다. 그렇지만 역사적 고증을 최우선으로 둔,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웅담은 아니다. 안중근, 우덕순, 최재형을 제외한 주요 캐릭터들은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일부에 영화적 상상을 더한 허구의 인물이다.우민호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이들 캐릭터를 서로 얽히고설키게 하며 짙은 밀도의 관계성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우 감독이 꾀한 건 첩보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다. 특히 영화는 안중근이 예기치 않은 일을 겪으면서 혼란에 빠지는 순간을 기점으로 첩보 영화로서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독립군 사이 밀정이 있다는 사실을 관객과 공유한 후, 후보군을 하나둘 추리며 긴장감을 구축하는 식이다. 호불호가 갈릴 지점은 생각보다 낮은 끓는 점이다. 장르적 재미를 위함인지 ‘국뽕’ 혹은 신파 경계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하얼빈’은 조금 더 가도 좋을 곳에서 멈춰서기를 반복하며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독립군들의 고뇌와 활약은 충분히 느껴지지만, 더 큰 절정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다. 반면 독립군들의 외로운 길을 광활한 자연 풍광으로 묘사했다는 점은 호불호가 나뉠 수 없는 이 영화의 강점이다. 우 감독은 몽골, 라트비아를 오가며 담은 드넓은 얼음 호수, 설원, 사막 등에 독립군들을 세워놓는다. 자연이 주는 황량함 속에서 이들의 쓸쓸함은 더욱 극적으로, 절절하게 다가온다.광활한 풍경을 압도하는 것도 있다. 바로 배우들의 연기다. 극을 이끄는 현빈은 분노, 슬픔,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을 안중근의 얼굴에 시시각각 실어 나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안중근의 표정은 후반부 다소 엉성해진 신과 신 사이를 단단하게 조이는 역할까지 해낸다.현빈을 둘러싼 인물들,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등도 빈틈없는 열연으로 서사에 깊이를 불어넣는다.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와 이동욱은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 주연 못지않은 인상을 남긴다. 다만 특별 출연으로 힘을 보탠 정우성은 악수다. 최근 불거진 사생활 잡음은 차치한 평가다. 외모도 연기도 홀로 겉돈다.영화의 소재가 소재이고,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대사도 여럿 있다. 주로 현빈의 몫인데, 정작 귀에 꽂히는 건 다름 아닌 이토 히로부미를 맡은 릴리 프랭키의 입에서 나온다. “조선이란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20 06:00
연예일반

킹받는데 웃기니?... 그럼 작전 성공 ‘예예’ [김지혜의 ★튜브]

유튜브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뭘 봐야 할지 모를 때 다들 있죠? ‘김지혜의 ★튜브’가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선별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킹받다’. ‘열 받다’를 강조하기 위해 ‘킹’을 접두어처럼 사용한 신조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킹받다’가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묘하게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을 때 ‘아 킹받네’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 현실고증 100%를 자랑하는 ‘킹받는’ 남자가 있다. ‘예예’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영상을 보다 보면 ‘도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하고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예예’(본명 정예현)는 대한민국 틱톡커 겸 유튜버다. 최근 올라온 영상들은 이렇다. ‘본인은 유머러스하다 생각하는 손님’ ‘중립 지키는 친구’ ‘남자들이 과장하면서 썰 풀 때’ ‘나보다 예쁜 알바생이 들어왔을 때’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놓았다. 쇼츠 평균 영상 길이는 1분. 여성, 남성, 교수, 어린이, 노인까지 성별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1인 다역을 하며, 중간중간 내레이션도 삽입한다. 영상 인트로마다 나오는 ‘예예’는 트레이드 마크다. 다만, 처음 예예를 접한 사람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예민한 소재도 과감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여성 인플루언서’ ‘어플로 만난 남자와 첫 데이트’가 대표적이다.그러나 대부분 누리꾼은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채널이 커지기 시작하면 예민한 소재는 잘 다루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예는 이를 정면돌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미까지 있으니 채널은 날이 갈수록 몸집이 커지고 있다. 8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36.2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16.2만 명이다. 예예는 미국 하이틴 영화 속 클리셰를 재현한 콘텐츠로 이름을 알렸다. 조회수 412만 회를 기록한 ‘미국 음악 영화 특징’이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보면 예예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악보대로 연주하는 학생에게 저명한 빅딕 교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연주를 중단시킨다. “악보대로 쳤잖아요!” 학생의 반발에 빅딕 교수는 대답한다. “네가 음표를 연주하지 말고, 음표가 널 연주하게끔 만들어.” 어디선가 본 듯한 말투와 분위기. 이처럼 예예는 허를 찌를 클리셰 재현으로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안긴다. 이외에도 ‘영화 해커 특징’ (조회수 504만 회), ‘영화 속 천재 특징’(조회수 359만 회). ‘작전 영화 속 은퇴 멤버 특징’(272만 회) 등 미국뿐 아니라 한국 영화 시리즈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콘텐츠에 진심인 예예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2023년 10월 27일에 올린 ‘영화 속 노래 실력 들킬 때 특징’에서 즉흥으로 부른 노래 ‘사랑의 반댓말은 랑사’가 반응이 좋자 실제 음원으로 발매했다. 사실 예예는 ‘음악’과 인연이 깊다. 유튜버가 되기 전 래퍼로 활동한 바 있다. 활동명은 본명인 예현이다.‘커리보이’ ‘ㄷ’ ‘23’ ‘참치캔’ ‘FLWRS’ 등이 그가 발매한 노래들이다. 귀에 쏙쏙 박히는 래핑이 특징.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들도 ‘예예’ 유튜브 채널이 사랑받으며 다시 회자되고 있다.앞으로도 예예는 ‘킹받는’ 콘텐츠들로 팬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그는 일간스포츠에 “타고난 선천적인 귀여움이라는 게 있다. 귀여운 척을 하는 게 아니라 노력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귀여운 능력”이라며 본인의 매력을 언급했다.예예는 “우리 어머니도 ‘선천적 귀여움’을 소유하고 계셨고, 그걸 저에게 물려주셨다. 제가 집에서 막내인 영향도 있겠다. 특히 옛날부터 누가 날 미워해도 잘 넘어가는 법을 터득했는데, 이 노하우가 지금의 ‘예예’를 만들었다”고 말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12.15 11:01
연예일반

개운한 뒷 맛을 원하나요?... 풍자의 신 ‘엄은향’ [김지혜의 ★튜브]

유튜브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뭘 봐야 할지 모를 때 다들 있죠? ‘김지혜의 ★튜브’가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선별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그야말로 풍자의 신이다. 적절한 선과 웃음, 공감 요소까지 챙기면서 구독자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구독자 49만 명을 보유한 엄은향의 이야기다.엄은향은 1인 코미디 유튜버다. 감성 카페 현실을 풍자한 영상으로 이름을 알렸다. 바쁘진 않지만 바빠 보이는 얼굴 표정, 묘하게 차가운 말투, 늘 화장실은 밖에 위치한 점 등. 현실 고증을 잘 살린 영상미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SNS 코리아에서 방송인 권혁수가 선보인 얄미운 합장 포즈도 엄은향이 먼저 시도했다. 이후 센터 욕심내는 아이돌 콘셉트로 구독자 굳히기에 들어간다. 무려 685만 회 조회수를 기록한 ‘최근 하차 하라고 욕먹은 뉴진스 멤버’ 영상에서 엄은향은 수면바지를 입고 등장해 ‘어텐션’을 추고, 멤버들이 휘두르는 팔에 얼굴을 맞는다. 마지막 엔딩포즈도 놓칠 수 없다. 실제 아이돌 음악방송 영상에 크로마키로 본인의 모습을 삽입해 만든 ‘아이돌 방송사고’ 모음집은 ‘엄은향’ 채널의 정체성이다.최근에는 드라마 속 클리셰와 현실을 비교하는 콘텐츠로 인기다. 꼭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서는 날이면 엄마에게 예기치 못하는 비극이 닥치는 드라마. 그리고 현실은 “엽떡에 분모자 추가했냐”고 엄마에게 묻는 중학생. 차가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뻥튀기를 파는 전 남자 친구를 보고 기분이 이상해진 여주인공, 그러나 현실에선 “안 가고 뭐해”라고 짜쯩내며 클락션 울리기에 바쁘다. 엄은향이 표현하는 드라마 클리세가 특별한 이유는 1인 다역을 소화한다는 것. 배역에 따라 의상과 메이크업, 목소리 톤을 달리해 변주를 준다. 또 현실 속 인물을 표현할 때는 얼굴에 코믹한 효과를 줘 드라마와 대비를 극대화한다. 영상 업로드 주기는 1~2주 정도로 긴 편이며, 쇼츠 하나다 평균 조회수는 500만 회로 상당히 높다. 엄은향은 10년 동안 개그맨 지망생이었으나 ‘개그콘서트’ 폐지 후 유튜브로 전향했다. ‘드라마 속 여주가 늦잠 잤을 때’, ‘재벌남이 가난녀를 붙잡을 때’ ‘도시녀가 시골에 살 때’ ‘반장선거할 때’ 등 K드라마 찐팬이어야 가능한 콘텐츠들은 엄은향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한 작품을 여러번 돌려보며 구독자들이 공감할 법한 소스를 얻는다고 한다.엄은향이 구독자 5만 명일 때부터 찐팬이었다는 장다은(26) 씨는 “평소 밥 먹을 때 ‘엄은향’유튜브를 자주 본다. 볼 때마다 ‘어떻게 드라마 클리셰를 저렇게 잘 알고 있지?’ 하며 감탄한다. 무엇보다 클리셰를 재미있게 잘 풀어내는 게 엄은향 유튜브 채널의 매력이다. 연기도 일품이다. 괜히 개그맨 지망생이 아니다”고 말했다. 짧은 쇼츠만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면 엄은향 부캐시리즈가 있다. ‘인스타 금수저’ ‘찐 부자의 삶’ ‘손흥민 여친’과 같은 부캐 시리즈는 10분 내외 영상들로, 쇼츠보다 스토리텔링이 좀 더 구체적이다. 부캐시리즈는 대부분 브이로그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양한 효과가 들어간 쇼츠 영상이 마라맛 웃음이라면, 부캐 시리즈는 효과를 덜어내고 오로지 대사와 자막만으로 은은하게 웃음을 안긴다.최근 ‘풍자’를 다룬 콘텐츠들이 적절한 선을 지키지 못해 뭇매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엄은향 표 풍자 콘텐츠는 웃고 나서 찝찝함이 아닌 개운한 뒷맛이 밀려온다는 평가다. 가파르게 구독자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12.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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