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수영이 스릴러를 연상케 하는 연기력으로 주말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MBC 주말극 '슬플 때 사랑한다'는 1999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노지마 신지 작가의 '아름다운 사람'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살려고 얼굴을 바꾼 박한별(윤마리)과 그런 박한별을 죽은 아내의 얼굴로 바꿔주고 사랑하게 되는 지현우(서정원), 박한별을 지독하게 쫓는 류수영(강인욱), 지현우를 사랑하지만 갖지 못한 절친 왕빛나(주해라)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담았다.
류수영은 지독하게 한 여자만을 사랑한 집착남으로 활약했다. 그만큼 세밀함이 필요했다. 집중력으로 미친 악역 캐릭터를 완성했고 소름 끼치는 모습으로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당분간 악역 연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류수영은 강인욱에게 남았던 연민의 감정을 내려놓고 평범한 류수영,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 모습을 돌아왔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주변 반응을 자주 보는 편인가. "댓글이 관객의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본다. 좋은 글을 많이 봐서 더 기운을 얻었다. 폭력 남편이고 시대를 대표하는 무게감도 있어서 미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구질구질하게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민에 빠져 캐릭터를 설명하게 되면 밸런스가 깨지더라.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박한별과 박하나 역시 고생을 많이 했다. "밝은 모습으로 끝까지 열심히 해줘 드라마가 잘 마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고맙다. 박한별의 경우 페이스오프라서 앞의 장면을 찍지 않고 중간에 투입되니 감정신을 연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열심히 해줬다. 박하나는 개국공신이다. 페이스오프 전인 윤마리를 연기해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밝게 있다가도 슛 들어가면 눈물을 펑펑 흘리고 여기저기 도망 다녔다. 고생을 정말 많이 했던 친구다. 재밌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총각 때는 무위도식을 좋아했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자전거를 며칠씩 타고 그랬다. 지금은 일하는 게 좋다. 일하는 게 새삼 즐겁다는 걸 결혼하고 더 느끼고 있다. 약간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인정받는 게 좋아진다. 쉬었다가 일하곤 하는 게 낭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게으른 거라는 생각으로 변화했다. 열심히 해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게 기쁘다. 이젠 시청률이 중요해졌다. 관객이 없으면 일할 이유가 없지 않나. 많은 자본이 투자된 작품을 하고 있는데 뭔가 시청자들에게 감정의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쉬지 말아야 하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쉴 때 주로 딸과 시간을 보내나. "아이가 새벽 6시면 깨어나 쉴 때면 아이와 놀아주느라 하루가 금방 간다. 아침에 딸과 놀아주는 게 중요하다. 성의 있게 사람과 노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약간 말이 덜 통하는 외국인과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말은 다 통하지 않지만 너와 격하게 놀아주고 싶다는 느낌을 금방 안다.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한다. 딸이 '콩순이 토마토' 영상을 좋아한다. 토마토를 10여 포기를 사서 공동 옥상에 심었다. 이젠 토마토를 잘 키워야 한다. 할 일이 많아졌다." -딸은 누구와 많이 닮았나. "장인어른을 많이 닮았다. 장인어른이 미남이다. 어느 날은 할아버지, 장인어른, 어느 날은 아내고 어느 날은 나다. 매일 얼굴이 좀 바뀌는 것 같다."
-둘째 계획이 있나. "저출산 시대다. 최소 1.2명 이상을 낳아야 인구가 줄지 않는다고 하더라. 국가에 이바지하고 싶다. 둘째는 남편 하기에 달렸다고 하더라. 그 얘기가 뭔지 알겠다. 내가 혼자 육아를 다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엄마가 있다고 생각하면 엄마를 찾는다. 엄마는 집에 와도 쉴 수가 없다. 기가 막히게 아내가 집에 왔다는 낌새를 100% 안다. 혼자 연습하기도 쉽지 않다. 연습할 시간이 나보다 늘 부족해 미안하다. 그런 것 때문에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능에도 자주 도전하는 것 같다. "'내멋대로'는 형들과 여행 다니는 게 재밌었고 '빅픽처 패밀리'는 차인표 선배의 권유로 출연하게 됐다. 재밌었고 많이 배웠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고정 욕심은. "샘 해밍턴 때문에 게스트로 몇 번 출연했었는데 장기적으로 출연하는 부분은 부담이 되더라. 둘 다 배우인데 연기를 해야 하지 않나. 본업을 할 때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남편으로 연상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야 이제 멜로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아직 많이 젊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아내와 안 엮으려고 한다.(웃음) 아이도 성격에 맞으면 모르겠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중에 얼굴이 공개됐을 때 대인기피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 아이까지 연예인의 삶을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예능에 도전할 계획이 있나. "잘하면 개그맨 이승윤 형과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프로그램인데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 승윤이 형과 진짜 친하다. 형은 굉장히 재밌는 사람이다. 형이 돋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