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넘어오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 영화 '강철비'에서 곽도원은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연기한다. 정우성이 연기하는 엄철우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지난 11일 첫 공개된 '강철비'는 인간적 매력의 곽철우에게 더 마음을 빼앗기는 영화다.
영화는 내내 무겁고 진중하다. 남과 북의 관계,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 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신경전, 핵 전쟁의 위험 등 어디 하나 숨 쉴 틈이 없는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생각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요즘 관객들에게 스트레스 주기 딱 좋은 구성이다. 이 스트레스에 휴식을 주는 이가 바로 곽도원이 연기하는 곽철우다.
곽철우는 남한 외교안보수석이라는 자리에 앉아있지만, 아이들과 아내에겐 가끔 무시당하기도 하는 아빠다. 형에겐 "술 한잔 더 하자"고 조르는 동생이며, 상사 앞에서 "전화가 끊긴 줄 알았다"며 '앞담화'를 하면서도 슬쩍 빠져나갈 줄 아는 후배다. 특히 북한에서 넘어온 엄철우에게 농담을 건네는 유일한 인물이다.
곽도원은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무거운 영화에 짓눌린 관객의 숨통을 트이게 만든다. 정 많아 보이는 웃음과 순간 순간 내보이는 진중함까지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관객으로 하여금 곽철우라는 영화 속 인물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도록 한다. 지드래곤의 곡 '삐딱하게'에 맞춰 곽도원이 춤을 추는 장면은 '강철비' 최고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심지어 곽도원은 아재개그마저 사랑스럽게 구사한다.
마냥 웃기고 사랑스럽기만 한 인물은 아니다. 어찌됐든 곽철우의 어깨엔 남과 북, 그리고 핵 전쟁의 위기라는 짐이 얹혀져 있다. 장난기 넘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진중해진다. 인물의 극과 극 줄타기가 자연스러운 것은 결국 곽도원의 연기 내공 덕분이다.
'강철비'는 감동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영화다. 개봉 후 두 마리 토끼 몰이에 성공한다면 일등공신은 단연 곽도원이다. '강철비'는 1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