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의 키즈로 오랜세월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기만을 바랐다. 여러 번의 '출연 불발' 끝에 강우석 감독의 스무번째 영화로 더 의미가 깊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김인권(38)에게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흥행은 강우석 감독을 위한, 그리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꼭 한 번 느끼길 바라는 관객을 위한 바람이었다.
'코미디 연기의 장인'이라 불리는 김인권이지만 예능은 아직 공포의 대상, 신의 영역이다. 마음 먹고 출연했다가 작가들의 눈초리를 받은 적도 많다고. 그리고 아직은 연기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더 많은 열혈 배우다. 주·조연을 막론하고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연기하겠다는 김인권의 포부가 빛을 발하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촬영하면서 가장 신경쓰고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판화를 직접 표현하는 것? 직접 배웠는데 처음에는 어깨가 너무 아팠다. 그러다 점차 편해졌고 음악에 양각에 나무결까지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디테일한 작업까지는 불가능했지만 방식을 알았다는데 만족한다.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보면 기계가 해도 그렇게 정교하게는 못한다고 하더라. 여전히 신기하다."
-네이게이션 유머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관객에 대한 애교이자 서비스였다.(웃음) 먼 시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브릿지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하나? 대사 자체가 부담이 되지는 않았지만 표현 방식이 어려웠다. 근데 시나리오에 써 있는대로 하면 되더라. 조선시대에도 그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쯤은 있지 않았을까?"
-코믹연기 장인으로 불린다. 예능 섭외도 많이 들어오지 않나.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뭘 하라고 하면 머리가 하얘진다. 심지어 촬영장에 메이킹 카메라가 와도 경직된다. 낯가림이 원래 심한데 카메라가 들이대면 더 그렇다. 이번에 차승원 선배님이 풀어준다고 도와 주셨는데도 아직 습관처럼 남아있다. 그래서 예능 출연은 어렵다."
-확실히 배우들에게는 예능 공포증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이 오해가 돼 실망을 많이 시켜 드리기도 했다. 난 아예 그 세계와 안 맞는 것 같다. 엄청난 고민 끝에 영화 홍보 차 나갔는데 말도 잘 안하면서 이상한 질문만 하니까 작가님들 안색이 안 좋아지더라. 갈 때 인사도 안 받아주고.(웃음)"
-기대치에 대한 실망일까?
"'이만큼 웃길 것 같아'라고 생각했는데 난 이도저도 아니니까. 버라이어티 쇼에 나갈 땐 그에 맞는 캐릭터를 갖고 나가야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평생을 그런 캐릭터를 갖고 방송을 하신 분들과, 단기간에 만든 사람과는 차이가 있지 않겠나. 캐릭터를 잡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까 카메라 앞에서는 무조건 연기를 하게 된다. 내가 불편하니까 보는 분들도 불편해 한다."
-주·조연을 넘나드는 배우로 유명하다.
"작품 선택을 하는데 있어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 10분을 나와도 꼭 필요한 캐릭터라면 하고 싶다. 존재감이 더 크게 와 닿더라."
-사회 고발성 영화에 대한 관심도 그 일환인가.
"내가 끌려서 하다 보니까 작품도 나를 찾아주는 것 같다. 사회성을 다룬 작품은 픽션이라 하더라도 픽션을 넘어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몰입이 더 잘 된다. 배우도 스토리에 빠져 들어야 하고 작품은 배우를 속여야 한다. 그것이 진짜라고 믿어야 연기를 할 수 있는데 너무 터무니 없으면 속아지지 않더라. 그래서 실화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차기작 '순이'도 마찬가지 이유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