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리가 21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1500m 결승전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람보르길리’ 김길리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음을 보이다 눈물을 흘렸다. ‘선배’ 최민정(이상 성남시청)이 이번 대회를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선언하면서다.
김길리는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서 2분23초076을 기록,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했다. 최민정은 2분32초450으로 2위였다.
김길리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을 2개로 늘렸다. 그는 앞서 이번 대회 여자 계주 3000m서 역전 레이스를 펼치며 쇼트트랙 1호 금메달에 기여했다. 이번에는 개인전에서 첫 번째 금메달까지 따냈다. 앞서 1000m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이번 대회서 유일하게 3개의 메달을 수확한 한국 선수가 됐다.
김길리는 경기 뒤 믹스트존 인터뷰서 “계주 다음으로 따고 싶었던 1500m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어 너무 기쁘다. 믿기지 않아 말도 잘 안 나온다”라고 웃어 보였다.
김길리는 어렸을 때부터 ‘우상’ 최민정과 함께 뛰길 원했던 선수다. 그는 “최민정 선수와 꼭 포디움에 오르고 싶었다. 너무 기분이 좋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존경하던 선수와 함께 레이스하며 이겼다는 게 아직도 안 믿겨진다”고 했다.
이날 결승전의 백미는 레이스 막바지 코린 스토다드(미국)를 제치는 장면이었다. 당시 스토다드를 추격하던 김길리와 최민정이 마치 짠 듯이 인코스와 아웃코스 추월을 시도해 선두권에 올랐다. 그는 “서로 통했던 거 같다. 얘기한 건 전혀 없었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사실 김길리의 이번 대회 여정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 종목인 2000m 혼성 계주 준결승에선 스토다드에게 걸려 넘어지며 팀의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500m에선 상대 선수들의 견제 속에 조기에 짐을 쌌다. 대회 기간 여러 차례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아찔한 상황을 마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길리는 “어쨌든 해피 엔딩”이라며 “내 실력은 죽지 않으니까, 내 자신을 믿으면서 탔다”고 개의치 않아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김길리가 사뭇 놀란 순간도 있었다. 바로 앞서 믹스트존 인터뷰에 임했던 최민정이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이라는 발언을 하면서다. 취재진이 이 발언을 전하자, 김길리는 “네? 언니가 마지막 올림픽이라고요? 진짜요?”라며 깜짝 놀랐다.
이어 눈물을 보인 그는 “최민정 선수가 너무 고생한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최민정 선수한테 많이 배우고, 그를 바라보며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