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은이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동메달 기념 기자회견서 메달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노보드는 남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빅에어 동메달리스트 유승은(18·성복고)이 과거 스노보드로 전향한 선택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열심히 타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유승은은 20일 오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 내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서 동메달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회 소감을 전했다.
유승은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2호 메달리스트다. 그는 지난 10일 대회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승은의 동메달은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앞서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올림픽 메달을 따낸 건 속도를 겨루는 알파인 종목에서였다. 유승은은 공중회전 등 기술을 점수로 매겨 경쟁하는 프리스타일 종목에서 한국 사상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 종목 최초로 메달을 따낸 여자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빅에어는 보드를 타고 30m 넘는 슬로프에서 활강해 대형 점프대에서 도약, 점프와 회전, 착지, 비거리 등을 겨루는 종목이다.
2008년생 유승은은 지난 몇 년간 부상으로 인해 은퇴까지 고민했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발목과 손목 골절로 철심을 박았고, 1년 넘게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과거 어머니의 권유로 탁구가 아닌 스노보드를 시작한 그가 ‘하지 말걸’이라고 생각한 시기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서 짜릿한 반전을 이뤄냈다. 슬로프스타일 종목에선 결선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유승은은 이날 기자회견서 마이크를 잡고 “대회가 끝나 후련한 마음이 크다. 슬로프스타일서 완주하지 못한 건 속상했다”고 했다.
지난 1년을 돌아본 그는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나 혼자서는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로 생각한다. 주위의 응원, 도움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유승은이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동메달 기념 기자회견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회 한국 스노보드에선 유승은과 최가온, 이채운 등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정작 유승은은 “최가온 선수와는 빅에어 경기 전까지 만나고, 그 뒤론 만나지 못했다. 그의 경기를 보고 존경스러웠고 감명받았다. 나는 그 정도로 잘 타는 선수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몸을 낮췄다.
유승은은 초등학생 시절 탁구를 배웠다가, 스노보드로 전향해 선수까지 성장한 사례다. 이날 취재진이 당시 상황을 묻자, 그는 “당시 탁구 선수 육성 사업이 있어 많이 배웠다. 이후로는 어머니가 스노보드 캠프에 나를 넣었고, 그때부터 스노보드에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특히 “당시 실력은 없었지만, 그냥 어머니가 시켜서 그냥 했던 거 같다. 내 의지는 없었다”고 솔직하게 답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된 후는 다르다. 유승은은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거를 생각하면 ‘스노보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지난 1년은 부상, 재활로 인해 ‘하지 말 걸’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올림픽에 와서 메달까지 땄으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유승은은 스노보드의 매력에 대해 “기술에 성공했을 때 내가 느끼는 쾌감, 그리고 남들이 ‘재미있다’ ‘멋있다’고 말해줬을 때 너무 기쁘다. 남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라 소개했다.
아직 학생인 그는 스노보드 선수의 길을 걸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앞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선수에 더 집중하겠지만, 공부를 아예 놓진 않을 거”라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서 수학책도 가져왔으나, 대회가 긴장돼 많이 펼쳐보진 못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유승은은 다음 올림픽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더 멋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게 연습을 많이 하지 않을까”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유승은은 스노보드 선수단 중 가장 먼저 입국했고, 가장 늦게 한국으로 떠나게 됐다. 그는 “오기 전에는 올림픽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는데, 너무 길게 느껴진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한국에서 김치찌개, 순대국밥, 감자탕을 먹고 싶다. 한국 식당은 정말 다르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