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김준호 (밀라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김준호가 질주하고 있다. 2026.2.15 ondol@yna.co.kr/2026-02-15 02:35:21/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준호(31·강원도청)가 생애 4번째 동계올림픽 남자 500m 경기를 마치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입대까지 미뤘던 그는 “지금의 김준호는 더 올라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준호는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결선서 34초68을 기록했다. 출전 선수 중 12위의 기록이다. 우승은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한 조던 스톨츠(미국·33초77)의 몫이었다. 예닝 더 보(네덜란드·33초88), 로랑 듀브릴(캐나다·34초26)이 뒤를 이었다.
1995년생 김준호는 지난 2014년 소치 대회부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지탱한 남자 단거리 간판이다. 앞선 3번의 올림픽에선 각각 21위, 12위, 6위를 기록했다. 2018 평창 대회선 스타트 직후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박히는 황당한 경험을 했고, 2022 베이징 대회선 동메달과 단 0.04초 차이로 밀려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선 다시 12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베테랑 반열에 오른 그는 올림픽이 열리는 2025~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00m 부문 종합 8위에 올랐다. 5번의 월드컵 기간 한국 신기록(33초78)을 세웠고,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목에 걸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입대를 미루는 등 남다른 각오로 생애 4번째 꿈의 무대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김준호는 다시 한번 올림픽 입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믹스트존 인터뷰서 “후회 없이 완벽한 레이스를 해 기분이 좋다. 응원해 주신 만큼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나 자신은 정말 열심히 잘 준비했다. 결과를 받아들인다.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이날 그는 다소 눈시울을 붉힌 채 믹스트존에 나섰다. 김준호는 “지난 24년 동안 나를 뒷바라지 한 부모님 얘기를 했다. 결과를 이루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5번째 올림픽 출전에 대해 묻자, 김준호는 “이 1년이 너무 힘들었다. 올림픽 무대를 위해 수많은 고통을 버텨왔다. 지금 또 그 과정을 겪는 건 겁이 난다”면서 “고지가 낮았을 뿐, 지금의 김준호는 더 올라갈 곳이 없는 정상에 있다”라고 말했다.
8살 때부터 스케이트화를 신은 김준호는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슬럼프도, 슬픔도, 기쁨도 있었다. 그 무게를 잘 견뎌왔다는 점에서 나에게 고맙다”며 “올해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뛰는 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메달리스트가 되면 너무 좋겠지만, 올림피언이라는 선수도 너무 멋있지 않나. 올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김준호는 “내 향후 선수 생활에 대해선 아직 생각을 안 해봤다. 차차 생각해 보겠다”며 “후배 선수들이 내가 못 이룬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꼭 나보다 위에 있는 포디움에 올라설 수 있는 후배가 되길 바란다”고 응원 메시지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