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광 씨가 생전 아들 이승엽의 각종 기념구를 모은 장식장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IS 포토 '국민타자' 이승엽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의 아버지 이춘광 씨가 별세했다. 향년 83세.
이승엽 전 감독에 따르면 고 이춘광 씨는 최근 7~8년 동안 투병했고, 올해 들어 병세가 악화했다고 한다. 유년 시절 이승엽. 사진=이춘광 씨 제공 이춘광 씨는 이승엽을 '국민타자'로 키웠다. 소년 이승엽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야구만 시켜주시면 절대 애 안 먹일게요"라고 아버지를 조르고 또 졸랐다. 이춘광 씨가 반대하자 이승엽은 단식 투쟁까지 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며 아들의 진지한 모습에 아버지의 마음이 움직였다. 이춘광 씨는 "마치 가둬 놓은 동물이 제 우리 문을 열어준 것처럼 좋아하더라"고 떠올렸다. 이승엽은 몇 년 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성장했다. 2012.07.14 대구=정시종 기자.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500홈런 관련 - 이승엽 아버지 이춘광씨 인터뷰와 스크랩북2012.07.14 대구=정시종 기자.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500홈런 관련 - 이승엽 아버지 이춘광씨 인터뷰와 스크랩북 이춘광 씨는 이승엽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88년 대구 지역지에 실린 전국어린이야구대회 기사부터 삼성 시절까지의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했다. 스크랩 앨범만 서른 권이 넘는다. 이 씨가 모은 기사와 홈런공, 유니폼은 이승엽의 야구 역사이자 박물관이다. 본지를 통해 유년 시절 이승엽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춘광 씨가 기억하는 '아들' 이승엽은 어릴 적부터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이 씨가 이승엽에게 '생일 선물로 갖고 싶은 게 없냐'고 묻자 "동네 형들이랑 야구하고 싶다. 방망이와 글러브를 사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춘광 씨는 "그 후 승엽이가 동네 유리창을 자주 깨트려 변상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①2011시즌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소속의 박찬호(왼쪽)와 이승엽.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친 뒤 공교롭게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②1990년대 후반 삼성 신예 시절의 이승엽. 삼성의 플로리다 베로비치 전지훈련에서 LA 다저스 코치와 사진 촬영을 했다. ③이춘광씨는 이승엽의 정신적 지주이자 ‘이승엽 기록관’ 지킴이이기도 하다. 자택에 모아 놓은 이승엽 관련 기념구를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④이승엽의 유니폼 배번. 이승엽의 역사이자, 시대를 가로 지은대타자의 기록이다. 이승엽의 선수 생활에 가장 큰 박수를 보낸 사람도 역시 아버지 이춘광 씨다. 대구 홈 구장에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승엽을 응원하기 위해 매일 경기장을 찾았다. 이승엽은 2014년 본지와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야구장을 찾는 게 가장 큰 취미다. 요즘 들어 '내 아들 자랑스럽다' '잘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고 기뻐했다. 2003.10.02 대구=특별취재반. 이승엽 56호 홈런을 이춘광 씨가 축하하고 있다. 이 씨는 2017년 "승엽이가 '후회하시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줘 정말 고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