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기계체조 대표팀이 2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의 아쉬움을 털고자 한다. 다가올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앞둔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한국 기계체조 대표팀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했다. 대표팀은 오는 19일부터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2025 국제체조연맹(FIG) 세계선수권에 나선다.
대표팀을 이끄는 이주형 총감독은 이번 대회를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할 소중한 무대라 평했다. 이 감독은 최근 본지와 통화서 “지난해 11월 부임 후 1년이 지나간다. 아시아선수권, 유니버시아드를 거쳐 세계선수권까지 왔다”며 “다시 감독을 맡고 첫 세계 무대지 않나. 메달이라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현재 경쟁 팀 선수들에 대한 분석,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할 중요한 무대”라고 설명했다.
이주형 감독은 이미 선수·코치·감독으로 여러 차례 올림픽 무대를 누빈 베테랑 체조인이다. 선수 시절 2000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평행봉)과 동메달(철봉)을 목에 걸었다. 그보다 앞선 1999년 중국 톈진 세계선수권에선 금메달(평행봉)을 목에 걸기도 했다. 2004 아테네 대회에선 코치로, 2008 베이징 대회에선 감독을 맡아 제자들의 메달 획득에 기여한 인물이다.
감독 생활을 마친 뒤로는 공주대 교수로 강단에 올랐다. 과거 국제심판 자격증을 획득한 이 감독은 지난해 파리 올림픽서 심판으로 활약했다. 이제는 다시 감독을 맡아 세계 무대를 앞뒀다.
이주형 감독은 “주위에선 ‘왜 엉뚱한 짓을 하냐’고도 한다”고 웃으며 “심판 활동을 하다 보니,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현장에 대한 욕심이 남아 있었다. 과거와 달리 선수층이 많이 얕아졌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남자 대표팀 입장에서 이번 세계선수권은 만회의 장이다. 대표팀은 2년 전 벨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서 단체전 14위에 그쳤고, 결국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놓친 아픔이 있다. 8개 대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이 멈춰 선 것이다. 당시 여자체조가 36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얻은 것과 비교하면 뼈아픈 결과였다.
이주형 감독은 “이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출전권이 달리진 않았지만, 다가올 AG, 올림픽으로 향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과정도, 결과도 중요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도 얻고, 동시에 평가받는 중요한 무대일 거”라고 짚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안마 허웅(제천시청) 마루운동 류성현(서울시청)은 이번 세계선수권서 다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한다.
올해 아시아선수권 은메달을 목에 건 허웅은 본지와 통화에서 “나에겐 매우 중요한 시합”이라며 “AG와 올림픽을 향하는 중요한 관문 중 하나다. 안정적인 루틴 완성과, 점수 향상에 집중했다. 한국 남자 기계체조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다. 후배들에게도 자극이 될 수 있는 경기가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파리 올림픽 당시 부상 선수의 대체자로 태극마크를 단 그는 결선에 올랐으나 아쉬운 실수로 노메달에 그친 아픔이 있다. 이후 많은 경험을 쌓은 그가 자신의 첫 번째 세계선수권서 입상 이상의 결과를 노린다.
같은 대회서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은 류성현은 세계선수권서 부활을 외쳤다. 그는 “파리 대회 이후 수술과 부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다시 잘 준비해 직전 전국체전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의 성과를 거뒀다”며 “이번 세계선수권은 그 모든 과정을 증명하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꼭 세계랭킹 1위 자리로 복귀하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