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소로우. (사진=스윗소로우컴퍼니 제공) (인터뷰①에 이어)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 20년을 함께 해 온 스윗소로우. 팀명 그대로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시간들이었지만 “지혜로운 선택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유지하며 잘 버텨왔다”고 자평한 이들은 여전히 더 넓은 세상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찾고 있는 현재 진행형 뮤지션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K팝에 대한 관심 덕분에 지난 6월엔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공연에도 나섰다고 했다.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이 헝가리 한유문화재단과 함께 주최한 ‘2025 코리아온 한국문화페스티벌’에 참여한건데, 당시 김영우는 현지인들로 구성된 K팝 콰이어(합창단)의 지휘자로 나섰고, 스윗소로우 역시 1시간 여 단독 공연으로 짜릿한 무대를 선사했다.
“K팝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어요. K팝을 부르는데, 발음이 외국인 발음이 아니더라고요. 얼마나 연습하며 한국노래를 저렇게 자연스럽게 부를까 하는 생각을 했죠. 우리도 옛날에 팝송 들으며 영어 발음을 그대로 따라하곤 했었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보여 신기했어요.”(김영우)
부다페스트 거리에 처음 울려퍼졌을 이들의 음악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송우진은 “관객 대부분이 현지인이었는데, 우리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는 분들일텐데도 무대를 있는 그대로 즐겨주시더라. 음악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했고, 인호진 역시 “무대에 오르기 전엔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우리 노래와 화음에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이게 또 하나의 클래식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세계인이 K팝을 즐기는 현 시점, K팝 플레이어로서 K를 플레이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예전엔 해외에 우리를 소개하고, 현지화하면서 우리가 가진 것 중 그쪽 사람들이 반응할 만한 걸 가공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외국인들이 진짜 우리가 느끼고 즐기고 향유하는 K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는 시점이 된 것 같아요. 이제는 ‘K’를 어떻게 포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 하는 걸 있는 그대로 알려줄 수 있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송우진)
김영우는 “예전엔 보사노바가 남미의 한 장르였지만 이제는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생각하며 느끼지 않듯이, 이젠 K도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골든’(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의 영어와 한글 가사의 라임이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지금은 한글이, 한국 자체가 멋있는 게 되어가는 거죠. 그런 지점에서 K를 플레이한다는 건, 우리가 가진 따뜻함이나 독특한 정서를 표현하는, 유니크한 플레이일 겁니다. K팝에 대한 관심도 싸이, BTS로 시작해 점차 K의 화음을, 록을, 포크로 나아가고 K의 하부문화들이 점점 더 뻗어갈 수 있겠죠. 우리가 가진 생각을 점점 글로벌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 재미있어요.”
20년 동안 한 우물을 파온 스윗소로우로서도 이같은 변화는 반갑다. “한편으론 우리가 젊었을 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지금은 우리가 해온 경험을 더 앞으로 펼쳐나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좋아요. 옛날엔 해외에 언더독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을텐데, 지금은 훨씬 더 주도적인 입장이 됐고,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졌죠. 플레이어로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K를 더 풀어갈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김영우)
인호진 역시 “지난 20년 사이에도 산업혁명 같은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고꾸라지고 나가떨어질 수도 있음에도 잘 지켜와 지금처럼 K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시대에 우리도 한 축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며 변화무쌍한 시대 속 ‘K 플레이어’로서의 우직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인터뷰③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