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반 년 전만 해도 황재균(KT 위즈)은 '풀타임' 시즌을 장담할 수 없었다. 허경민의 영입으로 줄어든 입지. "내 자리는 없다"라고 말하면서 독하게 시즌을 준비한 황재균은 시즌 중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며 시즌 100번째 안타까지 만들어냈다. 14시즌 연속 100안타였다.
황재균은 지난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 6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 6회 중전 안타로 시즌 100번째 안타를 만들어냈다. 상대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초구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 시즌 100호 안타를 달성했다.
황재균은 이 안타로 14시즌 연속 100안타 진기록을 세웠다. 2011년 롯데 자이언츠 시절 115안타로 프로 첫 100안타를 달성한 황재균은 해외에서 활약한 2017년(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을 제외한 14시즌 동안 모두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해냈다.
경기 후 만난 황재균은 "올해는 연속 100안타 기록이 끊길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보장된 포지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에 많이 못 나가다 보니까 기록을 못 이어나갈 줄 알았는데, 시즌 막바지라도 아슬아슬하게 쳐서 기분은 좋다"라며 웃었다.
KT 제공
그는 "동료 선수들은 이미 (기록을) 다 알고 있더라. 일주일 전부터 몇 개 남았는지 계속 물었다. (기록 달성 후) 다같이 축하를 해줘서 원 팀 같이 느껴졌다.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14시즌 연속 100안타는 KBO리그에서 6명밖에 밟지 않은 진기록이다. 양준혁과 박한이, 그리고 김현수가 올해까지 16시즌 연속 100안타 고지를 밟았고, 이승엽이 15시즌 연속, 이대호와 손아섭이 14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황재균이 7번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오른손 타자로선 진귀한 기록이다. 이대호 다음으로 황재균이 두 번째다. 황재균은 "(이)대호 형은 대단한 타자다. 그 바로 밑에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KT 황재균. KT 제공
꾸준함의 산물이다. 황재균은 "안 다치고 꾸준히 경기에 많이 나간 게 누적 스탯이 좋은 이유다. 경기에 많이 나가 세운 기록이라 조금이나마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포지션이든 일단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루수로 자리를 잘 잡아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KT는 치열한 순위싸움 중이다. 황재균은 "매년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가 확정이 안 나더라. 타이브레이크도 두 번이나 경험하지 않았나"라며 "그래도 KT가 잘 이겨낸 경험이 많다 보니 선수들도 '올라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베테랑으로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지만, 마음대로 야구가 잘 되지 않아 속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최근 중요할 때 쳐주고, 팀도 이기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기분이 좋다"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