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하늬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애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5.08.18/
“성애 영화처럼 보이지만, 막상 보면 질문과 고민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 될 거예요.”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하늬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애마’는 2025년을 살아가는 여자로서, 배우로서 너무 반가운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애마’는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서는 톱스타와 신인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굉장히 화려한 1980년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투쟁의 역사가 담겼죠. 이제 이런 이야기를 무해하고 건강하게,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 반가웠어요. 동시에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우리 곳곳에 불합리한 것들이 있고 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도 갔고요.”
극중 이하늬는 당대 최고의 배우 정희란을 연기했다. 사회와 시대의 부당함을 묵묵히 견디며 정상까지 올라간 인물로, 후배 신주애(방효린) 만큼은 그 길을 겪지 않도록 용기를 낸다.
“희란은 어찌 보면 ‘가진 자’예요. 그걸 지키기 위해 침묵했고요. 하지만 주애를 만난 후 그 침묵을 깨죠. 투쟁을 선언하고 변모해요. 일제 시대 독립투사처럼, 침묵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부당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 그 지점에서 희란에게 완전히 매료됐죠.”
‘애마’ 스틸 / 사진=넷플릭스 제공
‘애마’의 중심이자 전환점이 되는 사건은 영화 ‘애마부인’ 제작으로, 실제 정인엽 감독의 동명 영화(1982년)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하늬는 “내가 1980년대생이라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처음 ‘애마부인’을 봤다”고 말했다.
“주로 연기톤을 많이 참고했어요. 특히 박정자(원작 에리카 목소리 연기) 선생님 톤을 많이 따라 했죠. 동시에 서울 사투리도 연습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저 역시 서울 사투리를 듣고 자랐지만, 기억나는 세대는 아니니까요. 약간 과장된, 비음을 쓰는 말투인데, 전체 대사에 잘 버무리고자 했어요.”
1980년대 톱배우 정희란 말고, 지금 이하늬가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삶의 무게, 고충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하늬는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만 사는 게 고달프겠냐”며 시원하게 웃었다.
“사회 요소마다 부당함은 있고 저 역시 여배우가 아닌, 지금을 사는 사람으로 어려움이 있죠. 물론 배우란 직업 자체가 파도가 많아요. 피할 수도 없죠. 다만 그걸 얼마나 의연하게 타고 갈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한동안 잠식돼야 하는 파도도 있지만, 서핑하듯 최대한 즐겨보자는 주의죠.”
부당함과 마주했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내 이야기가 다 관철되지 않더라도 할 때는 하는 편”이라며 “역사는 누군가의 투쟁과 도전으로 만들어진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혹 ‘엄마’가 된 후 이런 생각이 더 견고해졌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식을 낳아 보니 30~50년 후도 생각하게 돼요. 세상이 어떤 부분에서는 살기 좋아졌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더 어려워 지기도 했잖아요. 전 세대가 일궈놓은 투쟁 덕에 지금 제가 있듯, 우리 세대가 당면한 부당함을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책무감이 있죠.”
이날 인터뷰는 이하늬의 둘째 출산 예정일이 채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시종 웃음을 잃지 않던 이하늬는 “사실 지금도 짐볼 위에 있다. 내 타임라인에 소중한 뱃속 아기와 함께 뵙게 돼 감사하다”며 “순탄하게 낳고 ‘천천히 강렬하게’와 ‘윗집 사람들’로 금방 돌아오겠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