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농구대표팀 ‘두목 호랑이’ 이승현(33)이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마치고 귀국한 뒤 소감을 전했다. 대회 기간 후배들의 활약을 치켜세운 그는 “우리가 성적이 좋았다면 귀화선수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끝난 대회에선 전체 6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8강에서 아시아 강호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짐을 쌌다.
지난해부터 안준호 감독 체제로 전환한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거쳐 한층 젊은 선수단을 완성했다. 이현중(나가사키) 여준석(시애틀대) 유기상(창원 LG) 이정현(고양 소노) 등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대표팀을 지킨 게 이승현이다. 대표팀에서만 10년 넘게 활약한 그는 대회 기간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자원임을 입증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만 평균 20.5분을 뛰며 6.8점 3.6리바운드 등을 기록했다.
이승현은 귀국 인터뷰서 “12명의 선수단, 코치진이 정말 열심히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며 “평가전서 호성적으로 좋게 출발했는데, 결과적으로 중국전에서 진 건 아쉽다.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 더 잘할 가능성을 봤다. 다음에 이보다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이승현은 거듭 후배들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후배들의 열정을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라고 돌아본 그는 “나도 그들의 모습을 본받았다. 팀 케미스트리도 너무 좋았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한편 취재진이 ‘다음 국제대회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을지’라 묻자, 이승현은 “솔직히 대표팀에서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서도 “만약 내년, 올해 말이라도 불러만 준다면 또 준비할 것이다. (대표팀은) 한국 농구 선수로서 대표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언제든 불러만 주면 갈 거”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이제 10년이 넘어서,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빨리 밑에 후배들이 내 자리를 대신했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같은 날 안준호 감독은 대표팀의 향후 해결 과제로 귀화선수 영입을 언급했다. 8강 중국전에서도 신장 열세가 두드려졌다. 하지만 이승현은 “나는 다르게 말하고 싶다. 당연히 귀화선수를 데리고 오는 건 좋지만,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더 잘했으면 이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거”라며 “귀화선수와 관련해선 협회가 처리해야 할 행정적인 부분이다. 선수들은 본인의 역할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귀화선수가 오는 게 아니지 않나. 당장 대표팀에서는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나중에 귀화선수가 왔을 때 더 시너지가 나는 모습을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취재진은 이승현에게 ‘안준호 감독의 거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라 물었다. 앞서 안 감독은 협회의 운영 계획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말을 아낀 바 있다. 취재진이 이 메시지를 전하자, 이승현은 “하시지 않을까. 경유지에서 대기하고 있을 땐 ‘이제 끝이다. 힘들다’라고 했는데,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웃었다. 그는 “안준호 감독님은 정말 나이스하다. 여준석 선수와도 얘기했지만, ‘정말 대표팀에 진심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선수들이 더 동기 부여가 잘 됐다”라고 치켜세웠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