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장맛비가 멈추고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중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날씨가 한낮에는 30도 안팎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예보에 ‘아이스 밤’ ‘고드름’ ‘사칙연산’ ‘쓰리고’까지 기상천외한 이름을 달고 현장 노동자들의 온열질환 예방에 나섰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롯데건설은 최근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타임빌라스 수성 건설 현장에서 여름철 무더위로부터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아이스 밤 캠페인을 진행했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이 직접 나서 300여명의 근로자에게 아이스크림 츄러스와 이온음료, 혹서기 필수 용품이 담긴 일명 ‘대프리카 쿨 박스’를 건넸다. 넥 쿨러, 쿨 토시, 안전모 내피 차광막 등 무더위를 이겨내는 다양한 물품이 포함된 키트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앞줄 오른쪽)이 대구 '타임빌라스 수성' 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아이스크림 츄러스와 이온음료, 혹서기 용품 등을 나눠주고 있다. 롯데건설 박 부회장은 섭씨 33도 이상일 경우 2시간마다 20분간 휴식을 부여하고, 35도 이상에서는 고강도 옥외작업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근로자가 위험을 느낄 경우 즉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사용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는 것이 롯데건설의 혹서기 방침이다.
롯데건설이 얼음 폭탄이라면, 현대건설은 ‘쓰리고!’(3GO!)를 꺼냈다. ‘쓰리고’란 ‘마시 GO! 가리 GO! 식히 GO!’를 집약한 슬로건이다. 현대건설은 물 공급과 차광 조치, 휴식 제공의 3대 작업관리 수칙을 중심으로 구성된 혹서기 대책을 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고용노동부의 폭염·호우대비 안전관리 가이드 특별대응지침을 반영해 지난 1일부터 9월 말까지를 ‘온열질환 예방 혹서기 특별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모든 현장에서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한 예방활동을 전사적으로 시행 중이다.
DL이앤씨는 자못 학구적인 온열질환 예방 슬로건을 결정했다. 이른바 ‘사칙연산 캠페인’이다. 폭염에 앞서 물·염분 ‘더하기’, 폭염 시간 작업 ‘빼기’, 휴식·그늘·보냉장비 ‘곱하기’, 건강정보 ‘나누기’의 4가지 슬로건으로 근로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고드름’이란 직관적인 캠페인을 확대 시행 중이다. HDC현산은 폭염 심각성에 따라 작업 시간과 휴식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최고 단계에서는 옥외작업을 전면 중단한다. 현장에는 ‘고드름 쉼터’를 설치하고 취약 근로자에게는 아이스 조끼와 넥쿨러 등 특화 보호 장비를 제공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고드름 캠페인. HDC현대산업개발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질병사망자 수는 총 55명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39명) 대비 약 41% 증가한 수치로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전체 산업 질병사망자 323명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업종별로는 광업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시간 실외작업이 필수인 건설 현장은 무더위와 밀접한 영향을 받는 노동 환경”이라면서 “전국 각지에 흩어진 현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기억에 남는 캠페인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