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백은 올 시즌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5패 평균자책점 5.82로 부진하다. 엄상백은 KT 품에서 나와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와 계약 했다. 총액 규모(4년 78억원)를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다. 한화는 그가 재정비할 수 있도록 벌써 두 차례나 2군에 다녀오게 했다.
안정을 찾았는지 판단하긴 이르지만, 두 번째로 2군을 다녀온 뒤 결과가 좋다. 지난 2경기 동안 11이닝을 던지면서 단 4실점(평균자책점 3.27)만 내줬다. 특히 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그는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10일 본지와 만난 엄상백은 "이적하면서 먹었던 마음가짐이 문제였다. 시즌 초엔 너무 잘하려고 했고, 안 맞으려고 했다"며 "그러다 내가 원래 어떻게 생각하고 야구를 해왔는지 되돌아봤다. 주변을 의식하고 신경 쓰다 보니 스트레스가 늘더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하던 대로 하겠다. 그러면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엄상백은 시즌 초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투구 레퍼토리를 조정했다. 시즌 초까지 그는 직구(포심 패스트볼)와 체인지업에 의존해 투구했다. 특히 체인지업 구사율이 직구 이상으로 높았다. 하지만 피장타가 많아졌고, 최근 2경기에선 포심 대신 투심 그립을 잡고 던졌다. 체인지업 구사율은 줄이고 커브 비중을 높였다. 6일 KIA전에선 투심(46구) 체인지업(37구) 커브(13구) 커터(10구)를 섞어 던졌다.
엄상백은 "올해는 포심 그립을 잡고 던질 때 손에 감기는 느낌이 덜했다"고 부진 이유를 전하면서 "투심으로 잡고 던지니 그 부분에서 더 낫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체인지업 비중을 늘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니 직구 구속도 영향을 받아 조금씩 떨어진다고 느꼈다"며 "체인지업을 줄인 만큼 커브 구사를 늘렸다. 본래 커브를 경기당 1~2개만 던졌는데, 지금은 20구 가까이 던져보려 한다"고 밝혔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3선발 류현진, 4선발 문동주가 연달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엄상백이 본래 궤도에만 올라주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짧게 던지고 내려오면 마음속으로 찝찝했다. 109구를 던지고 온 날엔 개운하게 느껴졌다"고 한 만큼 엄상백의 체력은 최고조다. 그는 "선발 투수가 1년에 두 번 정도는 빠져서 쉬곤 한다. 비록 난 부진해서 2군에 다녀오긴 했지만, 이를 휴식하고 온 거로 생각하겠다. 앞으로는 시즌 끝까지 빠지지 않고 계속 돌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엄상백은 12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