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17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9회말 김사윤이 구원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2024.04.17/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 '왼손 불펜'이 시험대에 오른다.
KIA는 14일 왼손 필승조 곽도규의 수술을 공식화했다. 지난 12일 왼쪽 팔꿈치 굴곡근 손상 문제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곽도규는 재검에서 주관절 굴곡근 및 인대 손상 진단을 받았다. 조만간 내측측부인대 재건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을 예정인데 수술 특성상 최소 1년 안팎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왼손 불펜의 첫 번째 옵션인 곽도규가 빠지면서 계투진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술로 이탈한 왼손 불펜은 곽도규뿐만 아니다. 본지 취재 결과, KIA의 또 다른 왼손 투수 김사윤도 최근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김사윤은 지난 시즌 계투진이 자리 잡기 전 멀티 이닝이 가능한 스윙맨으로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1군 불펜에 공백이 생길 경우 빈자리를 채울 대체 자원이었으나 곽도규와 마찬가지로 시즌 아웃. 빨라야 내년 시즌 중반에야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IA-두산의 시범경기. KIA 투수 김대유가 5회 선발 올러에 이어 등판, 투구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2025.03.13.
이범호 KIA 감독은 곽도규의 빈자리를 베테랑 김대유로 채웠다. 왼손 불펜의 뎁스(선수층)를 강화하는 차원이었는데 불안감이 노출됐다. 김대유는 시즌 첫 등판이던 지난 13일 광주 SSG 랜더스전에서 3실점 했다. 11-2로 크게 앞선 9회 초 마운드를 밟았는데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지 못한 채 볼넷 2개와 피안타 1개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강판당했다. 김대유의 퓨처스(2군)리그 성적(9경기 평균자책점 4.76)이 안정적이지 않았다는 걸 고려하면 1군 필승조로 활용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아직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왼손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준영과 최지민의 어깨가 무겁다. 두 선수는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나란히 56경기에 등판, 81이닝(이준영 35이닝·최지민 46이닝)을 합작했다. 곽도규가 이탈하면서 경기 후반 동점 혹은 역전을 위협받는, 이른바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 자주 등판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준영의 시즌 초반 컨디션이 떨어져 있고 최지민은 제구가 약점이라는 게 고민이다.
22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NC와 KIA 의 개막경기. KIA 투수 곽도규가 6회 등판 역투하고 있다. 광주=정시종 기자 /2025.03.22.
이범호 감독은 이달 초 "필승조에 좋은 좌완 투수들이 있다"며 "좌완 투수들을 어느 상황에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필승조 (운영) 구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있다"라고 말했다. 투구 스타일이 다른 세 선수(곽도규·이준영·최지민)를 적재적소 투입해 상대 타선의 흐름을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부상 변수가 터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어떤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