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시즌 초 홈런 레이스가 심상치 않다. 패트릭 위즈덤(34·KIA 타이거즈)이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KBO리그 홈런왕 레이스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위즈덤은 지난 3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원정경기에 2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는 1-2로 끌려가던 6회 초 균형을 맞추는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4호 포이자 최근 3경기 연속 터져나온 홈런이었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위즈덤은 이날 5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던 류현진과 만났다. 앞선 두 타석은 뜬공과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세 번째 맞대결은 달랐다. 위즈덤은 류현진이 2구 연속 커터를 던지자 지체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려 왼쪽 담장 너머로 쏘아 올렸다. 비거리 125m. 벼락같은 타구였다. 위즈덤의 홈런으로 2-2 균형을 맞춘 KIA는 8회 득점을 몰아쳐 5-2로 최종 승리, 최근 4연패에서 탈출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위즈덤은 경기 후 "세 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는 사실보다 팀의 연패를 끊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 해줬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돌아온 것 같아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오늘의 승리가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다음주에 열릴 홈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며 "실력있는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 기쁘고, 더욱 좋은 팀 성적을 위해 앞으로 맡은 자리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개막하고 겨우 8번째 경기지만, 위즈덤의 홈런포는 처음이 아니다. 개막 2연전에서 안타 없이 침묵했던 위즈덤은 2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BO리그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어 2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 와서는 코디 폰세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위즈덤의 홈런은 한화생명 볼파크의 정규시즌 1호 포로 기록됐다.
끝이 아니었다. 그는 29일 라이언 와이스에게도 홈런을 터뜨렸고, 30일 류현진마저 공략하면서 괴력으로 대전을 지배했다.
말 그대로 치기만 하면 홈런이고, 장타다. 위즈덤의 올 시즌 안타는 7개인데, 이중 홈런이 4개, 2루타는 1개다. 단타를 치는 게 더 어려운 수준이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예상 밖'이 아닌 '기대대로'의 성적이다. 위즈덤은 이번 시즌 KIA가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다. 그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88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리며 '탈KBO리그급' 파워를 증명했다. 지난해까지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함께 했던 KIA가 자신 있게 외국인 교체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위즈덤이 가세한 홈런왕 레이스는 시즌 전 예상과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지난해 46개를 넘겨 홈런왕을 차지했던 맷 데이비슨이 타율 0.385 3홈런(공동 3위), '원조' 홈런왕 박병호도 3개로 초반 레이스에 있다. 하지만 3홈런을 친 타자가 5명이나 되고, 위즈덤을 포함해 4홈런 타자까지 2명이나 있다. 2023년 홈런왕 노시환은 개막 2연전 활약 후 침묵 중이고, 38홈런 40도루를 기록했던 2024년 최우수선수(MVP) 김도영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상태다.
위즈덤을 제외한 다른 한 명은 문보경이다. 커리어하이가 지난해 기록한 22홈런으로 홈런 타자와는 거리가 있는데, 올해는 시즌 초 페이스가 독보적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부터 홈런을 때려 시즌 전체 1호 포를 기록하더니 3월이 끝나기 전 4개를 채웠다.
물론 시즌 초 홈런 레이스가 홈런왕 수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지난해 3월 공동 홈런왕(4개) 최정은 37개로 3위였고 역시 4개를 친 멜 로하스 주니어도 32개를 때렸다. 하지만 같은 4개였던 요나단 페라자는 24개(공동 12위)로 시즌을 마쳤다. 최정과 로하스는 5월까지도 홈런 레이스르 이끌었지만 6월 홈런을 몰아친 데이비슨(12개)에게 선두를 내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