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문현빈이 개막전 2번 타자를 예약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어리지만, 타격에 자질이 있는 선수다."
문현빈(21·한화 이글스)이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자신의 기량을 증명했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지난 16일과 17일 선발 타순의 2번 지명타자로 문현빈을 선택했다. 상당한 기대가 담긴 결정이다. 문현빈의 뒤로는 노시환, 채은성, 에스테반 플로리얼, 안치홍 등 강타자들이 즐비하다. 1번 타자는 출루율이나 주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며 후보를 추리는 중인데, 연결다리가 될 2번으로 마지막 실험한 게 문현빈이었다.
문현빈은 기회를 실력으로 살렸다. 그는 16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3타수 2안타(2루타 2개) 2타점 1득점 활약했다. 팀이 승기를 잡는 빅이닝의 주인공도 2타점 2루타를 때린 그였다. 이어 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때는 1회부터 2루타를 추가하는 등 이틀 연속 2안타 활약했다. 시범경기 4경기 타율 0.714(타율 7타수 5안타) 2타점 2득점으로 고감도 방망이를 선보이고 시범경기를 마쳤다.
사령탑의 합격점도 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18일 삼성전이 취소된 후 "문현빈이 어리지만, 타격 쪽에 자질이 있는 선수다. 수비도 많이 늘었다. 아주 빨라 보이진 않아도 베이스러닝도 어느 정도 갖췄다"며 "문현빈이 2번 타자에서 여러 방면으로 활약해준다면 팀이 조금 더 득점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2번 타자로 기용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와 만난 문현빈은 "올해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지난 8일 청주 두산 베어스전 때 부상(허벅지 불편) 이후 경기를 계속 못 나갔다. 경기를 지켜보려니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커졌다. 나갔을 때 잘할 수 있게 복귀 전까지 준비에 전념했다"고 간절했던 마음을 떠올렸다. 문현빈은 "감독님께서도 부상이 확실히 나아야 내보낼 것이니 치료를 잘 받고 있으라고 해주셨다. 그만큼 나도 치료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문현빈은 1년 차때부터 '떡잎'을 보여줬던 자원이다. 천안북일고 시절인 2022년 그는 한국은퇴선수협회에서 시상, 고교 4할 이상 타자 중 최우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BIC 0.412상(백인천상)을 수상했다. 1년 차부터 114안타를 때려 고졸 신인 역대 7번째 100안타 기록을 썼다. 2024년엔 개막전 2루수로 나섰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하지만 야구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주전으로 시작한 지난해 기복을 겪고 부담이 그에게 쏠렸다. 결국 주전 경쟁에서 잠시 밀렸다. 백업 3루수 등으로 계속 기회를 받아 타율 0.277 OPS(출루율+장타율) 0.752로 마쳤지만, 오히려 신인 때(428타수)보다 덜한 260타수 출전에 그쳤다.
그 시간이 문현빈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오히려 더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러면서 타석에 설 때 상황을 자세히 인지하게 됐고, 여유도 생겼다. 지난해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문현빈은 "지난 2년이 내겐 정말 소중히 남게 됐다. 배운 것도 정말 많다. 확실히 느낀 게 '야구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잘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게 야구라는 걸 요즘 많이 느낀다. 그저 내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려 한다. 그러니 결과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험이 쌓인 만큼 타격도 성숙해지고, 자신만의 어프로치도 하나씩 쌓인다. 문현빈은 "변화를 준 건 아니지만, 김민호·정현석 타격 코치님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며 "타격 타이밍을 잡는 부분, 노림수에서 많이 개선을 이뤘다. 변화구 중 슬라이더 등 빠른 변화구는 직구 타이밍에 치려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몬스터월에 대한 우려도 없다. 김경문 감독은 "타격 연습 때 문현빈도 넘기더라"며 몬스터월 적응을 우려하지 않았다. 문현빈은 "훈련 때 운 좋게 몇 개 넘어가긴 했다"고 웃으면서 "시즌 때 많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홈런 타자가 아니다. 의식하지 않고 강한 타구를 만들다 보면 넘어갈 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오히려 긍정적 효과도 기대한다. 문현빈은 "펜스까지 거리는 가깝기 때문에 보통 펜스 앞에서 잡혔을 타구가 안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걸 잘 이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 펜스를 맞고 3루타도 기대해보셔도 될 듯 하다"고 말했다.
문현빈은 "17일 경기 때 시범경기인데도 팬들께서 응원가를 불러주시니 '이제부터 신구장에서 뛰는구나' 실감이 났다"며 "앞으로 팀에 더 보탬이 되고 싶다. 신구장에서 야구하는 만큼 가을야구 진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