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도 초대형으로 났더라. 내 트레이드는 초대형이라고 표현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다."
부담을 재치로 떨쳐냈다. 김민석(21·두산 베어스)이 이적 후 첫 스프링캠프에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김민석은 4일 2025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성과가 제법 있다. 그는 캠프 종료 후 이승엽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선정한 캠프 최우수선수(MVP)로 꼽혔다. 7경기 타율 0.375(16타수 6안타) 4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장점인 콘택트를 확실히 증명했다.
좋은 '첫 인상'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던 김민석은 2023년 129경기 타율 0.255 102안타를 쳤다. KBO리그 고졸 신인 중 역대 8번째로 100안타 기록이었다. 하지만 2년 차인 지난해 41경기 타율 0.211 16안타에 그쳤다. 윤동희, 황성빈 등 외야수 선배들이 성장하면서 1군에서 자리도 좁아졌다.
그때 두산이 김민석을 영입했다. 두산은 2023년 신인왕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내주면서 김민석과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받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전 신인왕이자 마무리였던 정철원이 반대급부였고, 김민석 역시 드래프트 당시 고교 최고 타자였던 기대주다.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라는 평가와 함께 관심이 김민석에게 쏠렸다.
인터뷰하는 김민석 (영종도=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두산베어스 외야수 김민석이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5.3.4 ksm7976@yna.co.kr/2025-03-04 16:24:39/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적 후 곰들의 모임, 창단 기념식 등에서 꾸준히 관심이 집중됐지만, 김민석은 부담에 짓눌리지 않았다. 4일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난 김민석은 가벼운 표정으로 "내가 잘한 것보다 감독님, 코치님들께서 세세하게 봐주시고,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주신 덕분에 내 타격 타이밍과 밸런스를 찾은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고 MVP 소감을 밝혔다.
'초대형 트레이드의 주인공이다'라는 평가에 대해 묻자 김민석은 "나도 그런 의식은 했다"면서도 "그런데 트레이드된 후에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초대형 트레이드가 났더라. 그러고 나니 내 트레이드를 초대형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루카 돈치치. EPA=연합뉴스 김민석이 말한 초대형 트레이드는 지난달 NBA 댈러스 매버릭스가 간판 스타인 가드 루카 돈치치를 LA 레이커스에 주고, 앤서니 데이비스, 맥스 크리스티, 2029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온 일을 말한다. 당대 최고의 가드면서 아직 20대 중반인 돈치치가 이적한 '역대급' 사건이다.
돈치치에 비하면 김민석은 아직 만개하지 않은 유망주다. 관심도, 부담도 그와 비교하면 별 것 아닐 수 있다. 김민석은 "(원래도) 그렇게 부담을 많이 받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관심이) 재밌고,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김민석을 향한 기대는 팬들만 하는 게 아니다. 이승엽 감독은 김민석에 대해 "호주 캠프 때보다 일본 캠프에서 더 좋아진 것 같다. 우리 팀에 항상 필요한 게 콘택트인데, 김민석의 콘택트는 우리 팀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다"며 "콘택트 능력이 시즌 때도 발휘되면 좋겠다. 마지막 두 차례 연습 경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5안타)가 시즌 때 나온다면 팀에 굉장히 도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감독은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정수빈이 1번 타자로 나왔다. 김민석이 콘택트가 좋고 어느 정도 장타도 칠 수 있으니 시범경기 초반 그를 1번 타자로 보내볼까 한다"고 예고했다.
이승엽 감독과 인터뷰 후 이 사실을 들은 김민석은 스물한 살 답게, 조금 들뜬 목소리로 반응했다. 김민석은 "(캠프 때) 들은 내용은 아니었다"며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을 보여드릴 수 있게 잘해보겠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첫 타자다. 중요한 역할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쉽게 죽지 않는, 끈질긴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