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대신 원클럽맨을 선택했던 마이크 트라웃(34·LA 에인절스)이 반대의 길을 고른 전 동료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를 향한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일본 닛칸 스포츠는 3일(한국시간) 트라웃이 하루 전 메이저리그(MLB) 네트워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타니를 언급한 내용을 전했다. 트라웃은 "팀을 떠나 우승한 오타니를 보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나"라는 질문에 대해 "전 팀메이트가 띰을 떠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둔 걸 지켜보는 건 힘든 일"이라면서도 "그에게는 잘됐다고 생각한다. 그가 지금까지 이뤄온 건 엄청난 일이다. 보고 있으면 즐거워지는 선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인절스 시절 오타니와 트라웃. 사진=게티이미지 이적 후 마주한 오타니와 트라웃. AP=연합뉴스 트라웃과 오타니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팀에서 뛰던 동료였고, 나란히 리그를 상징하는 간판 스타였다. 트라웃은 오타니가 MLB로 이적하기 전부터 슈퍼스타였다. 2011년 빅리그에서 데뷔한 트라웃은 2012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후 2014년을 시작으로 2016년, 2019년까지 총 세 차례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따냈다. 이 기간 MVP 투표에 2위만 4회에 오르는 등 9년 동안 모두 5위 이내에 들었다.
트라웃의 바통을 오타니가 받았다. 일본프로야구(NPB)를 떠난 2018년 에인절스와 계약한 오타니는 투타겸업을 실행하면서 2018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탔다. 이어 2021년 MVP, 2022년 MVP 2위, 2023년 MVP로 트라웃을 잇는 리그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두 사람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일본과 미국의 주장이자 마무리 투수와 마지막 타자로 만났다. 결국 오타니가 맞대결에서 승리했고, 대회 MVP도 가져갔다.
AFP=연합뉴스 둘의 동행은 영원할 순 없었다. 트라웃이 먼저 떠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에인절스에 남는 걸 선택했다. 그는 2019시즌 전 계약 2년을 남겨둔 상황에서 2030년까지 기간을 연장, 총액은 4억 2650만 달러에 달하는 연장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준 역대 최고액이었지만, 그가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면 훨씬 더 많은 계약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애런 저지, 오타니, 후안 소토 등 이후 FA가 되는 선수들이 그 못지 않은, 혹은 훨씬 더 큰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트라웃은 다른 강팀이 아닌 친정 에인절스에서 우승에 도전하길 선택했다.
UPI=연합뉴스 오타니는 달랐다. 2023시즌 후 FA가 된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와 계약했다. 트라웃 데뷔 후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단 한 차례(2014년)만 포스트시즌에 오른 에인절스와 달리 다저스는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매년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오타니는 가을야구를 만끽하고 우승 가능성이 큰 곳을 새 둥지로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오타니는 뜻한 바를 이뤘다. 다저스는 지난해 오타니의 활약에 힘입어 또 다시 지구 우승을 거뒀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뤘다. 오타니는 이적 첫 해 우승과 함께 내셔널리그 MVP에도 올랐다. 트라웃과 나란히 하는 통산 3번째 수상이다.
반면 트라웃이 남은 에인절스의 상황은 최악이다. 에인절스는 지난해 63승 99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트라웃 본인도 부상에 시달리면서 29경기 출전에 그쳤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마찬가지다. 2025시즌 전망도, 유망주 현황도 에인절스가 다저스에 미치지 못한다.
자신이 고른 길을 바꿀 순 없다. 트라웃도 에인절스도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 에인절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기쿠치 유세이, 호르헤 솔레어, 요안 몬카다, 켄리 젠슨 등을 두루 영입했다. 트라웃은 "새로운 전력이 더해졌다. 팀도 이번 시즌엔 이기고자 하는 분위기가 갖춰지는 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힘들었지만, 분위기를 바꿔 이길 수 있는 팀이 되려 한다"고 전했다.